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과 충돌한 이야기는 점점 소문을 타고 퍼져서 사람들은 있지도 않은 일을 만들어내고 부풀려 퍼트렸다. 소문 중에는 작년 시즌에 내가 런던 파티에 참석했을 때의 일도 있는데, 그때는 나도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유나이티드팀은 화요일에 맨체스터를 출발해 오스트리아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수요일에 벌어질 챔피언스 리그인 슈투름 그라츠전을 치룰 예정이었다. 그런데 내가 월요일 밤에 제이드 재거가 주최한 파티에 참석한 것이다. 제이드에게 멋진 사진을 결혼선물로 받았기 때문에, 빅토리아와 나는 센트 마틴즈 호텔에서 열린 그녀의 개인전 파티 분위기를 북돋워주고 싶었다. 중요한 경기를 앞둔 이틀 전이라는 사실을 유념했어야 했다. 하지만 술은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 신문에는 내가 한밤중에 나갔다고 써 있지만 사실은 9시 반이었고, 내가 마신 음료중 가장 독한 음료수는 크랜베리 주스였다.
[몇 번의 의견 충돌이 있었던 베컴과 퍼거슨]
오스트리아에서 경기를 들어가기 직전에 감독은 나를 부르더니 나중에 할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그때 바로 "잘못했습니다. 가서는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두 번 다시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하고 사과했다. 벌로 일주일 급여가 감봉됐지만 그 사건은 그걸로 끝이었다. 내게 트러블메이커라는 꼬리표를 달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말해 두자면, 맨체스터에서 벌금낸 것은 그 사건이 났을 당시, 겨우 두 번째 일이었다. 매주 통장잔액을 확인하기 때문에 월급에서 깎였는지 여부는 바로 알 수 있다. 겨우 그 정도 일인데 매스컴은 열 배나 더 심하게 부풀렸다. 그것도 신문 1면에 게재된 사진과 함께 내가 두건을 썼다는 이유로 야단을 맞았다고 하니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신문이 보도하기 훨씬 전에 이미 감독과 나는 그런 사건에 대해 모두 잊었는데 말이다.
다른 유명한 사건의 무대는 2월의 리즈 유나이티드전이다. 내가 금요일 오전 연습을 빼먹은 탓으로 스탠드로 쫓겨나야 했던 그 사건이다. 계속 브룩클린이 아팠던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아마 어떤 부모라도 첫아이에게는 신경과민이 될 것이다. 사소한 일에도 큰일날까 봐 마음을 졸인다. 그러니 브룩클린이 안색이 창백해지면서 점점 상태가 나빠지는 모습을 보고 도저히 내버려두고 나갈 수 없었다. 너무 걱정이 된 나머지 곁에 붙어 병간호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아침에 팀에 전화를 걸었다. 스티브 맥클라렌이 전화를 받기에 상황을 설명했다. 솔직히 더 이상은 할 말도 없고 말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베컴의 대단한 자식 사랑]
그래서 토요일 아침에 연습하러 갔을 때 구단 사람들이 보였던 반응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감독이 화가 잔뜩 났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연습을 하러 나가자마자 감독과 나는 잔디 위에서 둘 다 감정이 폭발해 험악한 말이 오갔을 정도로 격렬하게 말다툼을 했는데, 이걸 본 다른 선수들은 꽤 충격받았을 것이다. 이제 와서 자세하게 설명할 생각은 없다. 유나이티드에서는 이런 부분은 사적인 부분으로 덮어두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는 그에게 욕설을 조금 퍼부었고, 그는 나보고 나가라고 했다.
당시 내가 굉장히 거칠게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고 신문에 보도됐었다. 하지만 감독이 나가라고 하기에 차를 타고 나갔고, 그나마 캐링턴 훈련구장 정문을 조금 벗어난 뒤 차를 멈췄을 뿐이데 잘못 알려진 것이다. 그때 몇 초 동안 머리를 식히고 돌아가서 혼자 연습하는 것이 제일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무슨 말을 듣던 나는 프로이고, 리즈와 경기하는 기회를 날리고 싶지 않았다. 나는 차를 돌려 체육관으로 돌아가 자전거를 타고 열심히 운동했다.
감독이 경기에 내보내지 않겠다고 말한 건 아니었기 때문에 리즈전에 출전할 기회는 남아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요일 아침 모인 자리에서 내가 출전멤버가 아니라는 사실을알게 되었다. 그래도 나는 평소처럼 앨런 로드로 가는 버스를 탔으나, 차 안에서 교체멤버로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확실히 이때는 나도 충격을 받았다. 내가 잘못한 일은 없다고 생각했었고, 컨디션이 좋은 시기에 뛸 수 없다는 건 견디기 힘들었지만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고, 스탠드에 앉아서 우리 팀이 이기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경기를 관람중인 베컴]
그날 내가 맨체스터의 승리를 바라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다면, 그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모르거나, 아니면 맨체스터 선수들이 얼마나 끈끈한 정으로 맺어진 사이인지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다음 날 신문에는 불쾌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내 사진으로 가득했는데, 시즌의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뛰지 못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엄청난 빅게임이 벌어지고 있는필드를 코앞에 두고 스탠드 위에 앉아 쉴 새 없이 번쩍이는 카메라 렌즈의 사냥감이 되고 있는 처지인 만큼 기분 좋을 턱이 없었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한 다음에는 맨체스터가 리즈의 무릎을 꿇게 만들기를 바라는 마음만 가득했다. 챔피언쉽 레이스의 강력한 라이벌을 상대하는 중요한 시합이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간단하게 승리를 내주는 팀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줄 수 있으므로, 이긴다면 무엇보다 정신적인 면에서 리즈의 숨통을 끊어놓을 수 있었다. 결국 앤디 콜의 결승골로 우리는 1 대 0으로 이겼고, 그 결과에 나는 누구보다도 만족했다.
매스컴의 전형적인 과잉보도로 맨체스터에서 내가 있을 곳이 없어져 외국으로 이적하는 수밖에 없다는 기사까지 나왔다. 본인이 아무리 헛소리라고 마음을 다잡아도 신문에 그런 기사가 끊이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그 기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면 견디기 힘든 법이다. 다행히 감독의 기분이 풀렸기 때문에 문제는 곧 해결되리라고 믿었다. 그는 모든 일에 엄격한 사람이지만, 나는 아들 걱정만 했다. 축구는 소중하지만 가족이 항상 우선이다. 빅토리아와 나는 몹시 걱정되어 아픈 브룩클린 곁에 붙어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병에 걸려도 금세 기운을 차리는 법이다. 아들은 금요일 오후에는 건강을 되찾았다.
[베컴이 스페인에서 살고 있는 집]
그 무렵 런던 근처에 집을 샀다는 이유로 자주 화제에 올랐다. 그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은 것으로 보아 아스날과 계약하기 위한 준비행동이라는 기사도 나왔다. 기사 중에는 빅토리아가 내게 이적하라고 압력을 가했다는 글도 있었다. 정말 어이가 없었다. 아내는 내가 하는 일에 매우 협조적이며, 자신의 편의를 위해 내게 이적을 강요하는 그런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다. 이동이 잦으면 경기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실제로 내가 남부에서 지내는 시간은 한 달에 일주일이 약간 넘을 정도에 불과하다. 더욱 터무니없는 중상으로 내가 새로 산 지프에 특별 주문한 침대를 장착하고 트레이닝하러 다니는 동안에 수면을 취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게다가 트레이닝 그라운드에 곧바로 내릴 수 있도록 헬리콥터를 사려고 한다는 소문까지 퍼져나왔다.
내가 허트포드셔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 자체가 있을 수 없기에 더욱 어이가 없었다. 새 집을 정비하는 데는 몇 개월이나 걸리므로, 집을 산 뒤 한참 동안 마치 폭탄 맞은 것 같은 상황이었다. 설사 그 집에서 지내고 싶었다 하더라도 사람이 살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고, 경기에 지장을 줄 정도의 위험부담을 안을 생각은 없었다. 안 그래도 여행이 잦아 세 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는 너무나 잘 안다. 가장 힘들었던 건 내가 맨체스터의 서포터들에게 내가 팀을 등한시한다는 인상은 절대 주고 싶지 않았는데, 이런 괜한 메시지가 전달되는 게 아닐까 하는 부분이었다.
알렉스 퍼거슨과는 전에 없을 정도로 사이가 좋다. 훈련을 빼먹은 사건도 훈련구장 밖 수풀에 숨어 있던 사진기자가 없었다면 그런 식으로 외부에 새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감독이 최대한 힘을 써서 사건이 밖으로 흘러나가지 않도록 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신문이 계속 그 기사를 내보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까지 그 사건에 대한 견해를 밝혀야만 했다. 우리 둘 사이에는 분명 의견 차이가 있었지만 지난 일은 깨끗이 잊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베컴의 커리어에 퍼거슨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감독과 빅토리아 사이가 좋지 않다는 일련의 소문에는 약간 놀랐다. 자신이 거느리는 선수가 팝스타와 사귀기 시작한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된 시점에서, 그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이애할 만하다. 하지만 누구와 사랑에 빠지든 그건 감독이 관심을 가질 만한 일은 아닐 것이고 그가 빅토리아에 대해서 어떤 선입견을 가졌는지는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선수가 안정을 찾는다는 점에서 좋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문제는 입소문이 나오고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이다. 맨체스터에서 감독이 주최한 기념만찬에 빅토리아와 내가 조금 지각한 사실이 기사화되면서, 우리가 그를 우습게 보고 있다는 이야이에서부터 일부러 주의를 끌려고 늦게 나왔다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이날 우리가 늦게 도착한 것은 베이비시터가 브룩클린을 재우는 데 너무 시간을 끌게 되어 그 바람에 지각을 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반드시 브룩클린의 잠든 모습을 확인한 후에 외출하는 습관이 있는데, 그날은 브룩클린이 잠이 늦게 들어 출발이 늦어졌던 것이다. 이런 사소한 일이 눈 깜짝할 사이에 확대 재생산되며 전혀 근거 없는 터무니없는 소문으로 변신한다.
감독은 무슨 문제가 있을 때마다 늘 나를 감싸주었고, 그의 자서전에도 내가 축구에 관한 한 결코 그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썼을 정도다. 내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전부다. 내가 선수로서 그와 팀에 모든 것을 바쳐 봉사하는 한, 우리는 서로에게 경의를 표하며 잘해 나갈 것이다. 악몽을 꾸는 기분을 느끼며 자제할 필요는 눈곱만큼도 없다. 데뷔한 후로 맨체스터에서 뛴 8년 동안 단 한 번 퇴장당한 기록은 내가 트러블메이커가 아니라는 증거이며, 늘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증거이디고 하다.
10대에 팀과 계약해 모든 경력을 감독 손에 내맡긴 내 판단이 옳았던 것처럼, 감독도 분명 나를 올바르게 판단하고 있을 거라고 믿는다. 여기까지 오는 데 죽을힘을 다해 노력했지만, 감독의 도움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른다. 그가 없었으면 경쟁정신을 배울 수도 없었을 테니 쉽게 지금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 감독은 유망한 선수들을 모아서 승리를 위한 의지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불어넣었다. 그는 누구도 편애하지 않았는데 이는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지금까지 우리는 어느 누구도 그런 부분에서 나쁜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이 사건이 아니었다면 지금도 베컴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기본적으로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그는 정당한 이유를 바탕으로 축구에 대한 판단을 내렸다. 엄하고 여러 가지 의견 차이가 있지만 자신의 일만 걱정하는 데 비해, 그는 팀 전체를 신경 쓴다. 내가 그런 타입의 관리에 순응하는 것은 알렉스 퍼거슨이 우리 아버지와 많이 닮은 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내게 엄하게 대한다고 해도, 그것은 내 장래에 장애가 될 만한 문제가 생겼을 때나 도움이 필요할 때 나를 지켜주고 도와주고 있다는 증거가 될 만하다. 그런 점에서 나는 두 사람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다
첫댓글 그러게요..전 갠적으로 베컴이 오히려 외모때문에 저평가 된다고 생각하는데.. 잘 모르는 사람들이 베컴 얼굴때문에 떳다고 하는거 진짜 짜증남..-_-;; 극성스런 영국언론도 베컴가지고 왜케 들들 볶는지ㅠ 우선 센츄리클럽가입하고 유로 2008 열심히 뛰어줬으면..
오늘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와 후딱 읽었다는 역시 연습량이 엄청났었던거 같아요 그러니 그런 킥이 나오지 베컴이 킼밖에 못한다고 한는 사람들도 있지만 전 가끔 그의 크로스를 보면서 흠칫할때가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