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엔진’ 식어간다… 암울해진 중국 경제지표
외국인 직접투자 첫 마이너스
부동산 대출 상환중단도 늘어
국유지분 업체도 디폴트 상황
중국 경제는 오랫동안 세계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견제에 이어 코로나 팬데믹 사태까지 겹치면서 엔진은 식기 시작했다. 타오르던 엔진이 식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고장’을 경고하는 경보음이 울리고 있다.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예측과 부동산 경기 하락에 대출 상환중단이 늘고 있다는 것, 부동산에 이어 금융 리스크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는 내용이다.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침체를 ‘체감’하고 있다.
장을 보는 중국 소비자[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에서 돈 뺀다… 외국인 직접투자 마이너스(-) 전망 = 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심화하면서 올해 외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직접 투자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중국인들의 소비 지출이 대폭 줄면서 현지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이 사업이 어려워졌다는 토로도 이어졌다.
블룸버그통신 최근 보도에 따르면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의 대외직접투자 부채는 지난 4~6월에 거의 150억 달러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로 기간을 넓혀도 50억 달러 감소를 기록 중이다. 대외직접투자 채무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에 직접 투자해 발생한 채무로, 1분기까지는 직접투자가 플러스였다가 2분기부터 마이너스로 확연히 전환했음을 보여준다.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올해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는 마이너스가 될 전망이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90년 이후 처음이다. 중국 정부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외국인 투자 감소세는 바뀌지 않고 있다. 중국 상무부 자료로도 올해 상반기 중국에 대한 신규 외국인 직접 투자는 2020년 팬데믹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경매주택 증가 속 부동산 대출 상환중단도 늘어 = 중국의 부동산업은 2021년 말부터 장기 둔화하고 있으며, 최근 몇 달간은 주택 가격 하락 속도가 빨라졌다. 이런 가운데 부채 상환 중단이나 미완공 등 문제로 법원 경매에 넘겨진 주택의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시장조사기관 CRIC와 중국지수연구원 통계를 인용해 올해 상반기 중국 주택류 법원 경매 부동산이 20만2000채로 작년 동기 대비 12% 넘게 늘었다고 최근 보도했다. 올해 상반기 전체 경매 부동산 규모가 38만2000채로 집계됐다는 중국지수연구원의 자료를 종합하면 법원 경매 부동산 중 주거용이 절반 이상 비중을 차지한 셈이다.
CRIC에 따르면 경매 주택은 2선도시(인구 500만 명 이상이거나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 등 1선도시에 버금가는 경제력을 가진 대도시)에서 가장 눈에 띄게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5138채가 경매에 넘어간 중부 허난성 정저우는 작년 대비 43% 증가율을 기록했다. 남동부 푸젠성 샤먼과 동부 장쑤성 쑤저우 등의 주택 경매량도 40% 넘게 늘었다.
남부 대도시 충칭에서 ‘불량 부동산’ 처리업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2023년부터 대출금 상환을 중단하는 사람이 잇따랐고 일부 주택이 법원 경매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인구 3000만 명이 넘는 충칭은 올해 상반기 5438채가 법원 경매로 넘어갔다.
CRIC는 “현재 부동산시장이 여전히 하락 단계에 있고 경제 압박이 더해지면서 지난 몇 해 동안 높은 레버리지로 부동산을 산 사람들이 큰 상환 압력에 직면한 상황이라 대출 상환 리스크가 늘 수 있다”며 “이는 주택 경매 규모가 계속 는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국유지분 업체도 디폴트… 금융리스크, ‘여신업계’로 확산하나 = 중국 당국이 지방 중소 은행들의 부실 리스크를 인정하며 대응을 예고한 가운데, 국유자본이 참여한 상하이의 금융 리스사가 최근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황에 놓이면서 금융 리스크가 여신금융회사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외교가와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여신금융회사 상하이산업금융리스(SIFL)가 8월 5일 약 4억 위안(약 764억 원) 규모의 3년 만기 사모채권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했다. 여신금융회사는 은행과 달리 예금을 유치할 수 없어 채권을 발행해 모은 자금으로 다른 기업에 돈을 빌려준다. SIFL의 경우 이런 채권을 제때 상환할 수 없게 된 셈이다.
SIFL은 상하이 국유자산인 상하이실업그룹 자회사가 28.95%로 단일 최대 주주다. SIFL은 그간 중국 지방정부들이 인프라 건설 등을 위해 경쟁적으로 설립한 지방정부융자법인(LGFV)에 100억 위안(약 1조9000억 원)대 비표준융자(비은행기관이 기업에 해주는 융자)를 제공한 업체다.
지방정부들은 부동산 활황 시기 경쟁적으로 인프라 사업을 벌이면서 LGFV를 설립해 은행과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끌어들여 왔다. 이렇게 모은 투자금은 명목상으로는 LGFV의 부채이므로 지방정부의 공식 대차대조표에는 반영되지 않았으나, 부동산 침체가 시작되자 실질적 채무자인 지방정부의 ‘숨겨진 빚’이 돼 재정난을 가속하는 기폭제가 됐다.
일각에서는 최근 중국 각지의 부실 중소 은행 간의 해산·합병 등 구조조정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 리스크’가 지방 은행을 넘어 여신금융회사까지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경제매체 제일재경은 올해 6월부터로 범위를 좁혀도 60곳 이상의 중소 은행이 해산·합병됐다며 이는 ‘연쇄 도산’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풀이했다.
●스타벅스·애플 등 미 소비재 대기업의 고전 = 스타벅스, 애플, 코카콜라, 맥도날드 등 미국 거대 소비재 기업들은 이미 중국의 경기침체를 체감하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CNBC 보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주요 기업들의 2분기 실적 보고서에 나타난 공통 주제는 중국 시장 침체였다.
크리스 켐친스키 맥도날드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2분기 실적과 관련, “중국의 소비 심리가 매우 약하다”며 소비자들의 행동이 바뀌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을 포함한 맥도날드의 2분기 글로벌 시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다. 다만 맥도날드는 중국 매출이 얼마나 감소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아이폰 제조업체 애플은 2분기 중국 내 매출이 전년 대비 6.5% 감소했다고 밝혔고,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도 “중국은 매우 변동성이 큰 시장으로 기대 이하의 성과를 보인 주요 파트”라고 밝혔다.
식품 제조업체 제너럴 밀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코피 브루스는 “중국 소비자 심리가 실제로 악화하거나 침체됐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중국 내 순매출은 2분기에 두 자릿수 감소를 기록했다. 제너럴 밀스가 소유한 하겐다즈 중국 매장 방문객이 줄고 중국에 출시한 ‘완차이 페리’ 딤섬 브랜드도 영업 부진을 겪고 있다.
생활용품 업체 프록터앤드갬블(P&G)의 중국 시장 매출도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했고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중국 내 객실당 매출(RevPAR)도 2분기에 약 4% 하락했다. 스타벅스는 2분기 중국 매장에서의 매출이 전년 대비 14% 감소했는데 이는 미국에서의 감소폭(2%)보다 훨씬 컸다.
코카콜라도 한국, 일본, 동남아시아에서의 매출 성장과는 대조적으로 중국에서의 매출은 줄었다고 CNBC는 전했다. 화장품업체 로레알은 상반기 중국 내 매출이 약 2~3%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의 포르쉐는 상반기 중국 매출이 전년 대비 3분의 1 감소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4배가 넘는 인구를 보유한 중국은 수십년간 급성장하는 시장 덕분에 다국적 기업들이 앞 다퉈 진출했다. 그러나 미중 간 긴장 속에서 경제성장률이 둔화하고 국내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다국적 기업들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고 CNBC는 짚었다.
[한국무역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