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최대 스포츠 이벤트 슈퍼볼의 하프타임쇼. 메밀꽃 같은 별들이 반짝거리며 춤추다가 밤하늘에 거대한 성조기를 수놓고 스타디움에 착지한다. 관중을 압도한 이 별들의 정체는 다름 아닌 수백 대의 드론. 인텔은 PC 한 대와 동시제어시스템으로 `3차원 전광판`을 현실로 만들었다. 이 쇼는 역대 슈퍼볼 하프타임쇼 중 유튜브 최다 조회수를 기록했다. 또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서 거대한 LED 두루마리를 선보이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이제 스포츠 행사는 첨단 과학기술의 경연장이 됐다.
내년 2월, 드디어 평창동계올림픽이 개최된다. 평창올림픽은 동계스포츠 행사 그 이상으로, 대한민국의 첨단 과학기술이 활짝 꽃피는 계기가 돼야 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그동안 `최첨단 과학기술올림픽`을 선보이기 위해 다양한 준비를 해 왔다. 선수, 주최 측, 관람객 그리고 시청자 입장에서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까.
먼저 선수 입장에서 보자. 동계올림픽에서는 0.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선수들은 첨단 과학기술에 의한 기록 단축을 톡톡히 경험하게 될 것이다. 풍향, 풍속에 따른 최적의 비행 자세를 찾아주는 대형 풍동시스템으로 우리 스키점프 선수들은 첨단 공학의 날개를 달고 금빛에 도전한다. 무서운 속도로 달리는 봅슬레이, 루지는 360도 가상현실 영상에 따른 시뮬레이터가 주행 자세와 기록 단축에 많은 도움이 된다. 컬링도 예외가 아니다. 훈련장에 설치된 센서바, 브룸(빗자루) 내의 센서와 통신모듈이 선수들의 힘과 스톤의 움직임을 감지해 최적의 경기방법을 코치한다. 경기력 향상 뒤에 숨은 첨단 과학기술의 힘을 찾아보는 것도 평창올림픽의 관전 포인트다.
둘째, 대회 주최 측도 첨단 과학기술이 대회 운영의 완성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IST 도핑컨트롤센터는 다성분동시분석기술로 동계올림픽 사상 최대 규모(3000건 내외)의 도핑검사를 신속·정확히 수행할 것이다. 지질자원연구원은 눈 부족 시 저장 눈이 바로 투입되도록 최적의 눈저장방법 연구를 마쳤다. 또 지니톡(Genie-Talk)이 9개 언어 음성·문자를 실시간 통·번역해, 언어장벽을 없앤 첫 대회로도 기록될 것이다.
셋째, 경기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첨단 기술의 편리함과 즐거움을 만끽하게 될 것이다. 증강현실 기술로 길 안내와 주차 안내를 받고, 스마트폰 화면에 뜬 화살표로 손쉽게 좌석을 찾을 수 있다. 또, 인터랙티브 타임슬라이스라는 기술을 통해 스마트폰 터치만으로 경기장에 설치된 100대의 카메라로 원하는 장면을 골라 볼 수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역대 가장 편리했던 올림픽으로 기록될 듯싶다.
넷째, 우리 국민은 물론 전 세계 시청자들이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1GB 영화 한 편을 10초 안에 내려받는 속도의 5G 기술을 세계 최초로 시범적용하여 첨단 신(新)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원하는 종목을 원하는 선수만 따라가며 시청하거나 선수 1인칭 시점을 360도 가상현실로 체험하는 실감미디어 서비스, 평창에 있는 선수가 광화문 홀로그램 부스에 나타나 인터뷰하듯이 원격지 영상을 눈앞의 3차원으로 구현하는 홀로그램 기술도 활용될 것이다. 개막식과 폐막식은 물론, 주요 경기 장면들은 지금의 풀(Full) HD보다 4배 선명한 4K UHD 방송으로 생중계되고 4K UHD보다 3배 더 선명한 15m×4m 크기의 대화면 실감영상(UWV)은 관객에게 압도적인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평창올림픽은 100여 개국 선수단, 5만여 명의 관계자, 100만여 명의 관광객들과 전 세계 220개국 21억명 이상의 시청자들이 함께할 것이다. 평창올림픽이 우리의 첨단 과학기술 경연장으로 기억되도록 남은 기간 진력할 것이다. 우리가 4차 산업혁명 주도 국가임을 전 세계에 공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