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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을 알 수 없었던 피로, 두통, 복통, 두드러기의 원인이 평소 맛있게 먹었던 음식물일 수 있다? 의심 없이 섭취했던 음식이 지금 이순간에도 조금씩 당신의 건강을 갉아먹고 있을지도 모른다.
“피 뽑겠습니다.” 신라호텔에 위치한 안티에이징 센터 라 끄리닉 드 파리, 마치 호텔 객실처럼 푹신한 침대에 눕자 간호사가 능숙한 솜씨로 채혈을 했다.
“혈액은 엘라이자 검사가 가능한 홍콩 혹은 프랑스의 라 크리닉 드 파리 의료기관으로 보내집니다. 100여 가지 음식물의 알레르기 테스트가 이뤄지며 결과는 한 달 후 나옵니다.”
푸드 알레르기에 관심을 가진 건 우연한 계기였다. 한 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인터뷰 중 현대인들은 ‘피곤해’를 입에 달고 산다는 얘기가 나왔고, 그 원인이 푸드 알레르기일 수도 있다는 정보를 접한 것.
“의외로 많습니다. 붓고 가려운 증상이 바로 나타난다고 생각하지만 푸드 알레르기 중에선 조금씩 몸 속에서 염증을 일으키는 만성 알레르기도 있거든요. 늘 몸이 안 좋고 복부팽만을 호소하던 환자가 있었는데, 갖은 검사에도 도통 원인을 찾을 수 없었죠. 그런데 알고 보니 쌀 알레르기였어요.”
평소 아무 의심 없이 먹는 음식물이 건강을 조금씩 갉아먹는다니! 누군가에겐 독이 될 수 있는 조용한 침입자, 만성 알레르기에 대해 깨알같이 파헤쳐보자.
푸드 알레르기란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무해한 정상적인 음식을 섭취했을 때, 몸에 들어온 특정 알레르겐(알레르기 원인) 단백에 면역계가 과민반응하며 다양한 이상반응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쉽게 말해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다른 사람들은 아무 탈이 없는데 나만 이상반응이 나타나는 것. 문제는 이 이상반응이 즉시 과격하게 나타나기도 하지만, 몇 시간 혹은 며칠 후 나타나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푸드 알레르기는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나는데, 우리가 흔히 예상하는 푸드 알레르기 증상은 IgE 반응(급성 알레르기)이다. 항원을 섭취하거나 접촉했을 때 즉시 입술, 구강, 인두가 붓고 가렵거나 발열·구토·설사·복통·두드러기·호흡곤란 등을 호소하는데, 이는 치명적인 건강상 문제를 일으킬수도 있다.
반면 IgG 반응(만성 알레르기)은 항원을 섭취한 후 몇 시간 혹은 며칠이 지나야 나타나며, 두드러기·습진·복부팽만·피로·변비·설사 등 IgE 반응에 비해 증상이 심하지 않다.
“그래서 음식 알레르기에 시달리는 대다수는 자신이 푸드 알레르기인지 모르고 살아갑니다. 그렇지만 테스트를 했을 때 급성, 만성 푸드 알레르기 가능성이 전혀 없는 사람은 20% 정도 뿐이죠.”
그렇다면 증상이 본인이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미비하다면 굳이 모르고 살아도 상관없지 않을까. 라 끄리닉 드 파리 김명신 원장은 만성 알레르기를 방치할 경우 장기적으로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심신을 쇠약하게 만드는 질병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이 문제를 쉽게 보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음식은 매일 접하는 것이기 때문에 알레르기 유무는 무척 중요합니다. 내 몸의 재료가 돼야 할 음식이 내 몸과 싸우면서 면역력을 조금씩 떨어뜨리는 거죠. 대표적인 증상이 만성 피로입니다. 만성 알레르기로 인한 항원항체들이 몸 전체를 돌아다니기 때문에 염증 수치가 올라간 상태거든요. 물론 염증이 있다고 모두 건강에 나쁜 건 아닙니다. 염증의 강도를 0~10이라고 가정해보죠. 운동을 해서 염증 수치가 10으로 확 올라가면 신체는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 면역세포를 다량 동원합니다. 그래서 운동이 건강에 좋다고 말하는 거예요. 그런데 1, 2 정도로 지속되는 염증 반응은 뭔가 피곤하기만 하고 건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런 백해무익한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크게 세 가지. 필요 이상으로 근육을 움직이지 않을 때, 음식이 컨트롤되지 않을 때, 큰 스트레스를 받을 때입니다. 그야말로 현대인들의 생활이죠. 이 중에서 가장 빠르게 개선할 수 있는 것이 음식이죠. 알면 피하면 되니까요. 또 푸드 알레르기는 집중력 감소 등 뇌 기능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신기하게도 장과 뇌의 신경전달물질은 70% 가량이 겹치거든요. 뇌 신경전달물질로 알려진 세로토닌도 장에서 가장 많이 생성되죠. 건강하고 똑똑하고 싶다면 몸에 좋은 음식을 챙겨 먹기에 앞서 ‘나에게 맞지 않는 음식’이 무엇인지 알아두는 것이 첫 번째 단계인 셈이죠!
푸드 알레르기의 판단 유무는 전문가에게 분석을 의뢰해야 한다. 푸드 알레르기가 음식물 혐오증, 음식물 불내증(소화효소 등의 부족으로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 음식물 과민증(특정 성분에 민감하게 신체가 반응한다.) 가령 소량의 카페인으로도 불안, 손떨림을 호소하는 경우) 등과 증상이 유사 하기 때문.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알레르기내과 이소희 교수는 “부패 했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먹거나, 과식하거나, 컨디션 난조에 따라 일시적으로 이상 반응이 발생하는 경우도 푸드 알레르기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고 지적했다.
“푸드 알레르기는 정확한 병력 청취, 알레르기 피부 단자시험, 혈청 IgE 항체 검사(혈액 검사), 아토피 첩포시험, 제한식이, 경구 음식물유발 검사, 내시경을 통한 장생검 등을 종합해 진단해야 합니다. 이 중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의 자세한 병력으로 다른 알레르기 질환의 동반 여부나 가족력도 중요한 정보가 되죠.”
정확한 진단은 무척 중요하다. 가령 젖당을 소화시키는 효소가 부족해 우유를 마셨을 때 증상이 나타나는 젖당 불내증 환자에게 푸드 알레르기 치료제인 항히스타민제를 처방해봐야 전혀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급성 우유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도 있다. 그래서 영국의사협회에서는 영리만을 목적으로 하는 유사의료기관에서 푸드 알레르기 검사를 받는 것은 삼가 하라고 경고한다.또 알레르기 검사로 대부분 피부 검사(의심스러운 항원을 피부에 주입하거나 침투시켜 홍반 여부를 측정한다)만을 시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만으로는 정확한 음식 알레르기 여부를 측정하기 어렵다.
우리는 음식을 먹지 피부에 접하진 않으니 말이다. 물론 피부 검사가 대표적인 알레르기 검사이며, 생명을 위협하는 과민성 음식 알레르기, 천식 유발 음식 알레르기 검사로는 유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만성 음식 알레르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IgG 항체는 전혀 검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피부반응 검사를 받고 푸드 알레르기가 없다는 오진을 받는다. 만성적인 음식 알레르기를 더 정확히 탐지하기 위해서는 ‘효소결합면역흡착 검사(엘라이자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는 IgE와 IgG 항체 수치를 모두 검사하며, 엄격한 통제규준을 준수하는 일부 검진 기관에서만 시행할 수 있다. 이 검사는 면역 체계가 음식에 보이는 반응을 직접 측정하기 때문에 검사 당일 환자가 먹은 것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한 달 후 엘라이자 검사 결과지와 함께 김명신 원장을 만났다.
“급성 알레르기는 없네요. 그런데 특이하게도 참깨에 만성 알레르기가 있어요. 그래프가 레드존으로 들어간 거 보이시죠?”
“참깨요? 쫄면, 떡볶이, 온갖 볶음요리 위에 뿌려지는 참깨요? 그럼 참기름도 안 되나요?”
“정제된 참기름은 괜찮아요. 그리고 바나나, 고추, 달걀, 커리, 키위, 버섯, 굴, 바닐라 빈도 즐겨 먹지 않는 것이 좋겠어요.”
“다 좋아하는 것들인데.”
“좋아한다니 건강한 편인가 봐요. 그렇지만 줄이면 더 건강해질 거예요. 몸의 컨디션이 최상일 때를 1, 최악일 때를 3이라고 했을 때, 3의 상태라면 몸이 안 맞는 음식물은 알아서 피하거든요. 그런데 간혹 2 정도일 때 항원항체 반응에 의해 오히려 염증을 일으키는 음식물들을 더 갈구하기도 하죠. 어쨌든 이런 음식들은 가급적 본인이 신경 써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듯 푸드 알레르기의 최선의 대처법은 회피요법이다. 이소희 교수도 ‘성인의 푸드 알레르기가 저절로 소실되는 예는 드물지만, 원인 음식물을 지속적으로 회피하면 다음에 노출되었을 때 알레르기 반응이 약하거나 발생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조언했다.
“가공식품을 구입할 때 도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지 자세히 확인하는 습관을 가지세요.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가공음식물에는 흔히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12종(가금류의 알, 우유, 메밀, 땅콩, 대두, 밀, 고등어, 게, 새우, 돼지고기, 복숭아, 토마토)에 대해 원자재와 추출물의 함유 사실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러나 표시되어 있는 음식물을 피하는 것 만으로는 푸드 알레르기를 완전히 예방할 수 없죠. 우연히 조리도구에 묻어 있다가 오염된 소량의 음식물에 의해서도 위험한 반응이 발생할 수 있거든요.
따라서 가정에서는 조리 전에 더운물로 조리도구를 깨끗이 세척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증상에 따라서 알레르기 반응이 발생했을 때 복용 가능한 약물을 처방 받아 두고, 아나필락시스(과민성 쇼크)같이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경험했다면 항상 예기치 못한 위험에 대비하여 휴대용 응급처치 약물(에피펜)을 항상 소지하고 다니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몇 년 전 캐나다에서는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소녀가 땅콩을 먹은 남자 친구와 키스한 후 사망한 사례도 있었으니까요.”
그렇지만 특정 음식물이 알레르기를 일으킨다고 확인될 때까지는 함부로 식단에서 제외하지 않도록 한다. 많은 사람들이 알레르기 증상을 음식물 탓으로 돌리면서 음식물을 제한적으로 선택하는데, 실질적인 이득은 없고 생활에 불편만 초래할 뿐이다. 게다가 영양실조 위험도 있다.
2005년 서울 시내 초등학교 학생 8,300여 명에게 설문조사했을 때 푸드 알레르기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6.2%, 이는 1995년 조사했을 때(4.2%)에 비해 거의 50% 증가된 수치다. 이소희 교수는 그 이유로 푸드 알레르기에 대한 환자와 의사들의 인지도가 높아졌기 때문일 수도 있고, 서구화된 식생활 변화로 이전에는 잘 먹지 않던 음식물에 노출돼 실제로 환자 수가 증가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닥터 조안 클로의 <알레르기>란 책에 의하면 유아가 알레르기 항원을 지닌 음식에 일찍부터 노출되면 알레르기 질환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질 수 있으며(그 때문에 영국 보건당국은 4개월 이전 유아에게 고체 음식을 먹이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 방부제와 화학 물질이 함유된 가공음식물 섭취율의 증가와 항산화물질이 함유된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 소비 감소가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여전히 알레르기의 원인과 치료법은 명확하지 않다. 의학이 발전하고 백신 개발이 거론 되고 있긴 하지만 알레르기에 대한 완벽한 치료법은 아직 없다는 얘기. 그러니 푸드 알레르기 최고의 치료법은 ‘회피’라는 사실을 명심해두자. 전문의에게 푸드 알레르기 유무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받고 평소 자신의 식습관에 관심을 두는 스스로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씀.
첫댓글 저 알레르기로 고생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