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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신피(心動神疲)
마음이 움직이자 정신이 피곤하다는 뜻으로, 마음이 불안하면 신기(身氣)가 불편하다는 말이다.
心 : 마음 심(心/0)
動 : 움직일 동(力/9)
神 : 귀신 신(礻/6)
疲 : 피곤할 피(疒/5)
출전 : 천자문(千字文)
당나라 때 중준(仲俊)은 나이가 86세인데도 너무나 건강했다. 비결을 묻자 그가 말했다. '어려서 천자문을 읽다가 심동신피(心動神疲)라고 말한 네 글자에서 깨달은 바가 있었지. 이후 평생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차분히 가졌을 뿐이라네.'
그는 천자문(千字文)의 '성품이 고요하니 정서가 편안하고, 마음이 움직이자 정신이 피곤하다(性靜情逸, 心動神疲)'는 구절에서 일생 공부의 화두를 들었던 셈이다.
우강(旴江)의 구도인(丘道人)은 90여 세로 온통 흰머리뿐이었지만 얼굴엔 늘 화색이 돌았다. 겨울 여름 할 것 없이 한 벌 홑옷으로 났고, 비와 눈을 막지 않았다.
그는 바구니 하나를 늘 지니고 다녔는데, 뒤편에 작은 패쪽 하나를 매달아 놓았다. 거기에는 시 네 구절이 적혀 있었다.
老遲因性慢, 無病爲心寬.
紅杏難經雨, 靑松耐歲寒.
늙어 더딤은 성품이 게을러서고, 병 없는 건 마음이 넉넉해서지. 살구꽃은 지나는 비 감당 못 해도, 푸른 솔은 겨울 추위 능히 견디네.
나이가 들어 행동이 굼뜬 것은 노쇠해서가 아니라 젊었을 때보다 성품이 느긋해져서다. 병 없이 건강한 비결은 마음가짐을 늘 너그럽게 하려고 애쓴 덕분이다.
붉게 핀 살구꽃은 지나가는 비를 맞고도 땅에 떨어진다. 푸른 솔은 혹한 속에서도 그 푸른 기상을 잃지 않는다.
살구꽃이 한때의 화려함으로 눈길을 끌지만, 나는 추운 겨울에도 시들지 않는 소나무의 푸르름을 간직하겠다. 이것이 그가 바구니에 매단 글귀에 담은 생각이다.
소강절(邵康節)도 이런 시를 남겼다. '늙은이의 몸뚱이는 따뜻해야 하느니, 안락와 가운데에 따로 봄이 있다네. 선옹이 쓸모없다 다들 얘기 하지만, 그래도 제 한 몸은 건강하게 지킨다오.'
老年軀體素溫存
安樂窩中別有春
盡道仙翁拙于用
也能康濟自家身
안락와(安樂窩)는 그의 거처 이름이다. 몸을 따뜻하게 간수하며 집 안에서 편안하게 지내니 일년 내내 봄날이다. 사람들은 나를 두고 이제 별 쓸모가 없다고들 얘기하지만, 내 몸 하나만은 건강하게 잘 지키며 산다. 그거면 됐다. 더 욕심 부리지 않겠다.
세 글 모두 명나라 왕상진(王象晉)의 일성격언록(日省格言錄)에 나온다.
▶️ 心(마음 심)은 ❶상형문자로 忄(심)은 동자(同字)이다. 사람의 심장의 모양, 마음, 물건의 중심의, 뜻으로 옛날 사람은 심장이 몸의 한가운데 있고 사물을 생각하는 곳으로 알았다. 말로서도 心(심)은 身(신; 몸)이나 神(신; 정신)과 관계가 깊다. 부수로 쓸 때는 심방변(忄=心; 마음, 심장)部로 쓰이는 일이 많다. ❷상형문자로 心자는 '마음'이나 '생각', '심장', '중앙'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心자는 사람이나 동물의 심장을 그린 것이다. 갑골문에 나온 心자를 보면 심장이 간략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심장은 신체의 중앙에 있으므로 心자는 '중심'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옛사람들은 감정과 관련된 기능은 머리가 아닌 심장이 하는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心자가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마음이나 감정과 관련된 뜻을 전달한다. 참고로 心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위치에 따라 忄자나 㣺자로 바뀌게 된다. 그래서 心(심)은 (1)종기(腫氣) 구멍이나 수술한 구멍에 집어넣는 약을 바른 종이나 가제 조각 (2)나무 줄기 한 복판에 있는 연한 부분 (3)무, 배추 따위의 뿌리 속에 박인 질긴 부분 (4)양복(洋服)의 어깨나 깃 따위를 빳빳하게 하려고 받쳐 놓는 헝겊(천) (5)초의 심지 (6)팥죽에 섞인 새알심 (7)촉심(燭心) (8)심성(心星) (9)연필 따위의 한복판에 들어 있는 빛깔을 내는 부분 (10)어떤 명사 다음에 붙이어 그 명사가 뜻하는 마음을 나타내는 말 등의 뜻으로 ①마음, 뜻, 의지(意志) ②생각 ③염통, 심장(心臟) ④가슴 ⑤근본(根本), 본성(本性) ⑥가운데, 중앙(中央), 중심(中心) ⑦도(道)의 본원(本源) ⑧꽃술, 꽃수염 ⑨별자리의 이름 ⑩진수(眞修: 보살이 행하는 관법(觀法) 수행) ⑪고갱이, 알맹이 ⑫생각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물건 물(物), 몸 신(身), 몸 체(體)이다. 용례로는 마음과 몸을 심신(心身), 마음이 움직이는 상태를 심리(心理), 마음에 품은 생각과 감정을 심정(心情), 마음의 상태를 심경(心境), 마음 속을 심중(心中), 마음속에 떠오르는 직관적 인상을 심상(心象), 어떤 일에 깊이 빠져 마음을 빼앗기는 일을 심취(心醉), 마음에 관한 것을 심적(心的), 마음의 속을 심리(心裏), 가슴과 배 또는 썩 가까워 마음놓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심복(心腹), 본디부터 타고난 마음씨를 심성(心性), 마음의 본바탕을 심지(心地), 마음으로 사귄 벗을 심우(心友),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한다는 뜻으로 묵묵한 가운데 서로 마음이 통함을 일컫는 말을 심심상인(心心相印), 어떠한 동기에 의하여 이제까지의 먹었던 마음을 바꿈을 일컫는 말을 심기일전(心機一轉), 충심으로 기뻐하며 성심을 다하여 순종함을 일컫는 말을 심열성복(心悅誠服), 마음이 너그러워서 몸에 살이 오름을 일컫는 말을 심광체반(心廣體胖), 바둑을 두면서 마음은 기러기나 고니가 날아오면 쏘아 맞출 것만 생각한다면 어찌 되겠느냐는 맹자의 언질에서 비롯된 말로 학업을 닦으면서 마음은 다른 곳에 씀을 일컫는 말을 심재홍곡(心在鴻鵠), 썩 가까워 마음놓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심복지인(心腹之人), 높은 산속의 깊은 골짜기를 일컫는 말을 심산계곡(心山溪谷), 심술꾸러기는 복을 받지 못한다는 말을 심술거복(心術去福), 마음이 번거롭고 뜻이 어지럽다는 뜻으로 의지가 뒤흔들려 마음이 안정되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심번의란(心煩意亂), 마음에 줏대가 없음을 일컫는 말을 심무소주(心無所主), 시간을 보내기 위하여 심심풀이로 어떤 일을 함 또는 그 일을 일컫는 말을 심심소일(心心消日), 마음이 움직이면 신기가 피곤하니 마음이 불안하면 신기가 불편함을 일컫는 말을 심동신피(心動神疲), 마음속의 생각이나 느낌을 이르는 말을 심중소회(心中所懷), 사람의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경지를 일컫는 말을 심행소멸(心行消滅), 마음속의 생각을 모두 털어놓음을 일컫는 말을 심복수사(心腹輸寫), 마음을 다하여 도를 구함을 일컫는 말을 심성구지(心誠求之), 심두 즉 마음을 멸각하면 불 또한 시원하다라는 뜻으로 잡념을 버리고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르면 불 속에서도 오히려 시원함을 느낀다는 말을 심두멸각(心頭滅却), 마음은 원숭이 같고 생각은 말과 같다는 뜻으로 마음이 안정되지 않아 생각을 집중할 수 없다는 말을 심원의마(心猿意馬) 등에 쓰인다.
▶️ 動(움직일 동)은 ❶형성문자로 动(동)은 통자(通字), 动(동)은 간자(簡字), 㣫(동)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힘 력(力; 팔의 모양, 힘써 일을 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重(중; 물건을 들어 올리거나 움직이거나 할 때의 반응, 무게, 동)이 합(合)하여 움직이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動자는 '움직이다'나 '옮기다', '흔들리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動자는 重(무거울 중)자와 力(힘 력)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重자는 보따리를 매고 있는 사람을 그린 것으로 '무겁다'라는 뜻이 있다. 이렇게 무거운 보따리를 맨 사람을 그린 重자에 力자가 결합한 動자는 보따리를 옮기기 위해 힘을 쓴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動(동)은 (1)움직임 (2)변함 등의 뜻으로 ①움직이다 ②옮기다 ③흔들리다 ④동요하다 ⑤떨리다 ⑥느끼다 ⑦감응하다 ⑧일하다 ⑨변하다 ⑩일어나다 ⑪시작하다 ⑫나오다 ⑬나타나다 ⑭어지럽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옮길 반(搬), 흔들 요(搖), 옮길 운(運), 들 거(擧), 할 위(爲), 옮길 이(移), 다닐 행(行)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그칠 지(止), 고요할 정(靜)이다. 용례로는 전쟁이나 반란 등으로 사회가 질서없이 소란해지는 일을 동란(動亂), 원동기에 의해 기계를 움직이게 하는 힘으로 변형이나 발생시킨 것을 동력(動力),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 몸을 움직이는 일을 동작(動作), 마음의 움직임을 동향(動向), 움직이는 듯함 또는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동감(動感), 마음이 움직임을 동심(動心), 흔들려 움직임을 동요(動搖), 움직이는 일과 멈추는 일을 동지(動止), 움직이는 상태를 동태(動態), 생물계를 식물과 함께 둘로 구분한 생물의 하나를 동물(動物), 움직이고 있는 모양을 동적(動的), 심장에서 혈액을 몸의 각 부분에 원심적으로 보내는 혈관을 동맥(動脈), 사물의 동작이나 작용을 나타내는 품사를 동사(動詞), 사람의 움직이는 상황을 동정(動靜), 하늘을 움직이게 하고 땅을 놀라게 한다는 뜻으로 세상을 놀라게 함을 이르는 말을 동천경지(動天驚地), 무엇을 하려고만 하면 남에게 비난을 받음을 이르는 말을 동첩득방(動輒得謗), 곤란한 지경에 빠져서 꼼짝할 수가 없음을 이르는 말을 동탄부득(動彈不得), 가볍고 망령되게 행동한다는 뜻으로 도리나 사정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경솔하게 행동한다는 말을 경거망동(輕擧妄動), 땅에 엎드려 움직이지 아니한다는 뜻으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몸을 사림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복지부동(伏地不動), 하늘을 치켜들고 땅을 움직인다는 뜻으로 큰 소리로 온 세상을 뒤흔듦 또는 천지를 뒤흔들 만하게 큰 세력을 떨침을 이르는 말을 흔천동지(掀天動地), 확고하여 흔들리거나 움직이지 아니함을 일컫는 말을 확고부동(確固不動), 기운이 꺾이지 않고 본디의 기운이 아직도 남아 생생한 모양을 일컫는 말을 생동생동(生動生動), 마음이 움직이면 신기가 피곤하니 마음이 불안하면 신기가 불편하다는 말을 심동신피(心動神疲), 열 손가락을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으로 게을러서 조금도 일을 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십지부동(十指不動) 등에 쓰인다.
▶️ 神(귀신 신)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보일 시(示=礻; 보이다, 신)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申(신)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申(신)과 만물을 주재하는 신(示)의 뜻을 합(合)하여 정신을 뜻한다. 申(신)은 번갯불의 모양이고, 示(시)변은 신이나 제사에 관계가 있음을 나타낸다. 神(신)은 천체(天體)의 여러 가지 변화를 부리는 신, 아주 옛날 사람은 천체의 변화를 큰 신비한 힘을 가진 신의 행위라 생각하고 그것을 번갯불로 대표시켜 神(신)자로 삼았다. ❷회의문자로 神자는 '귀신'이나 '신령', '정신'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神자는 示(보일 시)자와 申(펼 신)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申자는 번개가 내리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옛사람들은 번개는 신과 관련된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하늘에서 번개가 내리치는 모습을 그린 申자는 '하늘의 신'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후에 申자가 '펴다'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여기에 示자를 더한 神자가 '신'이나 '신령'이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神(신)은 (1)인간의 종교심(宗敎心)의 대상이 되는, 초인간적 위력을 가지고 세계를 지배한다고 하는 존재. 명명(冥冥)한 중에 존재하며 불가사의(不可思議)한 능력을 가지고 인류에게 화복(禍福)을 내린다고 믿어지는 신령(神靈). 곧 종교 상 귀의(歸依)하고 또 두려움을 받는 대상 (2)하느님 (3)귀신(鬼神) (4)신명(神明) (5)삼신(三神) (6)영묘 불가사의(靈妙不可思議)하여 인지(人智)로써는 헤아릴 수 없는 것 (7)거룩하여 감히 침범할 수 없는 것. 신성(神聖) 등의 뜻으로 ①귀신(鬼神) ②신령(神靈) ③정신(精神), 혼(魂) ④마음 ⑤덕이 높은 사람 ⑥해박한 사람 ⑦초상(肖像) ⑧표정(表情) ⑨불가사의(不可思議)한 것 ⑩신품(神品) ⑪신운(神韻: 고상하고 신비스러운 운치) ⑫영묘(靈妙)하다, 신기하다 ⑬화하다 ⑭삼가다(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 ⑮소중히 여기다 ⑯영험이 있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신령 령/영(靈), 귀신 귀(鬼), 넋 혼(魂), 넋 백(魄)이다. 용례로는 선도를 닦아서 도에 통한 사람을 신선(神仙), 신과 사람 또는 신과 같은 만능의 사람을 신인(神人), 죽은 사람 위(位)를 베푸는 나무 패를 신주(神主), 신의 종복이란 뜻으로 기독교 신도가 스스로 낮추는 말을 신복(神僕), 신령의 자리로서 설치된 것이나 장소를 신위(神位), 영성의 생명 또는 신의 명령을 신명(神命), 신묘하고 기이함을 신기(神奇), 신령을 모신 집을 신당(神堂), 신기하고 영묘함을 신묘(神妙), 신의 공덕을 신덕(神德), 귀신이 몸에 접함을 신접(神接), 마음이나 생각을 정신(精神), 사람의 죽은 넋으로 어떤 일을 유난히 잘하는 사람을 귀신(鬼神), 본 정신을 잃음을 실신(失神), 땅을 맡은 신령을 지신(地神), 신을 받들어 공경함을 경신(敬神), 비밀에 속하는 일을 누설함을 일컫는 말을 신기누설(神機漏泄), 신이 행하는 뛰어난 계략을 일컫는 말을 신기묘산(神機妙算), 큰 일을 당해도 냉정하여 안색이 평소와 다름없이 변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신색자약(神色自若), 예술작품 따위에서 신비한 기운이 어렴풋이 피어 오름을 일컫는 말을 신운표묘(神韻縹渺), 신과 사람이 함께 노한다는 뜻으로 누구나 분노할 만큼 증오스럽거나 도저히 용납될 수 없음을 일컫는 말을 신인공노(神人共怒), 비밀에 속하는 일을 누설함을 이르는 말을 신기누설(神機漏泄), 큰 일을 당해도 냉정하여 안색이 평소와 다름없이 변하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신색자약(神色自若), 헤아릴 수 없는 변화의 재주를 가진 힘을 일컫는 말을 신통지력(神通之力), 귀신처럼 자유자재로 나타나기도 하고 숨기도 한다는 뜻으로 날쌔게 나타났다 숨었다 하는 모양을 이르는 말을 신출귀몰(神出鬼沒) 등에 쓰인다.
▶️ 疲(피곤할 피)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병질엄(疒; 병, 병상에 드러누운 모양)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지치다의 뜻을 나타내기 위한 皮(피)로 이루어져 병들어 지치다의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疲자는 '지치다'나 '피곤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疲자는 疒(병들 녁)자와 皮(가죽 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皮(가죽 피)자는 동물의 가죽을 벗겨내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가죽'이나 '껍질'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사람이 지치거나 피곤해지면 피부가 먼저 거칠어진다. 그래서 皮자는 발음과 함께 '피부'와 관련된 뜻을 전달하고 있다. 疲자는 이렇게 피곤함에 힘겨워하는 사람이 침대에 누워있다는 의미에서 '지치다'나 '피곤하다'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疲(피)는 ①피곤하다 ②지치다 ③고달프다 ④느른하다(맥이 풀리거나 고단하여 몹시 기운이 없다) ⑤게으르다 ⑥싫증나다 ⑦야위다, (살이)빠지다 ⑧늙다, 노쇠(老衰)하다 ⑨고달픔,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곤할 곤(困), 고단할 비(憊)이다. 용례로는 정신이나 육체의 지나친 활동으로 작업 능력이 감퇴한 상태를 피로(疲勞), 몸이나 마음이 지치어 고달픔을 피곤(疲困), 생활이나 경제력 등이 어려워지거나 쇠약해져 궁하게 된 상태를 피폐(疲弊), 피로하여 몸이 기운이 없고 느른함을 피연(疲軟), 피로하여 싫증이 남을 피권(疲倦), 몹시 지치어 괴로워함을 피뇌(疲惱), 잔피하고 용렬함을 피열(疲劣), 파리하고 잔약함을 피잔(疲孱), 피폐하고 쇠잔함을 피잔(疲殘), 생활에 지친 백성을 피민(疲民), 피로한 병사를 피병(疲兵), 피로하여 몸이 둔해짐을 피둔(疲鈍), 피로하여 게으름을 피태(疲怠), 다만 기운이 쇠약하여 생긴 나이 많은 노인의 병을 피륭(疲癃), 피로하고 쇠약함이나 몹시 피로함을 피비(疲憊), 기운이 지키고 쇠약하여 짐을 피폐(疲斃), 피곤함이나 노곤함을 피핍(疲乏), 몸이 고달프고 나른함을 피날(疲苶), 권태가 나서 피곤함을 권피(倦疲), 피로해지는 것을 싫어함을 염피(厭疲), 아주 잔약하여 골골함을 잔피(孱疲), 이른 새끼 고달프랴는 뜻으로 무슨 일이든 일찍 서둘러 도모하면 성취하기 쉽다는 뜻의 속담을 조추피호(早皺疲乎), 마음과 몸이 피로한 상태를 이르는 말을 심신피로(心身疲勞), 마음이 움직이면 신기가 피곤하니 마음이 불안하면 신기가 불편하다를 이르는 말을 심동신피(心動神疲), 좋아서 하는 일은 아무리 해도 지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요차불피(樂此不疲), 밝은 거울은 몇 번이나 사람의 얼굴을 비춰도 피로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명경불피(明鏡不疲)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