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새가 울음을 떨어뜨리며 날아가자
바람 불고 강물에 잔주름 진다
슬픔은 한 빛으로 날아오르는 거
그래, 가끔은 강물도 흔들리는 어깨를
보일 때가 있지
오늘같이 춥고 떨리는 저녁이면
딸꾹질을 하듯 꾹꾹 슬픔을 씹어 삼키는,
울음은 속울음이어야 하지 울어매처럼
저 홀로 듣는 저의 울음소린
바흐의 무반주첼로곡만큼 낮고 고독한 거
아니아니 뒤란에서 저 홀로 익어가는
간장맨치로 된장맨치로 톱톱하니
은근하니 맛깔스러운 거
강 건너 들판에서 매포한 연기 건너온다
이맘때쯤 눈물은
뜨락에 널어놓은 태양초처럼
매움하니 알큰하니 빠알가니
한세상 슬픔의 속내, 도란도란 익어가는데
강은 얼마나 많은 울음소릴 감추고 있는지
저 춥고 떨리는 물무늬 다 헤아릴 길 없는데
출렁이는 어깨 다독여주듯
두터워지는 산그늘이나 한자락
기일게 끌어당겨 덮어주고는
나도 그만 강 건너 불빛 속으로 돌아가야 할까부다
-『중앙일보/시(詩)와 사색』2023.09.16 -
어머니를 잃고 강가에 나와 있는 사람의 눈앞에 강물이 일렁이고 있습니다. 수면을 박차고 한 마리 물새가 날아오르고요. 시인은 이것을 두고 “그래, 가끔은 강물도 흔들리는 어깨를 보일 때가 있지”라고 말하며 강이 울고 있다고 합니다. 이때의 울음은 속울음입니다.
소리 내어 엉엉 우는 울음이 아닌 꾹꾹 슬픔을 누르고 삼키는 울음. 물론 속으로 울든 소리 내어 울든 울음은 좋은 일 같습니다. 울지 않고 쌓아두면 언제가 슬픔의 둑이 터질 테니까요. 불어난 것들이 다른 것들을 모두 수몰시킬 테니까요. 그러니 이 가을도 우리의 슬픔을 잘 흐르게 두었으면 합니다. 어차피 마를 것은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