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지리산 종주 산행을 하고 왔다. 지난 8일 목요일 밤에 출발해서 9일 한글날과 10일까지 1박 3일의 여정이었다.
연휴가 아니었으면 이런 기회도 쉽지 않았을 터, 다행히 잠을 잘 수 있는 지리산 대피소 예약을 할 수 있어서 가능했다.
지리산 종주는 많은 산꾼들의 소망이기도 하다. 그만큼 인내심과 강한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가능하다.
누구한테는 지리산 종주가 평생의 꿈이어서 버킷 리스트에 올려져 있기도 하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하는 것이나 제주 올레길을 전부 걸어보는 것이 버킷 리스트에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지리산도 그렇다. 나는 20대와 30대 시절에 지리산을 몇 번 완주한 적이 있다. 1995년인가? 그때가 마지막 종주였으니 근 30여년 만에 다시 종주를 한 셈이다.
그동안 마음은 있었지만 선뜻 실행에 옮기지를 못했다.
죽이 잘 맞는 선배가 있다. 58년 개띠, 만나면 나이 차이를 크게 느낄 수 없을 만큼 많은 것이 서로 잘 맞았다.
내가 20대 때 만났지만 60이 다 되어서야 더 친해지게 된 사람이다. 그가 작년에 지리산 종주를 하자고 했는데 대피소 예약을 하지 못해 번번히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 봄에 선배가 다시 지리산 종주 이야기를 꺼냈다. 당신 몸이 작년 다르고 올해 다르다고 했다.
이러다 영영 종주를 못할지도 모른다면서 더 늦기 전에 종주를 하자고 한다. 운 좋게 지리산 대피소 예약에 당첨이 되었다.
국립공원 대피소 예약이 예전에는 선착순이었으나 추첨제로 바뀐 후, 예약이 아주 힘들어졌다.
주말은 완전 하늘의 별따기에 비교할 만하다. 당첨 발표가 지난 여름이었고 그때부터 나는 세부적인 산행 계획을 짰다.
지리산 종주는 몇 개의 코스가 있는데 화대종주, 성중종주, 성백종주 등이다.
화대종주는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 걷는 종주 코스로 46.2㎞에 이른다. 화대종주는 엄두가 나지 않아 내가 어제 완주한 코스는 성중종주로 성삼재에서 중산리까지 33.5㎞다.
예전에는 무박으로 종주를 하기도 했으나 이제 그런 것은 무리고 1박을 해야만 가능하다. 이날 산행은 셋이었다. 선배와 나, 그리고 64년생 후배가 함께 했다.
9일 새벽 2시 50분, 성삼재를 출발했다.
노고단 대피소를 거쳐 반야봉으로 향했다. 반야봉 일출을 보기 위해서다.
천왕봉으로 가는 도중 반야봉 갈림길인 노루목이다. 선배의 체력 안배를 위해 나와 후배만 반야봉으로 향했다.
얼른 반야봉 올라가 일출을 본 후 선배를 따라 잡기로 약속을 했다.
반야봉 정상을 조금 앞두고 날이 조금씩 밝아오기 시작했다. 해뜨기 직전 붉게 물든 하늘에 초승달이 떴다. 하현달이다.
반야봉에 도착해서 본 일출 직전의 모습이다. 여전히 오른쪽 위에 초승달이 보인다.
반야봉에서 일출을 아주 오랜만에 본다. 2026년 10월 9일 반야봉 일출 시각은 6시 26분이었다.
장엄한 일출을 본 후, 주변을 둘러보니 반야봉의 절경이 펼쳐진다.
반야봉 일출 기념 샷을 남기고 하산을 했다.
반야봉을 내려 오면 바로 삼도봉이다. 전남, 전북, 경남 이렇게 세 도의 경계점이라 해서 삼도봉이라 부른다.
지리산은 전남 구례, 전북 남원, 경남 하동, 함양, 산청 등 3개 도와 5개 시군에 걸쳐 있는 방대한 면적을 자랑한다.
삼도봉을 지나 화개재에 이르면 본격적으로 험난한 종주 코스가 시작된다.
단풍 구경을 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했다.
한 무리의 구절초가 산꾼을 반긴다.
벽소령 대피소에 도착하니 선배가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간식을 먹으며 체력 보충을 했다.
벽소령과 세석 사이에 있는 선비샘이다. 최근 가물어서 선비샘도 물이 조금씩 나왔다. 지리산 능선길에는 군데군데 이런 샘물이 있기에 산꾼들이 목을 축일 수 있다.
칠선봉을 지나면 본격적인 절경이 펼쳐진다. 지리산도 완연하게 가을 물이 들어가고 있었다.
능선길에 펼쳐지는 절경들이다. 셋은 아무 대화도 없이 그저 묵묵히 걸을 뿐이었다. 하긴 이런 산에서 무슨 대화가 필요하겠는가.
멀리 최고봉인 천왕봉이 보인다.
뒤를 돌아보니 걸어 왔던 능선길이 아스라이 펼쳐진다. 저 멀리 구름 아래에 아스라이 보이는 봉우리가 아침에 일출을 봤던 반야봉이다.
영신봉을 지나면 곧 세석평전에 도착한다.
이날 1박을 한 세석대피소에서 바라본 세석평전이다. 이 높은 곳에 이런 평지가 있는 것이 신기하다.
지금은 출입을 금지해서 수목이 무성히 자라 평지처럼 보이지가 않는다. 예전에는 이곳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기도 했다.
다음 날인 어제 새벽 2시 20분에 일어나 3시에 세석대피소를 출발했다. 천왕봉 일출을 보기 위해서다. 전날 7시쯤에 잠자리에 들었는데 나는 깨지 않고 7시간 동안 완전 꿀잠을 잤다.
1시간 30분쯤 걷자 연하봉이 나온다. 연하봉은 설악산 대청봉과 비슷한 높이는 해발 1710m다.
지리산 능선길에서 이곳 풍경이 아주 멋진데 아쉽게도 어두워 볼 수 없었다. 대신 하늘에는 별이 총총 밝아서 산꾼들의 아쉬움을 달래 주었다.
천왕봉에 도착하니 일출 보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지리산 천왕봉을 여러 번 올랐지만 이렇게 멋진 일출은 처음이었다. 선배가 붉게 물드는 하늘을 보면서 힘든 것도 잊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어제 천왕봉 일출은 6시 29분이었다.
떠오르는 붉은 해를 눈이 부셔 볼 수가 없다. 선그라스를 쓰고서야 제대로 쳐다볼 수 있었다.
해가 뜨자 어둠에 잠겨 있던 지리산 능선도 일제히 잠에서 깨어났다. 이렇게 가슴 벅찬 풍경이라니,,
천왕봉의 높이는 1915m로 한라산을 빼면 남한 최고봉이다. 표지석 뒤편에는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천왕봉에서 거의 1시간 가까이 머물렀다. 중산리로 하산을 했다. 선배는 언제 다시 이곳을 올 수 있겠느냐면서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
천왕봉을 내려 오면서 본 중산리 방향 계곡이다. 이곳 또한 깊고 깊어서 아득하단 말이 딱 들어 맞는다.
중산리 쪽도 단풍 물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절인 법계사에 도착했다. 법계사는 한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절이라고 한다.
절간 처마 밑에 달린 물고기 풍경이 단풍 구경을 하느라 무지 바쁘게 움직였다.
법계사는 그리 큰 사찰은 아니지만 서사가 있는 절이라 마음이 간다. 법계사에도 가을이 곳곳에서 머물고 있었다.
우리도 법계사 곳곳을 둘러보며 오래 머물렀다.
중산리 방향에서 만나는 칼바위다. 작은 칼, 큰 칼이 나란히 서서 산꾼들을 반겼다.
드디어 종착점인 중산리에 도착했다. 하산 후에 셋이 소맥으로 성중종주를 자축했다. 선배가 가장 기뻐했다.
&이날 산행 세부 기록
02시 50분 성삼재 출발
03시 30분 노고단대피소
05시 20분 노루목
06시 10분 반야봉
07시 20분 삼도봉
08시 30분 토끼봉
10시 00분 연하천대피소
11시 50분 벽소령 대피소
13시 20분 선비샘
14시 50분 칠선봉
15시 40분 영신봉
16시 00분 세석대피소
첫째날 산행 거리 약 24Km
(반야봉 왕복 2Km 포함)
총 산행 시간 13시간 10분
03시 05분 세석대피소 출발
05시 10분 장터목대피소
06시 15분 천왕봉
09시 50분 법계사
10시 30분 로타리대피소
11시 20분 칼바위
11시 50분 중산리 탐방센터
둘째날 산행 거리 약 11.5Km
산행 시간 휴식 포함 8시간 40분
이틀 동안 총 산행 거리 35.5Km
총 산행 시간 휴식 포함 21시간 50분
첫댓글
정말 모처럼 전해 듣는 지리산 서사~~
30,40대의 화대종주,
60대 초반의 성중 종주,
그리고,
십여년의 세월~~
언제 가 볼수 있으려나^
가면 탈 수는 있을까?
왠지 속이 싸해진다~~^
와우~ 그리운 선배님도 60대 초반에 성중종주를 할 정도였으면 완전 산꾼이셨군요. 어제 함께 종주를 한 개띠 선배가 내년에 칠순이라네요.
종주한 자신이 대견하다면서 엄청 스스로 칭찬하는데 저도 기분이 좋았답니다. 나이가 쬐끔 더 많은 그리운 선배님도 아직 젊어요.ㅎ
유현덕님
지리산 종주
하셨군요.
잘 하셨습니다.
부럽습니다
신미주님 잘 지내시지요?
재작년부터 선배가 종주를 하자는 말을 자주 했었는데 이번에 제대로 지리산을 타고 내려왔습니다.
항상 관심 주시니 감사합니다.
좋은 날들 되세요.
울유현덕님 지리산 종주산행기를 읽으며 대리만족을 느껴봅니다.
젊어 한 때 산행을 즐겼었던 추억을 되새겨 보기도 하면서 말입니다.
반야봉 일출사진 배경으로 서있는 유현덕님 사진 등 멋진 사진들 바라보며 눈호강했습니다. ^^*
수피 방장님께서 예전에 등산을 즐겨 하셨다는 것을 저도 알고 있지요. 방장님이 한때 산꾼이셨기에 이런 산행기가 더 눈에 잘 들어오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해 뜨기 전의 손톱달과 반야봉 일출 장면이 아직도 눈에서 아른거리네요. 방장님도 멋진 가을날 보내시기 바랍니다. ㅎ
현덕님 잘하셨읍니다 저는 같은날 8일저녁 남서울에서 함양가서 택시로 백무동 4시부터 산행시작 정상찍고 중산리하산 중산리에서 민박하고 10일 함양에서 상림공원 산책하고 마침 산양삼 축제구경하고 상경했어요 저도 대피소 예약을 못해서 코스를 그렇게 잡았죠 또한 친구2명은 처음 산행이라 무척 힘들어하지요
저는 풍산님이 더 대단하신 분으로 보입니다.
풍산 선배님이 오르셨다는 백무동 천왕봉 중산리 코스가 워낙 가팔라서 10시간 이상은 잡아야 하는데 처음 산행하신 친구분들께서 많이 힘들어 할 만하지요.
공교롭게 저와 날짜가 겹쳐 천왕봉에서 만날 뻔했습니다. 첨부한 사진을 보니 풍산 선배님은 진짜 현역 산꾼이 맞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짧은코스로 당일치기로
정상을 밟아보곤
종주는 못해봐서
아쉬움이 많다
기회가 있을런지
모르겟네요.
잘 보았습니다.
저도 삼밭골님처럼 그동안 짧은 코스로 당일치기나 무박으로 천왕봉을 오르곤 했더랬습니다.
함께 한 선배님은 조금 힘들어 했지만 저는 그리 힘든 줄 모르고 걸었답니다. 대피소 1박이 체력 보충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종주를 하겠다는 선배의 강력 의지가 아니었다면 저도 실행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우와~
일출도 멋지지만
지리산 종주?
대단합니다
난
지리산 근처만
가보았지만
정상은 가보질 못했답니다
지리산 단풍과 구석구석
올려주신 영상들
잘보았습니다
고마워요~^ ^
벼리님의 솔직 담백한 댓글이네요.
멀리서 보는 지리산 자락 또한 장엄하니 벼리님도 지리산을 절반쯤은 경험하신 셈이라 해도 되겠습니다.
사진을 좀 줄일까 했다가 이왕 찍은 거 그냥 전부 올리기로 했답니다. 벼리님의 풍성한 가을을 빕니다.
저도 감사합니다.ㅎ
지리산 종주 산행기,
너무 잘 읽었습니다
읽는내내
감동이 벅차 오릅니다..
일출광경이 장관입니다..
저는 지리산은
노고단에 올라가 본것이 다 입니다
스위트리님도 지리산 노고단을 오르셨나 보군요.
엄마 품속 같은 노고단에 가신 것만으로도 지리산의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저의 산행기가 감동이셨다니 스위트리님도 산을 사랑하는 분입니다.
감사합니다.
55세 10월에 옆지기랑 다녀온 지리산 !!
그때는 젊고 산을 타던때라 겁없이
다녀 왔었지요
저희부부도 천왕봉 일출을보며 행복해 하던때가 엇그제 였었는데 ㅠ
현장감 있게 세세히 올려 주시니 그때를 추억하며 눈호강을 했네요
이제는 작은 야산도 엄두를 못내고
둘레길 정도로만 만족하고 사는 나이가 되다보니 엄청 부럽습니다
지리산 종주산행을 축하드림니다
여성시대님도 천왕봉 일출을 경험하신 분이시네요. 제 주변에 천왕봉을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영영 못가고 나이 들어버린 사람도 있답니다.
그래도 여성시대님은 그때 다녀오신 터라 아직까지 그 추억이 남이 있지 싶습니다. 당시 겁없이 저지른 지리산행은 아주 잘한 선택이셨습니다.
누구든 노화를 비켜갈 수 있겠는지요. 이제 둘레길 쉬엄쉬엄 걸으면서 남은 인생 후반전 즐겁게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솔직함이 담긴 댓글 고맙습니다.
천왕봉 일출은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데 진짜로 덕을 쌓았나 봅니다 저는 지리산 종주를 3번이나 했는데도 천왕봉 일출을 못봤습니다. 그때마다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아니면 눈이 왔습니다
암팡신사님 말씀처럼 저도 천왕봉 일출을 제대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답니다. 그동안 늘 구름이 잔뜩 끼었거나 안개에 휩싸인 것만 보았었지요.
반야봉 일출까지 저는 이틀 연속 장엄한 풍경을 봤으니 완전 행운이었지 싶네요. 앞으로 암팡신사님도 행운이 오기를 바래봅니다.
멋진 가을날 되시구요.
와~ 대단하세요
30여 년 만에
다시 오른 지리산 종주라니
그 열정과 도전 정신이 정말 멋집니다
아름다운 일출과 단풍들이 장관이네요
덕분에 저도 지리산의
장엄한 풍경을 함께 느껴봅니다
유현덕님 수고 하셨어요 ~^^
수향님 잘 지내시나요?
지리산 종주를 그동안 마음에만 담고 있다가 이번에 단단히 마음을 먹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이래서 주변 사람의 영향을 받는다는 말이 있나 봅니다.
일기예보로는 둘쨋날에 비가 온다고 해서 천왕봉 일출은 기대하지 않았는데 95점짜리 일출을 보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저의 산행기로 수향님께서 힐링을 하셨다니 저도 기분이 좋네요. 항상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와우~~!!
유현덕님 넘 넘 반갑습니다
소식 궁금하던 차 우연히 유현덕님 글을 만나다니
무척 반갑고 건강하신 모습에 기쁨입니다
지리산 종주 대단하십니다
지리산 쪽으로 여행을 많이 하여 천왕봉까지 등산은
못했지만 노고단까지 가 봤어요
천왕봉 일출은 자연의 신비로 환상적입니다
어쩌면 단풍도 저리 고울까요,
산그리매를 무척 좋아하는데 마음껏 즐기고 있습니다
넘 넘 아름답습니다
덕분에 힐링하는 밤 입니다
고맙고 감사드리며,
늘 건강과 행복을 기원드립니다~~
우와~ 아주 반가운 김지원님시네요.
제가 요즘 카페 출입을 자주 못하다 보니 더욱 오랜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김지원님도 노고단까지 가셨으면 지리산을 많이 사랑하는 분이시네요. 지리산은 밋밋한 듯하면서도 묘한 매력이 있는 산입니다.
이번 천왕봉 일출은 기대하지 않고 갔다가 만났기에 더욱 감동이었지 싶습니다. 날씨는 제가 선택할 수 없는 거라서 순전히 행운으로 만난 너무나 멋진 일출이었습니다.
반가운 김지원님의 정성이 담긴 댓글을 보니 제가 산행기 올리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댓글 소통의 기쁨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싶구요. 감사합니다.
김지원님도 항상 건강한 날들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