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00년 장수기업 <52,000개>
일본 100년 장수기업 탐구로 침체기의 탈출 모색
2015년 외식시장 경기는 아주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은행 발표 2014년 하반기 전체 가계부채 규모가 1천60조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평균부채 6,000만원을 넘은 전체가구의 원리금 상환으로 인한 처분 가능소득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이 외식소비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경기 악화로 인한 매출하락과 상관없이 임대료, 인건비, 수도광열비, 식재원가 등의 경비는 오히려 오를 것이다. 결국 매출하락, 경비상승의 이중고로 많은 점포가 문을 닫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어떻게 하면 이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까? 오랜 세월 자연재해, 불황, 질병, 정책변화, 전쟁 등 어려운 환경을 극복한 일본 100년 장수기업으로부터 근본적인 대책을 배워볼 수 있으면 좋겠다.
장수기업이 지역사회 발전과 원천기술 생산에 한 몫
일본경제대학 고토(後藤)교수의 데이터에 따르면 창업 100년 이상 된 기업은 일본 전역에 52,000개(2011년 현재)가 있다. 그 중 200년 초과한 기업은 3,937개, 300년 1,938개, 500년 147개 그리고 1,000년 이상 기업도 21개나 존재한다. 업종별로 보면 일본과자, 양조, 여관, 음식점 순으로 이들은 전체의 31%를 점하고 있다.
국가별로 보아도 일본이 단연 톱이다. 전 세계 200년 이상 기업은 독일 1,850개, 영국 467, 프랑스, 376개 등 58개 나라에 7,212개가 있어 일본이 전체의 54.6%를 차지하고 있다. 아시아권에서는 중국이 2개 인도는 4개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장 200년 이상 기업은 없고 두산 118년, 동화약품 117년 등 7개 기업만이 100년을 넘고 있다.
일본에 장수기업이 많은 것은 일본 독특한 문화와 환경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첫째, 상업과 상인이 존중받아 온 사회풍조. 직업에 귀천을 두지 않고 상인과 기술을 갖은 자도 존중받는 사회풍조가 예로부터 내려왔다. 장수기업에 제조업이 많은 이유도 기술을 갖은 직인이 존중받는 의식 때문이다. 둘째, 이에(家)제도. 가업승계는 기본적으로 혈연이 한다. 하지만 가족 중에 적절한 승계자가 없으면 데릴사위나 양자를 들여 사업승계를 한다. 이는 사업승계에 있어 혈연보다도 사업체(家)를 우선으로 하기 때문이다. 셋째, 시장경제의 지속적인 발전. 평화로운 시기가 지속되면서 안정적인 경제발전이 실현됐다. 일본 역사에서 제 2차 세계대전 후 단기간을 제외, 다른 나라로부터 점령통치를 받은 적이 없다. 넷째, 운영시스템. 현대와 비슷한 사회공헌, 고객관리, 인사제도, 사원교육 등의 운영시스템이 예로부터 지속적으로 발전돼 왔다. 에도(江戶)상인의 판매자, 고객 그리고 사회의 3자 만족을 장사의 중요한 덕목으로 한 것이 운영 시스템의 좋은 예다. 돈을 벌어 사회발전에 기여한 기업이 장수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006년 일본기업의 평균수명은 일본 총무성사업소통계23.9년이다. 사업을 시작한 창업자 가 보통 30년 정도 운영한다고 보면 100년 이상 된 기업은 3~4대째 경영자가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몇 대를 거치면서 오랜 기간 존속되어 온 기업은 지역사회에 자랑거리가 될 것이다. 그 장수기업은 지역사회의 일거리 창출은 물론 경제도 한 몫을 담당하게 된다. 또한 축적된 기술과 좋은 인력은 그 지역뿐 아니라 국가의 큰 자산이 되는 것이다. 독일과 함께 일본이 세계 최고의 원천기술과 부품을 다른 나라에 수출하는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주어진 환경을 잘 극복하는 곳이 장수 점포가 됨
음식점도 100년 장수기업이 많다. 동경시내 니혼바시(日本橋)에만 1863년 창업한 일본요리 전문점<갓뽀도요다>을 비롯 24개 점포가 있으니 일본 전역으로 치면 1만 점포가 족히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음식점 업종도 돈가스, 초밥, 장어구이, 회석요리 등의 일본요리뿐 아니다. 스테이크전문점, 양식 전문점, 바, 비어홀, 이탈리안 레스토랑 등 1800년대 중후반 문호개방 이후 만들어진 많은 서양풍 음식점들도 있다.
이들 장수 음식점은 시대변화에 잘 적응한 결과다. 오랜 기간 재해, 불황, 치열한 경쟁, 빠른 라이프사이클 등의 수많은 외부환경의 도전을 잘 극복했기 때문에 장수하고 있는 것이다. 시대흐름과 함께 고객의 수준이 높아지고, 이런 고객니즈에 맞추지 못하는 업소는 생존하지 못한다. 고객의 미각발달에 잘 대처해 장수하고 있는 중화라면 전문점 <하루키야(春木屋)>를 소개해 보자. 이 업소는 1949년 창업 현재 2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창업 66년 된 동경 마루노우치센 오기쿠보 본점은 ‘전통의 맛을 그대로 지키며 계승’하고 있고 키츠죠지 2호 점포는 ‘본점의 맛을 지키며 새로운 맛을 창조’하고 있다. 이 가게는 ‘<하루키야> 이론’으로 라면업계에서 유명하다. 그 이론은 ‘단골손님에게 항상 변함없이 맛있다’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단골손님이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미묘하게 맛을 바꾸어 나가야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손님의 입맛이 세월의 흐름과 함께 변화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맛도 아니고 전혀 다른 맛도 아닌 미묘하게 변화하는 맛, 그리고 변함없는 맛있음 이것이 <하루키야>가 항상 고객에게 지지를 받는 비결이다.
<하루키야>전 직원은 고객이 좋아하는 ‘변함없는 맛’을 지키지 위해 전 직원이 매일 엄청난 노력을 한다. 이 업소는 핵심 상품에 한해 그날 팔 양만 만들어 놓는다. 아침 6시부터 1일분의 면과 스프가 준비되면 우선 모든 직원에 맛 테스트 실시하는 일을 거르지 않는다. 매일 아침 그날의 날씨 나 기후 및 습도에 따라 물과 밀가루의 양을 조절하고 고객이 먹기 좋은 굵기로 면을 만들어 놓는다. 이렇게 변함없는 꾸준한 노력으로 기존고객과 함께 신규고객도 늘고 있어 장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장인정신을 갖은 조리사가 많은 것 또한 일본을 장수 음식점 대국으로 만든 이유일 게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정통하고자 하는 조리사들, 그들은 수십 년 혹은 대를 계속 기술을 갈고 닦는다. 일본에 현존하는 90세 최고령 스시장인 오노지로씨의 “제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더 좋은 스시를 만드는 겁니다. 75년 이상 스시를 만들어 왔지만 아직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좀 더 높은 정상에 도달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매일같이 스시를 만드는 일에 황홀함을 느끼고 그런 나 자신의 모습을 사랑합니다.”라는 말에서도 그의 대단한 장인정신을 엿볼 수가 있다. 이런 장인정신과 노력이 그가 운영하는 스시 전문점을 최고의 음식점으로 만들어 놓는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동경 긴자 스키야바시 건물 지하 1층 초밥전문점 <스키야바시 지로>는 좌석이 10개 밖에 안 되는 작은 점포다. 하지만 1인 한끼 식사비가 30만원으로 보통 1,2개월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이곳은 1994년 해럴드트리뷴인터네셔널 잡지에 세계 6위 레스토랑으로 선정됐다. 2007년엔 ‘그 음식점을 방문하기 위해 그 나라를 방문할 가치가 있다고 하는 미슐랭가이드 별 3개’를 받은 이후 매년 같은 수의 별을 받고 있다. 얼마 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 아베수상과 식사하는 장소로도 선정돼 ‘스시정상회담장소’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미슐랭가이드 총괄책임자 사장 장 류크 나레는 ‘일본요리 요리사의 경우 몇 세대 수백 년에 걸쳐 전해진 요리사 고유의 기술과 전통을 계승하고 전문성을 추구한다.’고 일본요리 전문점이 미슐랭가이드에 많이 등재되는 이유를 밝혔다. 결국 장수하는 음식 점포는 주어진 환경을 잘 극복하고자 하는 점포 측의 지속적인 노력에 의해서 만들어 지는 것이다.
경영이념을 구심력으로 어려운 난국을 극복하자
국내 모든 음식점은 예외 없이 어려운 불황을 극복해야 하는 큰 과제를 안고 있다. 고객을 싸움 상대로 본다면 그들은 너무 강해졌다. 웬만큼 노력해서는 그들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없을 게다. 조금 잘 하고 있다고 거들먹거려서는 고객이 다 도망갈 것이다. 한 때 잘 나가던 음식점이나 기업이 시장에서 사라지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2015년 생존, 발전하기 위한 점포의 구심력은 무엇인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전 직원이 똘똘 뭉칠 수 있는가? 아니면 회사나 점포가 어려우니 살길 찾아서 도망갈 것인가? 이 시점에서 ‘음식점을 왜 운영하고 있는가? 음식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일을 하고 있는가?’하는 경영이념을 정리해 보자. 점포 경영자를 포함한 직원 모두가 ‘음식점에서 일하는 것이 고객, 직원, 사장, 관련업체 모두의 행복과 지역사회 발전에 공헌하는 것’임을 마음 깊이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큰 힘이 될 것인가? 그 경영이념을 축으로 모든 직원이 한 방향을 바라볼 수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하고 장수기업으로의 성장도 가능하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