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서12장
가슴 속 몇 안 되는 시인 중에 윤 동주님은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하며 주어진 길을 걸어가겠다고 노래합니다. 전도서
에 이어 요한서신을 읽고 있습니다. 역사의 카이로스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홀로 남은 여정을 담담히 걸어가는 늙은 사도의 심경이 그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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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삶이 있기에 담대하게 걸어가자고 권하는 것이니 해찰하지 말고 함
따라가 봅시다. 크로노스든 카이로스든 우리를 미치고 환장하게 하는 것은
시간입니다. 군 생활도 그렇지만 감옥에 갇혀 있으면 시간이라는 것이 얼마나
힘이 세고 무시무시한 것인지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초병을 서면서 분과 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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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어 셈하는 것을 처음 해보았고 교도소에서 재판이 연기될 때면 사람을
미치게 만듭니다. 연말연시가 되면 판사들이 휴가를 가기 때문에 재판이 예정
보다 대체적으로 늘어지게 되는데 그곳 사람들은 ‘연기 태운다.‘는 말을
씁니다. 아무리 빨라도 대장 동 재판의 윤곽은 구정이 끝나야 알 수 있습니다.
전도서 묵상 4바퀴(4*7=28)를 끝내고 보니 내가 도사가 된 느낌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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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오래 전부터 '인생의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 질문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어쩌면 이 질문은 체력이나
활동력이 점차 감퇴되어 가는 노년기에 더 마음을 차지하는 물음일지
모르겠습니다. 자연계에도 이 계절에서 다음의 계절로 변해 가는 것이 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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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진적이며 은밀한 것처럼 생의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도 그
변화와 발전의 과정이 분명히 의식되지 않습니다. 생의 여름에서 가을을
맞이했는가했는데 어느덧 노년기에 접어들게 됩니다. 그 이유는 생의 가을에
이미 노년기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생의 가을에 노년기를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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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가 있어야 합니다. 그 준비는 물질적인 것도 있지만, 노년기를 맞이해서도
‘의미 있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노년기에 들어서면서 생의 다른 계절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두 가지 현저한 변화가 찾아옵니다. 먼저 개인적으로는 생리
적인 변화입니다. `마음은 아직도 젊은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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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남의 말로만 들었는데 지금은 실감을 합니다. 안 아픈 곳이 없어요.
하다하다 아침에 밥 외에 다른 것을 먹어도 바로 위가 트러블을 일으킵니다.
마우스 잡는 손가락-오십 견-고지혈증-혈압-두통-어깨 통증 등등 성한 곳이
없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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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서를 기록한 지혜자도 노년기에 찾아오는 변화를 아주 현실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런 날에는, 그 때가 되면(3) “
a.집지키는 자들이 떨 것이며(손과 발에 힘이 없어진다. 팔이 떨리고)
b. 힘 있는 자들이 구부러질 것이며(두 다리가 약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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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맷돌질하는 자들이 적으므로 그칠 것이며(맷돌질하는 자들이란 우리가
먹는 음식을 씹는 치아입니다. 이는 빠져서 씹지도 못하고),
d. 창들로 내다보는 자가 어두워 질 것이며(시력이 감퇴해 눈이 침침해지고
잘 안보이게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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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길거리 문들이 닫혀 질 것이며(치아가 빠져 입술이 오그라듭니다)
f. 맷돌소리가 적어질 것이며- 귀는 잘 들리지 않게 되고,
g. 새의 소리를 인하여 일어날 것이며(조그마한 소리에도 잠을 못 이루고
일찍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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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음악 하는 여자들은 다 쇠하여 질 것이며(귀가 어두워서 노래를 못하며),
i. 높은 곳을 두려워 할 것이며(두려움이 많으며),
j. 살구나무가 꽃이 필 것이며(머리털이 희어지며),
k. 메뚜기도 짐이 될 것이며(몸이 쇠약해져 힘든 것을 들 수 없고, 젊은
시절처럼 활발하게 움직이지 못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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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정욕이 그치리니(식욕, 성욕, 성취욕 등 육체적 정신적 의욕을 잃어
버리게 되며)
m. 조문 자들이 거리로 왕래하게 될 것(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슬퍼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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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은줄이 풀리고 금 그릇이 깨어지고 항아리가 샘 곁에서 깨어지고 바퀴가
우물위에서 깨어지고(6)
o. 육체는 흙이 되어 땅으로 돌아가고 생기는 그것을 주신 하나님께 돌아가는
것입니다(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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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신앙(종교)의 차이는 철학이란 인간이 주체로 말하는 것이고 신앙은
말씀을 듣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아 들으라(쉐마), 귀 있는 자는 들을
지어다 우리는 예수님을 믿으면서 듣기 훈련이 필요합니다. 전도서는 철학
이라기에는 신앙에 가깝고, 종교라기에는 철학에 가깝습니다. 철학은 질문하고
신앙은 계시로 대답하는 것을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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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서 기자의 실존은 일상생활이 지루하다는 것입니다. 외로움과 소외감으로
세상의 큰일을 시도합니다. 단테는 신곡에서(지옥문편) ‘여기 들어오는 그대
들이여, 모든 희망을 버리라!’고 합니다. 즉 지옥이란 희망을 멈춘 곳, 희망이
사라진 곳이라는 말입니다. 사람을 무너뜨리는 것은 고통과 역경의 환경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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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그 고통과 역경을 견디기 어려운 ‘삶의 무의미성’입니다.
허무하게 삶을 낭비하는 것이 지옥의 본질입니다. 저는 지난 5년 지옥을
살았습니다. 욥기의 고통은 기다림이 있기에 희망도 있다는 것에 비해,
전도서의 무의미성과 허무는 희망이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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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자가 이르되 헛되고 헛되도다. 모든 것이 헛되도다(8). “ 전도서는 고난
받는 자리 곧 배고픔과 역경의 자리에서 생겨난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잘
사는 풍요로운 삶에서 생겨납니다. 못 먹는 사람이 아니라, 배부른 사람이,
가진 것이 없는 평민이 아니라 왕과 같은 환락을 누리고 있었던 사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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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서 이런 권태와 싫증이 쏟아져 나옵니다. 왜 허무합니까?
첫째, 해 아래서(29번 ) 모든 일들이 반복되는 것이 때문에 무관심하게 되고,
습관화되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반복됩니다. 어제 있었던 것이 오늘 다시
오고, 그것이 내일 또 다시 다가옵니다. 일상의 반복이 전도자를 지치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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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 속에 빠져들게 합니다. 둘째, 반드시 죽습니다. 그렇게 뽐내던 인간들이
예외 없이 죽음의 자리로 나갑니다. 셋째, 세상 속의 악의 문제가 쉽게 해결
되지 않습니다. 질서 없이 마구 뒤죽박죽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신비를 알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그러나 전도자는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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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하늘아래 존재합니다. 하나님을 시비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이 한 번
만드신 것. 예를 들어 구부려 놓은 것을 인간이 감히 펼 수 없습니다.(전7:13)
전도서 기자는 이러한 노년기를 곤고한 날이라 말씀합니다. 육체의 기력이
쇠하여지고, 모든 일에 흥미를 잃게 되고, 우울함을 더욱 느끼는 시기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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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입니다. 지혜 자는 이러한 곤고한 날이 이르기 전에 `창조자'를 기억하라
고 말씀합니다. 그러면 노년기를 면제받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곤고한 날이 이르기 전에 창조자를 의뢰하며 살아가면 생을 의미 있게 살게
되고 노년기 위기를 바르게 넘어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사회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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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에서 노년기는 사회적 책임과 의무에서 해방되는 시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년기에 자유와 해방을 경험하는 동시에 아쉬움·후회·당황이 있게 됩니다.
곤고한 날이 이르기 전 그리스도를 위해 살다가 드디어 그리스도 안에서 노년
기를 맞이한 사도 바울은 "전제와 같이 내가 벌써 부어지고 나의 떠날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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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웠도다.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준비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운 재판장이 그날에 내게 주실 것이며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 도니라"(딤후4: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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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서의 결론은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입니다. ‘일의 결국을 다 들었으니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의 명령들을 지킬지어다. 이것이 모든 사람의 본분
이니라.(13). “
서시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2022.12.26.mon.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