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도군에 갔었다.
'운문산' 산행도 했지만 우리나라 3대 기도 도량 중 하나인 '사리암'을 빼먹을 순 없었다.
'3대 가도처'를 논할 때 사람마다 기준은 조금씩 다르다.
어떤 이들은 석도모 '보문사', 양양 낙산사 '홍련암', 남해 '보리암'을 우리나라 3대 기도처로 뽑기도 한다.
또 다른 이들은 설악의 '봉정암', 남해의 '보리암', 청도의 '사리암'을 3대 '기도도량'으로 부르기도 한다.
정답은 없다.
각자가 느끼고 감흥했던 대로 생각하고 마음 속에 간직하면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위에서 열거한 모든 사찰과 암자를 다 가보았다.
한두 번도 아니고 장소에 따라 적게는 한두 번에서 많게는 몇 십 번까지 갔었다.
내가 상각하기에 기도 도량의 명소는 첫째 도달하기 무척 어렵고, 둘째 산세가 수려하고 조용하며, 셋째 신심이 샘물처럼 솟아나는 길지가 아닐까 한다.
내 기준점이 틀렸을지라도 상관 없다.
어차피 사람들은 자신만의 생각과 감동지수를 갖고 있을 테니까.
그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내가 생각하는 가장 청초하고 순결하며 영험한 기도처는 첫째가 '봉정암'이고, 둘째가 '보리암', 셋째가 '사리암'이라 생각한다.
'봉정암'은 백담사에서 수렴동 계곡을 따라 끝도 없이 올라가는데 그 길이 무척 멀고 험하다.
부처님께 기도하며 한 발 한 발 걷는데 암자에 이르면 자신의 발심과 서원이 이미 마무리될 정도로 힘겹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쉽지 않은 그 트레일을 따라 암자에 도달하는 여정, 그 자체가 이미 기도요 수행인 곳이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내설악'의 아리따운 자태는 한국 제일의 풍광이요 압권이라 확신한다.
그에 비해 '보리암'은 도달하기가 비교적 쉽다.
'금산 탐방 지원센터'에서부터 도보로 가도 되지만 대부분의 신도나 탐방객들은 차를 타고 정상부근까지 한방에 간다.
일부러 어렵고 힘든 코스로 갈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별로 없다.
하지만 그곳에서 내려다 보면 스펙타클한 산세와 광활한 바다 그리고 푸른 창파에 보석처럼 알알이 박혀 있는 작은 섬들이 그야말로 하늘이 허락해 준 또 다른 '샹그릴라'임을 단박에 알 수 있다.
남녀노소 누구든지 보리암에서 눈을 감고 합장하면 기돗발이 명징해 지고 청청해 짐을 느낄 것이다.
강렬한 울림이 흥건한 길지다.
세번째 '사리암'은 깊은 산속에 있다.
고색창연한 '운문사'를 지나 울창한 송림 사이를 걷고 또 걸어 한참을 가면 사리암 입구에 당도한다.
거기서부터 암자까지 자그만치 937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나도 하나 하나 세면서 올랐다.
하체근육이 비교적 좋은 편인 나도 팍팍한데 어르신들, 특히 기도를 많이 하시는 할머니들은 오죽하실까 싶었다.
그래도 구름 같은 인파가 오르고 내렸다.
그 사람들 숫자만 봐도 이곳이 얼마나 사랑받는 도량인 지를 금방 알 수 있었다.
깊은 산 속 끝도 없는 계단에 '병목현상'이라니 이걸 어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그야말로 '유구무언'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도를 참 많이 한다.
좋은 일이다.
올곧은 생각과 바른 품행을 위해 늘 자신을 돌아보며 스스로를 바로 세우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이던가.
그래서 오늘날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세계적인 핫 이슈로 등극했다고 본다.
어느날 갑자기 K-WAVE의 물결이 세상을 뒤덮은 게 아니다.
수천 년에 걸친 우리 한국인들의 기도와 수행, 그 영향이 컸다고 믿는다.
그나저나 '사리암'에 가면 화장실에 꼭 한번씩 가보시길 적극 권장한다.
한 칸에 하나씩 넓은 통창이 설치되어 있는데 변기에 앉아서 바라보는 환상적인 산세의 파노라마는 단언컨대 백만불짜리였다.
딱히 화장실에 갈 일이 없더라도 그곳만의 고유한 '마운틴 뷰'를 위해 탐방객들은 한번씩 앉았다 나오곤 한다.
그곳이 바로 '사리암'의 화장실이다.
팍팍한 오르막길, 신묘한 길지, 영험한 기돗발, 거기에 화장실의 감동까지 더해져 아무튼 훌륭한 기도 도량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곳이다.
특히 경상도 지역의 불자들에겐 매우 사랑받는 곳이고 존귀하게 대접받는 기도처다.
어디에서 수행하고 기도하든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
내실과 실행이 문제지 장소는 요체가 아니다.
스스로를 연마하며 내일의 향기로운 삶을 위해 겸손하게 노력한다는 데 기도와 수행의 의의가 있다고 믿는다.
그래도 기회가 된다면 대한민국 3대 기도도량은 한번씩 탐방해 보시길 강추한다.
선량하고 착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신의 가피와 은총이 충만하기를 간구하며 오늘도 최고의 하루 되시길 소망한다.
브라보.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