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솔개' 에 빗대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솔개는 평균 수명이 70년에 달할 정도로 장수하다.
맹금류이기에 딱히 천적이 없다. 훌륭한 비행 능력과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 뛰어난 시력을 지닌 사냥꾼이다. 그러므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주어진 천수를 누린다.
태어난 지 40년쯤 지난 장년의 시기, 솔개의 위기는 내부로부터 다가온다.
발톱은 뭉툭해진다. 부리는 턱없이 길게 자라 사냥감을 낚아챌 수 없게 된다. 깃털은 날로 두터워져 비행마저 힘겨운 상태에 이른다.
이때 솔개는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옛날의 영화를 추억하며 굶어 죽든지, 과거를 부정하고 새로운 출발의 길을 택하든지, 살기로 작정한 솔개는 대단히 고통스런 갱생의 길을 걸어야 한다.
먼저 웃자란 부리를 바위에 부딪혀 깨뜨려버린다. 새로운 부리가 돋아나면 그 부리로 뭉뚝한 발톱을 남김없이 뽑아낸다. 다시 발톱이 자라나길 기다렸다 그 발톱으로 두툼한 깃털을 하나하나 제거한다.
1년에 걸친 힘겨운 자기와의 싸움이 끝나면, 솔개는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 태어난다. 뛰어난 사냥꾼의 능력을 회복하여 나머지 삶을 기세등등하게 살아간다.
물론 과학적 근거를 지닌 이야기는 아니다. 하나의 우화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절실함이 이야기 속에 담겨 있다.
-'애들아 들꽃 피는 학교에서 놀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