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목적 (2005), 감독 : 한재림
도입)
요즘 <연애>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중이어서 보게 됐다.
나름대로 서론)
영화는 박해일의 본능에서 시작한다.
본능에 충실한 한 인간의 모습을 색정, 육욕, 욕망이란 추상적인 단어들로 그리다가(열정, 사랑이라 말하지 않겠다.) 중반 이후 전반부에서 보여줬던 하늘 위를 나는 이상적이고 추상적인 단어들과는 거리가 먼, 냉혹하고 잔인한 현실 속에서 주위 사람들을 향해 떳떳하게 사랑(?)이라 밝히지 못하고 현실에 굴복하며 사실을 부정하고야 마는 위선의 가면을 쓴 나약한 인간을 보여주며 영화는 창공을 날다 갑작스럽게 대지를 향하여 빠른 속도로 곤두박질친다. 그러다 영화는 무엇에 쫓기는 것 마냥 다급하게 끝이 나버린다.
나름대로 본론)
박해일의 캐릭터는 여러 인물을 짬뽕해 놓은 듯하다.
책과 다른 영화 속의 캐릭터들이라 자세히 누구누구라고 말 할 수는 없다. 강혜정과 한 번 자기 위해 던지는 농과 추파, 일련의 작업과정이라 여길 수 있는 행동들을 보고 있으니, 원기왕성한 건강한 남자가 아리따운 젊은 여인을 보고 그곳이 발동하지 않는다면, 그 남자는 고자요, 무xx다 라는 밀란 쿤데라의 <느림> 속 벵상과 쥘리의 대화가 떠올랐다. 이 영화 또한 그와 같은 맥락이라 생각한다. <느림>에서 "사랑" 이라 거창하게 들리는 것도 어찌 보면 인간의 신체 중 가장 더럽고 추한 곳이라 할 수 있는 [똥구멍]으로 귀결한다고 하는 쿤데라의 논리 정연함에 넘어갈 수밖에 없는 것처럼…….
이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이 났기에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시간만 아까웠을 것이다.
솔직한 영화라서 괜찮았다. 사실 남자나 여자나 섹스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내숭이지!
유교적 가치관이 뿌리 깊은 우리나라 대한민국에서 젊은 남녀가 영화 속 주된 인물이 주고받는 성에 대해 이야기 하기는 무척 힘들다. 그런 여건을 감안한다면 성에 대한 담론을 거북함 없이 자연스럽게 표현한 점 칭찬받을 만하다. 박해일과 강혜정의 연기도 좋았다. 하지만 강혜정이 박해일의 스토커성 접근행각을 보며 yes 도 no 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로 성을 대할 수 있는 여자가 과연 이 사회에 몇이나 될까 라는 의문이 심하게 들었지만, 딱 거기까지이다.
아주 부담 없이 빠르게 눈으로 읽어나갈 수 있는 조금은 야한 만화책을 읽는 것처럼 빠르게 스토리를 전개하다, 결반부 한 여자의 상처와 아픔에 관한 내력을 피력함과 동시에 진정한 사랑이란 이런 거야라며, 즐겁게 눈요기하며 부담 없이 만화책을 읽고 있는 독자에게 느닷없이 감독은 박해일의 발기된 색정에 "진심" 이란 놈을 확 끌어다 놓는다. 조금은 천천히 진행했었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러닝 타임을 생각해서 그랬을까? 이 부분에서 상당히 작위적이다 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나름대로 결론)
어느 정도 생각해 볼만 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냥 생각 없이 두 눈 뜨고 볼 부분 또한 많았다고 생각한다.
허벌라게 깐다면 원 나이트 상대가 학교라는 장소에서 부딪힐 수밖에 없는 담임선생과 교생이란 신분 설정 때문에 일정기간 얼굴 대하고 마주 본다는 것에 맛깔나 보이기 위해 비현실적인 상황 연출을 더했으며 결론을 작품성을 의식한 듯, 값있게 보이기 위해 여반 다른 영화처럼 사랑이란 이름으로 그 테두리를 칠하고 안은 진심이란 것으로 포장하려 한 것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라는 비아냥거림을 받을 만하다.
나름대로 총평)
학교 안과 밖, 그곳에서 최홍(강혜정)과 이유림(박혜일) 둘 사이의 힘의 역학관계, 권력의 역학관계를 그린 영화라고 요약 할 수 있다고 본다. 힘과 권력의 역학관계는 동물적인 본능을 조율하는 능력을 포함한다.
연예의 목적이 무엇일까? 이 영화에서 결론짓는 흔히 부르는 이름 <사랑>이라 말하지 않겠다.
혹, 정복하고 싶은 욕구와 정복당하고 싶은 욕구처럼 보이는 정복욕의 줄다리기를 통한 쾌락 추구가 연애의 목적일까? 그렇다면, 그 물음에 묻는다. 무엇을 위해서?
덧붙임 1)
최홍(강혜정)은 고수다, 그리고 이유림(박해일)은 순정파다.
나 같은 진지함속에 열정을 감 춘 순정파는 고수를 항상 조심해야 한다.
덧붙임2)
상처는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뿐이다. 남자나 여자나 똑같다.
지독히 아팠던 상처를 누군가에 의해 드러내놓게 된다면, 그 아픔을 보듬어주고 쓰다듬어 주고 위로해 주는 존재가 사랑이 될 가능성이 큰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첫댓글 이 영화, 매우 재밌게 봄.
저도 이 영화 인상깊게 봤어요. 처음엔 박해일의 캐릭터가 다소 당황스러웠지만 성에 대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남성의 모습을 직설적으로 그려냈다고 생각하니 수긍이 가더라구요. 결말 부분을 의아해하시는 분들이 많던데 저는 오히려 그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오랜만에 본 좋은 영화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