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도시 부산의 해묵은 숙제인 글로벌영상센터 건립이 마침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정부와 부산시, 영화진흥위원회가 최근 글로벌영상센터를 부산 기장군 기장도예촌 부지 내에 짓는 것으로 합의를 하면서 사업이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이다. 글로벌영상센터는 초대형 촬영 스튜디오와 후반작업 기지 등을 갖춰 영화도시 부산의 핵심 인프라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2005년 이전 결정하고도
정부 무관심에 10년 허송세월
남양주촬영소 매각 유찰되자
도예촌 무상임대 방안 급부상
내부에 초대형 스튜디오 갖춰
부산 영상산업 랜드마크 기대
'한국 영화감독의 산실'
영화아카데미도 이전 확정
■영화도시 10년 숙원 해소부산 글로벌영상센터 건립은 2005년 참여정부의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에 따라 영진위의 부산 이전과 함께 확정됐다.
그러나 이후 정부의 무관심과 이전 기관의 저항 등으로 이전 시기는 계속 늦춰졌다. 예정대로라면 2014년에는 글로벌영상센터 안에서 각종 영화 제작이 이뤄져야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실질적인 어려움도 있었다. 1천906억 원에 달하는 건립 재원은 영진위의 남양주종합촬영소 매각 대금으로 충당해야 하는데, 이 작업이 전혀 진전되지 않았다. 영진위는 2010년 매각 공고를 냈지만, 상수원보호구역에 인접한 남양주촬영소 매각은 5년이 지난 지금도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부산시와 지역 정치권은 정부를 향해 현실성 없는 남양주촬영소 매각 대신 다른 '대안'을 지속적으로 압박해 왔다.
글로벌영상센터 건립을 대선공약으로 채택한 박근혜정부도 이런 요구를 마냥 외면할 순 없었다. 특히 정부는 2013년 글로벌영상센터 건립을 국정 과제로 채택하기도 했다.
문제는 또 하나 있었다. 당초 사업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됐던 글로벌영상센터의 비용 대비 편익(B/C)가 기준인 '1'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과도한 부지 매입비의 탓이 컸다. 이때부터 무상임대가 가능한 기장도예촌 카드가 급부상했다.
영진위는 기장도예촌이 고리 원전과 인접해있어 영화인들이 기피할 것이라는 이유 등으로 꺼렸지만, "경제성 낮은 후보지를 고집하다 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적지 않았다.
결국 지난달 말, 부산시와 영진위는 기장도예촌 부지를 활용하는데 합의했다. 기장도예촌에 들어설 글로벌영상센터에는 사업비를 줄이기 위해 규모는 다소 축소될 예정이지만, 4천959㎡(1천500평) 이상의 초대형 스튜디오와 각종 제작 및 후반작업 시설까지 갖춰 부산의 영상 관련 '랜드마크'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과제도 남아있다. 일단 지역발전위원회와 기획재정부가 이번 글로벌영상센터 변경 계획과 영화발전기금 사용을 승인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시와 지역 정치권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영화발전기금 사용 등에 대한 영화인들의 우려도 적지 않아 이를 설득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부산 영상 인프라 구축 '마무리'영화도시 부산에 또 하나의 희소식은 국내 영화감독 배출의 산실이었던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이전 방안도 확정됐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 홍익대 인근에 있는 영화아카데미는 영화 및 애니메이션 분야 핵심인력 양성을 위해 설립돼 올해 32기를 양성 중이다. 교수 등 교육 인력 25명에 한 해 선발 인원은 20여 명 정도로 소수지만, 임상수, 허진호, 이재용, 봉준호, 김태용, 민규동, 최동훈 등 한국 영화를 이끄는 유명 감독들이 이 곳 출신이다.
이와 함께 영진위는 올해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해운대 신사옥 건립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영화산업 진흥업무를 총괄하는 영진위는 2013년 10월 부산 센텀시티로 이전했지만, 아직 임시 사옥에 머물러 있다.
한편 기장도예촌 부지를 글로벌영상센터 입지로 확정하게 된 데에는 무상임대라는 통 큰 결정을 내린 기장군의 기여도가 컸다. 오규석 기장군수는 "부산의 차세대 먹거리가 영화·영상이고, 글로벌영상센터는 그 핵심 시설인 만큼 기장군도 적극 협조키로 했다"며 "글로벌영상센터를 차질 없이 건립할 수 있도록 향후 세부 협의 과정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 글로벌영상센터, 위치와 규모는?
■위치=기장도예촌(기장군 장안읍 기룡리 일원)
■건립 비용=약 1천100억 원
■면적=917,680㎡ (개발면적 292,545㎡)
■시설=대형 스튜디오 2동(1천700평, 700평), 야외세트장, 제작 및 지원 시설
↓ 글로벌영상센터, 어떻게 추진되어 왔나?
-2005년 6월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및 남양주종합촬영소 부산 이전확정
-2009년 10월 정부, 영진위 지방이전계획 승인
-2010년 10월 영진위, 서울 사옥 매각… 남양주촬영소는 입찰 10여 차례 유찰
-2012년 12월 박근혜 후보, 부산 국제영상콘텐츠밸리 조성 공약
-2013년 7월 정부, 글로벌영상센터 사업 국정 과제 채택
-2013년 10월 영진위,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로 이전
-2014년 1월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 착수했으나 B/C 낮아 난항
-2015년 4월 "글로벌영상센터 기장도예촌 내 건립"
부산시-영진위, 이전계획 변경 합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