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 6일을 잘 기억하고 있다. 원더걸스는 나오지도 않았고 이청용과 기성용의 이름은 낯설었던 시절이었다. 허정무 감독은 전남을 K리그 중위권으로 이끌고 있었으며, 김밥 한 줄은 여전히 천원이었다.
하늘에는 밝은 달이 떠있었고, 한국은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안컵예선에서 타이완을 8-0으로 대파했다. 이운재와 박지성이 함께 뛴 마지막 대표팀 경기도 그때였다. 만약 우리가 이운재와 박지성에게 “앞으로 2년 2개월 동안 당신들이 함께 뛰는 일은 없을 거요” 라고 말했다면, 그들은 우리의 말을 믿었을까?
이영표는 사우디전에서 A매치 100회 출장의 대기록을 달성할 예정이다. 엄청난 업적이다. 그리고 이운재, 이영표, 박지성은 대표팀의 고참 멤버가 돼버렸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사우디전에 출장 가능한 선수들의 A매치 경력을 보면 박주영이 그 다음으로 선참이라는 사실이다. (이운재 109경기, 이영표 99경기, 박지성 73경기, 박주영 28경기)
이는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한국 축구의 세대 교체를 보여주는 모습이니까. 1995-96시즌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는 스티브 브루스, 에릭 칸토나, 피터 슈마이켈 등의 노장 스타들이 있었다. 이들 베테랑들은 데이비드 베컴, 개레 네빌, 폴 스콜스, 니키 버트 등의 어린 선수들을 이끌고 FA컵 우승을 이뤄냈다.
하지만 당시 맨유는 시즌 개막전부터 패배를 기록했었다. BBC의 유명 해설자인 알란 한센은 이에 대해 “저런 어린애들을 데리고는 아무런 우승도 이룰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었다.
당시 캡틴이었던 스티브 브루스는 주장 완장을 칸토나에게 넘겼었다. 사실 두 사람은 매우 다른 타입의 선수였다. 브루스는 기술이 부족했지만 열정을 다해 뛰는 잉글랜드의 불독과 같은 선수였고, 칸토나는 유럽에서 온 스타일리쉬한 저격수였다.
어떤 사람들은 축구에서 주장의 역할은 대단한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어쩌면 맞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1986년 리버풀은 ‘더블’을 기록했는데, 케니 달글리쉬가 선수 겸 감독이었고 알란 한센이 주장이었다.
잉글랜드에서는 대표팀 주장에 관한 이야기들을 너무 부풀리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현대 축구에서의 주장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주장은 팀의 대표자이자 상징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장의 실제적인 역할은 점점 덜 중요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자 그럼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주장은 누가 되어야 옳을까?
이영표?
사우디전에서는 이영표가 주장 완장을 차야 할 것 같다. 100회 출장에 대한 명예가 있고, 경험 측면에서도 가장 베테랑이기 때문이다. 물론 A매치 횟수로만 따지자면 이운재가 앞서지만, K리그를 시작으로 네덜란드, 잉글랜드, 독일에서 뛰고 있는 이영표는 최고로 다양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이운재?
사우디전이 끝나면 이운재가 다시 완장을 차도 괜찮다고 본다. 그러나 1년의 징계를 (개인적으로 너무 심했다고 보지만) 끝내고 돌아온 첫 경기에서 그가 주장이 된 것은 그다지 옳지 못했다.
외도를 하다 아내에게 쫓겨났다고 가정해보자. 결국에는 다시 집에 돌아올 수도 있겠지만, 집 안의 분위기가 갑자기 예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잠시 동안은 행동을 바르게 하며 자숙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쫓겨 났다가 1주일 만에 돌아왔는데, 속옷만 입고 소파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TV 리모콘을 점령하기는 어려운 것이 아닌가? (물론 저는 이와 비슷한 행동도 해 본적이 없습니다. TV에서 본 이야기를 하는 것뿐이죠!)
어떤 이들은 골키퍼가 주장이 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나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골키퍼 주장’의 개념이 낯설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보편화되고 있다.
유명한 골키퍼 주장으로는 디노 조프, 피터 쉴튼, 부폰, 카시야스, 올리버 칸 등을 떠올릴 수 있다. 골키퍼는 경기장 전체의 상황을 한 눈에 다 볼 수 있기 때문에, 무엇이 잘되고 잘못되고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부분의 골키퍼는 팀에서 가장 목소리가 큰 사람들이기도 하다.
박지성?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박지성이 주장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는 타고난 성격상, 리더나 캡틴 타입의 선수가 아니다. 대표팀에 들어오는 박지성은 이미 너무 많은 스포트라이트와 책임감을 부여 받는데, 주장 완장이라는 또 다른 짐을 지워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에게도 팀에게도 별 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박지성은 굳이 주장 완장이 없어도 어린 선수들을 도울 수 있다. 모든 베테랑 선수들이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부분에서는 주장 완장이 특별함을 의미해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이는 박지성에 대한 비판이 아니다. 박지성은 조용한 성격을 갖고 있고, 성격을 바꾼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한국 선수들은 유럽 선수들에 비해 조용한 편이다. 우리는 맨유의 경기를 보며 동료들이 실수할 때마다 불같이 화를 내는 반데르사르나 퍼디낸드의 모습을 목격한다. 선수 입장에서는 그리 달갑지 않겠지만, 이는 맨유가 수준 높은 경기력을 유지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리야드에서 열리는 원정같이 어려운 승부에서는 더 많은 주장들이 나와줘야 한다. 이운재, 이영표, 박지성, 김정우, 조원희 모두가 리더로서 활약하기를 기대해본다.
=존 듀어든은 런던 정경대학(London School of Economics) 을 졸업했으며 풀타임 축구 저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가디언, AP 통신, 축구잡지 포포투(영국, 한국), 골닷컴에 아시아 축구에 대한 심도 있는 기사를 송고한다. 현재 서울에 거주 중인 그는 호주 ABC 라디오와 CNN에서도 활약하는 국제적인 언론인이다.
http://cafe.empas.com/duerden
http://news.empas.com/issue/show.tsp/cp_jd/4249/20081119n09497/ setFaceSize(0); |
첫댓글 나도 박지성도 좋지만 이영표가 더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 뭐 누가하든 잘하겠지만~~
동감........ 이번 주장은 영표형 했음 좋겠는데
이사람은 어떤 사람이길래 항상 이렇게 한국 축구에 관심이 많은 거지요???
일단 한국에 살죠
와이프도 우리나라 분이시구요. 저명한 아시아 전문 축구 저널리스트입니다.
삽겹살을 좋아하는 분. 근데 주변에 있는 외국사람들 중에 한국 방문해서 삼겹살에 소주 먹어보고 반하지 않는 사람 거의 못봤음.
이운재는 문제 일으키고 대표팀 이제 막 돌아왔으니.. 영표선수가 하는거 보고싶네요! 잘할꺼 같은데~ ^^
음 저는 개인적으로 조용조용한 박지성선수에게 가장필요한거는 자신감과 선수에게 필요한 욕심이라고 보기에 박지성 선수 본인에게는 대표팀 주장이 좋은 방법중 하나가 될거라고 보는데,대표팀입장에서 보면 이영표선수가 가장 적합할지도...
캐동감..박지성 주장감은 아님..실력면에서 에이스는 맞지만..성격이나 리더쉽면에서 주장감은 아님..주장이란 자리는 실력이 최고로 좋은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함..물론 주장하는 데 있어서 실력도 최고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진짜 듀어든 이 분은 개념적인 말 제조기 이시네..
2006년 9월 6일을 잘 기억하고 있다. 원더걸스는 나오지도 않았고 이청용과 기성용의 이름은 낯설었던 시절이었다. 허정무 감독은 전남을 K리그 중위권으로 이끌고 있었으며, 김밥 한 줄은 여전히 천원이었다. 미치겠다 ㅋㅋㅋ
김밥한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듀어든 은근히 한국경제에도 관심많음...이건 치솟은물가를 은근히 까는 멘트인듯 ㅋㅋㅋ
김밥한줄에서 폭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허정무 미친듯이 무잡던시절
김밥 한줄 가격 올랐나요?
요즘 1200~1500원임.. ㄷㄷㄷㄷㄷ 20~50%상승
"존 듀어든은 런던 정경대학(London School of Economics) 을 졸업했으며" - 그래서 김밥한줄 얘기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울동네는 아직 천원에 파는데..
전 박지송군 팬인데,,,,,,, 저도 영표선수가 주장됬음해요 -
저도 이영표 였으면 좋겠어요~ 경험도 많고 저번에 보니까 호주 심판한테 항의도 살짝하는 모습이 노련해 보이더라고요~ 딱 주장감 같은데...
듀어든 이사람은 처음 도입부분이 너무재밋어 ㅋㅋㅋㅋㅋㅋ
아 듀어든형 너무좋음
진짜 지성형이 주장하는건 약간 안어울리는거 같은;;
남일킨밖에없음 ㄱㄱㄱㄱㄱㄱ
만약 이말을 허정무가 했다면??
저도 항상 박지성 주장으로 출전할때마다 불만이었음... 주장이라기엔 뭔가 2%부족하단 느낌이 항상 이씀. 그래서 박지성은 그냥 주장완장 빼고, 다른 선수에게 주는게 훨씬 나을것 같음
원더걸스 ㅋㅋ 소시짱
진짜 옳은말 많이 한다 한국사람보다 더 잘알아;;
역시 듀어든은 한국 드라마나 가요프로그램도 보는가봐~
LSE 는 경제쪽에서 세계적으로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대학입니다....
박지성이 주장인게 뭐가나쁘지 ??? 결과도 좋고 후배들도 배울수있어 좋다는데 그리고 맨유의 훌륭한 경험이나 자기관리등도 주장으로서 모범적으로 보여줘도 될거같은데
그 역할은 꼭 주장을 하지 않아도 보여줄수 있다라고 써있네요. 더불어 이미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박지성에게 주장완장은 더 큰 짐을 지워줄수도 있다고 본문에...
후배들이 잘 따라주고 감독이 믿고 맡길수 있는데 뭐가 문제임?? 잘하고 있구만....
박지성을 걱정해서 하는말입니다...박지성이 주장감으로서 자격미달이란 소리가 아니고..."박지성은 이미 너무 많은 스포트라이트와 책임감을 부여 받는데, 주장 완장이라는 또 다른 짐을 지워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안읽고 그냥 넘어가셨나요?
공감.
이영표 팬이지만 한국축구는 이영표에게 주장 당연히 시켜줘야함...이영표가 한국 축구 알린게 어느정도 인지 잘 알텐데...
저도 영표에게 주장을 맡기는데 공감함.
듀어든 미안하지만 오늘은 너가 졌다..
아뿔싸캬캬님..듀어든은 오늘 이영표가 주장일것이라고 예상한게 아니라.. 이영표가 주장하는게 낫다고 했네요... ㅡㅡ;;
근데.. 지성선수 두경기 주장을 한것을 본결과 후배들과의 유대과도 그렇고 선배들과의 징검다리 역활도 해주면서 이보다 더 좋은수 없을만큼의 대표팀의 활기를 불어 넣어주고 있다는것을 듀어든 씨도 사우디전 통해서 느끼셨기를 바랍니다. 지성선수의 조용한 지시와 충고에도 후배선수들은 엄청나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에 말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것을 이번에 전지훈련 기사를 통해서 또 느낄수가 있었어요 물론 영표선수가 되도 좋죠 하지만 지성선수가 주장이 되어서 본인에게나 팀에게나 더 플러스 요인이 있다는 것을 경기를 보면 느낄수 있을겁니다. 우선 지성선수가 주장이 되고 나서 어떻게 경기에 임하는지에서 부터 차이가 나죠
참나 이영표는 불같이 화내고 그러나?? 주장의 이유가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이라서라면 거기에 뒤지지않는게 박지성인데 이유가 뭐가 이래
갠적으로 영표선수가 몇번이라도 주장을 맡아봤으면..
또한번 듀어든의 저주 얼마전 비바K리그에서 솔직히 사우디가 이길꺼같다고 했는데..ㅋㅋㅋ정말 고마워요 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표선수가 주장해도 나쁘지 않을듯싶어요....근데 지성선수가 국대서 워낙 잘해주고 있어서....
역관광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얘기가 있죠. 저도 첨에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잘해내더군요. 결과론이지만 본인 경기력에도 도움이 되는것도 같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