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와 같은 매운 음식에서 매운 맛을 느끼게 하는 대표적인 성분이자 우리도 이미 잘 알고 있는 '캡사이신' 물질.
그리고 흔히 매운 맛은 단맛, 짠맛, 쓴맛, 신맛, 감칠맛과 달리 '맛'이 아니라 '통증'이라고들 하는데,
<세상에서 제일 매운 과자라고 불리는 '파퀴 원칩' 에 도전한 BJ '귄펭' 과 ' 쯔양' . 귄펭은 도전 이후 결국 병원행 >
네.. 통증이 맞습니다.
다른 미각( 단맛, 짠맛, 쓴맛, 신맛, 감칠맛)들은 각각의 맛을 감지하는 수용체와 신경세포가 명확히 있어 맛을 느끼는 원리를 파악할 수 있었지만,
'매운 맛'의 경우는 그것을 수용하는 신경세포가 따로 있지 않아 그럼에도 '왜 맵다고 느끼는걸까?' 에 대한 의문점이 예전부터 존재해 왔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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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맛'에 대해 시작하자마자 옆길로 좀 새자면
매운 맛을 측정하는 단위로 '캡사이신'을 기준으로 책정되는 '스코빌 지수(SHU)' 라는 값이 있습니다.
대충 밑에 예를 보시면 이 값에 따른 음식들의 매운 정도가 가늠 되리라 봅니다.
순수 캡사이신은 1천 5백만 스코빌 지수(SHU) 이고,
청량고추는 약 4,000 -1,5000 , 위의 표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현재 기네스에 새롭게 등재 된 세계에서 제일 매운 고추는 '페퍼X' 로 2백만- 5백만 스코빌 지수를 기록하였습니다.
(직접 식용으로 이용하는 일은 없고, 매운 소스의 원료가 됩니다.)
위에 언급한 한때 유투버 BJ 들에게서 유행처럼 도전했던 '파퀴 원칩' 이 (100만 스코빌 지수) 얼마나 미친 과자인지 가늠이 되실겁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런 '매운 맛' 이 '통증' 임에 대한 매커니즘 규명은
1997년 캘리포니아 대학의 생리학 교수인 '데이비드 줄리어스'와 미국 스트립스 연구소의 신경계 과학자였던 '아르뎀 파타푸티안'이 '네이처' 에 기고한 논문을 통해서였으며, 당시 꽤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그들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매운 맛'과 '통증'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들어가 보면,
우리는 매운 음식을 먹으면서 매운 맛을 느낄때 '뜨겁다' 란 느낌을 받습니다. (영어로도 매운 맛은 'Hot' = 뜨겁다 입니다)
실제 고추를 먹어도 입안에 열이 오르는것도 아닌데 매운 음식을 먹으면서 열이 나거나, 더러는 체질에 따라 땀을 뻘뻘 흘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와 반대로 우리가 어떤 음식을 먹었을때 시원하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멘톨(박하)' 이 있지요.
박하사탕을 먹으면 강한 휘발성이 있는것도 아닌데, 그리고 실제 입안의 체온이 내려가는것도 아닌데,
시원하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왜 그럴까요?
'데이비드 줄리어스' 는 이러한 단순한 호기심에서 출발하여
매운맛의 비밀은 열감에 의한 통감(뜨거워서 아픈)이며, '캡사이신'이 입안 신경계의 열감지 수용체를 자극하여 통증을 느끼게 한다는것을 알아 냅니다. (열감지 수용체 TRPV1, TRPA1)
어찌보면 열감지 수용체의 오작동인데, 캡사이신이 실제 뜨거운것도 아닌데 수용체는 이를 열로 착각하여 자극을 받아 위험신호를 주는 통증을 유발시키는 것이지요. 그리고 매우면 매운만큼 더 고열로 착각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캡사이신'에 국한되지 않고, 계피(시나몬 알데하이드)나 카레(페페린) 등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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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잠시 옆길로 새자면.....
극한의 매운 맛으로 입안에 통증이 심할때,
얼음이나 아이스크림은 순간적으로 감각을 둔하게 하는 효과는 있지만 해결책이 되지 않습니다. 물도 그렇고, 달달한 음식 역시 일시적일 뿐입니다.
이것은 캡사이신이 수용성이 아니고 지용성이기 때문입니다.
고로 물이나 쿨피스보다는 지방을 함유한 우유가 더 효과적이며, 느끼하지만 아예 참기름, 식용유를 조금 머금고 있거나 땅콩잼, 누텔라와 같은 지방이 있는 성분을 우유와 같이 먹는게 더 효과적입니다.
극도로 매운 음식을 먹고 복통으로 병원에 실려가는 경우도 있는데, 캡사이신 자체가 점막 세포를 파괴하는것이 아니라 캡사이신을 통해 큰 자극을 받은 위조직이 위산을 과다하게 분비하여 위산과다로 위벽손상이 일어나 통증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이렇게 손상된 점막에 100만 스코빌 지수의 '열감에 의한 통증' 까지 더 가해지면...ㅎㄷㄷ .
병원에 가면 제산제, 진통제, 위벽보호제를 처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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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공동 연구를 하던 '파타푸티안'은 캡사이신과 반대의 경우인
'멘톨' 의 성분이 우리몸의 차가움을 느끼는 열감지 수용체에 비특이적으로 반응하여, 실제로 입안이나 피부의 온도 변화가 없음에도 시원하다고 느끼게 한다는 것을 알아내었습니다. (열감지 수용체 TRPM8)
우리가 알고 있는 '매운맛' 과 '시원한 맛'의 원인이 '열감에 의한 통증' 이란 비밀은 이들에 의해 증명 된 결과물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연구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줄리어스'와 '파타푸티안' 은 '열에 의한 통증' 및 '꼬집거나 누르는 촉각에 의한 통증'의 수용체와 뇌로 전달되는 신경 경로를 정확히 알아낸다면, 그리고 이것을 제어할수 있다면 통증 완화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였고, 이에 대한 연구에 계속해서 매진하게 됩니다.
그 결과 생물의 기본 생리현상 중 하나인 피부에서 자극에 감지하고 통감을 전달하는 수용체의 분자와 이것을 뇌로 전달하는이온 전달 경로를 구체적으로 밝혀 내었으며, 이 경로를 차단 할 경우 통증을 완하하는 효과까지 입증하게 됩니다.
이러한 이들의 연구 결과는 거대 제약회사들로 하여금 종전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통증 치료제 연구개발에 기여하였고, 새로운 진통제와 통증 완화제의 개발 및 생산에 활기를 불어넣게 됩니다.
'통증'은 생명체에 있어 외부나 내부의 위험으로부터 내 몸을 보호하기 위한 경고 신호입니다.
통증이 없다면 뜨거운 불속에 들어가거나 얼음물에 뛰어들어도, 그리고 내부 몸속의 병변이 일어나도 미리 감지를 못하여 회피나 치료의 타이밍을 놓쳐 생명에 위협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사고나 질병 또는 수술과 치료와 같은 의료행위에 있어서도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통증은 쇼크를 일으키거나, 환자로 하여금 정신적으로 절망적인 상황에 놓이게도 하며,
특히 '만성통증' 환자라던지, '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CRPS)' 과 같이 비특이적 통증 반응으로 인해 바람만 불어도, 옷깃만 스쳐도 엄청난 고통을 받는 환자들도 꽤 있습니다.
의료계에 있어서 환자의 통증과 통제는 오랜 숙제와도 같았습니다.
그것은 내성과 중독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어 항상 전문적 지식과 민감한 조절을 요구하였고, 감내하기 힘든 큰 통증의 통제는 '마약류'가 가지는 위험성도 직면해야 했습니다.
또한 '큰 통증'은 환자 스스로에게도 '안락사'를 희망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되기도 하여 왔습니다.
현재 세계 유수의 제약회사들이 연구 생산하는 내성과 중독성을 최소로 줄이고 효과적인 통증 완화 작용을 꾀하는 신약 진통제들은 줄리어스와 파타푸티안의 연구 결과에 근간하여 진행되고 있으며, 캡사이신 수용체가 '천식'과도 연관이 있음이 증명되어 천식 치료제 역시 이들의 연구를 기반으로 연구 되어지고 있습니다.
'매운맛' 의 원인에 관한 단순한 호기심은 새로운 통증 완화 연구와 의약품 개발에 있어 단서를 제공한 공로를 인정 받아 올해 '2021년 노벨 생리, 의학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PS : 올해는 코로나 관련 mRNA 백신 연구자들도 후보에 올라 이들이 수상할줄 알았는데, 의외로 매운맛에......
유행성 출혈열 백신 '한타 박스'를 개발한 한국의 파스퇴르라 불리는 이호왕 명예교수님도 후보에 올랐으나 아쉽게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탄자니아의 '압둘라자크 구르나'는 '노벨 사무국' 에서 수상 소식을 전화로 통보하려 하니
보이스 피싱인줄 알고 전화로 욕을 퍼부었다는...... (통상 노벨 사무국은 수상자에게 세계 어디든
직접 전화로 당사자에게 맨먼저 통보를 해준다.
작성자 : 이종격투기 카페
니코로드리겠음
첫댓글 오오오오오 신기해... 나는 열라면은 잘먹는데, 불닭볶음면은 매울거같아서 아직 제대로 안먹어봤거든. 근데 스코빌지수는 생각보다 낮네... 신기해
불닭볶음면 생각보다 왜케 낮아(??)
매운 거 먹고 뜨거운 국물이나 누룽지탕, 계란찜 먹는 느낌 너무 좋아..
오 진짜 흥미돋…
캡사이신 라면에 둘러먹으면 개꿀맛♡
그래서 먹지말란말은 안적혀있는거지?
지용성이구나… 어쩐지 물 계속마셔도 똑같더라… 우유를 마셔야겠군
대박 흥미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