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말리부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GM의 새 중형차다. 정숙성이 뛰어나고 편의 장비도 알차다. 실내 디자인이나 마무리에서 손색없는 수준을 보여준다. 얼핏 카마로를 연상시키는 스타일링도 장점이다. 대신 엔진은 경쟁력이 좀 떨어지고 그 성능은 가속력에서 나타난다. 변속기도 이전보다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답답한 면이 있다. 파워트레인이 말리부의 옥에 티다.
글 / 한상기 (프리랜서 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Twitter / @Global_AutoNews
말리부는 GM과 쉐보레의 변화를 보여주는 아이콘이다. 말리부를 보면 GM의 전략이나 최근의 트렌드를 알 수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말리부는 오직 북미 시장만을 위한 중형 세단이었다. 거의 미국에서만 팔렸다. 그러던 차가 글로벌 시장, 그러니까 월드카의 개념으로 개발돼 국내에도 팔리게 됐다.
신형 말리부는 6개 대륙의 100개 국가 이상에서 팔린다. 과거의 말리부와는 다른 개념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시장은 GM이 가장 많이 팔리는 중국이다. 신형 말리부가 작년 4월의 상하이 모터쇼에서 공식 데뷔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말리부는 구형부터 달라질 조짐을 보이긴 했다. 최근의 트렌드가 원 플랫폼이기 때문에 여러 시장에서 두루 통할 수 있는 모델을 지향한다. 대표적인 예 중 하나가 포드의 원 포드 전략이다. 일각에서는 개성이 사라진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런 경향이 몇 년 더 지속되면 당연한 듯 받아들여질 것이다.
신형 말리부는 입실론 II 플랫폼에서 나온다. 오펠 인시그니아, 뷰익 리갈과 같은 플랫폼이고 서스펜션과 맥퍼슨 스트럿, 멀티링크를 조합한다. 서스펜션의 조합만 봐도 기존의 미국차와는 다른 구성이다. 신형은 이전과 지향점이 다르다. 구형은 입실론 플랫폼에서 나왔고 당시에는 새턴 오라, 폰티액 G6도 공유했다. 지금은 GM이 구조 조정을 하면서 모델 정리가 된 셈이다.
국내에서는 가장 중요한 포지션인 중형급에 포진한다. 매그너스, 토스카로 이어지는 GM(대우)의 중형차 계보를 잇는 모델이다. 국내에서는 쏘나타라는 절대 강자가 포진하고 있기에 점유율을 높이기가 어려운 세그먼트이다. 새 모델이 나올 때마다 차명이 바뀐 것도 특징이다. 자고로 장사 잘 되는 집은 간판이, 잘 팔리는 차는 차명이 안 바뀐다.
GM의 행보를 보면 말리부에도 기대를 갖게 된다. 말리부는 소비자가 가장 중시하는 항목 중 하나인 실내 공간이 동급 최고 수준이고 편의 장비도 알차게 채워 넣었다. 파워트레인의 업그레이드도 두드러진다. 2013년형 말리부에는 새로 개발된 269마력의 2리터 터보 엔진도 올라간다.
말리부가 독립적인 이름으로 판매된 때는 1978년이며 1997년형 모델부터 현재와 같은 앞바퀴굴림으로 전환됐다. 미국에서는 쉐보레 브랜드의 대표 모델로 자리매김 했었고 판매도 꾸준했다. 2000년과 2005년에 연간 판매가 20만대를 넘었고 이후에도 15만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EXTERIOR & INTERIOR
말리부를 보는 순간 카마로가 생각난다. 비슷한 디자인을 채용하고 있기도 하지만 카마로에서 강하게 각인된 스포티한 이미지가 말리부에서도 보인다. 말리부의 스타일링은 카마로의 세단 버전이라고 할 만 하다. 테일램프도 카마로를 연상케 한다. 그리고 최근 나온 쉐보레의 패밀리룩 중에서도 가장 미끈한 맛이 있다. 이전까지는 스포티하지만 약간은 거친 느낌이 있었지만 말리부는 정제된 스타일링이라고 해야겠다.
말리부의 전장×전폭×전고는 각각 4,865×1,855×1,465mm, 휠베이스는 2,737mm이다. 쏘나타와 비교 시 전장과 전폭은 더 크고 전고는 낮다. 반면 2,737mm의 휠베이스는 쏘나타보다 조금 짧다. 말리부의 휠베이스는 구형과 비교 시 114mm가 짧아진 것이다. 휠베이스가 짧아진 것에서도 이전과는 지향점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광택을 낸 멀티 스포크 알로이 휠은 말리부를 돋보이게 한다. 알로이 휠의 디자인은 유럽 스타일이다. 타이어는 브리지스톤의 투란자 EL400, 사이즈는 245/45R/18이다. 차체 사이즈는 그렇다 쳐도 엔진 배기량과 출력에 비해 과도하게 큰 감이 있다.
실내 디자인도 지금껏 본 쉐보레 중 가장 근사하다. 실내만 봐도 확실히 상품성이 개선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운전자를 감싸는 듯한 랩 어라운드 디자인은 안정감이 있고 실내의 공간 자체도 넓다. 실내 소재는 납득할 만한 수준이고 마무리는 흠 잡을 구석이 없다. 송풍구로 착각하게 만드는 대시보드의 장식도 독특한 디자인이다.
센터페시아는 보기가 좋으면서도 쉽게 각 기능을 파악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상단에 위치한 7인치 모니터는 피아노 블랙으로 엑센트를 줬으며 라디오와 미디어, 전화, 내비게이션은 버튼이 아니라 터치식으로 처리했다. 이 부분은 포드를 따라한 것 같다. 모니터 뒤에 감춰진 수납함도 돋보이는 아이디어이다.
바로 밑의 오디오와 공조 장치 버튼은 큼직큼직하다. 버튼도 밋밋한 평면이 아니라 약간의 굴곡을 집어넣은 게 눈에 띈다. 작은 부분이지만 시각적인 면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공조 장치의 경우 자주 사용하는 바람 세기 조절은 다이얼 식을 채용해 조작이 편하다.
계기판은 간단한 구성으로 시인성을 우선해 디자인 된 것 같다. 다른 말로 하면 타코미터나 속도계 디자인은 조금은 심심해 보인다. 가운데 액정에는 순간 연비와 TPMS 같은 다양한 정보가 표시된다. 3스포크 스티어링 휠에는 크루즈 컨트롤과 오디오 버튼이 마련된다. 시프트 패들이 없는 대신 수동 조작 버튼은 기어 레버 상단에 마련했다.
시트 역시 괜찮은 착좌감을 보인다. 이전의 미국차는 시트에 앉으면 떠 있는 느낌이 있었는데 말리부는 비교적 편하다. 쿠션도 탄탄한 편이다. 거기다 2열 시트 역시 참 편하다. 1열만큼 편하다. 레그룸은 물론 머리 위 공간도 충분하고 열선 시트가 있는 것도 장점이다. 2열 유리는 하향만 원터치가 적용됐다.
POWERTRAIN & IMPRESSION
파워트레인은 2리터 가솔린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이다. 2리터 가솔린은 141마력, 18.8kg.m의 최대 토크를 낸다. 이전과 비교 시 리터당 출력이나 토크에서 큰 개선이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전보다 배기가스가 줄었기 때문에 좋아졌다고 할 수 있지만 요즘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참고로 말리부는 쏘나타처럼 V6 엔진을 없앴다.
공회전 시에는 상당히 정숙하다. 엔진 소리가 잔잔하게 들릴 뿐이고 진동 억제 능력도 좋다. 이 조용함은 주행에서도 이어진다. 일단 회전수를 올려도 부드러운 엔진 음색이 유지되고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이나 바람 소리의 차단도 잘 이뤄지고 있다. 운전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속도에서는 편하게 크루징할 수 있다.
가속 능력은 초반과 나중의 편차가 큰 편이다. 100km/h 이하의 영역에서는 미끈하게 가속되고 힘 부족은 크게 느낄 수 없다. 3단으로 120km/h까지 힘차게 가속되고 4단으로 155km/h까지도 나쁘지 않다. 5단으로 넘어가면 가속력이 확 처지고 이후부터는 아주 천천히 속도가 붙는다. 그래도 탄력을 받고 내리막을 만나면 200km/h에 도달하기도 한다. 평지에서는 180km/h 정도가 현실적인 최고 속도로 보인다.
고속 안정성도 만족스럽진 않다. 고속으로 주행 시 차체는 괜찮은데 스티어링에서 전해지는 감각이 불안하다. 스티어링의 중심 부분 유격이 있는 편이라 완만한 코너를 돌 때도 감각이 정확치 않다. 직진할 때도 마찬가지여서 심적으로 편하지 않다. 느낌은 좀 다르지만 말리부나 쏘나타나 고속 안정성은 거기서 거기다.
이전보다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변속기의 경쟁력이 떨어져 보인다. 우선 변속 시간은 이전보다 단축됐지만 여전히 늦는 편이다. 특히 열이 충분히 받지 않았을 때는 변속 시간이 더 지체되고 간헐적으로는 큰 충격도 발생한다.
다른 GM 변속기처럼 수동 모드에서는 자동 변속이 되지 않는다. 시프트 패들 대신 수동 변속 버튼을 기어 레버 상단에 마련했는데, 은근 자주 사용하게 된다. 기어 레버에 수동 변속 버튼이 있는 쌍용이나 포드는 잘 사용하지 않게 되지만 말리부는 조작이 편하다. 괜찮은 위치다.
말리부는 동급의 다른 차에 비해 무게 중심이 낮다는 느낌이 든다. 코너를 돌 때 차체가 낮게 깔리고 보디 롤도 크지 않다. ESP의 개입은 조금 빠른 편이지만 생각보다는 재미있게 탈 수 있다. 브레이크도 페이드 시점이 늦다. 200, 120, 120km/h에서 연속으로 급제동 한 후에도 페이드가 약하게 발생할 뿐이다. 말리부 급에서 이렇게 급제동하고 이정도의 페이드만 보이는 건 아주 준수한 것이다. 브레이크는 쏘나타보다 좋다.
말리부는 장점이 많다. 남자다운 디자인에 편의 장비도 알차게 실렸다. 실내의 마무리나 공간에도 높은 점수를 줄만하다. 대신 파워트레인, 특히 변속기의 업그레이드가 요구된다. 쏘나타와의 갭을 크게 줄인 것에 나아가 차체 강성과 핸들링 등 더 앞선 부분에서 쉐보레와 말리부의 희망을 볼 수 있다.
주요제원 쉐보레 말리부
크기
전장×전폭×전고 : 4,865×1,855×1,465mm
휠베이스 : 2,737mm
트레드 앞/뒤 : 1,583/1,585mm
공차중량 : 1,530kg
트렁크 용량 : --
연료 탱크 용량 : 73리터
엔진
형식 : 1,998cc 직렬 4기통
보어×스트로크 : --
압축비 : --
최고출력 : 141마력/6,200rpm
최대 토크 : 18.8kg,m/4,600rpm
변속기
형식 : 자동 6단
기어비 :
최종감속비 :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 스트럿/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 V.디스크
스티어링 : 랙&피니언
타이어 앞/뒤 : 245/45R/18
구동방식 : 앞바퀴굴림
성능
0-100km/h 가속성능 : --
최고속도 : --km/h
최소회전반경 :
연비 : 12.4km/리터
이산화탄소 배출량 : --
시판가격 : 2,185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