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조국 지음 『법고전 산책』
대한민국 헌법 제 1조 1항
조국의 법고전 산책을 읽고, 조국이 나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뭘까? 며칠을 고민해 보았다. ‘그래 이거야!’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루소 ≪사회계약설≫
나와 루소의 첫 만남은 나의 학창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육서 『에밀』에서 ‘자녀에게 수영을 반드시 가르쳐라’라는 말이 기억에 남아 나에게 ‘루소’는 우리 아이들에게 수영을 가르치게 한 인물로만 남아있었다. 그러나 이 책에 등장한 루소는 우리가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것은 계약 당사자로서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라고 말한다. 영구평화론을 주장한 대사상가 ‘칸트’도 서재에 루소의 초상화를 걸어 놓을 정도로 그를 추앙한 듯 싶다. 나라 운영의 원리와 방향을 정하는 것이 정치인데, 나라의 주인이 그러한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루소는 주장한다. 절대왕정 시기에 주권은 왕에게 있었고 왕의 권한은 신으로부터 받은 것이라는 관념이 지배적이었던 당시에 대등한 인간 사이의 ‘계약’이 권위의 토대라고 하니 당시로서는 경천동지할 사상이었던 것이다. 계약의 당사자인 시민이 주인이란 인식은 프랑스 대혁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침으로써 근현대 민주주의 형성에 거대한 기여를 하였다. 루소를 향하여 민주주의의 산파, 혁명의 모태, 우리 만인의 아버지라 칭하고 대문호 괴테도 ‘볼테르와 더불어 하나의 세계가 끝나고 루소와 더불어 하나의 세계가 시작되었다’라는 찬사를 보냈다. 인간의 자연 상태를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이라 하여 이 무질서를 벗어나기 위해 국가가 계약으로 만들어졌다는 ‘홉스의 국가계약설’을 루소는 훗날 더 발전시켰다고 본다. 왜 조국이 많은 사상가들 중에 루소를 처음으로 만나게 했는지 알 것 같다.
몽테스키외 ≪법의 정신≫
여러 사상가 중 권력이 권력을 저지하도록 하기 위해 삼권분립을 주장한 선각자 ‘몽테스키외’가 참으로 멋졌다. 그는 의학으로 죽은 사람의 수보다 법률로 파멸 당한 사람의 수가 얼마나 더 많은지는 가늠하기 꽤 힘든 일일 거라고 말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하지 않은가? 훗날 몽테스키외의 고향 프랑스 보르도에서 ‘법의 정신’ 이름을 딴 ‘와인의 정신’을 마셔보고 싶다.
존 로크 ≪통치론≫
로크는 인류의 복지가 최고의 법이다. 즉 정부의 목적은 인민의 복지를 위해 권력이 주어졌으며 이 권력을 받은 자들이 폭정을 행하면 저항하라고 명한다. 더 나아가 사회계약을 위반한 통치자는 침략자라고 규정한다. 다소 과한 느낌이 들었지만 인간은 폭정으로부터 벗어날 권리뿐만 아니라 그것을 예방할 권리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노예의 사슬로 묶이기 전에 저항하라는 것이다.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요즘 자유라는 말이 난무하고 있다. 안타깝다. 반공 이데올로기에 갖힌 반쪽짜리 자유, 기업에 대한 무한정의 자유가 진정한 자유인 양 곡해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이 더 값지다. 자유의 범위를 어디까지 둘 것인가? 밀은 타인의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에만 처벌된다는 명제를 제시한다.
체사레 베카리리아 ≪범죄와 형벌≫
‘범죄를 처벌하는 것보다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라고 주장한 베카리아는 형벌의 강도를 높인다고 범죄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고 범죄를 저지르면 확실히 처벌을 받는다는 확실성을 강조하였다.
로돌프 폰 예링 ≪권리를 위한 투쟁≫
‘5원짜리 소송에서 5원짜리 동전 한 푼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고장 수리에 무성의한 전화 당국과 불친절한 관리자를 일깨워주기 위해 괘씸한 공중전화를 ‘공중’의 이름으로 고발한다.’라는 문장이 나에게 짜릿함을 주었다. 시민에게 권리를 쟁취할 수 있게 일깨워주는 좋은 사례라고 보았다.
임마누엘 칸트 ≪영구 평화론≫
순국 직전 동양평화론을 작성한 안중근과 이 지구상에 전쟁이 없는 영구평화론을 쓴 칸트는 일맥상통한다. 이 영구평화론은 제1차 세계대전 후 국제연맹, 제2차 세계대전 후 국제연합, 유럽연합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평화는 우리 모두의 바램 아닐까? 과연 현 정부가 전쟁중에 있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해 주는 결정은 전쟁을 부추기고 대한민국도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는 위험천만한 일 아닐까?
조국 ≪법고전 산책≫
은 위대한 사상가들의 핵심 사상들을 아주 쉬운 설명과 사례를 통해 21C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알려준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 받지 못 한다.’ 라는 예링의 외침, 소크라테스와 안티고네의 불의에 항거하는 삶을 숭고하게 바라보며 검찰들의 불의에 항거하는 조국의 삶이 우리를 검찰개혁의 일원으로 이끈다. 검찰개혁이란 긴 터널을 홀로 걸으며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조국. 우리에게 훌륭한 사상가들과의 산책을 시켜준 조국. 그런 조국이 우리에게 고귀한 조국을 가져다주길 바라며 응원과 박수를 보낸다.
책 익는 마을 박 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