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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 전작 시리즈인
복종과 침묵, 40번 실장부터 시작되는 연작 시리즈의 글입니다.
만일 이 글을 더 재미있게 읽으시려하신다면,
복종과 침묵, 40번실장 http://cafe.daum.net/sweetjissouseki/dZSt/3992
고통과 죽음, 41번 실장 http://cafe.daum.net/sweetjissouseki/dZSt/6774
고통과 죽음, 41번실장-죽음편 http://cafe.daum.net/sweetjissouseki/dZSt/6775
을 읽고 감상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이 글의 제목은 겨울편에 고통편으로 수정되었습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Prologue.
J시는 살만한 도시이다, 라고 대부분의 시민들은 생각한다.
특별시도 아니고 광역시도 아니며 관광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럴듯한 자연경관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뭐든지 적당히 있을만큼은 있어서 생활에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았다.
굳이 아쉬운 것이 있다면 중소도시 특유의 유흥시설의 부족함이지만, 그렇기에 J시의 시민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지친 삶을 달래는데 익숙하다.
오전 11시 당직을 마치고 한적한 주택가로 퇴근하는 도중, 목걸이에 명찰을 달고 쓰레기로 가득 찬 종량제 봉투를 안고 지나가는 실장석을 발견하고 말을 거는 직장인 여성도 그 지친 삶 중 하나이다.
“어머! 지난번 그 참피쨩이네! 또 보는구나, 안녕?”
“안녕하신테스, 닝겐사마. 또 뵙게 되어서 반가운테스!”
실장석은 여러가지 의미로 애완동물로서 최정상에 위치해 있지만 제대로 키우는 것은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때문에 타인의 실장석을 애호하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사람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고 ‘주인을 돕는 기특한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짓는 여성도 그 중의 하나였다.
“이번 주도 쓰레기 버리러 가는구나? 고생이 많네~ 장하네~”
“헤헤, 와타시는 힘이 쎈테스! 이런 쓰레기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은테스!”
짜리몽땅한 팔로 짐짓 있지도 않은 근육을 과시하는 포즈를 취하는 실장석을 보면서 직장인 여성은 미소를 지으며 실장석의 갈색빛 머리를 쓰다듬었다.
깔끔하게 정돈된 중실장의 머리를 어루만지니 실장석의 목에 걸려 있는 ‘건들지 말아주세요’ 라고 써있는 명찰이 살짝 흔들렸고, 여성은 새삼 자신이 사육실장이나 애완동물이 없다는 사실이 아쉬워졌다.
'나도 이런 사육실장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그래~ 너희 주인님은 참 부럽다, 너 같은 사육실장도 기르고 말이야. 그럼 수고하고 다음에 또 보자~”
“안녕히 가시는테스, 닝겐사마~ 반가웠던테스~”
한숨 돌리기를 마친 여성은 졸린눈으로 집을 향했다.
저쪽에서 아직도 손을 흔들면서 배웅하는 중실장을 보고 싱긋 웃음짓고 짧은 만남을 마무리하며 생각했다.
‘내일은 실장숍에가서 구경이라도 해볼까? 저축 좀 깨면 세레브급은 아니어도 중급정도는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저 정도 실장석이면 분명 상급이상이겠지? 주인이 정말 부럽다, 부러워.’
그리고 반대편에서 여성을 향해 열심히 손을 흔들던 중실장도 천진난만한 미소를 띄우며 생각했다.
‘와타시를 알아보는 닝겐사마가 생긴테스. 이제 여기도 안되겠는테스.’
중실장...41번의 눈길이 머무는 골목 사이로 바람이 식어가고 있었다.
따뜻함과 풍요로움은 짧게 스쳐가고 그들에게 가혹한 계절이 다가오고 있었다.
1.
은행나무의 앙상한 가지 사이로 차가운 햇빛이 스며들었고 고집스레 매달린 은행열매들은 끈질기게 가을을 주장하였다.
툭
찬바람에 고집을 꺾은 은행열매가 하나둘씩 떨어져 지붕을 두드리며 겨울을 더 가깝게하고 있었다.
지붕으로나마 한껏 가을의 향취를 맛보는 그 집은 골판지 상자도 아니고, 어설픈 플라스틱 상자도 아니었다.
인간의 것에 비하면 한없이 어설프고 작지만 강판으로 된 지붕에 스티로폼이 끼워진 샌드위치 판넬로 외벽을 만든 제법 그럴듯한 집이었다.
유복한 집 아이의 아지트나 사육실장의 사치스러운 별장이 될법한 그 집에서는 6명의 들실장이 둘러앉아 회의를 하고 있었다.
“다들 아가리에 운치를 처넣었는데쓰?! 오므리는건 총구로 끝내고 입 좀 열어보라는 뎃쌰!!!”
분명 이런 일방적인 대화를 회의라고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들실장들은 스스로가 회의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그런 것으로 하자.
계속되는 다그침에도 5마리의 실장석들이 서로 눈치만보며 눈을 데굴데굴 굴리고 있자 아마도 회의를 주도하는 입장에 있는 그 실장석은 소리지르는 것을 멈추고 나직히 말했다.
“식량실장 일어서는데쓰.”
“하...하이데스우!. 보스상!”
보스라고 불린 실장석은 한마디로 거구(巨軀)였다.
옷 너머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여타 실장석들의 물렁한 우레탄 바디와는 다른 단단한 근육질에 다른 실장석보다 머리 하나가 더 컸다.
그리고 얼굴 곳곳에는 새겨진 흉터들이 그 위압감을 한층 더 높여주어 다른 실장석들은 보스를 볼 때마다 보스가 야옹씨를 이겼다는 소문이 사실일지도 모른다고 수근거렸다.
“지금 와타시가 겨울상이 코앞인데 월동식량이 평소에 반밖에 안된다고 몇 번이나 말하지않은데쓰? 일을 대체 어떻게 한데쓰? 오마에, 뒤지고 싶지 않다면 변명이라도 해보는데쓰.”
3대 식량실장의 최후를 기억하는 다른 실장석들의 몸이 움찔거렸다.
3대 식량실장이 ‘그렇게’ 된 이유는 공동식량을 빼돌린 것이 들켜서였지만, 보스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이유로 똑같은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와….와타시도 노력한데스우!”
때문에 4대 식량실장은 필사적으로 전대의 길을 따라가지 않으려 다소 어눌한 어미로 필사적으로 입을 열었다.
이럴 때 실장석과 인간은 다를 바가 없다.
성과를 만들고 성과가 없으면 입으로 만들고, 그렇지 못한다면 불행해진다는 점에서.
“공원을 샅샅이 뒤져서 열매란 열매는 모두 챙긴데스우! 와타시가 못 찾은 열매가 있다면 위석에 장을 지지는데스우! 쓰레기장은 너무 뒤져서 와타시의 입에서 운치 냄새가 날 지경인 데스우! 그런데 와타시타치에게 우마우마들을 바치던 공원 건너편 닝겐들이 사라진데스우. 그러니까 당연히 먹을게 부족할 수 밖에 없는데스우!”
‘나는 내 할일에 최선을 다했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은 내 잘못이 아니라 모두 불가항력의 불행한 사고 때문이다.’ 라는 실로 모범적인 변명이었다.
“그건 와타시도 알고있는데쓰. 귀찮게 입 열지 말게하는데쓰. 아무리 그래도 반밖에 안되는 것은 뭔가 이상하지않은데쓰?”
하지만 이미 알고있는 사실을 말하는 것은 도리어 보스를 불쾌하게 할 뿐이었다.
보스가 안광을 번뜩이며 차갑게 추궁하자 식량실장은 운치를 지릴뻔하였다.
하지만 여기서 운치를 지린다면 남은 평생 운치더미 속에서 운치를 먹으며 살아가야할 수 있기에, 식량실장은 필사적으로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그것도 이유가 있는데스우! 열흘째 운치굴에서 구더기가 반밖에 들어오질 않은데스우! 그래서 구더기 육포를 못 만든데스우! 관리실장에게 따지려고해도 맨날 피하기만하는데스우!”
남에게 책임을 넘기는 것은 썩 권장되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넘기지 않으면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한해서는 비난할 수 없을 것이다.
심지어 그것이 실제로 맞다면 말이다.
“운치굴관리실장 일어나는데쓰.”
식량실장이 쏜 책임의 화살이 적중했다.
보스의 말에 좌중에서 살 맞은 새가 부들대며 일어났다.
“하...하이데스, 보스상.”
“설명할 수 있는데쓰?”
“자...잘못한데…….”
관리실장의 사과에 보스는 말을 끊고 성큼성큼 걸어가 관리실장의 목을 움켜잡았다.
숨통을 틀어막히자 관리실장은 버둥거렸지만 보스가 귓가에 작게 속삭이자 이내 잠잠해졌다.
“마지막으로 말하겠는데쓰. 관리실장. 변명은 집어치우고 설명하는데쓰.”
차가운 말에 담긴 맹렬한 추궁에 관리실장은 거짓과 변명을 잊었다.
하지만 그것은, 진실된 자세라고는 부를 수 있을지언정 현명한 자세라고 부를 수는 없었다.
“우….운치굴에 낙엽을 넣어두는걸 잊어버린데스…...그래서 독라노예들이 얼어죽어버린데스……..”
“그게 언제인데쓰?”
“여...열흘전인데스…….”
“그런데쓰? 뭐 그건 그럴 수 있는데쓰.”
그 말을 들은 보스가 별일도 아니라는 듯이 잡은 손을 풀자 관리실장의 표정은 밝아졌다. 하지만 나머지 네 마리의 표정은 이내 흙빛이 되었다.
그들은 보스가 손을 푼 이유가 무엇인지 짐작했고 그것은 관리실장이 생각한 이유와 다른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보스가 자리로 돌아가는 대신 관리실장앞에 얼굴을 들이밀자, 관리실장 눈에는 적록의 살기와 침에 젖어 희번뜩한 누런 이빨이 들어왔다.
관리실장은 자기도 모르게 총구에 힘이 풀리고 위석이 떨려왔다.
“와….와타시는...와타시는…….”
관리실장은 늦게나마 무언가를 말하려했다.
하지만 변명과 거짓의 골든타임은 이미 지나갔다.
“왜 그걸 이제야 말하는 뎄쌰!!!!”
관리실장의 진실한 답변은 보스의 진실한 분노로 관리실장의 대가리를 깨부수는 것으로 대체되었다.
“데교복!!!”
“운치굴을!! 비워놓은!!! 오마에같은!! 등신새끼는!!! 뒤지는데쓰!!!!”
연이은 보스의 노성과 철권은 두개골을 뚫고 관리실장 주제에 운치굴을 열흘이나 비워놓은 얄량한 뇌까지 박살내기에 충분하였다.
의회석들의 귀를 막고 눈을 감고 싶었다.
하지만 그들의 감각은 평화로운 침묵 대신 여러 번에 걸친 깨지는 소리와 자신도 모르게 헐떡거리는 숨결, 바닥에 낭자하는 선홍빛과 피비린내를 가감없이 전달해주었다.
“데….데...데...데헤헤헷? 데헤헤헤…..”…
뇌가 박살난 관리실장이 내는 소리는 퍽 우스꽝스러웠지만 아무도 감히 그것이 우습다고 여기지 못하였다.
그나마 그렇게 여길 수 있는 자격이 있는 보스가 여전히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서는 모가지를 따버리고 싶지만 식량이 부족해서 자판기로 봐주는 걸 감사한줄 아는데쓰.”
“데헤헤...여기 조은 하우스인데스...테치? 레후? 와타시가 살 곳인데스?….헤헤헤….”
감사한줄 알라는 말은 감사한줄 알아야하는 자에게 전달되지 못한다.
그럼 그것은 누구를 향한 말일까?
“수색실장 일어서는데쓰.”
“하이데스!”
수색실장은 떨려오는 몸을 억누르기 위해 필사적으로 이를 악물었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심기를 거슬렸다간 어떻게 될지 상상하고 싶지 않았지만, 방금 느낀 것들이 그 상상을 너무나 생생하게 자극했다.
“수색석들 데리고 ‘이것’과 이것의 새끼들을 전부 운치굴에 처넣는데쓰. 그리고 골판지는 뒤져서 쓸만한 것들은 전부 공동창고에 넣어두는데쓰.”
“알겠는데스! 즉시 하겠는데스!”
수색실장은 이 자리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것에 색눈물나게 감사하며 부리나케 회의장을 나섰고, 얼마 지나지않아 수색석 두어마리가 ‘관리실장이었던 것’을 끌고나갔다.
그 모습을 보면서 보스는 중얼거렸다.
“부디 오마에와 새끼들이 뒤진 자판기들의 몫을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데쓰.”
그 중얼거림과 함께 보스는 회의장 구석에 놓여있는 수건에 손에 묻은 피얼룩을 문지르며 ‘회의’를 계속했다.
“식량실장.”
“하...하이데스우.”
책임자를 처벌해도 당장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그것을 명확하게 알고있는 보스는 분명 리더의 자질이 있었다.
“오마에, 식량 모으는 데에 분명히 최선을 다한게 맞는데쓰?”
식량실장은 분명 명석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본능이 여기서 망설이면 안된다고 속삭였고 그것은 명석함보다 유용한 도구였다.
“물론인데스우. 장담하는데 와타시보다 이 공원을 더 많이, 더 넓게 돌아다닌 실장석은 없는데스우.”
“그럼 혹시 공동식량을 빼돌린 적은 있는데쓰?”
식량실장은 자신이 공동식량을 빼돌린 적이 없다는 사실이 미치도록 감사했다.
만약 그런 적이 있었다면 이 상황에서 제풀에 기절했을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없는데스우. 콘페이토 하나, 푸드 하나 빼돌린 적 없는데스우. 와타시의 골판지를 확인해봐도 좋은데스우.”
“흠...그런데쓰?”
곤란하다는 듯이 뒷통수를 긁적거리는 보스를 보면서 식량실장은 보스가 ‘쓸모없는 분충은 뒤지는데스!’ 라고 하며 자신의 두개골을 박살내는 상상을 했다.
그리고 그 상상은 절망적으로 그럴듯했다.
“그렇다면 오마에에게 두 가지 명령을 내리겠는데쓰.”
어제 못먹은 콘페이토가 눈에 아른거리던 식량실장의 얼굴이 밝아졌다.
왜냐하면 명령을 내리겠다는 뜻은 최소한 자신을 노예로 강등시키거나 대가리를 박살내지는 않겠다는 뜻이기 때문이었다.
“첫째, 오마에는 오늘부터 운치굴관리실장이 되는데쓰. 자세한 건 분수대 건너편 네번째 집에 사는 관리석에게 물어보는데쓰.”
난데없는 인사발령, 보직변경에 식량실장은 어리둥절했다.
굳이 따지자면 식량실장이 관리실장보다 부수입이 쏠쏠한 좋은 보직이지만, 이런 어려운 시기마다 갈려나가는 문제가 있었고 방금 그것을 분대속까지 체험했기 때문에 별 미련은 없었다.
그런 기색이 얼굴에 드러난 것을 눈치챈듯 보스는 드물게 부연설명을 하였다.
“이유를 말해주겠는데쓰. 와타시는 오마에가 부지런하기 때문에 식량실장을 시킨데쓰.”
가장 무서운 것은 호랑이 상사의 질책이지만, 가장 달콤한 것은 호랑이 상사의 칭찬이다.
느닷없는 달콤함에 식량실장은 행복회로를 억제하고 간신히 입꼬리를 찍어 누르느라 얼굴에 경련이 일어날뻔했고, 간신히 입꼬리를 파들거리는 선에서 표정을 정돈했다.
“아마도 오마에가 공원을 다 뒤졌는데도 식량이 없다면 그게 맞을 것인데쓰. 그렇다면 이제는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하는데쓰. 그리고 그 방법을 오마에가 생각하는건 무리인데쓰.”
가차없는 평가에 식량실장...아니, 관리실장은 우울하게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부지런히 몸을 쓰고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머리 쓰는 일에 통 재주가 없다는 사실은 자신의 마마로부터도 들어왔고 스스로도 알고있었다.
“겨울상이 오면 운치굴을 더 부지런히 관리해야하는데쓰. 오마에처럼 부지런한 실장석이라면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데쓰.”
관리실장은 보스의 말이 합리적인지 판단할 능력이 없었다.
사실 판단해야할 이유도 없었지만 말이다.
“하이데스우. 해보겠는데스우. 근데 와타시 다음 식랑실장은 누구에게 맡기는데스우?”
“바로 그게 두 번째 명령인데쓰. 다음 식량실장을 찾아오는데쓰.”
“뎃…….”
하지만 보스의 두 번째 명령은 관리실장의 판단력이 요구했고, 그 사실에 관리실장은 당혹스러웠다.
당혹감에 잠겨있을 틈도 없이 보스는 관리실장에게 걸어가 두 어깨를 움켜잡았다.
어깨에 느껴지는 보스의 악력과 보스의 눈빛에 관리실장은 이 거구의 실장석이 방금 전 자신의 눈앞에서 전 관리실장의 머리를 박살낸 것을 떠올렸다.
“잘 듣는데쓰. 지금 이건 생각보다 큰일인데쓰. 월동식량을 꽉채운 작년에도 굶어죽거나 얼어죽는 일가는 반드시 나왔던데쓰. 그런데 월동식량이 절반밖에 되지않는다면 대체 몇 마리나 뒤질지 와타시는 상상도 하기싫은데쓰.
사실 뒤지는 건 별로 상관없는데쓰. 그런데 봄에 분충무리들이 쳐들어오기라도 한다면? 오마에, 와타시 전부 다 뒤지는 수가 있는데쓰.
오마에가 오마에의 말대로 이 공원을 전부 다 돌아다녔다면 쓸만한 놈을 찾는 건 일도 아니겠는데쓰? 아니면 설마…..와타시에게 거짓말을 한데쓰?”
식량실장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좋은데쓰. 어쨌든 독라든 마라든 반병신이든 하다못해 우지챠라도 좋은데쓰. 누구든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놈을 데려오는데쓰. 만일 그렇지 못한다면……”
어깨를 잡은 보스의 손에 힘이 더 들어가자 식량실장은 아까전에 목을 조르던 보스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아까전에 했던 상상이 조금 더 현실적이 되어간다고 생각하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와타시의 기분이...별로 좋지 않을 것 같은데쓰. 알겠는데쓰? 식량실장...아니, 관리실장?”
부디 운치굴이 자신의 새집이 아니라 자신의 일터로 영원토록 남기를 바라며 식량실장은 목이 부러져라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툭
은행이 하나 더 떨어졌고 겨울은 머지 않았다.
실장석들은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특히 누군가는 더욱 더.
2.
절대로 실천하지는 않겠지만 새로운 운치굴관리실장, 통칭 관리실장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쥐어뜯고픈 충동이 들었다.
“뭐가 ‘공원을 전부 다 돌아다녔다면 쓸만한 놈을 찾는건 일도 아닌데쓰’인데스우……”
어디로 가야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거주밀집지로 터덜터덜 걸어가며 관리실장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공원을 샅샅이 뒤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식량을 찾기 위해서다.
식량을 찾을 동안 본 것이라고는 앙상한 나뭇가지와 말라죽어가는 잔디, 가끔씩 발견하는 열매와 벌레시체 뿐이고 나눈 대화라고는 식량석들과 나눈 ‘거기는 없는데스?’ ‘저기로 가는데스.’ 밖에 없는 판국이다.
그렇게 한참을 불만, 공포, 불합리에 신음하고 고민하던 관리실장은 깔끔하게 결론을 내렸다.
“이건 와타시에게 무리인데스우!”
그러니 누구라도 좋으니 자신보다 똑똑한 녀석을 찾아야한다.
그 녀석을 후임으로 삼든, 아니면 후임을 찾을 방법을 묻든 어쩌든 해야한다.
근데 똑똑한 녀석이 누구지?
“뭐…...그건 물어봐야지데스우.”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관리실장은 마침 잔디밭에서 담소를 나누는 실장석들을 발견했고, 결심했다.
“저 오바상타치에게 물어보면 되겠는데스우!”
“이웃상, 오늘도 와타시의 자들을 돌봐줘서 혼또니 고마운데스.”
“별말씀마는데스. 이렇게 서로 돕고 사는 것이 이웃간의 정 아니겠는데스?”
“역시 이웃상은 세레브함이 흘러넘치는데스. 이거 와타시가 어렵게 구한 주황달콤달콤씨인데스. 같이 맛이나 보는데스.”
“데챱데챱….역시 이웃상의 손맛이 배어서인가 너무너무 아마아마한데스. 정말 대단한데스.”
“데프프프픗, 별말씀을 다하는데스!”
“거기 오바상타치, 뭣 좀 물어보겠는데스우.”
“어머, 식량실장상 아닌데스? 무슨일인데스?”
“늘 고생이 많은데스. 여기 달콤달콤씨 좀 들고 가겠는데스?”
“이제는 식량실장이 아니라 관리실장인데스우…...그건 됐고, 혹시 와타시타치의 공원에서 제일 똑똑한 실장석이 누구인지 아는데스우?”
순간 세 명의 실장석 사이에는 정적이 흘렀다.
그 정적을 만든이는 왜 그러냐는듯이 갸웃거리며 둘을 쳐다보았고, 두 실장석은 굳은 얼굴로 서로의 눈치를 살짝 살피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흠흠...와타시의 이웃상은 정말 지혜로운데스. 얼마전에도 와타시에게 뾰족뾰족 나뭇잎을 먹을 수 있다는건 알려준데스.”
“데프프픗….별 말씀을 다하는 데스 이웃ㅅ….”
“그런데, 정말 이런말을 하고싶지는 않지만 고생하는 식량실장상을 위해서 와타시가 눈물을 머금고 소오올직히 말하겠는데스. 글쎄 세상에, 언제는 이웃상이 닝겐이 떨어뜨린 동그랗고 반짝반짝한 걸 초콜릿인가 뭔가라고 우기면서 먹으려다가 이빨이 부러져버렸지 뭐인데스? 똑똑한 와타시는 분명 그게 ‘동전’이라고 하는 거라고 말해줬는데도 말인데스.”
“이웃상, 와타시는 분명히 닝겐상이 준 금화초콜릿이라는 환상의 아마아마를 먹어봤다고 말했잖는ㄷ….”
“그런 것을 보면 아무래도 와타시보다 사알짝? 아주 사아아알짝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스. 그러니 아무래도 와타시타치 공원에서 가장 세레브한건 부끄럽지만 와타시가 아닐까하는ㄷ…….”
“데파파파! 이웃상도 참 별 말씀을 다하는데스. 얼마전에 세레브하게 먹겠답시고 사탕씨를 물에 넣었다가 다 녹아서 질질짜던걸 와타시가 분명히 봤는데 무슨 말을 그렇게하는데스?”
“데프프픗! 그 전에 이웃상은 과자상으로 농사를 짓겠다면서 땅에 과자상을 몽땅 파묻고 굶어서 파킨할뻔 하지않았던데스? 그 때 와타시의 집앞에서 운치라도 좋으니 먹을 걸 달라고 사정사정하지 않았던데수우우?”
“데퍄퍄퍄퍄!! 그런걸 다 기억하고 있는데스?”
“데프프프픗!! 이웃상만 하겠는데스?”
한동안 서로를 향해 데퍄퍄퍄 데프프픗 폭소를 터뜨리던 두 실장석은 갑자기 웃음을 멈추었다.
이제 정한 모양인데스, 라고 생각한 관리실장은 입을 열었다.
“오바상타치, 그래서 어느 쪽이 더 똑똑한ㄷ….”
“어이, 오마에. 와타시가 오마에의 자들도 맡아줬는데 이딴식으로 말하기데스?”
“흥, 아마아마를 줬지 않냐는데스? 그거 처먹었으면 됐지 대체 뭘 더 바라는거인 데스? 설마 머리가 나빠서 그것도 기억 못하는데스우우우?”
“와타시는 아마아마를 먹은 기억이 없는데스. 오마에의 손에 닿아서 줜나게 구린 똥쓰레기같은걸 먹어준 기억밖에 없는데스!!”
“지...지금 와타시의 세레브한 손에서 구린냄새가 난다고한데스? 그러는 오마에는 씻지도 않아서 입에서 운치냄새나는 걸 알고하는 말인데스? 혹시 와타시 몰래 운치라도 퍼먹은건 아닌데수우우? 그러면서 뭐가 세레브인데스? 데프프프!!”
“운치를 퍼먹어데스? 지금 말 다한 데스? 운치는 오마에를 닮은 똥분충 새끼들을 두고 하는 소리지 와타시처럼 세레브한 실장석에게 할 소리인데수우우?”
“오바상타치. 와타시는 세레브한 실장석이 아니라 똑똑한 실장석을 찾고 있는ㄷ….”
“똥분충? 와타시의 카와이하고 키레이해서 나중에 사육실장이 되서 온 세상이 받들어모시기로 되어있는 무스메타치가 똥분추우우웅? 오늘 오마에의 실생의 마지막인데스. 식사는 한데스? 우마우마했길 바라는데스. 오늘부터 오마에의 식사는 운치뿐이니까뎃샤!”
“오마에야말로 똥분충 자식들에게 작별인사나하는데스. 오늘부터 그 자들은 똥애미없이 자라야하니까뎃샤!!!”
“뒤지는데스, 씨발년아데스!!!”
“오마에나 뒤지는데스, 마라 찌꺼기같은년아데스!!!”
“어...음...오바상타치. 와타시는 가보겠는데스우. 다음에 만나면 알려주는데스우.”
잘은 모르겠지만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낀 관리실장은 뒤로 멀찌감치 물러섰다.
“와타시는 다른 오바상들에게 물어보겠는데스우. 힘내는데스…요…?”
황급히 자리를 피해 발걸음을 돌리는 관리실장 뒤로 두 실장석의 펀치와 이빨이 오고갔다.
얼마 남지도 않는 서로의 머리칼을 쥐어뜯고 물어뜯으면서 문자 그대로 혈투를 벌이는 두 실장석 중 누가 승리자가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겨울이 얼마남지 않은 시점에서 힘을 낭비하는 두 실장석의 미래가 어찌될지 짐작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아마 겨울이 모든 것을 가져 갈 것이다.(The winter takes it all)
3.
“이 공원에서 제일 세레브한 것은 와타시인데스!!”
“와타시의 총구에 키스나하고 그딴 소리를 하는 뎃샤!! 와타시의 세레브한 몸매를 보고 어떻게 감히 그런 소리를 하는 데스!!”
“그 딴게 세레브한 몸매이면 와타시는 세레브하고 고져스한 몸매인데스!”
“그럼 와타시는 세레브하고 고져스하고 섹시한 몸매인데스!”
“그럼 와타시는 세레브하고 고져스하고 섹시하고 글래머한 몸매인데스!”
“그럼 와타시는...아무튼 와타시가 더 세레브한데스!! 세레브는 강력한데스! 이 핵펀치로 증명해보이겠는데스!!”
“데교복!! 지금 때린데스? 그래 오마에 오늘 잘 죽어보자데스! 평소부터 마라같았던데스!!”
“닥치는데스!! 실장권법인데스! 똥분충은 이미 죽은데스!!”
“와타시의 마음을 도려내는 분충은 용서하지 않는데스!”
“지랄은 거기까지인데스! 경찰석인데스! 거기! 오마에타치! 주먹질 그만하고 당장 떨어져라데스! 안 그러면 둘 다 운치굴에 처넣어주는데스!!”
현 경찰실장은 전 식량실장, 현 관리실장을 싫어하지 않았다.
가끔 눈치없는 발언을 하는 것이 짜증나기도 했지만 꾸밈없는 말씨와 성실함을 높게사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렇게 밖에 말할 수 없었다.
“오마에, 혹시 와타시가 마음에 안 드는데스?”
“어...아닌데스우.”
“그럼 혹시 식량문제를 범죄석들을 만들고 그 범죄석들에게 자판기형(刑)을 내려서 해결하기로 한데스?”
“어...음...그것도 아닌데스우.”
“와타시도 그렇게 생각한데스. 오마에가 그럴 생각을 할 수 있을리가 없는데스. 그런데 관리실장상, 혹시 오늘 와타시에게 밀린 재판이 다섯 개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스?”
“그랬던데스우? 어쩌다 일이 그렇게 밀린데스우?”
“...오마에도 봐서 알겠지만 지금 보스의 심기가 많이 불편하지않은데스? 그래서 재판에 항의하는 분충들도 보스한테 못 보내고 어떻게든 와타시 선에서 처리하려고 있기 때문인데스. 와타시는 물론이고 지금 경찰석들도 지금 일이 혼또니...혼또니 많은데스.”
“얼마나 많은데스우?”
“얼마나? 어제는 어떤 경찰석이 와타시에게 와서 색눈물콧물 다 빼면서 월급 안 받아도 되니까 제발 하우스에 가게 해달라고 사정사정한데스.”
“데에, 그래서 그 경찰석을 자른데스우?”
“오마에도 의회석이면 기억 좀 하는데스. 와타시타치 의회석은 그럴 권한이 없는데스. 그러니 와타시가 무슨 말을 해주겠는데스? ‘경찰석상, 와타시는 오마에 보다 높긴하지만 오마에를 자를 수 없는데스. 방금 한 말 보스에게 가서 할 수 없으면 가서 일이나 하는데스.’ 라고 말해줄 수 밖에 없었던 데스.”
“저런데스. 경찰실장상도 힘 내는데스우. 경찰실장상이라면 분명히 다 할 수 있을 것인데스우.”
“데...퍄...퍗...그것 참 고마운데스……. 그런데 관리실장상, 그런데 문제가 생긴데스. 안 그래도 지금 위석이 닳아 없어지려는 판국에 어떤 ㅆ...실장석이 와타시의 일을 늘리고 있는데스.”
“세상에 어떤 분충이 그런 무서운 짓을하는데스우?”
“그건 바로 오마에인뎃샤아아아아아!!!”
“켁!켁! 목씨 잡지 말고말로 하는데스우!”
멱살이 잡혀 흔들리자 관리실장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안 그래도!! 분대가 튀어나도록 힘든데!! 왜 그런 쓸데없는 질문을 해서!! 와타시를 더 힘들게하는뎃샤!!!”
“와와와 와타시가 뭘 어쨌다고 이러는 뎃….”
그리고 멱살을 잡고 흔드는 경찰실장도 그다지 정신을 잘 차리지는 못했다.
“이십마리인데스!! 이십마리란데스!! 오마에가 그 마라같은 질문을해서 치고받은 놈들이 이십마리인데스!!저 놈들을 다 치우고 재판을 내리고 그걸 다 처리하려면 대체 얼마나 걸리는지 알기나 하는데수우우우??!””
“어어어어얼마나 걸리는뎃…….”
“그건 와타시도 모르는데스!! 하지만 오마에 같은 실장석이 이십마리의 이십마리가 있어도 못 끝낼 양인데스으으으!!!”
“와와와 와타시는 그저 보스의 명령을 들으려고했던 뿐인 뎃….”
“그래서 오마에가 지금 숨이 붙어있는줄 아는데스!!! 보스 명령만 아니었으면 오마에는 지금 운치굴에 처박혀 있었을 것인뎃샤!!!”
“데갸갸갸갹! 잘못한데스우!!”
“뒤지는데스!! 아니, 일 늘어나니까 뒤지지는 말고 그냥 존나 아프기만하는데스으으으!!”
실장석의 신체구조를 기적처럼 극복하고 한참을 멱살을 잡고 흔들어대던 와중, 경찰실장이 혹시라도 살석을 저지르는 게 염려되는 것인지 ‘20마리가 연관된 동시다발적인 실장석들간의 싸움’을 말리던 실장석 무리중 하나가 와서 경찰실장의 어깨를 툭툭 쳤다.
“경찰실장상, 그만 족치고 두고 빨리 일이나 하는데스. 어차피 관리실장상은 그렇게 해봐야 자기가 뭘 잘못한지도 모를것인데스.”
그 말을 듣고 경찰실장은 씩씩거리며 멱살을 풀자 관리실장은 숨을 들이쉬느라 켁켁거렸고, 그 소리에 경찰실장은 더욱 더 꼭지가 돌았다.
“알고있는데스! 이 멍청한 년한테 화내는게 돌멩이 프니프니라는 건 알고있는데스! 그래서 더 빡치는데스!”
“예...하여간 미안한데스우. 다시는 안 이러겠는데스우.”
“오마에가 뭘 잘못했는지는 알고있는데스? 모르지데스? 그럼 그냥 닥치고 있는뎃샤! 그게 더 도움이 되는뎃샤!!”
“.......”
“경찰실장상, 그렇게 화내다가 위석이 머리끝으로 튀어나오겠는데스. 관리실장상은 와타시가 잘 말해볼테니 가서 일이나 보는데스.”
“하…….알겠는데스. 빨리 보내고 다시 와서 일이나하는데스.”
경찰실장을 보낸 실장석은 데스 하고 한숨을 한 번 내쉬고 말을 꺼냈다.
“오랜만인데스, 식량실장상. 아니, 관리실장였던데스? 대체 이게 어떻게된데스?”
친근한 태도로 말을 거내는 그 실장석의 얼굴을 관리실장은 알고있었기 때문에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게 말인데스우, 경찰석상...이 아니라 식량석상! 왜 경찰석 일을 오마에가 하고 있는데스우?”
두 사람은 의회석과 그 밑의 부하석, 간단히 말해서 전 상사와 부하의 관계였다.
“다 늙은 와타시까지 이러고 있는걸 보면 모르겠는데스? 지금 경찰석일이 너무 많아서 식량석들은 물론 군대석들 까지 나와서 난리인데스. 이제 곧 있으면 겨울인데 이게 다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는데스.”
“데...와타시 때문에 고생이 많은데스우.”
식량석은 피식 웃으면서 관리실장의 어깨를 두어번 두드렸다.
“와타시는 상관없는데스. 어차피 와타시는 잠깐 도와주는 것 뿐이니까 일이 적든 많든 상관없는데스. 그보다 나중에 경찰실장에게 콘페이토라도 몇 알 가져다주는데스.”
“그래야겠는데스우……. 보스의 명령 때문이라지만 그렇게 고생시키는건 미안한데스우…….”
“그러고보니 아까부터 묻고싶었는데 대체 이게 다 무슨 소동인데스? 무슨 명령을 어떻게 하길레 공원을 이 지경으로 만든데스?”
“그건 말인데스우-”
관리실장의 자초지종을 다 들은 식량석은 이야기 중반부터 실실 거리는 표정이다가 나중에 가서는 대놓고 폭소를 터뜨렸다.
“데퍄퍄퍄퍄! 그런 이야기였던데스까? 데퍄퍄퍄퍄! 올해 들었던 이야기중 가장 웃긴데스!!! 데퍄퍄퍄퍄!!”
“왜 웃는데스우?”
“만약 와타시가 이 이야기를 보스에게 가서 말한다면 보스는 당장 오마에를 쳐죽일게 분명한데스! 데퍄퍄퍄!! 와타시타치의 공원을 박살내는 분충이 있다면서 말인데스!! 데퍄퍄퍄!!”
“에엑? 그런데스우?”
색눈물이 나도록 한참을 웃다가 간신히 숨을 고르고 얼굴을 정리한 식량석은, 여전히 작게 터져나오는 웃음기를 입가에 머금고 관리실장에게 충고했다.
“오마에, 앞으로는 누가 가장 세레브하다느니 똑똑하다느니 그런 질문은 안하고 다니는게 좋은데스. 혹시라도 누가 그렇게 묻는다면 무조건 보스라고 답하는데스. 알겠는데스?”
관리실장은 왜 그래야하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늙은 식량석이 자신보다 똑똑하다는 것은 같이 일하면서 충분히 느껴왔으니 아마도 맞을 것이라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는데스우. 명심하겠는데스우.”
관리실장의 대답에 식량석은 만족스럽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데스. 관리실장상, 오마에는 확실히 다른 실장석들보다는 멍청한데스. 이건 어쩔 수 없는데스, 데프픗. 하지만 그래서 와타시는 오마에게 가장 많은 자들을 공원에 퍼뜨릴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스.”
칭찬인지 악담인지 알쏭달쏭한 말에 관리실장은 고개를 한참 갸우뚱하면서 고민했다.
그러다가 자신의 멍청함에 생각이 미치고, 곧 자신이 어쩌다 지금 이러고 있는지 퍼뜩 떠올렸다.
“그런데스우! 식량석상, 혹시 공원에서 가장 똑똑한 실장석이 누구...데뎃, 이 질문은 안된다고 한 데스우, 그럼 식량석상, 혹시 식량실장이 될 생각이 있는데스우?”
갑작스러운 관리실장의 제의에 식량석은 쓴웃음을 지으며 손사래를 쳤다.
“정신차리는데스우, 관리실장상. 관리실장상은 ‘의회석’은 전 사육실장과 그들의 자(子)만 할 수 있다는 것을 잊은데스우?”
“아닌데스우, 그건 와타시도 확실히 알고있는데스우. 하지만 보스가 분명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실장석이라면 예...그러니까, 독라든 마라든 우지챠든 상관없다고한데스우. 그러니까 식량석상도 상관없을 것인데스우.”
“호오...보스가 많이 급하기는 한 모양인데스.”
식량석이 흥미롭다는 듯이 눈을 번뜩이었다.
관리실장은 확실히 장담할 수는 없었지만 그 눈에서 호기심 뿐이 아니라 묘한 쾌감을 본 것 같다고 느꼈다.
“그래도 그건 안 되는데스. 와타시가 몇 살인지도 모르는데스? 와타시 벌써 9살인데스. 자들도 전부 독립한지 오래인데스. 와타시의 자의 자도...올해 1살이니까 중실장이고, 내년이면 어엿한 실장석이되는데스. 그러니 와타시는 아마 내년 겨울도 못보고 죽을게 분명한데스. 겨울직전에 식량실장이 죽으면 큰일인데스.”
관리실장은 깜짝 놀랐다.
자신이 처음 식량실정이 되었을 때부터 같이 일하고 자신의 멍청하고 한심한 언행에도 늘 도와주던 식량석이 내년에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관리실장을 서글프게하였다.
“데에엥...식량석상. 죽지 마는데스우. 식량석상이 죽으면 와타시, 슬플 것 같은데스우.”
색눈물이 나올정도는 아니고 잠깐 눈가가 촉촉해진 정도지만 식량석은 굉장히 의외라는 듯이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다가 너털웃음을 지었다.
“데퍄퍄퍄! 관리실장도 참 오늘 여러 번 놀라게 해주는데스. 걱정해줘서 고맙지만 이 늙은이를 걱정해주는 것보다는 더 쓸만한 일이 많을 것인데스.”
“데뎃! 그러고보니 식량석상, 식량석상이 식량실장을 해주지 않으면 와타시 어쩌면 좋겠는데스우?”
결국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관리실장의 기분은 다시 끔찍해졌고 급하게 식량석에게 도움을 청하였다.
“흐음…….”
관리실장의 질문에 식량석은 턱을 슬슬 긁으면서 허공을 째려보다가 문득 뭔가 생각난 듯이 작게 탄성을 지르고는 말했다.
“그러고보니 와타시 이상한 실장석을 본 데스.”
“어떤 이상한 실장석인 데스우?”
“그건 와타시타치가 식량을 찾고 다닐 때였는데스. 늘 그렇듯이 식량을 찾아 사방을 둘러보는데 어떤 실장석이 보였던데스. 덩치로 보니 아마 다 큰 놈은 아니고 중실장정도 됐을 것인데스. 아무튼 그 실장석이 글쎄 쓰레기장에 있는 그 거대한 봉투있지않은데스? 그 거대한 봉투에 쓰레기를 꽉 채워서 들고가지 뭐였던데스.”
이야기를 듣던 관리실장은 깜짝 놀라서 되물었다.
“와타시타치 세마리가 달려들어야 낑낑대던 그 큰 쓰레기봉투를 말인데스우? 중실장 주제에 힘도 좋은데스우!”
관리실장의 감탄을 들은 식량석은 답답하다는 듯이 인상을 찌뿌렸다.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닌데스. 오마에와 와타시가 공원을 열심히 돌아다녀서 알겠지만 지금 다들 월동식량을 만들고 집을 따뜻하게 하느라 쓰레기장이 텅텅 비지않은데스?”
“그렇지데스우. 그건 확실히 알고있는데스우!”
식량석들과 함께 쓰레기장을 수십번을 뒤져보고 언제 새로운 쓰레기가 들어오나 전전긍긍하던게 며칠 전이다 그걸 잊을리가 없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중실장이 혼자서 그 귀중한 쓰레기봉투를 독차지할 수 있겠는데스? 뭔가 이상하지 않은데스?”
“그렇지데스우! 그거 분명 이상한데스우!”
“게다가 와타시가 그걸 본게 한 번뿐이 아닌데스. 오늘 해가 와타시타치 머리위에 있을 때 쯤에도 그 큰 봉투를 혼자 들고 가는 것을 분명히 본 데스. 그 때는 자실장을 옆에 데리고 있었지만데스.”
“그거 정말로 이상한 이야기인데스우.”
“아무튼 그 중실장이 어디서 쓰레기를 가져오는지 알 수 있다면 혹시 와타시타치의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도 모르는데스. 한 번 가볼만하지 않은데스?”
“그런데스우! 그 실장석을 어디서 본 데스우?”
“그것도 참 이상한 곳인데스. 저어기 공원 풀숲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걸 본데스. 거기에는 뾰족뾰족하고 큰 꽃들밖에 없는 곳인데 설마 거기 사는 걸지도 모르겠는데스.”
“알겠는데스우! 한 번 가봐야겠는데스우! 식량석상, 아리가또데스우!”
“조심히가는데스.”
관리실장은 곧 바로 뛰처나갔다.
관리실장이 정신없이 뛰어가는 것을 보면서 식량석은 자신의 젊은 시절을 생각했다.
자신도 그 때 저렇게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하루를 바쁘게 보냈고…
...언젠간 의회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에휴, 일이나 하는데스~ 저 많은 일을 언제 다 하는데스~”
문득 식량석이 하늘을 바라보니 석양이 지고 있었다.
석양에 있는 따스함 속에서 새벽의 차가움을 대비하는 것 처럼,
가을의 풍요속에서 겨울의 기근을 대비하는처럼,
아직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 완전한 노년을 대비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식량석상!! 빨리 와서 이 분충들 좀 뜯어 말리는데스!!”
“누구 분충이냐데스!!”
“경찰석이면 다냐데스!!”
일단 눈 앞의 일들부터 해결하고 말이다.
“하이데스, 가는데스~”
늙은 식량석이 등을 돌린 석양 뒤로 젊음이 질주하고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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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글을 기다려주신 분들, 그리고 제 글을 기다려주시지는 않으셨더라도 제 모자란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제가 올린 것은 1편이지만, 제 스타일이 완결까지 글을 쓰면서 끝없이 중간을 수정하는 지라, 아마도 제가 다음에 올릴글은 지금 올린 1편이 대폭 수정되어 포함된 '겨울편'의 완성된 글일 것입니다.
목표는 올해, 늦어도 1월 안에는 완성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굳이 1편을 올리는 것은, 본격적으로 승전결을 쓰기에 앞서, 글을 어느 방향으로 쓰면 좋을지 몇가지 질문과 도움을 구하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번거로우시더라도 만약에 대답해주신다면, 제가 글을 쓰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 저는 설정이라는 것은 작품 외부에서 풀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의 언행을 통해 작품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작중에서도 등장인물의 말을 통해 몇 가지 설정을 드러내려고 했습니다.
(1) 공원의 상층부는 보스와 5명의 의회석으로 구성되어있다.
(2)의회석은 운치굴관리실장, 식량실장, 군대실장, 수색실장, 경찰실장으로 되어있다.
(3)의회석 밑에는 관리석, 식량석, 경찰석 등 '~석'들이 부하로 있다.
(4)의회석은 전 사육실장과 그들의 자만이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설정을 보여드리려고 했는데, 혹시 읽으시면서 이 중 하나라도 잘 이해가 안가셨다면 말씀해주시기를 바랍니다.
2. 보스와 회의를 하는 이야기인 (1)과 관리실장이 사방팔방돌아다니는 (2),(3)의 분위기는 확연히 다릅니다.
저는 스스로 유머나 개그에 통 소질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관리실장의 이야기를 쓰다보니 정말 저도 모르게 분위기가 그렇게 되어버리더라구요.
그래서 여러분은 (1)과 (2),(3) 중 어느 쪽이 더 마음에 드시나요?
그리고 (2),(3)에 쓴 유머...라고 하기는 좀 부끄러운 개그는 다소 유치한가요? 아니면 재밌으신가요?
가장 중요하게 여쭤보고 싶은 부분은 이겁니다..... 과연 이런 느낌으로 계속 써도 좋은지 어쩐지 걱정되어서 말입니다.
3. 그 밖의 감상, 비평, 악평, 호평, 비판, 격려 뭐든지 말씀해주셔도 좋습니다.
아니, 오히려 제 글을 찾아서 까고 비판해주시는 쪽이 더 저에게 도움이 됩니다.
그러니 서슴없이 댓글을 달아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4. 다음 편은
고통과 죽음, 41번 실장-고통편(2) http://cafe.daum.net/sweetjissouseki/dZSs/3553
입니다.
다음에는 반드시 완성된 글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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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2,3 번 분위기가 좋습니다. 어차피 심각한 상황으로 변하면 알아서 1번 분위기 나올테니까요.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음 편도 기대되네요
첫댓글 감사합니다!
2,3번도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이네요. 평소에 안쓰던 분위기의 글이라 좀 유치하지는 않을까 싶었거든요...
기대에 보답해드리려고 늘 노력은 하고있습니다. 노오오오력은 ㅠㅠ
무표정 군만 개그를 하지 않는다면야 개그는 그다지 상관없죠
일단 쓰고 싶은 대로 끝까지 써 보고 생각해보는게 어떨까요
남자가 41을 공원투기한게 무슨 계절이었죠?
식량석이 너무 현명한 것이? 기본적으로 현재와 과거 세계관을 멋대로 바꿔버리는 행복회로의 묘사 또는 암시가 거의 없죠
4041칸쵸는 사육이라 그런줄
수정하는 과정에서 앞 게시글들을 지우진 않았으면 함
1. 41번은 투기했을 때 계절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2월쯤으로 생각하고 구상했습니다. 그러고보니 그 묘사도 해야 읽으면서 41번의 나이가 대충 감이 잡히겠네요.
2. 식량석은 기본적으로 명석하지는 않은데 감이 좋고 착실해서 행복회로가 돌아가지 않는 다는 느낌으로 썼는데, 으으음 주위 실장석들에 비해서는 확실히 멍청합니다. 이 부분도 좀 더 묘사를 생각해봐야겠네요.
3. 일단 저는 행복회로 설정을 가능한 배제하고 글을 쓰려고 하고있습니다.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들에서 어설프게 행복회로를 구동하는 살아남을 수 없다, 란 느낌으로다가
4. 물론 수정하거나 지우는 일은 없습니다. 달아주신 댓글들이 너무감사하고아까워서요ㅎ
잘보고있습니다.
늘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큰 힘이되네요:)
@참피하기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입니다. 저도 군상극을 쓰고는 싶은데 요즘은 영 힘이 부쳐 단편정도만 쓰게 되네요. 항상 기대하고 있습니다.
굉장하네요. 뭔가 인간의 사회 같아 보입니다. 그리고 식량 걱정을 하는 건 알겠는데 위의 분충들 몇 마리들을 잡아서 늘리는 것도 방도 같지만 딱히 하려고 하질 않는 게 특이하군요. (재생하는 특징을 노려 팔 다리를 자르고 다시 재생시키는 것은 애초에 먹어야 가능하니 안 되겠고.) 반란 때문에? 아니면 동종식 자체가 원래 되도록 하지 않으려고 해서? 사실 자판기들을 늘려도 그 자판기가 먹어야 할 운치조차 나오지 않으면 안 되긴 하겠지만.
이건 다음에 계속 묘사하려고 했는데, 저 녀석들 저래보여도 세금을 걷습니다.
상층부에서 세금(식량)을 걷고, 그 세금으로 의회석, 부하석들에게 월급을 주고
의회석들과 부하석, 보스는 식량을 구하지 않고 일에 전념할 수 있지요.
전통적인 농노&귀족과 현대의 시민&공무원이 좀 섞인 느낌입니다.
대충 잡아다가 자판기 만드는 것은 일시적으로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세금 손해이기 때문에
가능한 하지 않습니다. :)
범죄석들을 잡아다가 자판기를 만드는 건, 치안유지 겸 운치라는 노는 자원이 낭비되지 않기 위한 수단이지요.
선댓후감상
이거 뒷편 존나 기다렷는데!!!!!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좋겠네요!
캬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갓스크엿다 동대문에서 옷 찢고 광광 우럭따 8ㅅ8
1. 설정은 스크 내에서 자연스럽게 녹여 풀여내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지금 내용정도면 충분한 정보전달이 되엇다고 생각함
2. 각 파트에서 크게 느낌의 차이는 못 받았는데 완급조절이 적당하고 흐름도 자연스러운 걸 보면 걍 이대로 쓰시면 될듯. 개인적으로 본 스크의 조소 넘치는 묘사들이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함.
저번에 중간 부분 올리신 거 봣는데 이 스크 일부일 줄은 몰랐네여. 챔피 두 마리 싸우는 게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그라데이션처럼 변해가는 게 참피의 어쩔 수 없는 본능을 잘 그려낸 것 같아서 좋았음.
크으 보스가 똑똑한 조직이 잘 되어 있는 공원 얘기 존나 좋아하는데 완전 취적이네 ㅋㅋㅋㅋ 의회석이 무조건 똑똑한 게 아님에도 참피 사회가 멀쩡하게 돌아갈 정도의 다른 능력이 있는 것도 꽤 의외였고 좋았음. 보스 묘사할 때 고양이를 이긴 적도 있을 지도 모른다고 수군거리는~이 부분도 스크의 전 편을 떠올리는 면이 있고 암튼 존나 잘 썼다 캬 좋은 스크 감사감사
@쿼리쉬 답답한 전 식량실장 존나 커엽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멍청한 소리 뱉으면서 띠요옹 하는 거 존나 커여움ㅋㅋㅋㅋ 키우고 싶다
존나 좋아하는 스크라 그런지 말이 길어지네
@쿼리쉬 길게 비평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큰도움이 되네요! 칭찬도 감사하구요ㅎㅎ
사실 상층부를 지탱하는건 의회석보다는 부하석들이 더 영향을 미칩니다.
자세한건 뒤에 나오겠지만, 의회석-부하석의 관계는 소위 중위- 상사, 원사를 연상하시면 됩니다.
늘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서 다음편을 보고싶은데스
빨리빨리 써야겠네요!
표현 너무좋앜ㅋㅋㅋㅋㅋㅋㅋ
돌멩이 프니프니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