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가장 껄끄러울 때, 우리는 흔히 '입안의 가시'라는 말을 쓴다.
입이라고 하는 좁은 공간에서 행해지는 모든 일들이 생명과 밀접하고, 더 나아가 식도락을
만족 시키는 소중한 곳이기 때문이리라.
요 며칠 밤잠을 설치며 고통에 시달려 온 치통의 원인은 뿌리가 내려 앉아 언제 부턴가
흔들리기 시작한 왼쪽 사랑니와 그 옆의 어금니 때문이다.
내 왼쪽 위 어금니는 일찍이 빼 버린 관계로 맨 끝의 사랑니와 지금껏 남아 있는 어금니 사이의 2개는 텅 빈 공간이다.
용단을 내어 UD치과를 찾았다, 의사 말로는 뿌리만 남아 있는 두개의 치아를 발치하고
임플란트 3개를 심은 후 그 사이에 한개의 의치를 하잔다.
너무 많은 목돈 때문이기도 하고, 쓸모없는 맨 구석이니 의치는 빼고 3개의 임플란트 만을 하기로 하고, 발치와 임플란를 위한 뼈 이식 수술을 한 번에 시도 했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 치기로 . . . .
한 시간 삼십여분에 걸친 대 공사, 90 여분간의 고통!
결국 5일간이나 부기와 시퍼런 멍으로 후유증을 앓다.
일주일 만에 실을 뽑고 6개월 간의 공백을 위해 가치를 해준단다.
왼쪽의 어금니가 전혀 없으니 왼쪽 송곳니와 오른쪽 어금니에 철사를 걸어야 하는 브릿지
방식. 입 천장으로 실리콘 뭉치가 지나가는 형식이다.
양쪽으로 날카로운 강철고리가 달린 흉칙스런 한 뭉치의 틀니가 입안에 끼워지는 순간,
입 천장을 가득 채운 브릿지의 느낌은 도무지 형언할 수 없는 불쾌감 뿐이다.
2년여를 오른쪽 어금니로만 의지 해온 씹는 일을, 왼쪽으로도 가능해 졌으므로 한결
수월하겠거니 해서, 모처럼의 사위 만찬에 의치를 하고 나섰다.
부기는 어느정도 가셨으나 왼쪽 턱 밑엔 아직도 퍼런 멍이 남아 있는 상태.
"수영하다 앞사람 발길에 차였어!"
부부가 함께 수영장을 다니는 사위와 딸은 신이 나서 자기들 초짜 시절 에피소드에 열을
내며 오히려 신이 나 한다.
'참 잘했어요. 여보!" 내 임기웅변에 마누라의 시선이 한결 푸근해 뵌다.
300여 만원이나 목돈이 들어간 내역을 숨기기로 한 장모와 장인의 배려.
광명 구름산 자락에 앉아 있는 '민속 장어의 집'. 왁자한 식탁에서 결국 나는 의치를 빼 버렸다. 혀가 자유롭지 못하고 그 좁은 공간에서의 분탕질은 식감조차 분간할 수 없으니,
도무지 참을 수가 없는 것이다. 덜그럭 거리는 의치가 오히려 음식과 함께 맞물려 돌아가고.
도무지 적응이 되질 않는다. 4마리의 장어가 소금으로만 구워저 노릇한 조각들을 상추에 싸서 먹는, 모처럼 베푼 보양식의 자리에서 나는 참담한 내 자신을 본다.
너무 무리한 탓일까? 멀쩡하던 오른쪽 아래 송곳니 3개가 갑자기 흔들리며, 새로운 고통으로 닥아온다. 씹어 아우르는 매 순간들이 고통이다.
어금니와 송곳니 사이의 치간이 넓어지니 온갖 섬유질들이 끼어 들어 잇몸을 짓 누른다.
먹는다는 것이 왜 이리도 어려운지. 살기 위해 먹는다지만 오늘은 모처럼의 보양 성찬이잖는가? 씹는 매 순간이 흔들리는 송곳니를 피해 어금니 쪽으로만 몰아야 하는 정조준의
피나는 노력이다. 좁은 공간에서의 위치 선정이 이토록 어려울 줄이야 . . . .
사위는 타기 전에 드시라며 부지런히 내 몫을 챙겨 내 앞접시에 쌓아준다.
그날 이후 내오른쪽 볼과 코 잔등이까지 통증이 이어지고 붓기 시작한다.
티 안내려고 너무 무리를 한 것이 화근이었다.
어쩌면 식사초대에 응한 자체가 잘못이었다.
단지 녀석들 모르게 한다는 일념이 화를 자초한 것이다.
왼쪽 3개의 임플란트 식재 후 정기 점검일이 아직도 일주일여나 남아 있는데,
나는 왼 밤을 끙끙 앓으며 치통과 씨름하고 있다.
약 상자에서 진통제와 항생제를 뒤져 찾아 먹었으나 도무지 견딜 수 없는 고통뿐이다.
날이 밝는 대로 치과에 전화. 담당 간호사에게 사정을 이야기하니 예약에 관계없이
빨리 오시란다. 2개의 어금니 발치 후 3개의 임플란트 식재를 하고 이제 겨우 실을 뽑은 상태에서 또 3개의 송곳니를 빨치해야 한단다.
안에 고름이 차서 다른 방법이 없단다. 임시로 치료제를 쓰면 통증은 당장 가라 않겠지만
바람직한 조치는 아니란다. 진통제 뿐인 처방이니 잠시의 고통을 참고 바로 발치 하자고
Miss Kim이 강권한다,
구멍 뚤린 파란색 천이 얼굴에 덮히고 마취 주사기의 뾰죽한 고통이 전신을 훓어 내린다.
순간 지난 밤의 치통을 떠 올려 본다.
결코 비견할 수 없는 고통이 온몸을 관통하고 참을 수 없는 신음과, 뒤 흔드는 머리를 간호사가 두 손으로 감싼다. 30여분이 흘렀을까?
이렇게 평안할 수가 없다. 입안은 모두 7개의 치아가 빠져 나간 상태고 모든 고통의 원인들이 제거 된 지금, 나는 하늘을 날 것 같은 평온을 느낀다.
역시 삶은 참고 견디어, 고통까지도 감래 할 가치가 있노라고 . . . . .
오랜 시간 고통으로 욱신대던 치통의 원인은 꽉찬 잇몸의 고름 때문이었다.
안면 근육이 마비되고, 붓고, 온 몸으로 까지 훓어 내리던 저릿한 통증들.
이제는 모두 제거 되었다.
비록 입안에 7개의 치아는 빠져 나갔지만 나에게 더 이상의 고통은 모두 제거된 것이다.
그리구 7개월 후면 임플란트로 새로운 치아가 우뚝 설 테니까 . . . . .
2016. 06. 17. 가산디지털역 UD치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