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만의 이름을 부르며 ♡
어제처럼 해맑은 하루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햇살이 달짝지근하게 녹은 아침공기를 마시며 출근하다
대문가에 보랏빛으로 수줍은듯 웃고 있는 이름모를 꽃들과
인사를 나누느라 잠시 서성이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난(蘭)의 한 종류인듯 보이기도 하였지만 얼마전까지
그 꽃이 창포인줄로만 알고 있었지요.
느낌이 그랬어요.
왠지 푸른 물이 뚝 뚝 떨어질것 같은 기다란 잎새를 보며
옛 여인들이 머리를 감았다던 창포로 알았지 뭐예요.
아마도 단오가 들어 있는 오월에 만났기에 더욱 오해하였나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일주일전쯤인가 아내가 물망초라지 뭐예요.
그것도 모르냐며 면박까지 주면서 자신있게 이 꽃은
"물망초"라는데 이상하다 생각하면서도 꽃들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한 무지 때문에 그러리라 믿고 있었답니다.
"나를 잊지 마세요"라는 꽃말까지 되뇌이면서 말이죠. ^^*
이 꽃은 나팔꽃처럼 햇볕이 강한 오후가 되면 숨어버리는
특성이 있더라구요.
봉숭아 씨방 반만한 크기로 송알송알 줄기 끝에 매달려서
이슬이 내려 앉는 촉촉한 아침을 위해 숨어버리는
작은 별같은 신비로운 꽃
생명력은 무지 강한지 "다 뽑아내 버려도 다음해에는
어김없이 세력을 넓히며 꽃을 피워낸다"는 이곳에서
오래 사신 이웃집 할머니의 말씀이 아니어도
자갈을 깔아 놓은 곳까지 어린 새싹이 무리지어 돋아나고 있는
진짜 이름은 "자주달개비" 또는 자로초(紫露草)라고
불리우는 이제는 귀화식물이기는 하지만
외래종인 식물입니다.
이 꽃 이름을 찾느라고 1시간 넘게 서점에서 뒤적이다
우연찮게 겨우 찾아내어 이름을 알게 되었지만
참 내 "물망초"라니 어이가 없지 뭡니까.
가르쳐준 아내도 그렇거니와 그렇게 믿고 이웃 할머니에게
"이것이 물망초라네요" 섣부르게 알려주던 무지가
지금 이 순간 부끄러워 겸연쩍은 웃음만 나옵니다.
꽃이름을 찾느라 책장을 넘기면서 느낀건데
어쩜 그렇게 모르는 꽃이름이 많던지요.
지난 달 산에 오르면서 등산로 주변에 별모양으로
노랗게 피어있던 그 깜찍한 꽃이름이 "양지꽃"이라는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으며
강변을 따라 구름처럼 하얗게 피어 있는 꽃나무가
조팝나무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고
이름모를 들꽃들이라고 뭉뚱거려 불러버리는 꽃들에도
저마다 예쁜 이름이 붙여져 있으며
그 이름으로 불리워지길 바라는 마음이 바람에 하늘거린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충현""진영""청아"라고 이름이 붙여져 불리워지듯이
그 꽃이름을 가만히 불러볼라치면 그만의 향기가
내게로 전이되어 크진 않지만 작은 행복을
나눌 수 있는 그리하여 서로의 마음을 이해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불현듯 흘러듭니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숫자에 사로잡혀 있고, 또 필요없는
너무나 많은 것들로 인해 머릿속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지는 않을까요?
현기증 날 것 같은 주식현황판, 미로같은 도로지도,
갈수록 복잡해져 가는 PC의 기계언어 등등을 외워
치열한 삶의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는것도 좋겠지만
잊었던 친구 이름을 기억해내고 찾아보고 불러보는 것
밤하늘의 별자리를 찾아보며 전설에 잠겨보는 것
들꽃의 고운 이름을 배워가며 내 이름의 가치도
높여 보는 것
이러한 것들이 우리의 마음을 살찌우게 하고
생각에 잠기면 절로 머리속에서 자연의 노래들이 어우러져
짜증나는일보다 웃는 모습을 스스로
발견 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하려면 그대가 있는 그곳에서 잠시 비켜서
보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천천히 산에 오르는것도 좋겠구요, 가까운 곳으로
그러나 남이 가지 않은 곳으로
여행을 하는 것도 훌륭한 방법이 되겠지요.
金이주는 행복도 무시 못하겠지만 이름도 몰랐던
작은 들꽃에게서 받는 행복도 무지 무지 크지 않겠어요?
오늘 당신의 이름을 가만히 불러 봅니다.
당신은 대답이 없지만 어느덧 당신의 향기가
오솔길을 따라 흐르는 산바람처럼 내게로 옵니다.
2004 5 25
정 선 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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