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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보
1
월야(月夜) - 두보(杜甫)
달밤
今夜鄜州月(금야부주월) : 오늘 밤 부주에 뜬 저 달을
閨中只獨看(규중지독간) : 아내는 혼자 보고 있겠지.
遙憐小兒女(요련소아녀) : 멀리서 그리는 어린 자식들
未解憶長安(미해억장안) : 아직은 장안 생각은 못하겠지.
香霧雲鬟濕(향무운환습) : 밤안개에 구름머리가 축축하고
淸輝玉臂寒(청휘옥비한) : 휘영청 달빛 아래 고운 팔이 차가우리라.
何時倚虛幌(하시의허황) : 어느 날에나 창가에 기대어
雙照淚痕干(쌍조누흔간) : 우리 둘이 눈물 마른 얼굴로 저 달을 보겠나.
杜甫의 역경과 애틋한 가족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시다.
안록산의 난(755~763)이 일어나기 바로 전에 두보는 奉先縣으로 가서 가족을 만났지만, 바로 안록산의 난이 일어났고, 두보는 가족을 데리고 白水縣으로 피난했다가 다시 가족만 鄜州(부주)로 피난시켰다. 부주는 지금의 陝西省 延安市 黃陵縣이다.
2
애왕손(哀王孫) - 두보(杜甫)
왕손을 슬퍼하다
長安城頭頭白烏(장안성두두백오) : 장안성 머리에 머리 흰 새
夜飛延秋門上呼(야비연추문상호) : 밤에 연추문 위를 날며 소리쳐 운다.
又向人家啄大屋(우향인가탁대옥) : 또 인가로 날아가 큰 집을 쪼아대니
屋底達官走避胡(옥저달관주피호) : 큰 집안의 고관들 오랑캐를 피하여 달아난다.
金鞭斷折九馬死(금편단절구마사) : 황금 채찍 끊어지고 아홉 마리 말도 죽어
骨肉不待同馳驅(골육부대동치구) : 골육들도 기다리지 않고 도두 말달려 달아난다.
腰下寶玦靑珊瑚(요하보결청산호) : 허리엔 보석 구슬과 산호초 차고 있는데
可憐王孫泣路隅(가련왕손읍노우) : 가련하구나! 왕손이 길모퉁이에서 눈물 흘리네.
問之不肯道姓名(문지부긍도성명) : 물어도 성명을 말하려 하지 않고
但道困苦乞爲奴(단도곤고걸위노) : 다만 곤고하니 종으로 삼아달라고 한다.
已經百日竄荊棘(이경백일찬형극) : 이미 백 날을 가시덩굴에 숨어 다녀
身上無有完肌膚(신상무유완기부) : 몸에는 성한 살이라곤 하나도 없다.
高帝子孫盡隆准(고제자손진륭준) : 고종 황제 자손들 모두 코가 오뚝하여
龍種自與常人殊(룡종자여상인수) : 왕족은 자연스레 평민과는 다르다네.
豺狼在邑龍在野(시낭재읍룡재야) : 짐승 같은 도적은 장안 도읍에 있고 황제는 촉나라 시골에 있으니
王孫善保千金軀(왕손선보천금구) : 왕손은 천금같은 귀한 몸을 잘 보존 하소서
不敢長語臨交衢(부감장어림교구) : 교차로에 있는지라 길게는 말 못하고
且爲王孫立斯須(차위왕손립사수) : 왕손을 위해 잠시 서 있소
昨夜東風吹血腥(작야동풍취혈성) : 어제 밤 동풍 불어 피비린내 불어와
東來橐駝滿舊都(동내탁타만구도) : 동쪽에서 온 낙차로 엣 도읍에 가득하다.
朔方健兒好身手(삭방건아호신수) : 북방의 건아들의 좋은 몸집과 재주
昔何勇銳今何愚(석하용예금하우) : 엣 날엔 그리도 용감하고 날랬는데 지금은 어찌 그리도 어리석나
竊聞天子已傳位(절문천자이전위) : 가만히 들으니, 천자가 이미 선위하니
聖德北服南單于(성덕배복남단우) : 새 천자의 성덕은 북으로 남단우를 복종시켰네.
花門剺面請雪恥(화문리면청설치) : 화문에서도 낯을 베어 우리 위해 설욕을 원하니
愼勿出口他人狙(신물출구타인저) : 삼가 입 조심하시오, 남의 저격 두려우니
哀哉王孫愼勿疏(애재왕손신물소) : 슬프다! 왕손이여 삼가 소홀히 하지마소
五陵佳氣無時無(오능가기무시무) : 오릉의 상서로운 기운 없을 때가 없다오.
3
여인행(麗人行) - 두보(杜甫)
미인들을 노래함
三月三日天氣新(삼월삼일천기신) : 삼월 삼짇날 날씨도 맑아
長安水邊多麗人(장안수변다려인) : 장안 물가에는 미인도 많네.
態濃意遠淑且眞(태농의원숙차진) : 자태는 농염하고 뜻은 멀고 마음은 맑고 진실한데
肌理細膩骨肉勻(기리세니골육균) : 피부 결은 섬세하고 기름지며 뼈와 살이 적당하다.
繡羅衣裳照暮春(수나의상조모춘) : 수놓은 비단 옷 저문 봄빛 비치면
蹙金孔雀銀麒麟(축금공작은기린) : 금실로 공작새를, 은실로 기린을 수놓았네.
頭上何所有(두상하소유) : 머리에는 무엇이 있는가?
翠微盍葉垂鬢唇(취미합섭수빈진) : 비취색 머리 장식 귀밑까지 드리웠네.
背后何所見(배후하소견) : 등에는 무엇이 보이는가?
珠壓腰衱穩稱身(주압요겁온칭신) : 진주 박힌 허리띠에 온몸이 어울린다.
就中雲幕椒房親(취중운막초방친) : 궁중 휘장 안 황후의 친척에 나아가면
賜名大國虢與秦(사명대국괵여진) : 대국 괵부인, 진부인의 명칭 내렸네.
紫駝之峰出翠釜(자타지봉출취부) : 자타지봉 팔진미 요리는 푸른 솥에서 나오고
水精之盤行素鱗(수정지반항소린) : 수정 쟁반에는 흰 물고기 기어 다니네.
犀箸饜飫久未下(서저염어구미하) : 무소 젓가락 음식에 물려 오래도록 내리지 못하고
鸞刀縷切空紛綸(난도누절공분륜) : 부엌칼은 잘게 자르는 데에 공연히 바쁘다.
黃門飛鞚不動塵(황문비공부동진) : 태감은 먼지도 일으키지 않고 황문에서 날듯이 달려가고
御廚絡繹送八珍(어주락역송팔진) : 임금님 주방에선 끝없이 팔진미를 보내오네.
簫鼓哀吟感鬼神(소고애음감귀신) : 퉁소소리, 북소리 애달프게 울리면 귀신도 감동하고
賓從雜沓實要津(빈종잡답실요진) : 손님이 많이 와도 실로 귀한 손님이라
后來鞍馬何逡巡(후내안마하준순) : 황후가 타고 오는 말은 어찌 그리 느릿느릿
當軒下馬入錦茵(당헌하마입금인) : 집에 당도하여 말에서 내려 비단 요에 든다.
楊花雪落覆白蘋(양화설낙복백빈) : 버들꽃 눈같이 떨어져 흰 부평초에 덮이고
靑鳥飛去銜紅巾(청조비거함홍건) : 소식 전하는 푸른 새, 붉은 수건 물고 날아간다.
炙手可熱勢絶倫(자수가열세절륜) : 자수가열 권세가 대단하니
愼莫近前丞相嗔(신막근전승상진) : 조심하여 가까이 말라, 승상께서 화내실라
*
3월 3일 맑고 화창한 날, 장안(長安) 곡강(曲江)) 강가에는 수많은 아름다운 궁녀들이 봄놀이를 즐기고 있다. 그들의 자태는 농염하고 마음속에 간직한 생각은 고원(高遠)한 듯하며, 성품은 온화하고도 선량해 보인다. 게다가 피부는 곱고 매끄러우며 뼈와 살이 적절하게 균형 잡혀 있다. 그들의 화려한 의상은 저무는 봄 들녘에서 빛을 발하는데, 금실과 은실로 공작과 기린을 함께 수놓은 옷이 독특한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그들의 머리 위에 있는 것은 무엇인가? 비취로 된 머리 장식이 귀밑머리 옆까지 내려와 있다. 등 뒤에 보이는 것은 또 무엇인가? 진주가 알알이 엮여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허리띠를 누르고 있는데 몸에 한층 잘 어울린다. 구슬발 휘장 안에 있는 귀비(貴妃)의 친척들은 괵국부인(虢國夫人), 진국부인(秦國夫人)에 책봉된 양귀비의 언니들이다.
그들이 먹는 음식은 낙타의 불룩한 봉(峰)을 잘라 구운 고기로 비취빛 솥에 담겨 있고, 은빛으로 빛나는 생선이 수정으로 된 접시에 줄지어 놓여 있다. 실컷 먹고 배가 부른 탓에 상아 젓가락을 손에 든 채로 한참을 음식에 대지 않는데, 공연히 요리사는 먹지도 않을 음식들을 실처럼 가늘게 써느라 분주하기만 하다. 궐내의 환관들이 말을 타고서 먼지 한 점 날리지 않고 오고 가는데, 대궐의 주방에서는 끊임없이 각종 진귀한 음식들을 보내온다. 옆에서 음악을 연주하여 흥을 돋우는데, 슬퍼하듯 한숨짓듯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그 소리는 왕왕 귀신조차 감동시킬 듯하다. 자리를 함께 한 빈객(賓客)과 종신(從臣)들이 참으로 많은데 이들은 모두 조정의 높은 벼슬아치들이다.
가장 나중에 안장 얹은 한 필의 말이 다가오는데, 달리는 그 모습이 참으로 느리고 거만하다. 수레 휘장 앞에 이르자 그는 말에서 내려 곧장 비단 깔개가 깔려 있는 수레 안으로 들어간다. 버들개지가 눈처럼 흩날려 마름 위를 덮고, 서왕모(西王母)의 사자(使者)인 청조(靑鳥)가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듯 붉은 수건을 머금고 머리 위를 난다. 이 남자는 당대의 세력가로 그 누구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막강한 세력을 갖고 있으니, 그녀들에게 가까이 가서 그가 분노를 발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4
병거행(兵車行) - 두보(杜甫)
출정의 노래
上
車轔轔(거린린) : 수레소리 덜덜거리고
馬蕭蕭(마소소) : 말 우는 소리 쓸쓸 하구나
行人弓箭各在腰(항인궁전각재요) : 출정하는 군인들 모두 허리에 활과 화살을 차고
耶娘妻子走相送(야낭처자주상송) :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처자들이 달려와 송별하니
塵埃不見咸陽橋(진애부견함양교) : 흙먼지 티끌에 함양교가 가리어 보이지 않아
牽衣頓足攔道哭(견의돈족란도곡) : 옷을 붙들고 넘어지며 길을 막고 우니
哭聲直上干雲霄(곡성직상간운소) : 그 울음소리 바로 구름 낀 하늘까지 오르네.
道旁過者問行人(도방과자문항인) : 길 지나는 사람 군인에게 물으니
行人但雲點行頻(항인단운점항빈) : 군인은 징집이 너무 빈번하다 하네.
或從十五北防河(혹종십오배방하) : 열다섯 살부터 북방으로 황하를 지네다가
便至四十西營田(변지사십서영전) : 나이 마흔이 되어서야 서쪽으로 군전을 개간한다네.
去時里正與裹頭(거시리정여과두) : 떠나 올 땐 고을 이장이 머릿수건 주었는데
歸來頭白還戍邊(귀내두백환수변) : 돌아오니 머리가 백발인데 도리어 수자리라오
邊亭流血成海水(변정류혈성해수) : 변방에는 피가 흘러 바닷물 이루는데
武皇開邊意未已(무황개변의미이) : 무력을 좋아하는 황제는 뜻을 그치지 않네.
下
君不聞(군부문) : 그대는 듣지 못 했던가
漢家山東二百州(한가산동이백주) : 한나라 산동 이백주(二百州)가
千村萬落生荊杞(천촌만낙생형기) : 고을마다 가시나무 밭이 다 된 것을
縱有健婦把鋤犁(종유건부파서리) : 비록 건장한 부인 있어 호미 잡고 김매어도
禾生隴畝無東西(화생롱무무동서) : 이랑에 벼들은 들쭉날쭉 경계도 없소
況復秦兵耐苦戰(황복진병내고전) : 하물며 다시 병사되어 전쟁 고통 견디면서
被驅不異犬與雞(피구부리견여계) : 쫓기는 것이 개나 닭 같은 신세라오
長者雖有問(장자수유문) : 상관이 혹 물어봐도
役夫敢申恨(역부감신한) : 졸병이 어찌 감히 원한을 말 하리오
且如今年冬(차여금년동) : 또 금년 같은 겨울에는
未休關西卒(미휴관서졸) : 관서의 병졸들은 아직 쉬지도 못 했지요
縣官急索租(현관급삭조) : 지방의 관리들은 급히 세금을 독촉하나
租稅從何出(조세종하출) : 세금이 어디서 나오겠는가?
信知生男惡(신지생남악) : 정말로 알겠노라, 남자 낳기는 싫어하고
反是生女好(반시생녀호) : 도리어 여자 낳기 좋아하는 것을
生女猶得嫁比鄰(생녀유득가비린) : 딸을 낳으면 이웃집에 시집보낼 수 있지만
生男埋沒隨百草(생남매몰수백초) : 아들 낳으면 잡초 속에 묻히기 때문이라네.
君不見(군부견) : 그대는 보지 못 했는가
靑海頭(청해두) : 청해 바닷가에
古來白骨無人收(고내백골무인수) : 옛날부터 백골을 거두어주는 사람 아무도 없고
新鬼煩冤舊鬼哭(신귀번원구귀곡) : 새 귀신은 번민하고 원망하며, 구 귀신은 통곡하여
天陰雨濕聲啾啾(천음우습성추추) : 날이 흐리고 비 젖으면 귀신 우는 처량한 소리 들린다오.
5
관공손대낭제자무검기항병서(觀公孫大娘弟子舞劍器行幷序) - 두보(杜甫)
공손대낭의 제자가 검기무 추는 것을 보고
昔有佳人公孫氏(석유가인공손씨) : 옛날 가인이 있었는데 공손씨 라네.
一舞劍器動四方(일무검기동사방) : 검기 춤 한번 추면 사방이 동요하네.
觀者如山色沮喪(관자여산색저상) : 산처럼 모여든 구경꾼 얼굴색을 잃고
天地爲之久低昂(천지위지구저앙) : 천지는 이 때문에 오랫동안 오르내리네.
㸌如羿射九日落(곽여예사구일낙) : 번쩍거리기는 예(羿)가 한번 쏘아 아홉 해를 떨어뜨리듯
矯如群帝驂龍翔(교여군제참룡상) : 되돌려 바로잡기는 뭇 신선이 말을 타고 날아가듯 하네.
來如雷霆收震怒(내여뇌정수진노) : 돌아옴은 우뢰와 천등이 진노를 거두는 듯
罷如江海凝淸光(파여강해응청광) : 마침은 강과 바다에 밝은 빛이 모이듯 하네.
絳唇珠袖兩寂寞(강진주수량적막) : 붉은 입술 구슬 소매 모두가 적막하고
晩有弟子傳芬芳(만유제자전분방) : 늦게 둔 제자가 춤의 향기를 전하네.
臨潁美人在白帝(임영미인재백제) : 임영 미인은 백재에 있어
妙舞此曲神揚揚(묘무차곡신양양) : 묘한 춤, 이 곡조에 신명이 절로난다.
與余問答旣有以(여여문답기유이) : 나와 함께 문답함은 까닭이 있어
感時撫事增惋傷(감시무사증완상) : 시와 일에 느껴 일찍이 아픔만 더하네.
先帝侍女八千人(선제시녀팔천인) : 현종 시녀 팔천 인 중
公孫劍器初第一(공손검기초제일) : 공손 검기 춤이 제일이네.
五十年間似反掌(오십년간사반장) : 십오 년 세월이 여반장이라
風塵澒洞昏王室(풍진홍동혼왕실) : 전쟁은 심해져 왕실이 혼미하네.
梨園子弟散如煙(리원자제산여연) : 이원의 자제들 연기처럼 흩어지고
女樂餘姿映寒日(녀낙여자영한일) : 여자 약사들의 남은 자태 차가운 햇살에 비치네.
金粟堆前木已拱(금속퇴전목이공) : 금속산 무덤 앞엔 나무가 이미 크게 자라고
瞿塘石城草蕭瑟(구당석성초소슬) : 구당 돌 성엔 풀들만 쓸쓸하네.
玳筵急管曲復終(대연급관곡복종) : 좋은 잔치 빠른 피리 악곡은 끝나고
樂極哀來月東出(낙극애내월동출) : 즐거움 다하니 슬픔이 오고 동쪽에서 달 떠오네.
老夫不知其所往(노부부지기소왕) : 늙은 사내 갈 바를 모르는데
足繭荒山轉愁疾(족견황산전수질) : 거친 산에 발에는 굳은 살 생기고 수심과 질병만 생긴다.
6
고백행(古柏行) - 두보(杜甫)
오래된 잣나무의 노래
孔明廟前有老柏(공명묘전유노백) : 공명의 묘 앞 늙은 소나무
柯如靑銅根如石(가여청동근여석) : 가지는 청동구리 같고 뿌리는 돌 같이 여물다.
雙皮溜雨四十圍(쌍피류우사십위) : 껍질에는 빗방울이 흐르고 둘레는 마흔아홉 아름
黛色參天二千尺(대색삼천이천척) : 짙푸른 잎들은 하늘로 이천 척이네.
君臣已與時際會(군신이여시제회) : 임금과 신하 이미 함께 모여
樹木猶爲人愛惜(수목유위인애석) : 나무도 사람의 사랑을 받는다.
雲來氣接巫峽長(운내기접무협장) : 구름은 내려와 그 기운 긴 무협에 이어있고
月出寒通雪山白(월출한통설산백) : 달은 떠올라 그 한기가 흰 설산에 통해있네.
憶昨路繞錦亭東(억작노요금정동) : 지난날을 생각해보면 길은 금정을 돌아 동으로 향하고
先主武侯同閟宮(선주무후동비궁) : 선주와 무후가 함께 궁궐에 갇히셨네.
崔嵬枝干郊原古(최외지간교원고) : 높은 가지는 들판에서 늙어가고
窈窕丹靑戶牖空(요조단청호유공) : 그윽한 단청집은 창문마저 쓸쓸하네.
落落盤踞雖得地(낙낙반거수득지) : 굳게 서려앉아 비록 땅을 얻었으나
冥冥孤高多烈風(명명고고다렬풍) : 푸른 하늘에 홀로 높아 바람도 심하리라
扶持自是神明力(부지자시신명력) : 이로부터 부지함은 신의 힘이요
正直元因造化功(정직원인조화공) : 바르고 곧은 원인은 조화옹의 공덕이네
大廈如傾要梁棟(대하여경요량동) : 큰집이 무너질 것 같으면 동량이 필요한데
萬年回首丘山重(만년회수구산중) : 만년 후에 고개 돌려보아 그 산의 무거움을 보리
不露文章世已驚(부노문장세이경) : 문장은 드러내지 않았지만 세상은 이미 놀라
未辭剪伐誰能送(미사전벌수능송) : 베어짐도 잘리어짐도 거절하지 않지만
苦心豈免容螻蟻(고심개면용루의) : 고심하여 어찌 개미의 무너뜨림 면할 것인가
香葉終經宿鸞鳳(향섭종경숙난봉) : 향기로운 잎에는 끝내 난새와 봉황새가 자고 갈 것이네
志士幽人莫怨嗟(지사유인막원차) : 지사들과 은사들은 원망하거나 탄식하지 마시라
古來材大難爲用(고내재대난위용) : 고래부터 재목이 크면 쓰이기 어려웠다오.
7
증위팔처사(贈衛八處士) - 두보(杜甫)
위팔처사에게
人生不相見(인생부상견) : 사람살이 서로 만나지 못함은
動如參與商(동여삼여상) : 아침저녁에 따로 떠오는 참성과 상성 같구나.
今夕復何夕(금석복하석) : 오늘 밤은 다시 어떤 밤인가
共此燈燭光(공차등촉광) : 이 등잔 이 촛불을 함께 하였구나
少壯能几時(소장능궤시) : 젊고 장성하였을 때는 공부도 같이 하였는데
鬢發各已蒼(빈발각이창) : 벌써 귀밑머리 허옇게 되었구려.
訪舊半爲鬼(방구반위귀) : 옛 친구 찾으면 반이나 죽었고
驚呼熱中腸(경호열중장) : 놀라서 이름 불러보니 간장이 다 찢어지네.
焉知二十載(언지이십재) : 어찌 알았으랴, 이십 년 만에
重上君子堂(중상군자당) : 다시 그대의 집을 찾을 줄을
昔別君未婚(석별군미혼) : 옛날 이별할 때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兒女忽成行(아녀홀성항) : 어느새 자식들이 줄을 이었구나.
怡然敬父執(이연경부집) : 반가워 친구의 아버지는 나의 손을 잡고
問我來何方(문아내하방) : 나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신다.
問答乃未已(문답내미이) : 주고받는 인사가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驅兒羅酒漿(구아나주장) : 아이 시켜 술과 안주 차려오게 하는구나.
夜雨剪春韭(야우전춘구) : 밤비가 내리는데도 봄 부추 베어오고
新炊間黃粱(신취간황량) : 새로 지은 밥에는 누른 조를 섞었구나.
主稱會面難(주칭회면난) : 주인은 나에게 얼굴 보기 어렵다 하며
一擧累十觴(일거누십상) : 한번 술잔에 수십 잔을 마신다.
十觴亦不醉(십상역부취) : 열 잔을 마셔도 취하 않으니
感子故意長(감자고의장) : 그대의 깊은 옛정 느꼈기 때문일세.
明日隔山岳(명일격산악) : 내일이면 산 넘어 서로 멀리 떨어지리니
世事兩茫茫(세사량망망) : 인간사 우리 두 사람에게는 정말 막막하여라
8
망악(望嶽) - 두보(杜甫)
대종산을 바라보며
岱宗夫如何(대종부여하) : 대종산은 어떠한가?
齊魯靑未了(제노청미료) : 제나라와 초나라로 이어져 끝없이 푸르구나.
造化鐘神秀(조화종신수) : 천지에 신령함 여기에 다 모이고
陰陽割昏曉(음양할혼효) : 음지와 양지로 어둠과 밝음이 갈라지는구나.
湯胸生層雲(탕흉생층운) : 가슴을 씻어내며 층계구름 솟아오르고
決□入歸鳥(決□입귀조) : 새들은 입 벌리고 둥지로 날아드는구나.
會當凌絶頂(회당능절정) : 언젠가 꼭 정상에 올라
一覽衆山小(일람중산소) : 뭇 산이 작음을 한눈에 굽어보리라
이 시는 두보가 젊은 시절(24세) 과거에 낙방한 뒤 태산을 바라보며 상심한 마음을 달래는 내용이다. 특히 끝의 '언젠가 반드시 저 꼭대기에 올라, 소소한 뭇 산을 한번 굽어보리라'는 자주 회자되는 구절이다.
대종(岱宗)은 오악(五嶽) 가운데 동악(東嶽)인 태산(泰山)을 가리킨다. 태산은 고대 제(齊)나라와 노(魯)나라의 영토에 걸쳐 있었다. 음양(陰陽)에서 음은 산의 북쪽, 양은 산의 남쪽을 가리키며, 태산이 하도 커서 산의 북쪽은 새벽인데도 남쪽은 아직 밤이라는 뜻이다.
이 시는 두보가 24세 때 만유(漫遊)에 나서서 지은 오언고시(五言古詩)로, 현존하는 두보의 시 가운데 연대가 가장 이른 작품이다. 태산의 웅대함을 접하고 작은 산들을 굽어보는 태산처럼 되겠다는 젊은 시인의 기백이 잘 드러나 있으며, 그 기백만큼이나 시어의 운용도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9
여야서회(旅夜書懷) - 두보(杜甫)
나그네가 밤에 회포를 적다
細草微風岸(세초미풍안) : 고운 풀에, 미풍 불어오는 언덕
危檣獨夜舟(위장독야주) : 높은 돛 달고 홀로 뜬 밤 배
星垂平野闊(성수평야활) : 하늘엔 별 늘어지고 평야는 광활한데
月涌大江流(월용대강류) 달은 솟아오르고 큰 강물은 흘러만 간다.
名豈文章著(명개문장저) : 문장으로 어떻게 이름을 날릴까
官應老病休(관응노병휴) : 늙고 병들어 벼슬길도 쉬어야하는데
飄飄何所似(표표하소사) : 떠도는 이 몸 무엇과 같다할까
天地一沙鷗(천지일사구) : 천지간 한 마리 모래톱 물새라네.
10
자경부봉선현영회오수(自京赴奉先縣詠懷五首)/(自京赴奉先縣詠懷五百字) - 두보(杜甫)
봉선으로 가는 길
其一
杜陵有布衣(두릉유포의) : 두릉에 베옷 입은 이 사람
老大意轉拙(노대의전졸) : 늙어갈수록 마음이 옹졸하구나.
許身一何愚(허신일하우) : 어찌도 그리 서툴고 어리석은지
竊比稷與契(절비직여설) : 순임금 때 현신. 직과 설에 속으로 비겨본다.
居然成濩落(거연성호락) : 어느덧 일그러져 떨어진 몸이 되어
白首甘契闊(백수감결활) : 머리가 희어져도 곤궁함을 달갑게 여긴다.
蓋棺事則已(개관사즉이) : 관 뚜껑이 닫힌 후에야 모든 일이 끝나지만
此志常覬豁(차지상기활) : 그 뜻 펴기를 변함없이 바라왔다.
窮年憂黎元(궁년우여원) : 평생에 걸쳐 착한 백성들을 걱정하여
歎息腸內熱(탄식장내열) : 탄식하고 애를 태우며 살아왔고.
取笑同學翁(취소동학옹) : 동학(同學)한 노인들이 비웃기라도 하면
浩歌彌激烈(호가미격렬) : 그 목소리 호탕하게 더욱 커진다.
非無江海志(비무강해지) : 강호에 은거하고 싶은 뜻 없지 않았고
蕭灑送日月(소쇄송일월) : 때 묻지 않게 세월을 보내고 싶었으나
生逢堯舜君(생봉요순군) : 생전에 요(堯) 순(舜)같은 임금을 만나
不忍便永訣(불인편영결) : 차마 이대로 죽을 수가 없었도다.
當今廊廟具(당금낭묘구) : 지금 조정에서는 인재들을 두루 갖추어
構厦豈云缺(구하기운결) : 큰 나라 다스림에 모자람이 없건만
葵藿傾太陽(규곽경태양) : 해바라기가 태양을 향하 듯 하는
物性固難奪(물성고난탈) : 그 본성을 빼앗아 바로 할 수 없구나.
* 轉拙 : 갈수록 어리석어
* 竊比 : 가만히 속으로 비교함
* 稷과 契 : 순임금 때 신하·직은 농사. 설은 교육을 맡음
* 居然 : 과연
* 濩落 : 속이비고 못쓰게
* 契闊 : 애쓰고 고생함(청빈)
* 蓋棺 : 관 뚜껑을 닫음
* 覬豁 : 이루기를 바람
* 窮年 : 년 중 내내
* 黎元 : 백성(착한 민중)
* 彌 : 더욱
* 蕭灑(洒) : 말쑥하고 깨끗하게
* 不忍 : 참지 못함
* 廊廟 : 조정(정부)
* 構厦 : 큰 나라 꾸려감
* 葵藿 : 해바라기
* 固難奪 : 빼앗기 어렵다.
두보 43 세 때 봉선현에서 현감 양씨에게 가족을 의탁하였는데 이미 이인보의 지식인 배척으로 벼슬을 못하다가 겨우 말직인 병조 참군 자리를 얻고 가족을 보러 봉선으로 가는 길에 쓴 시로 당시 양귀비의 일족의 세도정치로 민심이 흉흉해져 이를 걱정하는 우국의 정을 실감 있게 묘사한 그의 대표작의 하나로서 500자에 걸친 서사시이다. 이를 자세히 감상하기 위하여 5 편으로 나누어 싣는다.
其二
顧惟螻蟻輩(고유누의배) : 땅강아지나 개미 같은 미물들을 생각하면
但自求其穴(단자구기혈) : 단지 제가 들어갈 구멍만 구하면 될 것을
胡爲慕大鯨(호위모대경) : 어쩌자고 큰 고래를 사모하여
輒擬偃溟渤(첩의언명발) : 그를 흉내 내어 바다로만 나가려는가?
以玆悟生理(이자오생리) : 이런 일로써 사는 이치를 깨달아야
獨恥事干謁(독치사간알) : 청탁하는 일을 스스로 부끄럽게 여기리.
兀兀遂至今(올올수지금) : 이러하게 버티며 지금에 까지 이르러
忍爲塵埃沒(인위진애몰) : 흙먼지 속에 묻혀 사는 것도 참아왔다.
終愧巢與由(종괴소여유) : 소부(巢父)와 허유(許由)에게 못미처 부끄럽지만
未能易其節(미능역기절) : 그 충심은 아직도 바꿀 수는 없도다.
沈飮聊自遣(침음요자견) : 괴로워 술을 마셔 스스로를 달래기도 하고
放歌破愁絶(방가파수절) : 큰 소리로 노래 불러 시름을 잊기도 한다.
歲暮百草零(세모백초령) : 한 해가 저물어 온갖 풀들은 시들었는데
疾風高岡裂(질풍고강열) : 매서운 바람은 산언덕도 찢을 듯하다.
天衢陰崢嶸(천구음쟁영) : 장안의 거리는 음산하고 험한데
客子中夜發(객자중야발) : 나그네(두보)는 한밤중에 길을 떠난다.
霜嚴衣帶斷(상엄의대단) : 서릿발에 매섭게 추워 옷의 띠가 끊어져도
指直不能結(기직불능결) : 손가락이 곱아 고쳐 매기도 어렵구나.
凌晨過驪山(능신과여산) : 이른 새벽에야 여산을 지나니
御榻在嵽嵲(어탑재질얼) : 임금 계신 곳은 저 험하고 높은 곳이겠지.
* 螻蟻輩 : 땅강아지. 개미들
* 胡爲 : 어쩌자고
* 輒擬 : 즉시 하려함
* 偃溟渤 : 널고 험한 바다에 엎드림(당시 이백은 "바다물이 끓어 용솟음치며 고래가 날뛰고 안록산이 반란하여 백성을 괴롭힌다."라 하였다.)
* 悟生理 : 혼탁한 사회에 빠지지 않음을 깨달음
* 獨恥 : 스스로 부끄러운 짓을 않는다.
* 事干謁 : 벼슬자리를 청탁함
* 兀兀(올올) : 우뚝하니 홀로 고생을 참다
* 塵埃沒 : 먼지 속에 묻힘
* 終愧 : 끝내 부끄럽다
* 巢與由(소여유) : 요임금이 천하를 주겠다는 말을 듣고 영수에 귀를 씻고 은둔한 처사 소부와 그 말을 들은 허유는 영천수가 더러워 진다하여 그 상류에 가서 소에 물을 먹였다는 고사.
* 易其節 : 그 본래의 충절은 변함없다
* 聊 : 잠시나마
* 自遣 : 스스로 달램
* 破愁絶 : 큰 시름을 푼다.
* 百草零 : 모든 풀이 사들다
* 疾風 : 심한 바람
* 高岡裂 : 높은 언덕이 갈라질 듯
* 天衢 : 장안의 거리
* 崢嶸 : 산이 높고 가파름
* 霜嚴 : 서릿발이 차가워
* 凌晨 : 이른 새벽
* 驪山 : 장안 동쪽의 산으로 온천이 있고 현종이 화천궁을 지어 양귀와 놀았다.
* 御榻 : 어좌
* 嵽嵲(질얼) : 산이 험하고 높다
* 땅강아지나 개미 같은 미물도 제 굴 하나로 살아가는데 사람의 탈을 쓰고 고래 같은 욕심을 부려 청탁으로 흐려놓는 처세를 비평하고 곤궁을 감수하며 못나게 살아 왔어도 소부·허유 같은 현인을 본받지 못함을 부끄러워하는 우국혼이 쓰여 있다. 충성을 바쳐야 할 임금(현종)에 대하여
여산의 양귀비와 놀고 있음을 불안하게 걱정한다.
其三
蚩尤塞寒空(치우색한공) : 치우(전설의 마왕)가 추운 허공을 가리고
蹴踏崖谷滑(축답애곡활) : 벼랑과 거친 계곡을 걸어가니 미끄럽기도 하네.
瑤池氣鬱律(요지기울률) : 여산의 온천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羽林相摩戞(우림상마알) : 우림군(근황대))의 지키는 창 소리는 쨍그랑거린다.
君臣留歡娛(군신유환오) : 임금과 신하는 마냥 머물러 오락을 즐기니
樂動殷膠葛(악동은교갈) : 음악소리 하늘높이 넓고 멀게 울려 퍼진다.
賜浴皆長纓(사욕개장영) : 황은으로 목욕하는 이는 모두 고관 귀족들이고
與宴非短褐(여연비단갈) : 잔치에 참여한 이들도 착한백성들은 아니구나.
彤庭所分帛(동정소분백) : 궁궐에서 그 비단을 하사하는데
本自寒女出(본자한녀출) : 이는 본래 가난한 집 아낙들이 만들었을 테지.
鞭撻其夫家(편달기부가) : 그 집의 남편과 가족을 매질하여
聚斂貢城闕(취렴공성궐) : 모질게 거둔 것을 공물로 대궐에 바친 것이리.
聖人筐匪恩(성인광비은) : 임금이 이 물품들을 하사한 뜻은
實願邦國活(실원방국활) : 원래 나라를 구하고자 한 것이었는데
臣如忽至理(신여홀지리) : 신하가 이 지극한 뜻을 소홀히 여기어
君豈棄此物(군기기차물) : 임금 하사품의 뜻을 어찌 그리 저버리는가.
多士盈朝廷(다사영조정) : 많은 선비들 조정에 가득히 넘친다지만
仁者宜戰慄(인자의전률) : 어진이라면 마땅히 두려워 떨어야 하리.
況聞內金盤(황문내금반) : 하물며 대궐 내의 황금기물 모두를
盡在衛藿室(진재위곽실) : 위씨와 곽씨 집으로 가져갔다 하더라.
* 蚩尤 : 옛 황제와 싸워 패했다는 전설의 마왕
* 蹴踏 : 걷어차고 감
* 崖谷滑 : 계곡. 벼랑이 미끄러움
* 瑤池 : 곤륜산의 서왕모가 있던 곳 전설(여기서는 여산의 온천지)
* 鬱律 : 김이 피어오르다
* 摩戞(마알) : 창 부디 치는
* 留歡娛 : 오락을 즐기며 머물다.
* 樂動 : 음악이 울림
* 殷 : 은은히
* 膠葛 : 광대하게
* 賜浴 : 목욕하는 혜택
* 長纓 : 긴 갓끈(고관)
* 短褐 : 짧은 베옷(서민)
* 彤庭 : 붉은 흑의 궁정
* 分帛 : 비단을 하사함
* 寒女 : 가난한 여인(서민)
* 鞭撻 : 채찍으로 침
* 聚斂 : 혹독하게 긁어모음
* 貢城闕 : 대궐에 바치다.
* 聖人 : 임금
* 筐匪 : 대 광주리(하사품을 담은)
* 忽至理 : 지극한 도리를 소홀히 함
* 盈 : 가득히
* 仁者 : 知仁勇의 三達德을 가춘 선비
* 宜戰慄 : 잘못을 저지르지 않나 무서워한다.
* 況聞 : 하물며 듣건대
* 內 : 대궐 안
* 盡 : 모두
* 衛藿室(위곽실) : 한무제 총희 衛靑과 그 친척 藿(곽)去病 (여기서는 양귀비를 은유한말) 즉 총애를 받는 양귀비 일족의 집으로 여산의 온천에서 양귀비 일족과 놀고 지내는 권신의 사치와 백성의 수탈이 임금의 뜻과 달리 횡행하니 이를 크게 걱정하고 있다
其四
中堂有神仙(중당유신선) : 대궐 안방에는 선녀 같은 여인들이 노니는데
煙霧蒙玉質(연무몽옥질) : 안개서린 얇은 옷으로 옥결 같은 몸을 감쌌구나.
客煖貂鼠裘(난객초서구) : 귀공들을 따뜻하게 하는 것은 담비가죽옷이고
悲管逐淸瑟(비관축청슬) : 구슬픈 피리소리에 맑은 거문고소리가 따른다.
勸客駝蹄羹(권객타제갱) : 둘러앉은 관객에게는 낙타족탕을 권하고
霜橙壓香橘(상등압황귤) : 잘 익은 유자에다 향기로운 귤이 올려있다.
朱門酒肉臭(주문주육취) : 귀족의 붉은 문 안에서는 술과 고기 냄새요
路有凍死骨(노유동사골) : 길가에는 얼어 죽은 사람들의 뼈가 구른다.
榮枯咫尺異(영고지척이) : 영화로움과 괴로움이 지척 간에 판이하니
惆愴難再述(추창난재술) : 슬프고 실망한 마음 이루 다시 표현할 수 없구나.
北轅就涇渭(북원취경위) : 북으로 수레 돌려 나가니 경수와 위수라
官渡又改轍(관도우개철) : 관영 나루터에서 다시 수레를 갈아탄다.
群氷從西下(군빙종서하) : 큰 어름줄기는 서쪽으로부터 내려오고
極目高崪兀(극목고줄올) : 멀리 보이는 끝이 아득히 높으니
疑是空同來(의시공동래) : 이것이 공동산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닌가 싶고
恐觸天柱折(공촉천주절) : 하늘기둥(높이 솟음)에 부딪혀 부러질까 두려워라.
河梁幸未坼(하량행미탁) : 큰 강의 다리는 다행히 부러지지는 않았지만
枝撑聲悉窣(지탱성실솔) : 교각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불안하구나.
行旅相攀援(행려상반원) : 길가는 나그네들 서로 끌어 잡아 도와주는데
川廣不可越(천광불가월) : 강이 워낙 넓어 건너기가 매우 힘들다.
* 中堂 : 대궐의 안방
* 蒙 : 얇은 옷을 입다
* 玉質 : 옥녀 미녀
* 客煖 : 귀족을 따듯하게
* 貂鼠裘(초서구) : 담비 가죽을 안에 바친 옷
* 悲管 : 슬픈 피리소리
* 淸瑟 : 맑은 거문고소리
* 駝蹄羹(타제갱) : 낙타 족탕
* 霜橙 : 서리 맞은 유자(익은 유자)
* 香橘(향귤) : 향기 나는 귤
* 朱門 : 붉은 문 궐이나 귀족의 집 기둥
* 榮枯 : 영화와 질곡
* 咫尺(지척) : 8치, 아주 가까운 거리
* 惆愴 : 실망하고 슬픔
* 再述 : 다시 말함
* 北轅 : 말 멍에를 북으로
* 涇渭 : 경수와 위수
* 官渡 : 관영 나루
* 改轍 : 길을 바꾼다.
* 極目 : 끝까지 보인다.
* 崪兀 : 험하고 높음
* 空同 : 감숙성의 산(경수·위수 발원지)
* 天柱 : 『회남자』는 태고에 공공(共工)이 전욱과 제왕의 자리를 두고 다투어서 패하자, 화가 나서 불주산에 부딪쳐서 천주가 꺾이고, 끈이 끊어져, 대지가 동남쪽으로 기울었다. 그 결과, 대지의 동남 부분이 바다가 되고, 천하의 강은 모두 거기에서 흘러나왔다고 한다. 또한 산악이 천주라고도 하며, 특히 곤륜산이 세계의 중앙에 위치해서 하늘을 바치는 기둥이 되고 있으며, 천상, 지상, 지하 세 곳의 세계가 거기에서 결합하고 있다고 한다.
* 河梁 : 강의 다리
* 未坼 : 아직 문어지지 않았다
* 枝撑 : 받침대
* 悉窣 : 삐걱거림
* 攀援 : 부축해 오름
* 越 : 건너다.
귀족고관들의 비단 가죽 호화 옷에 낙타 족탕의 귀한 음식 미녀들의 호사방탕을 비평하고 그 옆의 백성들의 고초와 비교할 때 슬프고 실망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한다. 길거리에는 추위에 굶어죽은 시체가 즐비함을 보고 큰 강을 건너 공동산의 험준한 어름벽의 위험함을 노래하며 당시 조정의 위태함을 은근히 비유하고 있다.
其五
老妻寄異縣(노처기이현) : 늙은 처는 딴 고을에 부쳐 사는데
十口隔風雪(십구격풍설) : 열 식구가 바람과 눈 속에 떨어져 있다.
誰能久不顧(수능구불고) : 뉘라서 오래도록 그 어려움을 돌볼 수 있으랴.
庶往共饑渴(서왕공기갈) : 굶주림도 목마름도 같이 하자며 살아 왔네.
入門聞號咷(입문문호도) : 문을 들어서니 부르며 우는 소리 들린다.
幼子餓已卒(치자아이졸) : 어린 아들이 굶주려 죽고야 말았구나.
吾寧捨一哀(오영사일애) : 내 어찌 슬프지 않을 수 있으리.
里巷亦嗚咽(이항역오열) : 마을 사람들도 역시 흐느껴 우는구나.
所愧爲人父(소괴위인부) : 부끄럽다, 사람의 아비가 되어서
無食致夭折(무식치요절) :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게 만들다니.
豈知秋禾登(기지추화등) : 가을이라 벼도 거두었건만
貧窶有倉卒(빈구유창졸) : 가난한 집에는 이런 변고 당하는구나.
生常免租稅(생상면조세) : 나야 나면서 선비라고 조세도 면제되었고
名不隸征伐(명부예정벌) : 이름도 병적에는 오르지 않았지만
撫跡猶酸辛(무적유산신) : 지난 날 돌아보면 이럼에도 쓰리도록 아픔뿐인데
平人固騷屑(평인고소설) : 백성들의 괴로움은 얼마나 하리.
默思失業徒(묵사실업도) : 가만히 일자리 잃은 무리들을 생각하고
因念遠戍卒(인념원수졸) : 멀리 싸움터에 있는 병졸들 떠올리니
憂端齊終南(우단제종남) : 걱정은 종남산(終南山)만큼이나 크고 높아
澒洞不可掇(홍동불가철) : 그 혼란스러움 종잡을 수 없어라.
* 隔風雪 : 눈바람 험한 곳에 떨어져 있다
* 庶 : 바람
* 饑渴 : 굼주림
* 號咷 : 큰소리로 울부짖다
* 餓已卒 : 굶어서 이미 죽음
* 寧 : 어찌
* 捨 : 않다.
* 里巷 : 마을 사람
* 嗚咽 : 흐느껴 울다
* 所愧 : 부끄럽게 여기는바
* 致 : 이르다
* 夭折(요절) : 어린나이에 죽음
* 秋禾登 : 추수가 잘됨
* 貧窶 : 가난하고 쪼들림
* 倉卒 : 다급한일
* 免租稅 : 선비에게 세금면제
* 隸 : 속하다
* 征伐 : 병역
* 撫跡(무적) : 자기인생을 돌이켜봄
* 猶酸辛 : 이런대도 쓰리도록 고생했다
* 騷屑 : 인정하지 못하고 부인
* 因念 : 또한 생각 한다.
* 遠戍卒 : 멀리나간 병졸
* 憂端 : 걱정의 갈래
* 終南 : 종남산
* 澒洞 : 혼란스러움
* 不可掇(불가철) : 걷잡을 수 없다
집에 돌아와 처자와 만나며 가족애를 표현하고 있다. 처자들의 초라한 몰골. 굶어죽은 어린자식 이야기. 아비의 책임감을 나타낸다. 이와 같이 개인의 성취동기와 가족 사랑이 깊었으나 또한 사회 서민의 걱정. 나아가 공직자의 무책임을 비판하고 나라의 평안을 추구하려는 유가적 인본주의로 현대에도 본받을 만한 이타주의의 사상이 자세히 표현되어 있다.
잘 담아진 성어들과 함께 이런 점이 이 작품을 시성 두보의 대표작의 하나라고 칭송하는 것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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