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집중호우에 의한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27일 춘천 천전리 산사태로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밤중에 흙더미가 펜션과 민가를 휩쓸어 사상자가 무려 40여 명이다. 이날 춘천~서울 고속도로도 토사유실로 전면 통제됐다. 소양강다목적댐은 수문을 열어 방류하는 등 수위 조절에 나섰다. 곳곳에서 물난리다. 이날 춘천지역에는 기상청의 예보와 달리 260㎜에 이르는 많은 비가 내렸다. 산사태를 전후한 지난 26일 밤 11시부터 27일 0시 사이에는 시간당 최고 46.5㎜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런 악천후 속에서 거대한 흙더미가 순식간에 밀려 내려와 사람이 미처 대피할 겨를도 없었다고 한다. 산사태 매몰사고 현장은 아수라장 그 자체다. 가재도구와 생활용품이 진흙 더미 나뭇가지와 뒤엉켜 폭격을 맞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거기서 봉사활동을 나온 젊은 대학생들, 그 꽃다운 청춘이 속절없이 숨을 거뒀다. 순식간에 일어난 피해치고는 너무도 참혹하고 비극적인 악몽이다. 산사태의 원인과 예방조치에 관한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천재냐 인재냐를 분별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잦은 비로 산이 물을 충분히 머금고 있는 상태에서 강한 빗줄기로 폭우가 내렸다. 1차 산사태로 펜션 인근 가옥 등이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는데 대피를 시키지 않아 처참한 아비규환이 빚어졌다. 도와 춘천시의 재난대책본부는 집중호우에 따른 비상근무를 했지만 재해 우려 지역에 대한 산사태 경보나 주민대피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기상당국의 강수량 예측이 턱없이 빗나갔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재해 위험지역 지정의 허점도 여실히 드러났다. 참사 현장은 산사태 등 재난위험지역으로 분류돼 있지 않아 별도의 재난대책을 수립하거나 관리하지도 않았다. 장마철을 앞두고 세심한 대비를 당부하지만 관련 공무원들의 안이한 자세는 여전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사고다. 당분간 비가 계속 내릴 것이라는 예보다. 이번 여름에는 강력한 집중호우가 올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미 대지는 물을 흡수할 수 있는 한계를 넘었다. 하수·배수시설, 붕괴와 산사태 위험지역을 거듭 살펴 수해 예방조치를 단단히 갖춰야 한다. 늘 노심초사하는 구제역 매몰지 또한 한시도 눈을 떼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