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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랫줄 왼쪽 부터 윤종국 신부(논평), 박정우 신부(발제), 심상태 몬시뇰, 최부식 신부(발제), 이은자 대표(논평) ©정현진 기자 |
한국교회 안에서 ‘신앙의 해’와 관련해 다양한 심포지엄이 이어지는 가운데 ‘새복음화’의 원리로 ‘사회교리’에 먼저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되었다. 새천년복음화사도직협회(회장 박노훈)는 새천년복음화연구소가 주관한 ‘새로운 복음화와 사회교리’라는 심포지엄을 10월 27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7층에서 열고, 사회복음화와 사회교리에 집중적인 관심을 보였다.
박정우 신부 “<가톨릭교회 교리서> 제3편에 담긴 ‘사회교리’ 주목해야”
윤종국 신부 “사제연수와 구역반장 교육에 사회교리 포함시켜자”
박정우 신부(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교수)는 세속적 가치관의 확산과 영적 삶에 대한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시대적 도전 앞에서 ‘새 복음화’는 신앙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 무엇보다도 ‘사회교리’의 보급과 실천으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신부는 ‘신앙의 해’를 선포하면서 교회가 <가톨릭교회 교리서>를 모든 신앙생활의 원천으로 삼도록 촉구한 것을 상기시키며, 특히 <가톨릭교회 교리서>의 제3편이 사회교리를 전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신부는 최근 한국 교회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던 사회교리가 점차 견진교리, 특강, 사회교리학교 등을 통해 보급되고 있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교회의 주된 예비자 교리서인 <함께하는 여정>은 사회교리 부분을 여전히 빈약하게 다루고 있으며, 신학교 교육 과정 역시 미진하다”고 비판했다. 또 불의한 현실에 대해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에 따라 예언자적 역할을 수행하는데도 “일부 신자들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날 박정우 신부는 사회교리를 신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각종 교리서를 수정 및 보완해 ‘그리스도인의 삶’과 관련된 사회교리 내용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으며, 신학교 교육과정과 수도자 양성과정에서도 사회교리를 필수과목으로 채택해 사제와 수도자들이 사회교리를 신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자고 전했다. 아울러 각 교구마다 사회교리학교를 비롯해 다양한 신자 재교육 과정을 통해 사회교리의 원칙과 가치를 배울 수 있도록 하자고 덧붙였다.
논평을 이어간 윤종국 신부(서울대교구 동작동 성당)는 교구의 ‘사제평생교육원’을 통해 사회교리를 사제연수의 의무사항으로 삼자고 제안했으며, 지구 차원에서 본당의 세포라고 할 수 있는 구역장과 반장에게도 사회교리를 교육하고, 예비자 교리와 강론시간을 활용해 사회교리를 신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전했다. 덧붙여 “‘현실이 곧 성경’이라는 맥락을 인식시키고, 이를 위한 대중적 사회교리 교재 마련이 절박하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
최부식 신부 “본당사목구는 사회교리로 지역에 뿌리 내려야”
최부식 신부(서울대교구 목3동 성당)는 신도림본당 재임 중 시도했던 사회교리 교육 사례를 정리하며, “본당사목구는 신앙이라는 특별한 종교성을 밑거름으로 지역사회 전체에 영향을 끼치고 존재를 드러낸다”면서 본당이 지역사회 안에서 뿌리를 내려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나 본당 공동체마저도 신앙보다 세속적 기준을 우선시하는 상황”이라며 “공동체 구성과 성취라는 목표를 이루는 지혜의 출발”이며 “교회 공동체가 제대로 세상을 바라보기 위한 유일한 지혜”인 사회교리를 강조했다.
최부식 신부는 사회교회가 본당 신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이유는 교육 프로그램이 ‘믿을 교리’에 치중되어 있으며, 사목자들이 예언자적 용기와 지혜의 부족으로 현실에 안주하고, 중앙집중적이고 통제적인 상급기구 직무자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 때문에 본당공동체가 “무사안일하고 기복적이며, 집단이기주의적 교회”가 되었다고 비판했다.
최부식 신부는 “‘본당 사회교리학교’는 모든 교회구성원과 지역 비신자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싶다는 신자들의 열의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됐으며, 결과적으로 신앙성숙과 본당 사목 실현에 도움이 됐다”고 전하면서, “예를 들어 신도림 성당 본당사회교리학교 운영은 일반 신자들과 교구 전문 강사진의 만남, 친교공동체 실현을 위한 토대 마련, 이념의 차이를 화해와 조화로 극복, 주제별 본당사목 실현 등 긍정적 효과를 냈으며, 빈민구호, 환경, 생명평화의 다양한 영역에서 구체적 실천을 구현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최 신부는 본당사회교리학교 실행에 대해 “이론 중심의 강좌 이전에 수강자 각각의 상황과 한계점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며, 광범위한 연구를 통해 구성원들에게 절박하고 친밀한 주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하면서, “반드시 실천의 영역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며, 단순히 실천하라는 가르침뿐만 아니라 현장 체험, 나아가 삶의 자리에 실질적 주체로 설 수 있도록 지역사회 연계망과 현장 접목, 교구와 본당 연계 활동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현진 기자 |
이은자 씨 “사회교리가 왜 이리 낯설고 먼가?
교회와 사제들의 직무 유기 때문...”
논평을 맡은 이은자 씨(신도림본당 환경지킴이 대표)는 “세례 받은 지 20여년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사회교리에 대해 듣고 공부할 수 있었다”며 “삶의 질을 결정하는 정치문제에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논리처럼, 교회가 부정적인 시각에서 사회교리를 배제한 것은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어 “여전히 사회교리가 낯설고 먼 교리로 남아있는 것은 교회의 직무유기이며, 사제들의 직무유기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은자 씨는 사회교리학교 수료자 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결과를 제시하면서, “수료자 90% 이상이 사회교리교육에 찬성하며,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더 적극적인 신앙생활을 하게 됐다”고 전하며, 사회교리를 예비자교리와 견진교리 과정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호소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