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옴]정성일 작가, "시시한 영화를 보는 것은 시시한 인생을 사는 것이다"

[안선생]

영화평론가 겸 영화감독인 정성일 씨가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강의를 했었나 보네요. 알았다면 또 한 번 그 분 강의를 듣기 위해 달려갔을 텐데. 아쉽네요. 영화를 '시간의 예술'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정성일 감독의 이야기, 함께 공유하고자 퍼와 봅니다.

"가장 중요한 시간은 영화를 보고 돌아가는 시간이다. 영화를 보고 돌아가면서 자신이 본 영화를 되돌려 생각해 볼 것이다. 그리고 그 영화에 대해서 질문을 던져보기도 하고, 대답을 찾아보기도 할 것이다. 또한, 그 영화 속에서 자신의 삶의 편린들을 찾아보려고 할 것이다."

원문보기 : http://m.blog.naver.com/newstarget/220875506978

'2016년 제4회 저자와의 만남', 11월 30일 국립중앙도서관서 개최

11월 30일 국립중앙도서관은 <2016년 제4회 저자와의 만남>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저자와의 만남은 영화평론가 정성일 씨를 초청해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라는 주제로 열렸다.

홍선애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저자와의 대화 외에도 '카바레', '시네마천국', '오페라의 유령' 등 주옥같은 영화 속 음악들을 함께 감상할 수 있었다.

영화평론가이자 영화감독인 정성일은 로드쇼 편집차장, 키노 편집장을 역임했으며 2009년 영화 카페느와르로 영화감독에 데뷔했다. 또한,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 '필사의 탐독' 등 많은 책을 저술한 저자이기도 하다.

정성일 작가는 행사에 앞서 뉴스타겟과의 인터뷰를 통해 간략한 소감을 전했다.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

저자 정성일, 정우열

출판 바다출판사

발매 2010.08.13.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 책 소개

저는 영화가 남아야지 비평이 남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비평은 시기성을 타는 것이기 대문에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새로운 비평이 쓰여지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쪽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책의 에디터가 이제까지 제가 쓴 비평을 모아 책을 내기를 오랜 시간 권해 결국 책을 내게 됐습니다.

이 책은 저의 비평록을 모은 첫 번째 책이기도 하고, 비평을 쓰기 시작한 지 25년 만에 나온 책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 모은 글은 성격이 다른 내용들도 섞여있습니다.

또한, '필사의 탐독'이라는 한국 영화에 대한 본격적인 비평을 쓴 책과 커플링이 되어 나왔기 때문에 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들은 에세이에 훨씬 더 가깝게 쓰여졌습니다.

오늘 제4회 저자와의 만남을 통해 전하시고 싶은 메시지

제가 무대 위에 서는 까닭은 사람들에게 영화에 대한 사랑을 전파하기 위함입니다. 오신 분들이 영화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며 '좋은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한 번 더 던져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서 영화라는 대상이 단지 소비를 하는 대상으로써가 아니라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대상이 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저에게 사회적 아버지와도 같은 분인 임권택 감독님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3년 반 동안 찍어왔습니다. 저의 세번재 영화로 이것을 편집하고 있습니다. 

저는 영화 제작을 빼고는 참 많은 것들을 해왔습니다. 현재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고요. 앞으로도 좋은 학생들을 많이 만나고 싶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제가 가졌던 좋은 경험들을 공유하고, 그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제 나이에 해야 하는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정성일 작가는 진행을 맡은 홍선애 아나운서와 함께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참석한 독자와 길문을 주고받기도 하며 독자들의 눈 높이에 맞추어 유쾌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라는 제목의 의도는?

오래 전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가 한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라는 말을 사용한 적이 있다. 그것에 감명을 받아 "언젠가 내가 이 제목을 쓰고야 말 것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제목을 ㅁ보며 영화를 향한 순애보적인 사랑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동시에 영화를 오랫동안 생각해본 한 사람으로써 영화가 점점 세상을 앞도하기 시작한 이 시대에 사람들에게 던지는 일종의 경구 같은 것이 되기바라는 마음으로 이 제목을 썼다.

흥행은 되지 못했지만 숨어있는 보석 같은 영화가 있다면?

'고양이를 부탁해(감독 정재은)', '소름(감독 윤종찬)',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감독 홍상수)', '하하하(감독 홍상수)' 이다.

시시한 영화를 보면 시시한 인생을 산다?

매일 매일이 충만해지는 것이 각자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돈이 많은 사람도, 돈이 없는 사람도 유일하게 공평한 것은 하루가 24시간 이라는 것이다. 24시간 동안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서 하루가 쌓여서 일주일이 되고, 일주일이 쌓여서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쌓여서 일년이 되고 그것이 그 사람의 한 해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루에 2시간씩 시시한 영화를 보면 그사람은 시시한 인생을 살게 되는 것이다.

한국 영화 중 가장 많이 흥행된 영화는 '명량'이다.  1750만 명 가까이 이 영화를 봤다. 역대 대통령 중 박근혜 대통령이 1500만 표로 가장 많은 득표수로 당선이 됐다. 만약 둘이서 대통령을 두고 다퉜으면 명령이 대통령이 됐을 것이다.

인구 5천만 정도 되는 나라에서 한 편의 영화를 1750만 명이 본다는 것은 미친 짓이다. 관객들이 많이 몰리는 영화는 시시한 영화다. 관객이 많이 몰리는 이유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기대치를 맞추기 위해 그 영화의 독창성을 깍아 낮춘 것이다.

좋은 영화는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래서 그 영화에 대한 취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찾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럴 때 비로소 문화의 다양성, 영화의 다양성, 취미의 다양성이라는 말이 성립되는 것이다.

영화를 보기 위한 세가지 단계

첫째, 영화를 보러가는 시간
둘째, 영화를 보는 시간
셋째, 영화를 보고 돌아가는 시간

가장 중요한 시간은 영화를 보고 돌아가는 시간이다. 영화를 보고 돌아가면서 자신이 본 영화를 되돌려 생각해 볼 것이다. 그리고 그 영화에 대해서 질문을 던져보기도 하고, 대답을 찾아보기도 할 것이다. 또한, 그 영화 속에서 자신의 삶의 편린들을 찾아보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영화들은 영화를 보고 나온 후 영화의 내용이 생각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영화를 본 두 시간 동안이 생각이 안난다는 것은 그 두 시간이 죽은 것이다. 돈을 주고 두 시간동안 죽고 나오는 것이다. 이것은 자신의 삶의 낭비다.

영화를 보러가는 시간 동안 상상의 시간을 즐겨라, 그리고 영화를 보는 동안에 경험을 충만하게 만들어라,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가는 시간에 삶의 경험을 되돌아보며 영화를 만나는 시간을 가진다면 영화는 충분히 두 시간 동안 경험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예술적인 경험이 될 것이다.

상업영화와 예술영화를 양분화 할 수 있는가?

상업영화와 예술영화는 구분이 없다고 본다. 그냥 영화가 있는 것이다. 다만 그 영화를 상업적으로 소비하러 갈 것인가 아니면 예술로 대하러 갈 것인가가 중요하다.

모든 영화를 예술로 대하겠다고 결심한다면 명량을 보러가서 경멸할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상업이야'라고 생각한다면 대부분의 영화들을 보러 가면 지겹게 느껴질 것이다. 그 영화들을 지겹게 만드는 건 나의 태도이지 예술가들의 잘못이 아니다. 재미는 여러 종류의 재미가 있다. 단순한 쾌감을 위한 재미가 아닌 자신에게 질문하는 재미를 느껴보기 바란다.

한국 영화를 지지하지 말고, 좋은 영화를 지지하라!

한국 영화를 지지하지 말라! 어떤 한 나라의 국적의 영화를 지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좋은 영화를 지지해야지 한국 영화를 지지해서는 안된다.

만약 그 좋은 영화가 한국 영화라면, 그래서 좋은 한국영화가 더 많아지기를 원한다면 많은 이들과 그 영화를 함께 나누길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