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대마의 생사는 확신하진 못했다. 하지만 감각적으로 이렇게 둬야 기회가 생긴다고 느꼈다." - 결승 4국 내용에 대해 판팅위 3단이
제7회 응창기배 세계바둑선수권전이 2013년 3월 7일, 시상식과 폐막식을 끝으로 10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우승자는 중국의 판팅위 3단이다. 박정환 9단은 결승 5번기에서 1승 3패 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응씨배 우승상금은 40만달러(한화 약 4억 4000만 원), 준우승 상금은 10만 달러다.
'백번필승'으로 진행되던 이번 결승에서는 4국이 가장 아쉬웠다. 3국까지 두 기사 모두 응씨룰에서 주어지는 덤 8점을 최대한 활용해 백을 잡으면 완벽한 승리를 보여주었기에 관계자들 사이에는 "4국은 박정환이 당연히 이기고, 5국 돌가리기가 승부다."라는 농담까지 나왔었다.
4국에서도 초반부터 줄곧 유리했던 박정환은 중앙 흑말을 잡지 못해도 공격하며 판을 정리해서 이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휘청거리던 흑의 대마가 교묘하게 살아버리자 분위기는 확 바뀌었다. 문제는 흑이 사는 과정에서 크게 피해가 없었고, 선수마저 잡아 후반의 주도권이 백에게 넘어갔다는 점이었다. 박정환은 벌점 2점차이를 더해 응씨룰로 5점패했다.
결승 4국이 끝나고 괴로워하던 박정환은 약간의 술로 아픔을 달랬다. 패인에 대해서는 "시간이 남아 있었지만, 흑 대마가 그렇게 사는 수를 보지 못했다. 무엇보다 전체적인 대국 흐름에 일관성이 없었다. 천천히 가다가 갑자기 세게 둬 리듬을 잃었다."고 평했다.
박정환은 7일 열린 시상식에는 비교적 밝은 모습으로 나왔다. 폐막식 인터뷰에서 박정환은 "대회를 개최해주신 응씨배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 이번 응씨배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비록 준우승이지만, 실력이나 경험 면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 지난 농심배로부터 이어진 장기체류의 영향은 없었다. 다만 상대보다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것은 사실이다."는 감상을 전했다.
또 판팅위에 대해서는 "상당히 단단한 스타일이다. 한번 우세를 잡으면 역전시키기가 어렵다."면서 "아직은 한국의 신예들이 중국기사에 비해 실력이 약하고, 수도 적어 앞으로 상당한 고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 중국언론과 인터뷰 중인 박정환. 중국갑조리그 산동팀 매니저가 판팅위가 속해있는 산동팀으로 올 생각이 없냐고 묻자 박정환은 "산동팀은 아주 강하기 때문에 내가 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버 응씨배에서 우승한 판팅위는 "박정환 9단은 강하다. 모든 면이 세고, 특히 공격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하며 "이번 대회는 전체적으로 보면 내가 운이 아주 좋았다."라는 소감을 남겼다.
유난히 응씨배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한국은 이번 대회도 전기 우승자 최철한은 물론 이세돌, 이창호, 박정환, 원성진, 김지석까지 최강의 멤버가 출격했었다.
2012년 3월 벌어진 국내선발전에서 원성진과 김지석이 대표로 선정되었고, 시드를 받은 최철한, 이창호, 이세돌, 박정환과 함께 총 6명이 5월 22일 대만 타이베이시에서 열린 제7회 대회 개막식에 참석했다. 23일 벌어진 1회전은 대회에 첫 출전한 원성진, 김지석, 박정환이 나왔다. 1회전에서 원성진은 천야오예, 박정환은 미국대표 양후이런을 물리치고 16강에 올랐지만, 김지석은 중국의 추쥔에게 패해 탈락했다.
각국의 시드배정자가 모두 나오는 본선 2회전(16강)은 이틀 후인 5월 25일 열렸다. 이날은 한국의 이세돌, 최철한, 원성진이 각각 판팅위, 탄샤오, 구리에 패하며 대진표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이창호는 쿵제를 꺾었고, 박정환이 파오원야오를 물리치며 한국은 2명이 8강에 올랐다. 중국 4명, 일본 2명이 나머지 8강 자리를 차지했다.
이어서 5월 27일 열린 8강에서 이창호는 장쉬를 물리쳤고, 박정환이 전설의 조치훈을 넘었다. 8강 대진상대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한국의 바둑팬들은 박정환의 실력과 이창호의 저력을 믿었다. 응씨배는 한번 정해진 대진표로 추첨없이 진행되기에 오히려 승패보다는 한국의 신구 최강자가 결승이 아닌 4강에서 만나는 것에 더 아쉬워했었다.
1회전에서 다카오신지, 2회전에서 이세돌, 3회전에서 탄샤오까지 한중일의 '역대 1인자'를 꺾은 판팅위도 주목을 받았지만, 그가 우승하리라고는 이때까지도 상상하기 힘들었다.
▲ 지난 본선 2회전(16강)에서 판팅위는 이세돌을 꺾었다. 국후 판팅위는 "상대가 누구인지는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었다. 준결승은 4개월 후인 9월 23일부터 쓰촨성 청두 칭청호텔에서 시작됐다. 3번기로 벌어진 준결승에서 박정환은 이창호에게 2:0, 판팅위도 셰허에게 2:1로 승리해 젊은 강자들이 '새로운 시대'를 알리며 결승에 진출했다.
12월 22일과 24일 벌어진 결승1, 2국의 장소는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호텔이었다. 결승 1국은 판팅위, 2국은 박정환이 이겨 1-1로 사이좋게 싱가포르 대전을 마감했다. 우승 후 판팅위가 가장 아쉬웠던 대국으로 결승 2국을 꼽으며 "실력발휘를 제대로 못 했다."라고 말한 것을 보면 1, 2국을 통해 박정환에 대한 확실한 자신감을 얻은 듯 하다.
해를 넘겨 2013년 3월 4일부터 상하이에서 이어진 결승국에서 판팅위가 3국에서 완승, 4국에서 역전승해 응씨컵 7번째 주인이 되었다.
▲ 우승자 시상에서 류스밍 원장이 우승자 판팅위를 악수로 맞이한다. 지난 24년동안 응씨배에서 우승한 기사는 조훈현-서봉수-유창혁-이창호-창하오-최철한-판팅위뿐이다. 준우승자도 본선 시드를 주기에 박정환은 4년 후 다시 이 무대에 다시 설 것이다. 창하오와 최철한이 우승에 실패하고 다음 기에서 '재수(?)'에 성공한 선례가 있다. 준우승의 아픔은 당연히 앞으로 성장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박정환의 '4년 후'를 기대한다.
제7회 응창기배 세계프로바둑 선수권 결승 5번기 대국장소 : 1,2국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이샌즈 호텔, 3,4국- 상하이 응씨빌딩 8층 대국장
결승 1국 2012년 12월 22일 판팅위 180수 백불계승 결승 2국 2012년 12월 24일 박정환 156수 백불계승 결승 3국 2013년 3월 4일 판팅위 178수 백불계승 결승 4국 2013년 3월 6일 판팅위 299수 흑5점승
▲ 7일 저녁, 시상식장에 들어오며 중국언론과 인터뷰하는 판팅위9단
▲ 시상식장에서 판팅위는 화쉐밍과 위빈의 사이에 앉았다.
▲ 식전 건배제의에 일어선 한국선수단. 린하이펑 9단도 자리에 함께했다.
▲ 응씨재단 잉밍하오 회장(좌)과 중국기원 류스밍 원장(우)이 각각 응씨배 폐막식 인사말을 했다.
▲ 준우승 트로피를 든 박정환 9단
▲ 준우승 상금은 미화 10만 달러다.
▲ 응창기배를 상징하는 대형 트로피는 응씨재단에서 보관하고, 작은 기념트로피가 주어졌다.
▲ 40만 달러의 사나이, '판팅위'
▲ 키차이가 상당하다. 우승자, 준우승자의 기념촬영
▲ 어릴 적 스승이었던 권갑용 단장은 박정환을 위해 대회기간 내내 여러가지로 세심한 배려를 해주었다.
▲ 시종일관 무표정이던 판팅위는 마지막 촬영에서 기자들의 간청으로 딱 한 번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