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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도덕경 읽기 39강 (57장)
(1) 제57장 원문
以正治國, 以奇用兵, 以無事取天下. 吾何以知其然哉, 以此. 天下多忌諱而民彌貧, 民多利器國家滋昏, 人多伎巧奇物滋起, 法令滋彰盜賊多有. 故聖人云, 我無爲而民自化, 我好靜而民自正, 我無事而民自富, 我無欲而民自樸.
이정치국, 이기용병, 이무사취천하. 오하이지기연재, 이차. 천하다기위이민미빈, 민다리기국가자온, 인다기교기물자기, 법령자창도적다유. 고성인운, 아무위이민자화, 아호정이민자정, 아무사이민자부, 아무욕이민자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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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奇) : 기이하다. 뛰어나다. 몰래. 느닷없이. 속임. 거짓. 부정하다. 바르지 못함.
취(取) : 취하다. 손에 넣다. 골라 뽑다. 돕다. 의지하다.
연(然) : 맞다. 그러하다. 그렇다고 여기다.
재(哉) : 어조사. 비로소. 처음으로. 재앙.
기(忌) : 꺼리다. 싫어하다. 미워하다. 질투하다. 두려워하다.
휘(諱) : 꺼리다. 싫어하다. 피하다. 기피하다. 두려워하다.
미(彌) : 두루. 두루 미칠. 그칠. 계속됨. 오래됨. 오래 끌다. 더욱. 차다. 가득 메움
빈(貧) : 가난. 곤궁. 가난하다.
기(器) : 그릇. 그릇으로 쓰다. 그릇으로 여기다.
자(滋) : 불을. 붇다. 번성하다. 번영하다. 더욱. 자라다. 많아짐.
혼(昏) : 어둡다. 해질 무렵. 어리석음. 현혹되다.
기교(伎巧) : 기교. 재주. 기술. 광대.
창(彰) : 밝다. 뚜렷하다. 밝히다.
박(樸) : 통나무. 본디대로. 생긴 그대로. 소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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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번역
바름으로서 나라를 다스리고, 바르지 못함으로서 병력을 사용한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바른 것으로써 나라를 다스리고, 바르지 못한 것으로서 병력을 사용하는) 일을 하지 않음으로써 천하를 취한다. 내가 어떻게 그러함을 알 수 있는가 하면 이것 때문이다.
(통치자가 바름으로서 나라를 다스린다고 하면서, 그 자의 판단에 따라 바르지 못함을 규제해서) 세상에 꺼리고 기피하는 것이 많아지면 백성은 (활동의 영역이 줄어들어) 빈곤이 계속된다. (통치자가 잘 사는 나라를 만든다면서 앞장서 좋은 기능의 물건들을 만들어서 세상에 편리하고) 이로운 그릇이 많아지면 백성들은 (서로 가지려고 다투게 되어) 국가는 더욱 어두워진다. (국가가 잘 사는 나라를 만든다면서 좋은 기능의 물건을 만드는 기교를 지닌 자를 우대하게 된다. 따라서) 사람에게 기교가 많으면 기괴한 물건들이 더욱 생기게 된다. (국가가 세상을 바르게 한답시고 규제를 많이 하여) 법령이 더욱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뚜렷해지면 (오히려 그 법령을 앞지르는) 도적이 많이 있게 된다.
그러므로 성인이 말하기를, 나는 (억지로) 하는 바가 없이 (자연스럽게) 두는데도 백성들은 스스로 변화한다. 나는 (바르게 살라고 야단법석을 떨지 않고) 고요함을 좋아하는데도 백성들은 스스로 바르게 된다. 나는 (바른 정치를 한다고 규제하거나, 잘사는 나라를 만든다면서) 일을 벌이지 않는데도 백성들은 스스로 부자가 된다. 나는 (도덕교육을 강화)하고자 함이 없는데도 백성들은 스스로 소박하고 순수하게 산다.
(3) 해설
부국강병(富國强兵)을 목표로 하는 보통의 통치자들이 나라 안에서는 질서를 잡기 위해서 백성들에게 바른 행위를 강요한다.(以正治國) 이때의 바른 행위는 올바른 수단을 사용하여 목적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열심히 공부하거나 일하는 정당한 수단으로 출세 성공하는 경우이다. 그러나 나라 밖으로는 침략 등 바르지 못한 행위를 쉽게 한다. 이때의 바르지 못한 행위는 올바르지 못한 수단을 써서라도 목적을 이루는 것을 말하며, 예를 들어 타국을 침략하여 식민지를 만드는 경우이다. 이때의 바르지 못한 수단은 거짓말이다. 그래서 자국민(自國民)에게는 부국강병을 위한 진출(進出)이라 하고, 지배 받는 타국민(他國民)에게는 선진문화를 전수(傳受)한다는 명분을 세운다. 비유하면, 자기 집 식구들에게는 도덕, 윤리의 바른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면서, 다른 집을 통째로 빼앗아 버리는 일을 쉽게 하고도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운다. 병법(兵法)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겨야 하고, 이기는 자가 정의(正義)이기 때문이다.(以奇用兵)
노자는 이런 일(以正治國 以奇用兵)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천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한다.(以無事取天下) 그 이후에 내가 어떻게 그러함을 알 수 있는가 하면 이것 때문이다(吾何以知其然哉 以此)고 하면서 그 이유를 밝히고 있다. 바름으로 나라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통치자가 내린 바름의 판단에 따르게 된다. 그런데 통치자의 판단은 자기가 통치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바른 것이며, 방해가 되는 것은 바르지 못한 것으로 분류되기 쉽다. 그리고 이 기준에 따라 백성들에게 도움이 되는 행위는 하라고, 방해가 되는 것은 하지마라고 명령한다. 그리고 이 명령은 바른 것이라고 교육하게 된다. 통치자는 이러한 명령과 교육을 통하여 백성들을 여러 가지로 규제하게 된다. 백성들은 여기에 따라 꺼리고 기피하는 일이 생기게 된다. 백성들이 꺼리고 기피하는 일이 많아지면 더욱 가난해진다(天下多忌諱而民彌貧)고 노자는 말한다.
이것이 왜 그런가를 생각해보니 공산주의 국가가 떠오른다. 공산주의 국가는 경제적 평등과 인간소외를 해결하는 바른 방법이 모든 생산 수산을 공유화하는 길이라고 여겨 그것을 제도화한 국가이다. 그래서 공동생산과 공동분배를 하고 기초적인 소비품은 배급제를 하고 있다. 이것을 위해 대부분의 경제활동이 중앙집권적 계획경제의 원칙 하에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중앙의 규제가 강화될 수밖에 없으니, 백성들은 열심히 일해도 그 대가(代價)가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으니 경제활동을 꺼리고 기피하게 된다. 결국 경제는 위축되고 다함께 가난해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그리고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서 법령이 불어나서 백성들에게 더욱 뚜렷하게 전달되면 백성들 중에는 더욱 가난하게 되어 도적이 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게 된다.(法令滋彰盜賊多有)
여기에 비해 자본주의 국가는 생산수단과 분배수단을 개인이나 개별조직에 맡기고, 생산자가 소비자와 자유롭게 만나는 시장경제를 한다. 생산자나 소비자가 모두 자유롭게 만나 경제적 이득을 얻으려고 노력하다보면 시장에서 가격과 생산량은 자동으로 조절된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좋은 물건들을 많이 지니는 것을 이익이라고 믿고, 여기에 몰두하면서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한다. 따라서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국가공동체의 이익보다 개인이나 개별공동체의 이익을 더 우선시하기 때문에 지역이기주의에 따른 문제가 발생되었을 때 국가는 더욱 어둡게 된다.(民多利器國家滋昏) 그리고 자본주의는 좋은 물건을 만드는 기교가 뛰어난 기술자를 우대해서 이기심에 물들은 백성들을 유혹하는 물건이 더욱 생기게 된다.(人多伎巧奇物滋起) 이러한 물건들이 많아지면 질수록, 가진 자와 못가진 자 사이의 격차는 심해지고, 만족하는 자의 숫자는 줄어들면서 행복지수는 떨어진다.
소국과민(小國寡民)을 강조하는 노자의 시각에서 보면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는 모두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추구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공산주의는 강병(强兵)을, 자본주의는 부국(富國)을 우선으로 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공산주의는 공동체가 개별보다 우선이라서 바름에 맞추어야 하는 규제가 많고, 자본주의는 개별이 공동체보다 우선이라서 자유경쟁에서의 승리를 바름보다 더 중시한다. 노자는 바름을 강조하는 공산주의나 승리를 강조하는 자본주의가 모두 인위적(人爲的)인 이분법(二分法)의 분별심(分別心)에서 발생한 유(有)의 철학이 만들어낸 산물(産物)로 본다. 그래서 노자는 이것의 근원적인 해결방법으로 무(無)의 철학에서 나온 산물을 제시한다. 통치자가 무위(無爲), 호정(好靜), 무사(無事), 무욕(無欲)하면, 백성들은 자화(自化), 자정(自正), 자부(自富), 자박(自樸)한다.(我無爲而民自化 我好靜而民自正 我無事而民自富 我無欲而民自樸)
<도덕경 57장 해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