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저께는 수업이 점심 시간 전에 모두 끝났다.
다음주에는 다섯 과목의 중간고사를 연속으로 봐야 하고,
이번주에 제출해야 하는 리포트가 전부 합쳐 네 개였지만,
날씨는 너무 좋았고, 카메라에 장전해 둔 필름은 열 장이 남았다.
새로 구입한 니콘 F-65D 기종으로 필름 열 롤 정도를 찍어본 뒤에
기본으로 장착된 50mm 표준 렌즈에서 망원계 렌즈로 바꿔 달아보려고 했는데,
흑백 필름을 우연히 알게 되어서 요즘은 표준 렌즈로 찍는 흑백 인물 사진에 푹 빠져있다.
가을. 수확을 앞둔 시골 풍경을 찍어보자는 생각으로 경춘선을 탔다.
경춘선 통일호는 주말이 아닌데도 붐빈다.
한 시간 만에 청평역에 내렸다. 공기가 맑다.
강둑 쪽으로 나가보니 까마귀가 여남은 마리 정도 날아다니고,
소똥 냄새가 조금 심하게 나고, 사람은 아무도 없고, 물소리만 들린다.
늙은 호박을 반으로 갈라 속을 파내고 있는 할머니가 계시길래
가까이 다가가서 사진기를 들이댔더니 나를 바라보며 멋적게 웃으신다.
나중에는 할아버지까지 나오셨는데, 엉거주춤하게 포즈까지 잡아주신다.
칼라 필름이 아니라서 평상에서 마르고 있는 빨간 고추의 아름다운 빛깔은 담을 수 없겠지만,
흑백 필름으로도 할머니의 이마와 손등의 깊은 주름은 정확하게 담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부서진 대문, 흙이 떨어져 나간 토담, 더이상 사람이 살지 않는 집,
다리가 달린 흑백 TV 가 있던 시절의 우리집에 있었던 것 같은 뒷간.
흑백으로 찍어야 그 참된 존재감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 것들.
돌아오는 길에는 대성리역에서 유치원생들이 열차에 단체로 올라탔다.
노란 옷을 입고,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노래도 부르고 구호도 외친다.
청량리역에 내렸을 때 도심 쪽으로 보이던 노을은 푸른빛이었다.
첫댓글 니콘 65라...니콘 보급형 기종중엔 좋은 기종이네요 ^^;;; 좋은 사진 많이 찍으시길 ^-^ 니콘...흑백 사진은 니콘이 무적(?)이라는데...카메라 성능에 맞게 잘 찍으시네요 ^^;
마음이 여유로와 지네요
저도 사진에 푹 빠졌답니다... 전 Canon 쓰는뎅...^^
정확한 기종은 Canon EOS 300 쓴답니다...
오호 좋으셨겠당...... 사진도 올려 주셔야지요? ㅋㅋㅋ
ㅋㅋ 전 케논 10-D를 쓴답니다...담에 같이모여서 사진찍으면 넘좋겠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