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특정호텔 배만 불릴 '미관지구 조례'
2009년 해운대그랜드호텔, 주상복합건물 시도하다 제동
개정안 통과 땐 재추진 가능
- 일부 시의원 발의에 의구심
부산시의회 일부 의원이 발의한 중심지 미관지구에 공동주택을 허용하는 도시계획조례 개정안(본지 지난 12일 자 1면 보도)이 시행되면 해운대그랜드호텔이 당장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나 개정안 발의 배경에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이병조(강서1) 부산시의원이 동료 의원 9명의 서명을 받아 최근 대표 발의한 '부산시 도시계획조례 일부 개정조례(안)'는 부산 12곳의 중심지 미관지구(89만8043㎡)에 공동주택 건축을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상업시설이 밀집한 도심에 주거용 건축을 제한하는 현행 규제를 완화하려는 것이다. 중심지 미관지구의 46%는 해운대해수욕장 좌우에 몰려 있다. "의회가 해운대 백사장 주변에 아파트가 들어설 길을 터주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백사장과 맞닿은 해운대그랜드호텔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14일 해운대구청에 따르면 해운대그랜드호텔은 지난 2009년 1월 지금의 호텔 건물을 철거하고 주상복합건물을 짓겠다며 지구단위계획 변경제안서를 제출했다. 상업시설만 건축할 수 있는 중심지 미관지구를 일반 미관지구로 바꿔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당시 호텔 측은 "호텔 부지에는 주상복합을 짓고 주차장으로 쓰는 바로 옆 부지에 100실 규모의 호텔을 신축하려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운대구청은 "해수욕장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 주상복합이 설 경우 특혜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중심지 미관지구 중 특정건물만 규제를 풀어줄 수 없다"며 난색을 표해 무산됐다.
같은 해 3월에는 강성태(수영1) 시의원이 관광특구(해운대) 내 중심지 미관지구에 주상복합을 허용하는 개정안을 제출했으나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폐기됐다. 이병조 의원이 이번에 발의한 개정안은 해운대를 포함한 중심지 미관지구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시의회 내부에서도 이 의원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한 의원은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득을 볼 대상이 너무도 뻔하다. 의회가 특정업체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말을 들어서야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이병조 의원은 이에 대해 "중심지 미관지구에서 주거를 허용하지 않은 광역시는 부산·울산뿐이라고 해 개정안을 발의했다. 특정 호텔이 이득을 보게 되는지는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해운대그랜드호텔 관계자는 "2009년 이후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더는 추진하지 않았다. 이번 개정안 발의와 전혀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