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이언(Lion, 2016)'에서 본 가족애
201810862 권영인
2012년 전세계를 떠들석하게한 인도 청년의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는 바로 1986년 당시 5살의 나이에낯선 기차역에서 형을 기다리다 홀로 잠이 들어 돌아오지 않는 형을 찾아 떠나다 집을 잃어버리게 된 사루 브리얼리가 1987년 오스트레일리아의 새로운 가족 곁으로 입양된 후 25년 만인 2011년 다시 헤어진 가족을만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바로 사루 브리얼리가 그가 가지고 있는 흐릿한 옛 기억과 구글 어스(Google Earth)의 도움을 받아 7,600km 떨어진 인도 생모를 찾았다는 것에 있다. 이 감동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가 바로 가스 데이비스 감독의 '라이언(Lion, 2016)'이다.
인도에 다 허물어가는 빈민촌에 살고 있는 ‘사루’의 집은 매우 가난하다. 그의 엄마는 돌 나르는 일을 하며생계를 이어나간다. 그는 엄마를 도와 돌 나르는 일을 돕기도 하며 그의 형 ‘구뚜’와 함께 화물열차에서 석탄을 훔치며 그 것을 시장 상인에게 팔아 돈을 번다. 달리는 열차에 힘겹게 탑승하여 보자기에 석탄을 훔치고다시 달리는 열차에서 뛰어내려야하는 등 목숨을 걸고 훔친 석탄으로는 겨우 우유 두 봉지를 살 수 있었다. 항상 해가 떠 있을 때에만 나서던 여느때와 달리 형 구뚜는 늦은 밤에 석탄을 훔치러 떠나겠다 하였다. 사루는 구뚜와 동행하고 싶어 구뚜를 따라 기차역으로 향했다. 구뚜는 사루에게 금방 돌아올 것을 약속하며 얌전히 이 곳에서 기다리라 당부하고 달리는 기차를 향해 떠났다.
하지만 늦은 밤이었기에 5살 사루는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추위를 피하기 위해 정차되어있는 기차안으로 들어가 잠에 청했다. 그 기차는 그대로 잠에 든 사루를 싣고 목적지로 향하게 된다. 그렇게 사루는 집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인도의 3대 범죄도시 중 하나 인 콜카타 역에 도착하게 된다. 기차역을 돌아다니며사루는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뱅골어를 사용하는 그들에게 힌디어를 쓰는 그의 말이 통할리 없다. 게다가 사루가 살고 있던 동네 이름 역시 어린 사루의 기억에서 왜곡되어 집으로 가는 길은 더욱 험난했다. 사루는 사정없이 길을 헤메이다 고아들과 함께하던 인신매매범들에게 잡힐 뻔 하기도하고 자신을 품어주던사람들의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도망가기도 한다.
그러다가 사루는 우여곡절 끝에 경찰서로 인도되지만 그 역시 뱅골어만 아는 그들과는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경찰은 그의 집을 찾아주는 것을 포기하고 수용소와 다름없는 미아보호소로 보낸다.
미아보호소에서 입양을 담당하던 직원은 사루와의 면담에서 사루의 귀여운 외모를 눈여겨 본다.
입양 담당자 눈에 띈 사루는 그렇게 입양 교육과 영어 교육을 받은 후 인도를 떠나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호주에 한 가정으로 입양을 가게 된다. 수와 존 브리얼리 부부는 사루의 따뜻한 새 가족이 되어주기로 약속한다. 수는 입양 첫날 사루를 씻기며 “여기까지 오느라 길고도 긴 여정을 보냈지? 너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어떤 일들을 지나왔는지 알려줘. 나중에 꼭 다 알려줘. 내가 다 들어줄게. 언제까지나 들어줄 거야.” 라고말한다. 수의 진심이 통하였던 걸까? 사루의 영어 의사소통 능력이 하루하루가 다르게 발전해나가고 있었다.
그로부터 25년 후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한 인도 유학생이 가져온 인도식 간식 ‘젤라비’를 보고 사루는 어릴적 형 구뚜와 길거리 음식을 보았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그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사루는 자신을 애틋하게 부르는 생모와 형 구뚜의 모습을 떠올린다.
하루하루 자신의 생모와 형이 자신을 애타게 부르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며 사루는 괴로워한다.
사루의 여자친구는 괴로워하는 사루의 모습을 안타까워하며, 위성 지도 프로그램인 ‘구글 어스’로 전세계 어디든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준다. 사루는 여자친구의 말에 가느다란 희망을 붙잡고 25년 만에 집으로 가는 길을 찾기 시작한다.
사루가 처음 남겨진 기차역에 대해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는 것은 큰 물탱크 뿐이다. 사루는 길을 잃어버렸던1986년 당시의 기차 속도와 시간을 바탕으로 지도위에 오차 범위를 설정하고 단편적인 기억에 의존하여 오차범위 내 역 주변 하나하나를 구글 어스가 제공하는 위성 사진으로 확인한다.
마침내 2011년, 사루는 지도위에 작업을 시작한지 3년 만에 자신의 고향 집을 찾아낸다.
호주에서의 안락하고 행복한 삶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가지고 괴로워하던사루가 드디어 자신의 생모를 만나러 갈 수 있게 되었다. 마침내 사루는 인도로 날아가 친엄마와 누나를 만나게 된다. 사루의 생모는 사루가 언제 돌아올지 몰라 옛날에 살던 집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사루가 형 구뚜에 대해 묻자 엄마는 하늘을 바라보며 사루가 길을 잃은 그 날 형은 사루를 애타게 찾다 기차에 치어 죽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사루는 자신의 실제 이름이 사루가 아닌 ‘세루’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당시 5살이던 소년 사루의 발음이 어눌하여 사루로 잘 못 알려진 것이다. 세루는 힌디어로 ‘사자’ 즉, 라이언이라는 뜻이고 이 사실 그대로 영화제목이 되었다.
영화의 내용이 실화라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매우 흥미로었지만, 영화 속 대화 내용 중 감동적인 부분들이 많아 더욱 시간가는 줄 모르고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는 옛 기억을떠올리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갖던 사루가 자신을 키워준 양보무, 수와 존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 장면이다. 사루는 수와 존에게 그들이 양부모가 아니라 친부모였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수는 사루의 말을 부정하며,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어. 그리고 너와 같이 길을 잃거나, 부모를 잃은 아이들도 많지. 그래서 낳지 않기로 한 거야. 그 아이들을 거두어 꿈을 펼칠 기회를 주는 편이 낫지 않겠니?”라고 말한다. 입양을 하는 것이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텐데 , 사랑으로 자신의 양아들에게 지원을 아끼지않고 보살펴 온 수와 존 부부가 너무나도 존경스러웠다. 이 장면은 나로하여금 입양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하게 하였다.
나는 인도 인근에 방글라데시에 가족이 살고 있었기 때문에 방글라데시와 인도에 긴 시간 방문하여 여행한경험이 있어 영화 속 풍경이 너무나도 익숙하였다. 인도와 방글라데시를 여행하며 길거리에앉아 구걸하는어린 아이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며칠 혹은 몇주를 굶은 건지 모를만큼 너무나도 마른 몸에 찢어지고 더럽혀진 허름한 옷, 맨발의 아이들이 길거리에서 어른들에게 구걸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너무 마음이 아팠다.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사루의 모습 속에서 그 아이들이 떠올라 어린 사루를 너무나도 안아주고 싶었다. 나로하여금 가족의 소중함과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였고, 그 영원불멸의 이름 어머니의 애정을다시한번 깨닫게 해주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