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라는 네 글자의 영화 제목을 봤을 때부터 이 제목이 시사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어떤 작가 의식이 내포되어 있는지에 대한 강한 의문에 휩싸이게 되었다. 어떤 주제를 나타내기 위해서 '오아시스'라는 함축적 의미를 사용했을까, 진정으로 관객에게 전해 주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리 사회에서 버림받은 종두와 공주라는 두 인물을 설정함으로써 두 인물의 관계맺음이 어떻게 진행되어 가는지도 잘 표현되어 있었다. 전과자인 '종두'와 뇌성마비 장애인인 '공주'는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닮은 점이 많았던 것 같다. 먼저 두 인물은 사회에서 아니 가족에게조차 버림받은 존재라는 것이다. 물론 사회적으로 낙인찍힌 전과자를 둔 가족들의 심정을 직접 느껴 보지는 못했지만, 그렇게 따가운 시선으로 내몰지는 못 할 것 같다. 사회적인 낙인이 찍힌 '종두'는 제대로 된 일자리도 구하지도 못하고 방황하게 된다. 출소를 해도 자리를 잡지 못 하고 방황한다면,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를 수 있지는 않을까?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를 수 없도록 사회적인 제도가 장기적인 안목에서 마련되어야 할 것 같다.
'공주'와 같은 장애인도 혐오스러운 눈길로 쳐다보기보다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한 인격체로 대해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신체적 결함이 있는 장애인일 따름이지 정신적인 결함까지 지닌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고정관념 어린 시각이 더 문제인 것 같다. 자기 자신밖에 생각할 줄 모르는 이기적이고 이해 타산적인 요즘 사람들. 그런 요즘 사람들이 있기에 '종두'와 '공주' 같은 사람들이 더 의기소침해 지는 것은 아닐까?
'종두'와 '공주'의 사랑은 서로에게 삶의 위안이 되는 장소가 될뿐더러, 아직까지 세상은 따뜻하다고 살만한 곳이라는 것을 알려 준다. 아무도 관심을 가져 주지 않는 '공주'에게 비친 '종두'의 모습이 바로 오아시스였던 것이다. '공주'에게 있어서 '종두'는 사막 가운데 샘솟는 한줄기 생명력과도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종두'에게 있어서 '공주'도 진실로 필요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서의 오아시스였던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의 진정한 사랑을 토대로 한 육체적 결합이 강간 미수 전과자의 장애인 성폭행이라는 결말로 치닫는다. 이것 역시 고정 관념, 편견을 자지고 문제를 분석했기 때문이다. 결국 색안경을 쓰고 보다 보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기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영화 '오아시스'는 사회에 쓸모 없는 전과자와 혐오스럽고 이상한 환자로만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그것이야말로 중증의 뇌성마비 증세라는 것을 나타내려고 한 것 같다. 그것을 직접 나타내지 않고 '종두'와 '공주'의 사랑으로 간접적으로 나타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가 나타내려고 하는 것은 두 인물의 이러한 관계 맺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선입견을 가지고 자신의 기준과 잣대로 모든 것을 판단해 버리는 현대인의 사고 방식에까지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결과적으로 영화 '오아시스'는 평범하지 않은 두 인물 '종두'와 '공주'가 서로가 서로에게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는 '오아시스'가 되는 반면 사회에서 소외당하고 힘없는 빈곤자들을 더욱 두렵게 만드는 장애와 요인... 그리고 주변의 환경과 시선들이 한 개인의 삶에 끼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 지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들의 사랑이 영화를 본 모든 사람들로부터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겼지만, 다른 통속적인 사랑에 식상해 있는 우리에게도 한 줄기 신선한 '오아시스'가 되어 준 것에 더 많은 찬사와 박수를 보내고 싶다.
모든 것에 대한 기준과 잣대는 상대적인 것 같다. '종두'에게 있어서 '공주'는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사람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공주' 역시 어느 누구도 자기에게 관심을 보여 준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에게 '종두'는 더 이상 전과자도 아닌 사람으로 보여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두'와 '공주'는 겉으로 보이는 외형적 조건보다는 내면적인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본 사람은 '종두'와 '공주'의 사랑에 빠져서 다들 행복해 할 것이다.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는 소재에서 세상 사람들이 행복해질 사랑 이야기를 잘 표현한 것 같다. 다른 영화에 비해 단순한 사랑 이야기를 넘어서 사회적인 문제까지 잘 다루어서 현실 참여적인 성격도 배어 있는 좋은 영화 한 편을 접하게 되어서 배운 점도 많다. 거기에다가 배우들의 혼신의 연기도 작품성을 드러내는 데 한 몫 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