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화
- 유성과 유하, 그리고 한별 -
"와~ 맛있겠다."
"쳐다보지만 말고 먹어라."
"헤헤. 먹기 아까워서 못 먹겠어."
"바보 같은 소리 말고 먹기나 해."
"피이.."
입술을 삐죽 내민 유성은 곧 밥을 한 가득 퍼서 입속으로 집어 넣고 그 작은 입술로 오물오물 거리더니 꿀꺽 삼키고 배시시 웃었다.
"우와, 별아. 이거 되게 맛있어! 정말 네가 한 거야?"
"아까 너도 옆에서 봐 놓고서도 못 믿겠냐?"
"응응. 별아, 너는 신이 내린 요리 솜씨를 가지고 있어. 넌 요리왕 비룡 보다도 요리를 잘 하니까 요리사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유성의 입에 발린 칭찬에 절로 입이 벌어지는 한별이지만 티를 안 내려 노력했다.
한별의 요리 솜씨는 봐 줄만 했다.
한달이나 혼자 요리를 해 먹어서 그런지 꽤나 솜씨가 늘었긴 하지만 한별은 별로 못 느끼고 있었는데 저렇게 칭찬을 해 주니 기분이 좋은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게 둘은 칭찬을 하고 받고 하며 즐거운 식사를 끝낸 후에 거실로 와서 소파에 앉아 TV를 보기로 했다.
리모컨을 손에 쥐고 있는 유성이 TV를 켜며 한별에게 물었다.
"뭐 보고 싶은 거 없어?"
"넌?"
"난 별이 네가 보는 거라면 다 좋아."
"난 별로 보고 싶은 게 없으니까 네가 보고 싶은 방송 봐."
"그럼 그렇게 할게."
유성이 생글생글 웃으며 아무 곳이나 채널을 돌렸지만 그 웃음은 바로 사라지고 말았다.
아무렇게나 돌린 채널에 바로 진한 배드신이 연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보는 강한 배드신에 충격을 받은 유성이 어쩔줄을 모르고 멍하니 있자 한별이 말했다.
"저거 볼거냐?"
"아니, 아니, 아니야, 별아. 내, 내가 보려던 게 아니고 아무데나 틀었는데 저런 게..!"
"아니까 애써 변명할 필요 없다. 다른 곳 틀어."
"...믿어 주는거야?"
"물론이지."
그러며 씨익 웃는 한별을 마주보며 유성도 밝게 웃었다.
"헤헤, 난 별이 네가 참 좋아."
".....나도 그래."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자그마한 목소리로 말 하는 한별이 사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는 유성이다.
'헤헤, 별아. 난 정말 네가 좋아. 정말로..'
기분이 좋아진 유성이 또 한번 방긋 웃으며 채널을 돌렸다.
이름하야.. 그 유명한 투니버스.
만화 광인 유성은 24시간 만화채널을 거의 끼고 살았다.
그러나 유일한 희망인 만화 채널마저 유성을 버리고 말았다.
그 곳에서는 마침 '이누야샤'라는 만화가 방영 중이었는데 하필 키쿄우와 이누야샤가 진하디 진한 키스를 나누고 있었기 때문이다.
'으으, 또 한 번 분위기가 어색해졌잖아.'
"벼, 별아. 우리 그냥 TV보지 말자."
"그래, 그럼."
한별의 대답을 들은 유성은 얼굴을 붉히며 괜히 애꿎은 만화에다 화풀이를 했다.
'우으, 어째서 순수한 어린이들이 보는 만화에 그런 게 나오냐구! 저런 만화는 삭제 해 버려야돼. 난 양다리가 제일 싫어. 그래서 이누야샤도 싫어!'
괜히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 버린 유성의 상상.
유성은 어색해진 분위기가 싫어 벌떡 일어난다.
"나, 나 이제 집에 갈래."
"왜?"
"그, 그냥.. 안녕, 별아. 내일 학교에서 보자."
그러며 나가려던 유성의 손을 다짜고짜 붙잡은 한별.
유성이 놀라서 돌아보자 한별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지마."
"...응?"
"가지마라."
'젠장, 니가 이렇게 가 버리면 난 그 얄밉기 그지 없는 여자와 동거따위를 해야 한다고!'
그런 바보 같은 한별의 생각을 알 턱이 없는 유성은 한별이 왜 그러는지 몰라 의문을 가질 뿐이다.
그리고 가지말라는 명령조의 목소리와 왠지 모르게 매혹적인 한별의 모습에 쉴새 없이 뛰기 시작하는 심장이 정말 이상하게 느껴지는 유성이다.
'정말 왜 이러지? 오늘은 정말 나 자신이 내가 아닌 것만 같아. 이대로 여기 있다가는 내 심장이 폭발해 버릴지도 몰라. 빨리 이 곳을 벗어나야겠어."
그런 말도 안 돼는 생각을 하며 유성은 한별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뺏다.
마침 힘을 빼고 있던 한별이었기에 손은 쉽게 빠져 나올 수 있었다.
"미안해, 별아. 난 정말로 가야해. 너무 늦으면 부모님이 걱정 하시거든. 정말로 미안. 안녕!"
왠지 지금이 아닌 이상 한별의 눈동자를 계속 보고 있으면 빠져 나오지 못 한다는 생각에 가지말라는 한별을 어렵게 뿌리치고 한별의 집을 나온 유성이다.
그리고 집 앞에 있는 한 사람의 형태를 보았다.
왠지 모르게 으스스해진 유성은 빠르게 지나쳐 가려고 했지만 그 형체가 더 빨랐다.
그것에게 손이 잡힌 유성은 '아, 이제 난 죽었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눈을 질끈 감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그 형체를 바라 보았다.
자세히 보니 그 형체는 유하였다.
"반장..?"
유성이 '반장이 왜 여기에 있지?'하는 생각을 할 틈도 없이 유하가 평소에는 들을 수 없는 싸늘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협박했다.
"소유성. 너.. 강한별한테서 떨어져. 또 저번처럼 험한 꼴 당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야."
"뭐...?"
"너 말야, 저번에 강한별 기다리다가 어떤 놈들한테 강간 당할 뻔 했지? 뭐, 강한별이 구해줘서 그 땐 간신히 도망쳤겠지만 이번엔 안 돼. 알겠어? 그러니까 왠만하면 순순히 떨어지는 게 좋을거야."
"채유하.."
"그럼, 이만 가 봐. 귀염둥이 강한별 애인씨.. 뭐, 이제 그 역할은 끝날 테지만 말야."
"하, 너 정말.. 이런 애 아니잖아."
"내가 이런 애가 아닌지 긴지 네가 어떻게 알지? 헛소리 짓걸이지 말고 어서 내 앞에서 꺼져버려."
"...절대로 내가 한별이한테서 떨어지는 일은 없을거야. 네가 무슨 짓을 한다고 해도.."
유성도 답지 않은 차가운 목소리로 유하에게 경고하듯 말하곤 떠났다.
그러자 유하가 약간 당황한 듯 했지만 곧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소유성, 넌 절대로 내 상대가 못 돼."
혼자 중얼거리듯 말한 유하는 일어서 방금 유성이 나온 한별의 집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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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틴 로맨스소설
[ 중편 ]
남장소녀의 약혼녀 6
크림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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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28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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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낄낄..한별군을 가운데에 두고 쟁탈전 이군요..아무리 그래도,한별군은.....제껍니다.(틀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