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선화 필 때
내 몸에는 별이 뜬다.
내내 그 빛 아래서
꽃 지는 소리
그 소리 속에
수만 년의 강물이 흐르고
낮은 곳에 있는 난
볼 수 없는 꽃잎이 하나 둘
떨어질 때마다
조금씩
사위어 가던 그 별
봉선화 질 때
내 몸에서 떠난다.
-『불교신문/문태준의 詩 이야기』2023.09.15. -
김영미 시인의 시는 우주적인 교감을 잘 보여준다. 가령 시 ‘이슬방울’에서는 “별 하나가 떨어져 있다.// 잎사귀 끝에 매달려// 부르는 손짓”이라고 써서 깨끗하고 둥글고 영롱한 한 방울의 이슬을 아득하게 먼 우주로부터 이곳까지 떨어져서 “내 얼굴로 흘러내리는” 별이라고 표현한다.
이 시에서도 마찬가지로 봉선화가 개화하면 시인의 몸에 별이 뜨고, 봉선화가 낙화하면 시인의 몸에서 별이 떠난다고 말한다. 봉선화의 개화와 낙화라는 사건을 우주적인 현상으로 감격적으로 깊게 체감한다. 이러한 시안(詩眼)으로 이 세계를 바라볼 적에는 사소하거나 하찮은 일은 아무 것도 없을 것이어서 모든 생명 존재들의 활동을 찬찬히 소중하게 바라보게 될 것이다. 시인이 “비 온 뒤// 보이는 것에는/ 숨겨진 게 있다.”라고 쓴 까닭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