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환 패배, 판팅위는 최연소로 첫 출전해 우승까지 |
3월 6일 오전 10시 반(한국시각) 중국 상하이 응씨빌딩 8층 대국실에서 제7회 응창기배 세계바둑선수권 결승 4국이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중국의 판팅위 3단이 한국의 박정환 9단에게 2승 1패로 앞서 있다. 4국은 박정환의 백번이다.
판팅위는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났다. 도시출신이지만, 그의 세대와는 어울리지 않는 8대 2 가르마와 특이한 걸음걸이로 중국 기사들은 그를 '판라오반(사장님)'이라 부른다. 성격은 온순하고 조용한 편인데 특이하게도 다른 기사들과 공동연구를 하지 않고 혼자 공부하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판팅위에 대한 평가를 한 중국기자에게 묻자 "중국의 새로운 고수들은 실력이 거의 비슷해 누가 나은지를 평가하기 어렵다. 판팅위도 그 반열에 있는 기사는 분명하다. 어떤 대회는 그들에게 이기고, 다른 대회에서는 지기도 한다. 실력에 우위는 없다. 저우루이양이나 스웨 등은 단지 세계대회에서 우승했다는 경력만 다를 뿐이다."라고 말했다.
한국바둑팬 대부분이 이창호, 이세돌을 좋아하듯이 중국의 바둑팬들도 아직 새로운 고수보다는 구리나 쿵제를 더 좋아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중국 내에서 박정환과 판팅위의 이번 결승이 응창기배의 명성에 비해 대대적인 인기는 끌지 못하는 것 같다.
오전 10시 반 박정환에 이어 판팅위가 자리에 앉았고, 판팅위가 흑으로우상귀 소목에 착점하며 대국이 시작되었다. 박정환의 컨디션이 좋지는 못하다. 배가 아픈 것이 나아서 어제 점심, 저녁은 맛있게 먹었지만, 잠을 잘 못 잤다고 한다. 점심휴식시간은 한국시간으로 1시 반부터 2시 반까지다. 대국 진행상황과 주요대목은 속보기사로 전한다.
●○...초반의 장고
흑을 든 판팅위는 하변 백진영에 걸쳐만 두고 도로 중국식포석을 펼친다. 결국 포석진행에서 흑은 상변 모양을 만들고 우하귀의 실리를 차지했다. 백은 좌하귀와 하변으로 이어지는 집이 있다. 서로 단단한 실리를 챙겼지만 박정환 입장에서는 우변의 백 두 점이 엶은 것이 약간 신경쓰인다. 그래서인지 이 장면에서 박정환이 장고를 시작했다.
●○...흑이 이상하다
박정환은 우변보강보다는 좌변 쪽 큰자리를 선택했다. 박정환은 우상변에 멋진 응수타진을 해놓고, 우변에서 흑 한 점을 잡았다. 사이버오로 대국실에서 해설 중인 안성준 4단은 "뭔가 흑이 이상해 보인다. 패를 결행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판팅위, 괴롭다.
판팅위는 패는 잘 안 된다고 봤다. 박정환은 우변 백돌은 어느 정도 안정되자 우상귀에서 바로 수를 내러 간다. 안성준 4단은 "이건 확실히 백이 잘 되었다. 우상귀에서 흑의 응수가 아주 괴롭다."라고 해설한다. 중앙 백은 두터워졌고, 귀의 맛도 아직 남아있다.
현지 검토실에 린하이펑 9단이 들러 30분 정도 형세를 살피고 갔다. 린하이펑은 왕루난 9단과 마주 앉아 초반 진행을 검토했는데 역시 박정환이 좋은 형세라는 평이다.
●○...박정환, 우세는 여전해
우하귀에는 패맛이 있지만, 자체 패감이 있고 다른 큰 자리가 많아 박정환은 좌상귀로 손을 돌렸다. 서로 30집 정도의 단단한 실리를 가지고 있다. 안성준 4단은 "백이 실리에서 덤 정도 앞섰다. 엷은 곳도 없어 백의 우세는 여전하다."라고 말한다. 오후 1시까지 진행수순은 75수. 점심시간까지 30분 남았다.
●○...전단을 찾는 판팅위
판팅위가 전단을 구할 곳이 막막하다. 일단 상변에서 깨끗하게 한 점을 먹고, 좌변 백진을 삭감한다. 유리한 박정환은 무난히 받아주며 반상을 좁혀 나간다. 안성준 4단도 "흑은 좌변에서 백집을 제한해 놓고, 우상귀의 패를 결행할 생각이다."라고 예상한다.
●○...13:30 ~14:30 (점심시간)
점심시간은 한국시간으로 1시 반부터 한 시간이 주어진다. 오전대국은 80수까지 진행되었다. 서로 탄탄한 실리를 취했지만, 백이 확실히 앞선 형세다. 박정환은 점심으로 돌솥비빔밥을 먹고, 대기실에서 눈을 감고 휴식중이다.
●○...판팅위의 '흔들기'
2시 반(한국시각)부터 오후대국이 시작되었다. 오전대국 후 남은 제한시간은 박정환이 2시간 13분, 판팅위가 1시간 44분으로 시간도 박정환이 유리하다. 오후 대국개시 후 약 40분 동안 7수가 진행되었다. 흑은 백의 미생마들을 여기저기 건드려본다. 판팅위의 본격적인 흔들기가 시작되었다.
●○...날카롭게 치중
박정환은 상변의 백돌 6점을 버렸다. 그 전에 좌상귀에 날카로운 치중으로 이득을 봤다. 판팅위는 일단 잡아놓고, 우상의 패와 좌중앙 흑 석 점의 탈출을 맞보겠다는 작전이다. 하지만 백이 중앙 석점을 둘러싸면 여전히 박정환이 유리한 형세다.
안성준 4단도 "우상을 흑이 잡는 것이 25집 정도다. 백이 패로 2번을 두면 여전히 형세는 좋다. 그래도 현재 흑의 입장에서는 패를 결행해야 한다."고 평했다.
●○...승부처
판팅위가 중앙 흑 석점을 움직이자 박정환은 크게 공격한다. 한눈으로 봐도 흑이 답답한 모양이고, 설령 산다고 해도 흑이 역전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벌점제로 인한 시간도 변수지만, 지금까지 진행으로는 박정환의 제한시간이 더 많이 남았있다.
중앙에서 서로 의사를 분명히 했기 때문에 이곳이 이 대국의 최대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안성준 4단은 "흑이 답답해 보인다."는 감상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조금만 실수해도 바로 역전이 될 수도 있다.
●○...처절한 버티기
박정환이 하변에서 마늘모로 흑을 가르고 나왔다. 흑은 하변의 양곤마를 연결하며 버틴다. 타개가 어느 정도 된 줄 알았던 중앙 흑대마가 다시 휘청거린다. 하지만 판팅위는 처절한 버티기 끝에 패는 만들었고, 아슬아슬한 곡예를 하며 중앙과 하변을 다 살았다.
6시 24분 박정환이 먼저 2점의 벌점을 받았다. 집 차이가 크지않아서 시간벌점도 상당히 중요해졌다. 지금까지의 시간 사용은 두 기사가 거의 차이가 없다. 벌점시간이 다가오자 수순이 갑자기 빨라진다. 판팅위의 끝내기 수순이 좋아 형세는 굉장히 미세하다.
●○...판팅위로 기울다
6시 45분, 판팅위도 시간을 다 써 벌점 2점을 받았다. 하지만 중국 검토진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온다. 벌점을 똑같이 받아도 흑이 이겼다는 이야기다. 곧 큰 웃음과 함께 검토를 접었다. 판팅위의 우승이 유력하다. 시상식은 3월 7일 저녁 상하이 그랜드센트럴 호텔에서 열린다.
●○...판팅위, 3-1로 응씨배 우승!
박정환이 말을 잊었다. 3월 6일 중국 상하이 응씨빌딩 8층 특별대국실에서 벌어진 제7회 응창기배 세계바둑선수권 결승 4국에서 판팅위 3단이 박정환 9단에게 299수 만에 흑 5점승했다. 흑은 벌점 2점, 백은 4점을 받아 실제 대국보다 더 큰 차이였다. 판팅위는 3-1로 첫 출전한 응씨배에서 우승컵을 안았고, 중국 최연소 9단 승단기록을 갱신했다.
자세한 소식과 현장 사진은 종합기사로 전한다.
▲ 18:47 ●판팅위 ○박정환 - 219수 진행
▲ 13:30 ●판팅위 ○박정환 - 오전대국 80수 진행
제7회 응씨배 세계프로바둑 선수권
대국장소 : 상하이 응씨빌딩 8층 대국장
결승 3국 3월 4일(월) 판팅위 178수 백불계승
결승 4국 3월 6일(수) 판팅위 299수 흑5점승
각자 제한시간 3시간 30분씩이 주어지는 응씨배는 대회 창시자인 고(故) 잉창치 선생이 고안한 응씨룰을 사용한다. ‘전만법(塡滿法)’이라고도 불리는 응씨룰은 집이 아닌 점(點)으로 승부를 가리며 덤은 8점(7집반)이다. 다른 대회와 달리 초읽기가 없는 대신 제한시간을 모두 사용하면 35분당 2점의 벌점을 받는다. 총 3회까지 시간연장이 가능하며 3회를 초과하면 시간패 처리된다.
응씨배의 우승상금은 40만달러(한화 약 4억 4000만원), 준우승상금은 10만 달러다.
▲ 응씨빌딩 8층 선수대기실에서
▲ 대국을 위해 녹차를 준비했다.
▲ 결승상대 판팅위
▲ 4국은 박정환의 백번이다.
▲ 판팅위의 착점 장면
▲ 박정환, 이 판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
▲ 응씨배를 취재하는 기자들.
▲ 대국초반, 흑을 든 판팅위는 백진영에 걸쳐만 두고 도로 중국식포석을 펼쳤다.
▲ 검토실에 등장한 린하이펑 9단
▲ 오전 검토실은 비교적 한산했다.
▲ 린하이펑 9단이 결승 4국을 검토 중이다.
▲ 결승 4국은 상하이 응씨빌딩 8층에서 진행중이다.
▲ 응씨빌딩 1층 정문
▲ 대국장에 들어오는 박정환
▲ 판팅위 자리에서 본 반상. 오전 대국은 80수까지 진행되었다./div>
▲ 남은 시간이다. 오후대국은 박정환이 2시간 13분, 판팅위는 1시간 45분의 여유가 있다.
▲ 대국개시 전까지 열심히 수읽기하는 박정환
▲ 판팅위도 자리에 앉았다.
▲ 대국장 옆 복도의 창문에서 바라본 상하이의 명물 '동방명주'. 3국 때와 마찬가지로 날씨는 쾌청하다.
▲ 박정환이 패했다. 3-1 판팅위 '우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