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세 개로 갈라지는 나무에 샛노란 꽃… 껍질로 한지·지폐 만들어요
삼지닥나무
삼지닥나무의 가지는 세 갈래로 갈라져요. 각 가지엔 기다란 나팔 모양의 꽃송이들이 둥글게 모여 달린답니다. /김민철 기자
아직 찬 바람이 가시지 않은 요즘 샛노란 꽃이 가득 피는 나무가 있습니다. 매화·납매·풍년화 등과 함께 봄을 알리는 전령 역할을 하는 삼지닥나무입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엔 이르면 2월부터 삼지닥나무 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올라옵니다.
삼지닥나무는 팥꽃나뭇과에 속하는 나무로, 작고 긴 나팔 모양의 꽃송이들이 우산살처럼 둥글게 모여 달립니다. 이런 꽃차례가 가지마다 가득 달려 아래를 향해 피는 모습을 보면 정말 장관입니다. 꽃이 벌어지기 전엔 긴 나팔 모양의 아주 연한 노란빛을 띠지만 점차 진하고 고운 샛노란 색으로 변합니다. 초봄에 피는 꽃이 대개 그렇듯 잎이 나기 전에 꽃이 먼저 핍니다.
‘삼지(三枝)닥나무’라는 이름은 나뭇가지가 3갈래로 갈라지는 독특한 모습의 닥나무라고 붙은 것입니다. 이 나무 꽃은 추운 겨울에 피는 꽃답게 향기가 좋습니다. 멀리서도 느낄 수 있는 그윽한 향기를 가졌습니다. 그래서 서향처럼 향기가 좋은데 꽃이 노랗다고 ‘황서향나무’라는 이름도 갖고 있습니다.
자생하는 나무는 아니고 중국이 원산지인데, 닥나무와 함께 종이 재료를 만들기 위해 심어 기른 나무였습니다. 지금은 종이 재료로 수요는 줄어들었지만 노란 꽃을 나무 가득 채우는 모습이 좋아 마당 한쪽이나 화단에 관상수로 많이 심고 있습니다.
삼지닥나무는 따뜻한 남쪽 지방에서 주로 자랍니다. 한 세대 전까지 전남 고흥이 삼지닥나무 껍질 주산지여서 요즘에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삼지닥나무 꽃을 보기 위해 고흥을 찾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추위에 약해 중부지방에서는 월동하지 못하는데, 국립세종수목원과 충남 태안에 있는 천리포수목원에서 자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삼지닥나무는 닥나무보다 훨씬 고급 종이를 만들 수 있는 재료여서 돈이나 지도 종이 같은 특별한 용도로 썼다고 합니다. 한지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일본은 요즘에도 네팔에서 삼지닥나무 껍질을 수입해 지폐를 만든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조폐공사는 목화에서 뽑은 실 조각인 면섬유로 지폐를 만듭니다.
삼지닥나무와 함께 종이를 만드는 닥나무는 이름은 비슷하지만 뽕나뭇과에 속하는 나무입니다. 닥나무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생하는 나무로, 중국·일본에도 분포합니다. 닥나무를 베어 찐 다음 껍질을 벗겨 표백하고 방망이로 두드리는 등 수많은 과정을 거쳐 한지를 만든다고 합니다.
닥나무 꽃은 4~5월 옅은 자주색 실 같은 털이 잔뜩 나 있는 모습으로 핍니다. 삼지닥나무 열매는 작은 계란 모양의 검은색 종자인데, 닥나무 열매는 산딸기 모양으로 익는 것을 보면 삼지닥나무와는 계통이 다른 나무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한지를 만드는 닥나무의 85%를 외국에서 수입해서 쓰고 있는데, 전북 익산 등에 닥나무 9만 그루를 심어 국산 비율을 100%로 높이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 고유의 한지를 만드는 데 우리 땅에서 자란 닥나무를 재료로 쓰는 것이 당연할 것 같습니다.
김민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