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싸움 / 노천명 (1912-1957)
국회는 요새 정말 볼 만하다. 허구한 날 여야 양당의 싸움으로 일관하고 있지 않은가. 싸움 구경도 얼마 동안이지 요새같이 심경들이 초조하고 가랑잎처럼 마른 때에 이렇게 따분한 싸움을 오래 끌고 보면 구경할 맛도 없어진다 신문을 보면 또 그 애기. 신문을 보면 어제 하던 그 싸움이다.
이 양반들이 도대체 어쩌자는 걸까? 전화 요금이 올라, 기차값이 올라-관영 요금이 이렇게 뛰어오르는 바람에 일반 물가가 모두 뭘 자세를 취하고 있는 판이요, 시중에는 돈이 돌지 않아 몇몇 재주 좋은 사람-비위 좋은 친구들 이외에는 사업하던 사람은 못하고 있고, 회사 문을 닫고 턱턱 나가동그라지는 판인데, 도탄에 빠진 이 시급한 민생 문제는 하나도 무슨 방안을 세워 주지 않고 그저 자기네들의 싸움으로 날을 보내고 있으니 이런 염치는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일전 어느 친구를 만났더니 전화 요금이 배로 더 올라서 전화를 떼야겠다는 우울한 얘기였다. 심부름꾼 대신 쓰던 그 잘난 전화-문명의 이기조차도 시민들은 사용의 혜택을 받지 못할 정도로 관영 요금의 인상은 우리의 생활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그야 관영 요금이 오르는 데에 따라 공무원의 봉급도 오르고 일반 작가들의 원고료도 오른다면 그건 또 별문제다. 하지만 쌀 한 가마니 육천 환을 할 때나, 만 육천 환으로 오른 때나 작가의 고료는 앉은뱅이가 됐는지 그대로 있고, 공무원 처우란 그림의 떡이고 보니 백성들은 더할 나위 없이 지처가지고들 있다.
의사당 단상에서 누가 하나 쓰러진됐자 눈도 깜짝 않게 생겼다. 이시급한 민생고를 덜어줄 법을 마련해 주지 않고 이 선량들은 내일도 모레도 여야의 정쟁만을 언제까지나 염치없이 일삼을 심산인가.
(노천명전집, 솔출판사, 1997)
첫댓글 누가 떼어먹나 감시하는것은 지도자의 몫이지요 ♡
70여년이 지나도 배우는 것이 없는 정치인
새대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