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와 목동 문의 늘고 급매물 사라져 노도강은 거래절벽이다.
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2023. 1. 4.
[이데일리 김아름 박경훈 이윤화 기자] 정부가 주택 시장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에서 단행했던 과도한 규제를 정상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사실상 대출을 옥죄고 있는 DSR(총부채상환비율)규제를 제외하면 부동산 규제 대부분을 완화하거나 폐지하면서 거래절벽에 신음하던 시장도 반등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규제 완화 또는 철폐 방침을 두고 지역마다 반응은 엇갈리는 모습이다. 규제 완화에서 빠진 지역은 짙은 아쉬움을, 일부 상급지임에도 규제가 풀린 지역은 문의가 늘어나는 등 서서히 기대감이 살아나는 모습이다.
1. ‘큰 장 선다’ 여의도·목동, 급매물 감춰지고 있다.
4일 여의도 지역의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오랜만에 매물을 문의하는 수요자가 늘어났다. 여의도 A 중개업소 관계자는 “그동안 전화 한 통 없다가 이날 오전에만 세 통의 문의 전화를 받았다”며 “여의도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는 아직 안 됐는데 풀릴 여지는 있다고 하니까 문의가 느는 것 같다. 만약에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되면 2년 실거래 요건이 없어지는 것이다. 최근 ‘급급매’ 정도 가격에 나온 것만 팔리고 나니 급매가 여의도에 남은 게 별로 없다”라고 말했다.
여의도 B 중개업소 관계자는 “물건은 많이 있어도 급매들은 단지별로 하나씩 정도밖에 없다”라며 “아직 실거주 요건이 풀리지 않아서 매수 문의들은 좀 있는데 그렇다고 주인들이 내놓은 집들을 다시 거둬들이는 분위기도 아니다”고 말했다.
목동에서도 ‘급급매’ 물건들이 자취를 감췄다. 목동은 특히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이 이달 5일부터 시행되면서 기대감은 더 높아지고 있다.
목동 C 중개업소 관계자는 “14단지 27평의 경우 불과 며칠 전에 11억원까지 내렸었는데 이제는 모두 거래가 완료되고 13억원 밑으로는 거래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규제 지역을 해제하면 세금, 대출 등 부분에 있어 완화 효과를 볼 수 있어 작년보단 거래가 소폭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강남 3구와 용산을 제외하고 모두 규제지역에서 벗어나면서 성동구나 여의도 등 일부 지역에 수요가 집중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2. 실제 체감 힘들어, “매수 문의 없다”.
규제지역 해제 대상에서 빠진 곳에서는 실망과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최고점 대비 7억~8억 가까이 떨어진 잠실 등지에서는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잠실에 거주하고 있는 이현숙(45) 씨는 “매매 가격이 이미 크게 빠지는 상황에서 왜 규제를 묶어 놓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며 “집을 내놓은 지 수개월째인데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버티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번 규제지역에서 제외된 서초구 방배동의 D 중개업소 관계자는 “3개월 전부터 개미 한 마리도 안 보이는 완전 휴업 상태다”며 “금리가 높으니까 소비심리가 너무 없다”고 토로했다.
일부 호재가 있는 지역 외에는 정부가 규제를 완화했어도 실제 체감하기는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서울에서 집값 낙폭이 컸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에선 막상 규제 해제 대상으로 풀렸어도 활발한 시장 분위기를 찾아보긴 어려운 상황이다.
수유역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북 지역은 규제 해제 지역으로 포함될 것이란 예상이 종전부터 있어 집주인들은 떨어진 집값이 조금 더 오를 수 있는지 간혹 묻기도 하는데 사겠다는 문의가 늘어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도봉구 창동역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매수 문의는 거의 없다. 구정이 조금 지나야 움직이지 않을까 싶다”며 “급하게 반등하지는 않을 것 같다. 매수 자체가 별로 없다”고 일축했다.
과천 F 중개업소 관계자는 “아직 문의가 있지는 않다”며 “다만 가격이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매수 대기자는 많다”고 말했다.
성남의 G 중개업소 관계자 역시 “지금 규제가 풀렸다 하더라도 금리가 높아서 시장에 반영되는 건 없을 것 같다라며 “학군 수요가 있는 지역에서도 매매는 안 되고 임대 거래만 조금 있다”고 설명했다.
서진형 경인여대MD비즈니스학과 교수는 “바닥 다지기에 들어가면서 어느 정도 경착륙 예방에는 효과가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며 “부동산 시장 내부 요인보다는 글로벌 경제위기와 고금리 등 외부요인에 의한 거래 절벽 원인이 더 크기 때문에 정부에서 규제 해제를 하겠다고 해도 매수 희망 가격과 매도 희망 가격 간에 간극이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장 활성화까지는 요원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아름 (autumn@edaily.co.kr)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