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전거리 최고의 쌀 배달꾼 정주영과 힙당동(중구 신당동)
쌀은 생명이다. 아무리 지조 높은 선비라도 독에 쌀이 떨어지면 가족들 볼 면목이 없어진다. 그러나 뒤주에 쌀이 두둑하게 쟁여있고 독에 김치가 가득 담겨 있으면 아무리 매서운 추위라고 이길 수 있다.
한양 사람들이 쌀을 살 수 있는 거리가 바로 신당동 싸전거리. 그래서 이곳에 오면 마음이 푸근해진다..
5~60년대 이곳은 국내 최대 양곡 도소매시장이었으니 서울 시민들이 먹던 쌀의 70%는 이곳에서 유통했을 정도다. 그때는 44개 점포가 북적거렸을 텐데 지금은 3~4집.
쌀과 잡곡이 수북하게 놓인 난전을 보니 그저 고맙고 기특할 따름.
그 외 힙한 카페와 중앙시장의 먹거리 등 눈과 배가 호강을 느끼는 곳이다.
황학동은 중고가전제품과 식당 기자재 주방가게가 즐비. 요즘 경기가 좋지 않아 중고제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가슴이 쓰리다. 주방거리, 가구거리 등을 둘러보는 재미도 좋다. 심지어 문짝거리도 보인다.
*정주영과 싸전거리
더구나 이곳은 현대그룹의 창업의 모태. 소 판 돈으로 고향을 떠난 정주영 회장이 처음 자리잡은 곳이 신당동 싸전거리다. 그는 쌀가게인 복흥상회 배달원으로 취직해 서울살이를 시작했다. 밤잠을 줄이고 배달 자전거를 연습한다. 쌀가마니를 균형 있게 세워 싣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터득한 끝에 싸전거리 최고의 배달꾼이 되었다. 그 성실함을 인정받아 취직한 지 6개월 만에 장부 정리를 맡길 정도로 주인의 신임을 얻었고, 2년 후 정주영에게 복흥상회를 인수하라고 권유받는다. 주인의 아들이 노름 때문에 물려줄 생각이 없었기 때문.
정주영은 하늘이 내려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쌀가게를 인수해 경일상회로 재탄생한다. 쌀가게를 잘 운영해 돈을 벌어 북아연동 아도자동차수리센터(ART SERVICE)를 인수했는데 이것이 바로 현대차의 모태가 된다.
만약 정주영이 이곳 신당동에서 첫 일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오늘늘 현대그룹을 있었을까.
싸전거리 입구에 정주영을 기리는 싸전거리 기념비가 서있다. 이곳에 쌀가마를 얹은 짐자전거 조형물이 있다면 더욱 실감 나겠다.
* 쌀창고의 변신, 아포테케리
60년된 양곡창고가 카페로 변신. 천정은 나무 골조가 보여 고풍스런 느낌, 의자는 힙한 분위기.
아포테케리는 ‘약사’의 의미란다. 대표가 디자인 회사 출신이라 셀프시공. 옛것을 살리고 힙한 것을 가미했다고 한다. 인테리어는 체스판 모양, 문짝과 화장실도 상상을 초월하게 만든다. 흑임자 라떼가 스페셜메뉴. 바로 옆 심세정도 양곡창고를 개조한 베이커리 카페.
*갤러리 멋
좁은 공간이지만 알찬 곳. 마치 베트남 호치민의 날씬한 건물을 보듯 정면이 협소하다. 이 작은 공간에 엘리베이터가 있는 것이 놀랍다. 달팽이 계단을 오르면 2층. 예술작품과 둥근 창이 잘 어우러진다. 달덩어리 같은 창을 통해 싸전거리 일대가 조망. 진수는 옥상. 높은 빌딩과 노포시장이 절묘하게 만나는 모습을 조망하게 된다. 향 짙은 커피를 마시며 젊은 작가의 작품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MZ의 핫플레이스 뮤지컬 바 쇼플릭스
신당동의 핫플. 무대가 먼 곳이 아니라 바로 앞. 식당이지만 객석이 무대를 향한 것이 독특하다. 그리고 가운데 긴 복도가 있어 관객과 소통하면서 춤과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공연은 매시간 정각에는 15분간 뮤지컬 공연. 맘마미아, 레미제라블, 러브 등 빵빵한 음악과 춤을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다. 배우들이 서빙도 하고 공연도 하고 그야말로 만능선수다.
극장 역시 쌀창고를 개조. 높은 천정, 그리고 고풍스런 가구. 음악까지 분위기가 흥껏 달아오른다. 입장료는 1만원 음료와 술 그리고 식사는 따로 주문해야 한다.
1인당 3~4만원 정도 비용이 든다. 17:30~23:00 연중 무휴
기타
중앙시장은 맛집 천국. 다양한 횟감의 만선횟집에도 북적거리고 호떡집도 줄이 긴데 얼굴 크기의 호떡을 맛볼 수 있다. 지하에는 회센터. 싱싱한 회를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예술인 작업장. 가난한 이들이 만들어낸 예술혼에 감탄
하니칼국수는 알과 곤이를 푸짐하게 담은 얼큰이 칼국수가 유명.독특한 인테리어 고사리 국수는 국물맛에 눈이 획 돌아간다. 옥경이네 건생선집은 생선구이와 찜으로 유명한데 웨이팅만 30분을 감수해야 할 정도.
계류관에는 장작 닭구이를 맛볼 수 있으며 건너편 찜빠신당은 전통주 막거리를 맛볼 수 있는데 시장에서 안주를 사서 이곳에서 한국술과 먹으면 된다.
바깥은 하늘을 치솟은 고층아파트가 이곳을 포위하고 있지만 이곳 만은 세월을 거부한 채 자신을 고수한 은둔자 같다.
과거와 현대의 공존이 가장 힙당동의 가장 큰 매력이다.
붓으로 쓴 갈기갈기 쓴 메뉴글씨, 매일 옷을 걸며 파는 노점상, 3500원 짜리 국밥을 먹을 수 있는 곳...잊혀진 고향의 모습이 환생한 것 같다.
1) 쌀자전거 조형물
싸전거리 입구에 정주영을 기리는 싸전거리 기념비가 서있다. 이곳에 쌀가마를 얹은 짐자전거 조형물이 있다면 더욱 실감 나겠다. 최고의 쌀 자전거꾼 정주영
2)쌀을 활용_뻥튀기
수많은 카페에 쌀뻥튀기를 간식으로 내주면 싸전거리 홍보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쌀과 관련된 쌀국수 거리도 생기면 좋겠다. 나중에 뻥튀기 축제도
쌀축제를 하고 있는 이천에는 현미커피도 있다. 이런 것을 만들어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