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이라고 하루 종일 만화책을 끼고는 툇마루에서 뒹굴뒹굴 한다. 장마랍시고 비가 내리치고 마당이 질펀하게 젖어 있으니 더욱 움직이기가 싫다. 보다 못한 어머니가 소리를 냅다 지른다.
“아주 이 기집애가 팔자가 늘어졌구만. 비도 오고 하니 점심에 칼국수나 만들어 먹자.”
아버지도 없고 여자들만의 세상이니 특별히 차릴 것도 없다. 양푼에 밀가루를 넣고 반죽을 한다음 홍두깨로 슬슬 밀어 덧밀가루를 발라가면 밀가루를 얇게 민다. 그리고 어머니는 능숙하게 숙련된 도마소리를 내면서 쟁반 위에 국수를 가지런하게 올린다. 얼마나 능숙하게 칼질을 하시는지 한동안 넋을 잃고 어머니를 본다.
애호박을 씻어서 썰고는 풋고추를 다져 양념 간장을 만든다. 어머니는 가지런하게 썰어 놓은 면을 한번 흩어서 바람을 쐬게 한다음 끓은 물에 넣는다.
완성된 칼국수를 개다리 소반에 얹고 열무김치 한가지를 반찬으로 해서 어머니와 나 둘이서 점심을 뚝딱 먹는다. 지금이야 누가 밀가루를 치대서 반죽을 하고 고명을 만들어 칼국수를 하겠나 싶다. 어머니도 이제 계시지 않으니 그런 투박한 칼국수를 먹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애호박을 보니 예전 생각이 나서 적어 보았다. 이번에는 모두들 좋아하는 ‘애호박 새우찜’이다.
애호박 2개,
분홍 새우 1컵
양념 재료
간장 2큰술, 액젓 1큰술, 참기름 1큰술,
다진 파 1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다진 부추 1큰술,
다진 홍고추 1작은술, 깨소금 필요량
양념 만들기
1_분량의 파, 마늘, 부추, 홍고추는 깨끗이 씻어 다져 놓는다.
2_믹싱볼에 간장을 넣고 미리 다져 놓은 야채를 넣고 액젓, 참기름, 홍고추를 잘 섞어서 양념장을 완성한다.
만들기
1_애호박은 깨끗이 씻은 후 반을 가른 후 소금을 살짝 뿌려둔다.
2_분홍 새우는 소금과 후추로 밑간을 해준 후 살짝 볶아서 준비해 놓는다.
3_김이 오른 찜기에 준비한 호박을 넣어 중간불에 5분~10분정도 쪄준다.
오래 찌면 호박이 물러져서 형태가 살지 않으니 찌는 시간을 주의하여야 한다.
4_애호박이 잘 쪄졌다 싶으면 꺼내서 식으면 일정하게 칼집을 넣어 준다.
5_미리 볶아 놓은 새우를 칼집 넣은 곳에 끼워 넣는다.
6_완성된 ‘애호박새우찜’에 양념장을 끼얹어 완성한다.
만들어서 저녁 상에 올리니 생각보다 럭셔리해 보인다.
애호박으로 만들 수 있는 요리는 수도 없다.
몇가지를 소개해 보자면 참기름을 둘러 고소한 맛의 애호박죽도 있고 예전에 자주 해먹었던 애호박 칼국수와 수제비도 있다.
아버지가 수제비를 좋아하셔서 휴일 점심에는 자주 해먹었던 추억이 있다.
어머니표 수제비는 간단하게 멸치로 다시를 내어서 애호박 숭숭 썰고 양념장을 얹어서 먹었다.
재료도 별로 들어가지 않아도 그렇게 맛이 있었다.
장마철에 이렇게 수제비나 칼국수가 땅기데는 이유가 있다.
밀가루가 몸에 열이나고 답답한 증상을 없애주어서 장마철의 습도와 열기를 식힐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간식으로 자주 해먹었던 애호박 부침개도 생각이 난다.
출출하면 애호박을 숭숭 썰어서 부침개도 자주 해먹었다.
이렇게 열거를 하다 보니 어머니와 애호박으로 해먹었던 음식들이 수도 없었다.
오늘은 남편을 위해 애호박으로 만 차린 저녁 밥상을 차려 보아야 겠다.
오렌지 카운티의 미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