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를 퇴치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살충 성분이 있는 모기약을 뿌리는 것이다. 그러나 살충제의 독성 물질은 사람한테도 해롭다. 살충제를 계속 쓰다 보면 모기에 내성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런데 일본 연구자들이 모기약을 사용하지 않고도 모기를 잡는 새로운 기술을 선보였다.
일본 생활용품제조기업 가오 코퍼레이션과 이화학연구소(RIKEN) 공동연구진은 비누, 세제, 샴푸 등의 주성분인 계면활성제 스프레이를 이용하면 모기를 효과적으로 퇴치할 수 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다. 비누에는 보통 계면활성제가 10~30% 들어 있다.
연구진은 흰줄숲모기(Aedes albopictus)를 대상으로 분무기를 이용해 계면활성제 용액을 모기 몸체에 뿌린 결과, 날아다니거나 벽에 붙어 있던 모기가 더는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모기 몸체와 날개 표면은 매우 미세한 비늘과 섬모로 덮여 있다. 이렇게 올록볼록한 미세 구조는 몸에 달라붙는 물을 튕겨낸다. 덕분에 모기는 물에 젖지 않고 비행할 수 있다. 계면활성제는 모기의 이런 능력을 무력화했다.
연구진이 모기 퇴치 물질로 계면활성 떠올리게 된 건 지난 2020년 윤활제로 쓰이는 실리콘 오일로 모기 다리를 적시면 모기가 사람 피부에 착지하지 못하는 걸 발견한 것이 계기가 됐다. 연구진은 이에 착안해 모기 몸과 날개를 적시면 모기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모기 몸을 적실 수 있는 물질로 계면활성제에 주목했다.
계면활성제는 친수성과 소수성을 함께 갖고 있어 물질과 물질의 경계면(계면)에서 두 물질의 성질을 변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예컨대 물과 기름의 경계면에 계면활성제가 작용하면, 이전까지 따로따로 놀던 물과 기름이 서로 섞인다. 마찬가지로 물에 계면활성제를 추가하면 이 수용액의 표면 장력이 떨어져 물을 튀기는 표면에도 잘 들러붙는다. 연구진은 물을 튀기는 성질을 갖고 있는 모기 몸의 표면에 계면활성제 용액을 뿌린 결과, 모기 몸이 물에 흠뻑 젖는 것을 발견했다.
계면활성제 용액에 젖은 날개는 더는 퍼덕이지 못했고, 다리는 더는 벽에 붙어 있지 못했다. 계면활성제 중 하나인 디옥틸설포석신나트륨(dioctyl sulfosiuccinate, DOSS) 용액으로 실험한 결과, 계면활성제 농도가 짙을수록 효과가 빨리 나타났다. 연구진은 “계면활성제를 넣어 물의 표면장력을 72mN/m에서 30mN/m으로 낮춘 용액을 30cm 거리에서 모기에게 분사했더니 벽에 붙어 있던 모기가 바닥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바닥에 떨어진 모기 몸체에 남아 있는 계면활성제 분자의 양은 평균 112.5나노그램이었다. 순수한 물을 분사한 실험에서는 모기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연구진은 또 모기 몸에 달라붙은 계면활성제 용액이 모기 몸의 표면에 난 숨구멍(기문)을 막아버림으로써 모기의 질식사를 유도하는 것도 확인했다. 모기 몸에는 가슴과 배 부분에 각각 2쌍, 7쌍의 숨구멍이 있다. 실험 결과 30mN/m의 표면장연구자들은 논문에서 “계면활성제 용액은 모기의 살충제 내성 문제를 야기하지 않으면서 강력하고 안전하게 모기를 제어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실제로 계면활성제 용액을 분무기나 스프링클러로 뿌리는 모기 퇴치법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