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은 멀리만 있는줄 알았습니다 ♧
여름 시계는 느려터진 줄만 알았습니다.
바람 잔잔한 한여름 오후 나무가지도
더위에 축늘어 옴짝하지 않고
떠돌던 흰구름도 모였다
흩어졌다 함을 멈추고 있기에
여름 시계도 늘어져서 가지
아니할 줄알았습니다.
9월은 멀리만 있는줄 알았습니다.
철모르는 코스모스가 한두송이
피고 지지만 철을 아는 코스모스
하늘거리는 꽃물결의 장관은
아직 연출되지 않기에
9월은 저 멀리서 천천이
올 줄만 알았습니다
산넘고 물건너 가고 또 가봐야
가을을 만나볼 줄 알았습니다.
눈감고 가만히 들어보면
마음으로 들리는 소리가
여름 파도소리 인줄 알았더니
그것이 가을이 오는 소리였나 봅니다.
가을은 미리 가을색으로 마구 칠해놓고
그 길따라 천천이 오는 줄만 알았더니
그런게 아니였나 봅니다.
푸르름이 아직 한창인데
알알이 익은 포도송이를 맛보면서
성큼 가을이 다가옴을 알았습니다.
가을에는 아프다고들 하기에
그게 거짓인 줄 알았습니다.
코끝에 미리 전해지는 가을 내음에
보고픔에 가슴이 미리 아프려고 하니
가을이 짙게 물들어 오면
얼마나 아파해야 할지 나 모릅니다.
♣ 구월이 오는 길목에서 ♣
구월이 오는 길목에서
떨어지는 잎에 기도문을 쓰면
나무 한그루 가지고도 부족하고
그것이 눈물 되어 땅을 적시면
빗물처럼 고여 오겠지요 .
외로움이 허락 없이 찾아오면
바람을 안아보게 하소서
슬픔의 구름이 몰려오면
하늘을 보며
차라리 눈물 한 방울 흘리게 하소서
쓸쓸함이 가슴에서 일렁이면
나무를 보면서 벗이 되게 하소서
생각만으로 죄가 되는
욕망이 안개처럼 밀려오면
들꽃을 그려보게 하소서
그리움에 젖어들면
촛불 밝혀두고 불빛아래
어둠으로 달려가는 마음 태우게 하시고
그대에게 빛으로만 머물게 하소서
단 하루 주어진 삶처럼
하루 최선을 다하는 순간이 되게 하소서
그리하여 잠자리에 누워
기쁨의 미소를 짓게 하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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