오늘은 민족 고유의 명절인 설날이다. 옛날 같았으면 지금쯤 고향에 가서 가족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도란도란 얘기하다가 곤한 잠에 취해 설레고 기분좋은 설날 아침을 맞을 아름다운 꿈을 꾸고 있는 시간대이다. 하지만 이번 설날은 자녀들이 사정이 있어 오지 못하고 집사람과 단둘이 평일과 다름없이 지내야 한다.
그래도 설날은 명절이기에 예나 지금이나 평소와는 다르게 마음이 들뜨고 즐겁다. 오늘은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제목으로 글을 써 볼까한다. 울 집사람과 관련된 글이고 나와 집사람을 자랑하려는 글로 비쳐지지 않을까 우려도 있지만 핵심은 3년이면 누구나 다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져 하는 것이기에 미리 양해를 구해 본다.
3년전 며느리가 미용기술을 배워 손주들의 머리를 직접 깎아 준다기에 내 머리도 한번 깎아 보라고 했다. 그리고 집사람에게 이발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고 앞으로는 당신이 내 머리를 깎으라고 했다. 며느리가 머리 깎는 모습을 보니 그다지 어렵지 않게 보여 본인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막상 해보니 장난이 아니였다.
도중에 몇번이나 포기하려고 하는 것을 처음부터 포기하지 못하도록 장치를 마련했다. 머리를 어떻게 깎던 잔소리나 불만을 제기하지 않고 한번 깎을 때마다 2만원씩 이발비를 주기로 했다. 물론 그 거래조건 때문에 지속한 것은 아니지만 집에서 셀프이발을 하다가 보니 내가 미용실에 가기가 싫어진 것도 한몫했다.
집사람이 내 머리를 깎은지 정확하게 3년 3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약 1.5개월마다 이발을 했기에 총 26회 정도 한 것이다. 내가 집사람에게 지불한 이발료는 약 52만원(26회 x 2만원)이고 미용실을 이용했더라면 약 31만원(26회 x 1.2만원) 정도 일것이다. 돈으로 따지면 21만원이 내가 손해이지만 집사람의 자신감, 자존감 및 부부애는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
내가 울 집사람한테 직접 전수한 기술은 운전연수과 이발기술이다. 둘다 남자들이 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운 좋게도 나는 해냈다. 그 비결은 내가 매일 행하는 운동(러닝)에서 터득했다. 사람은 누구나 처음 접하는 것은 서툴게 마련이고 어느 시점에 하기 싫어져 할까말까하는 순간이 온다. 이때 그 고비를 잘 넘기면 완전한 내것이 된다.
그리고 나서는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그것이 바로 룬동, 독서, 글쓰기, 영상공부, 화초재배들이다. 그동안은 이 원리를 내게만 적용했는데 집사람한테도 한번 시도해 보자고 한 것이 바로 미용기술이였다. 운전연수는 왕년에 내가 면허정지로 운전을 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집사람의 도움이 필요해 행한 것이다.
지난주 집사람이 셀프이발해 준 사진을 이래와 같이 포스팅 본다. 그동안 가장 잘 깎은 헤어 스타일이다. 이 정도면 나뿐만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원봉사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것이다. 그리고 일전에 집사람이 머리 염색(천연 헤나 염색)을 부탁했다. 그동안 항상 미용실에 가서 했지만 가끔 집에서 직접하는 경우가 있었고 그전에도 내게 2번 정도 부탁한 적이 있었다.
2번다 내 뜻대로 되지 않았고 하는 도중에 집사람이 잔소리를 해 미용실에 가서 하라고 했는데 지난주에는 몸이 좋지 않아 한사코 나보고 해달라고 해서 3번째 시도를 했다. 잔소리가 코칭으로 바뀌니 할만했다. 집사람이 처음 내 머리를 깎을 때 1시간 걸렸듯이 내가 울 집사람 염색을 하는데도 1시간 정도 걸렸다.
1시간이 짧은 시간이 아닌데도 지루하지 않고 할만했다. 그래서 앞으로는 더 이상 미용실에 가지 말고 내가 해 주겠다고 했다. 서로간에 셀프로 이발과 염색을 해주는 조건이기에 앞으로는 이발비를 주지 않기로 합의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내가 집사람에게 해 주는 셀프염색에 대해서도 포스팅해 볼 것이다.
풍월은 정식으로 배우지 않고 어깨너머로 배운 짧은 지식을 말한다. 말못하는 개도 서당에 3년 있으면 풍월을 읊는데 하물며 사람이 3년간 이론과 실전을 함께 하면 무엇이던 할 수 있다. 핵심은 3년을 버티는냐 버티지 못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렇게 말하는 내가 3년후 울 집사람 셀프염색에 대해서 과연 풍월을 읊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명절이라 걱정은 떨쳐 버리고 3년이 아닌 더 짧은 기간내에 풍월을 읊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보면서 기분좋게 구정 새해 인사를 드린다.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즐겁고 유익한 설날을 보내시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