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1일(성 베네딕토 아빠스 기념일) 찾아가는 사람들
하느님은 아브라함을 그의 고향에서 불러내셨고, 그를 통해서 그의 후손들로 당신의 민족을 만드셨다. 그런데 그들은 계속 어딘가를 찾아갔다. 아브라함은 가나안 땅을 찾아갔다. 그런데 아브라함의 손자 야곱은 사랑하는 아들 요셉의 기구한 삶을 통해서 거기서 나와 이집트 땅에서 살게 됐다. 그들은 거기서 점차 노예 생활을 하게 됐고, 하느님은 모세를 통해서 그들을 거기서 탈출하게 하셔서 다시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 살게 하셨다.
그리스도교의 역사는 박해의 역사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이리 떼 속에 사는 양들처럼 이 세상에서 산다. 그것은 신앙을 지키고 그에 따라 살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슬기롭고 순박해야 한다. 우리 스승이고 주님이고 하느님이신 예수님이 지니신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을 배우고 간직한다. 한마디로 참으로 겸손해야 한다. 복음은 힘과 능력이 아니라 착한 목자의 이 마음,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전해지고 그 권위를 인정받는다.
서방에서 박해받던 그리스도교는 313년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밀라노 칙령으로 자유를 얻었다. 마음껏 믿고 그에 따라 살 수 있게 됐다. 그런데 그런 다음에도 일부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을 떠나 사막으로 들어가 살기 시작했다. 이유는 딱 하나 그리스도인으로 참되게 살기 위해서였다. 자유를 얻은 그리스도인의 삶은 예수님이 말씀하신 그 삶이 아니었던 거다. 역설적으로 자유로울 때보다 박해받을 때가 더 그리스도인다웠다는 거다. 박해가 없는 세상을 떠나 스스로 고생스러운 삶을 선택했다. 오늘 우리가 기억하는 베네딕토 성인도 그들 중 하나였고, 그뿐 아니라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를 추종했다. 그것이 오늘날 수도 생활의 시초다.
교회는 2천 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조직이다. 아직도 교회에 나가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우리는 교회가 아니라 교회를 통해서 하느님에게 속한다. 아브라함이 고향을 떠나 찾아간 곳, 야곱 이스라엘이 이집트로 들어갔다가 거기서 탈출해서 다시 찾아간 곳, 안토니오 성인과 베네딕토 성인이 사막에서 찾았던 곳, 그리고 지금도 교회가 여전히 찾아가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예수님이고 그분의 마음이다. 이리 떼 속에 사는 슬기롭고 순박한 양들의 삶이고 땅에서 사는 하늘나라 시민의 삶이다. 전통은 다 타고 남은 재를 숭배하는 게 아니라 불꽃을 지키는 거라고 한다. 나보다 앞선 수많은 사람들이 간직했던 그 불꽃, 꺼질 듯 꺼지지 않는 촛불처럼 소중하게 때론 비밀스럽게 전해지고 전해 내려온 그 불꽃을 나는 지킨다. 바로 그 불꽃으로, 아브라함과 모세가 찾아갔고, 안토니오와 베네딕토 그리고 알폰소 성인이 찾았던 바로 그곳을 찾아간다.
예수님, 주님의 제자들은 국가 권력에 희생되고 가족에게도 버림받았지만, 그들을 미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을 피했습니다. 비겁한 게 아니라 신앙을 지킨 겁니다. 주님이 영원한 생명을 주는 말씀을 갖고 계시는데 저희가 다른 누구를 찾아가겠습니까?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이 이콘이 제 앞에 있는 한 저는 길을 잃지 않는 줄 압니다. 아멘.
첫댓글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