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0일 하느님 신뢰
구약의 요셉은 아버지 야곱이 살아있다는 말을 듣고 수십 년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그의 울음소리가 얼마나 컸으면 온 이집트 사람이 다 들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자신을 팔아넘긴 형들에게 못되게 굴었지만, 그것은 복수가 아니라 그리움이었음이 밝혀진 것이다. 그는 자신의 정체를 밝히면서 그들에게 말했다. “내가 형님들의 아우 요셉입니다. 형님들이 이집트로 팔아넘긴 그 아우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저를 이곳으로 팔아넘겼다고 해서 괴로워하지도, 자신에게 화를 내지도 마십시오. 우리 목숨을 살리시려고 하느님께서는 나를 여러분보다 앞서 보내신 것입니다.”(창세 45,4-5) 그는 형들을 용서하는 걸 넘어 자신의 그런 불행한 사건이 가족을 구하기 위한 하느님의 섭리였다고 고백하기에 이르렀다.
구약의 요셉은 구세주 예수님의 예고편이다. 아버지 야곱의 사랑을 독차지한 요셉을 그 형들이 시기하고 질투해서 팔아넘겼는데 그런 그가 후에 가족을 구했다. 유다인들은 예수님을 이해하지 못하고 미워해서 살해해 세상에서 밀어냈지만, 그들이 그렇게 해서 그분은 그들과 온 인류를 구원하셨다. 시편 작가가 노래했던 대로 이루어졌다.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네.”(시편 118,22) 이 시편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된다. “주님을 찬송하여라, 좋으신 분이시다. 주님의 자애는 영원하시다.”(시편 118,1) 하느님 사랑은 영원해서 그분을 피해 달아날 데는 지옥뿐이다. 지옥은 불구덩이 속에서 형벌을 받는 데가 아니라 하느님이 안 계시고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곳이다. 아무도 남의 어려움과 사정을 조금도 봐주지 않는 곳,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친다.
요셉은 후에 대역전 드라마 같은 자신의 인생을 이렇게 해석하고 요약했다. “형님들은 나에게 악을 꾸몄지만, 하느님께서는 그것을 선으로 바꾸셨습니다. 그것은 오늘 그분께서 이루신 것처럼, 큰 백성을 살리시려는 것이었습니다.”(창세 50,20) 야곱 집안을 구하기 위해서 하느님이 형들을 시켜 요셉을 팔아넘기게 하신 것이 아니다. 그들은 분명 시기와 질투로 눈이 멀어서 하면 안 되는 일을 했다. 그들은 죄를 지었다. 카인이 동생 아벨을 죽였던 거처럼 말이다. 성경에는 요셉이 동화 신데렐라처럼 이집트 제상이 된 거로 나오지만 실제로 한 왕국을 다르시고 백성에게 존경받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는 그 위치에 오르기까지 무척 노력했을 거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되는지 모르겠으나, 그는 그게 자신이 노력해서 빚은 결과가 아니라 하느님의 섭리였다고 고백했다.
인간은 계획하고 하느님은 섭리하신다고 한다. 예수님은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르셨고 그렇게 부르실 만큼 그분을 완전히 신뢰하셨다. 십자가에서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시기까지 아버지를 믿으셨다. 우리 하느님은 굽은 자로 직선을 그으신다고 고백한다. 그것은 굽은 자를 곧게 펴신다는 뜻이 아닐 거다. 우리가 하느님 계획을 망쳐 놓아도 그분은 끝까지 어떻게 해서든 당신 뜻을 이루시고야 만다는 뜻일 거다. 우리 죄마저도, 구세주를 살해해서 세상 밖으로 내던졌는데도 그 죽음, 그 죄를 이용해서 우리를 구원하신 거다. 새로운 세상, 새로운 길, 하늘나라로 가는 길을 열어주셨다. 하느님은 당신 집이 꽉 차게 되기를 바라신다.(루카 14,23) 우리는 예수님처럼 하느님을 믿고 신뢰해야 한다. 하느님을 알면 알수록, 하느님께 가까이 가면 갈수록 죄도 많아진다. 죄를 더 많이 짓는다는 게 아니라 양심이 더 섬세해지고 죄인 줄 몰랐던 걸 알게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 그리고 그분의 섭리 안에서는 있으나 마나 한 것들이다. 이사야 예언자를 통해서 말씀하신다. “오너라, 우리 시비를 가려보자. 너희의 죄가 진홍빛 같아도 눈같이 희어지고 다홍같이 붉어도 양털같이 되리라.”(이사 1,18) 다시 한번, 하느님을 피해 달아날 데는 지옥뿐이다.
예수님, 오늘도 저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 뒤를 따릅니다. 주님이 길이고 진리고 생명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주님 말고는 다른 길은 없기 때문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예 할 것에 예, 아니오 할 것에 아니오라고 해야 하지만 저는 아이라 그런 것도 잘 구별하지 못합니다. 그 대신 길의 인도자로 저를 영원히 도와주겠다고 약속하신 성모님만 믿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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