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가 <로망스> <가을로>에 이은 또 한편의 멜로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로 돌아왔다. 동대문 시장 짝퉁 디자이너 혜란을 연기하며 김지수는 자기 안의 열정을 재확인했다.
김혜선 기자 힘든 현실을 짊어진 남녀의 멜로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이하 <사랑할 때>)은 원제가 <미열>이었다. 훨씬 어울리는 제목이던데, 왜 바뀌게 됐나? 김지수 그 제목을 먼저 알았던 사람들은 다 <미열>이 좋다고 하더라. 특히 여자들이 더 좋아하고. 아마 마케팅적으로 좀 더 쉽게 다가가기 위해서 바꾼 것 같다.
김혜선 기자 <사랑할 때> 기자시사 무대인사 때 좀 놀랐다. 한석규 씨와 함께 ‘이 영화가 부족하지만…’ 이라는 뉘앙스의 얘기를 드러내놓고 하던데. 감독이 좀 당황스러웠겠다. 김지수 에이, 우린 심지어 “감독님, 너무 기대하지 마세요”라는 말도 서슴없이 하는데.
김혜선 기자 아니, 왜 그렇게 감독 기를 죽였나? 김지수 기를 죽이는 게 아니고 냉정해지자는 거였다. 처음 영화를 하시니까 감독님이 얼마나 생각이 많으시고, 기대가 크겠나. 근데 현실적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으니까, 상처받을까봐 그랬다.
김혜선 기자 제작진을 통틀어 경력상 주연배우들이 가장 고참이었겠다. 김지수 촬영도 입봉, 조명도 입봉이었으니까. 그래도 스탭들 때문에 힘든 건 없었다. 다만 감독님이 좀 호흡이 느린 편이셨다. 영화에도 묻어나지만. 나는 몸이 고되더라도 막 몰아쳐서 찍어야 연기가 잘 되는 듯한 기분이 드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많이 투덜거렸다. "감독님, 저 미치겠어요. 제발 좀 빨리 빨리 찍어주세요.“(웃음)
김혜선 기자김 <로망스> <가을로> <사랑할 때>까지 세 편의 멜로를 했다. 어쩐지 멜로 감독들의 연출 스타일에 통달했을 것 같다. ‘멜로과’ 감독들은 추상적인 요구들을 많이 하는 편인데. 김지수 변승욱 감독님은 아니다. 캐릭터의 감정과 상황에 대해 친절하게 써서 복사한 뒤 서면으로 보내주신다. 그러면 그걸 보고 현장에서 대화하거나 전화통화를 하곤 했다. 그분의 또 다른 강점 중 하나가 모르면 모른다고 하신다는 거다. 입봉 감독님들은 모른다는 얘기하기가 힘들지 않나. 무시당할 것 같으니까. 변승욱 감독님은 솔직하셨다. 반면 은근히 고집이 있으시고. 그런데도 연기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배우들의 의견을 많이 들어주셨다.
김혜선 기자 이 영화가 4년 반 정도 기획기간이 있었다, 그렇게 오래 구른 시나리오를 어떻게 선택했나?(웃음) 김지수 아주 현실적인 얘기라 좋았다. 혜란이라는 캐릭터가 친근하고 입체적으로도 느껴졌다. 거기에 한석규 선배님이 상대역인 인구 역할을 한다고 하니 별로 망설일 여지가 없었고. 시나리오 두 시간 만에 다 읽고 바로 나, 할래 그랬다. 비현실적인 <로망스>를 끝낸 후라 더더군다나 징글징글하게 현실적인 이 영화에 목말랐을 수도 있고.(웃음)
김혜선 기자 변승욱 감독이 이창동 감독의 조감독 출신이던데. 김지수 그래서 이창동 감독님이 현장에 한번 오셨다. 영화에서 인구와 혜란이 함께 밤을 보낸 다음날 혜란이가 약국에 찾아가서 인구와 둘이 골목에서 어색하게 헤어지는 장면을 촬영할 때였다.
김혜선 기자 참, 그 골목이 인상적이었다. 어디서 촬영했나? 김지수 동대문 근처다. 동대문보다 조금 덜 가서 대학로 뒤쪽.
김혜선 기자 영화를 정말 동대문 근방에서 다 찍은 건가? 김지수 감독님이 진짜 생활이 묻어나는 곳에서 찍기를 포기하지 않으셨다. 인구의 약국은 정말 촬영하기 너무너무 열악한 곳이었다. 동대문 근처고 오토바이가 거의 백만 대는 지나다니는 동네였다. 밤새도록 부다다다, 부다다다! (웃음) 그곳에서 촬영을 강행한 건 그곳이 인구의 약국과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하신 거다. 혜란의 동대문 옷가게도 정말 동대문 상가 안에 들어가서 찍었다.
김혜선 기자 혜란은 친구와 홍콩에 가서 옷을 구매한 다음 사진을 찍어 명품을 카피하고 환불하더라. 영화에서 그런 정보를 얻을 줄은 몰랐다.(웃음) 김지수 감독님의 철저한 조사에 의한 거였다.
김혜선 기자 혹시 짝퉁 사본 적 있나? 김지수 없다. 진짜를 못 살 거면 아예 그것과 상관없는 걸 사야지, 어설프게 짝퉁은 사는 게 아니다. 어쨌든 홍콩 가서 물건 사고 사진 찍는다는 거 나도 이 영화 찍으면서 처음 알았다.
김혜선 기자 실제론 굉장히 털털하고 솔직한 말투를 지녔다. 그동안의 영화에서 맡은 캐릭터가 그걸 감추고 좀 더 가늘고 조용한 목소리를 내는 쪽에 가까웠다면 <사랑할 때>의 혜란은 가장 본 모습에 가까운 것 같다. 김지수 그렇다고 내가 노래방에 가서 그렇게 춤추고 노래하는 스타일은 아니고, 누구랑 머리끄덩이 잡고 싸워본 적도 없다.(웃음) 하지만 혜란이를 최대한 다정다감한 목소리 톤으로는 연기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나중에 인구와 데이트 할 때도 약간 무뚝뚝함이 묻어나게 했고. 혜란이는 상황에 따라 내가 조금씩 변주할 수 있고, 색깔을 입힐 수 있는 캐릭터였다.
김혜선 기자 슬프지만 강인하고 밝게 살려는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다. 드라마 <보고 또 보고>도 그렇고, 영화 <여자, 정혜>부터 <로망스> <가을로> <사랑할 때>까지 그 선택이 꽤 일관성 있다. 김지수 기본적으로 내가 비극을 사랑하고 아픔이 있는 인물을 좋아한다. 근데 신기한 건 예전에는 비극을 상당히 좋아했는데, 영화를 하면서는 자꾸 마지막에 희망의 여지를 주는 게 좋아졌다. 가만 생각해보면 <여자, 정혜>도 정혜와 작가남이 마지막에 만나는데, 그 남자가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정혜의 이름을 불러준다. <가을로>도 밝게 웃으면서 떠나가는 민주의 모습을 바라보는 현우와 세진의 모습으로 끝나고. <사랑할 때>도 인구와 혜란이 제대로 사랑을 했다라고 느끼진 않고 인구가 장애가 있는 형을 보살펴야 한다는 짐을, 혜란이 아버지가 남긴 빚을 갚아야 한다는 고단한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희망의 여지를 주니까 좋았던 거다.
김혜선 기자 옛날엔 왜 그렇게 비극을 좋아했나? 김지수 배우들은 다 비극을 좋아한다. 한석규 선배님도 비극이 취향이라고 하시더라. 배우들이 그래요. 멋있어 보이잖나. 그리고 사람들이 나 땜에 울고 그러면 근사해 보이고.(웃음)
김혜선 기자 한석규 씨와 늘 작업을 하고 싶다고 했었는데, 실제 호흡을 맞춰본 소감은? 김지수 늘 항상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고, 그 캐릭터에 적절한 감정으로 연기를 한다고 생각해온 배우였기 때문에 좋았다. 같이 또 연기해보고 싶다.
김혜선 기자 요즘 그런 얘기 많이 듣겠지만 확실히 브라운관보다 스크린에서 예뻐 보이는 것 같다. 김지수 음… 브라운관보다 스크린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는 얘기들 많이 해주신다. 감사할 따름이다.
김혜선 기자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영화를 일찍 할 걸 그랬다 싶지 않나? 김지수 늦게 와서 그나마 다행인 거다. 일찍 왔으면 너무 창피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였을 것 같다.
김혜선 기자 연기도 연기지만, 영화계에서의 처세도 좋은 듯하다. 전작의 감독이나 동료 배우들과의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게 그렇게 보인다. 김지수 나름대로 실수 많이 한다.(웃음) 근데 작품 끝나고 남는 게 사람밖에 없는 것 같다.
김혜선 기자 그럼 전작들의 관계자들도 자주 만나고 사나? 김지수 <사랑할 때> VIP시사 때 <여자, 정혜> 팀과 <가을로> 팀이 왔었다. 그 팀들이 술 먹으러 오라고 동부이촌동까지 부르는 통에 갔다 와서 아직도 내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아, 근데 또 술 얘기하네.(웃음)
김혜선 기자 이 참에 밝혀라. 주량이 어느 정도인가? 김지수 주량이 센 건 아니다. 나 때문에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까 괜히 흐뭇한 바람에. (웃음)
김혜선 기자 그래도 기본은 어느 정도? 김지수 소주 한 병 반 정도.
김혜선 기자 <가을로>는 근 1년간 고생하며 찍은 영화인데, 금세 <사랑할 때>로 옮겨와야 해서 아쉬웠겠다. 김지수 약간. <가을로>는 되게 착한 멜로였기 때문에 그리 극단적인 반응이 나올 거라곤 생각 못했는데, 좀 당황스러웠다. 근데 우린 이런 마음으로 찍었으니까 당신들이 이해하고 보세요, 라고 할 순 없지. 잠깐 속상했는데, 금방 털어버렸다. 나이 먹으니까 확실히 상처 덜 받고 낙담도 덜 한다.(웃음) (문)근영이는 <사랑따윈 필요없어> 때문에 만날 ‘어어어엉’하고 울고 다녔다는데, 나는 그냥 “뭘 그런 것 같고 울어, 한두 번 하고 말 것도 아닌데”라는 식이다.(웃음)
김혜선 기자 요즘 사회적으로 힘든 시기다. 부동산 문제로 소시민들 속 터지고. 사는 게 고달픈 사람들이 많은데 <사랑할 때>처럼 주인공들이 고생하는 영화를 보고 싶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김지수 영화를 통해서 현실을 잊고 싶은 사람들은 이 영화를 싫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세대가 공감하는 멜로는 결코 할 수가 없다. 따지면 20대 초반의 사랑영화가 우리 같은 30대에게 와 닿질 않잖아? 요즘 살기 힘드니까 다양한 현실적인 문제를 안고 힘들게 살거나 힘든 사랑을 하거나 인구와 혜란처럼 아예 사랑을 못 하는 사람들이 본다면 공감하실 수 있는 코드가 있을 것 같다. 힘들 때 오히려 힘든 현실의 영화를 보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김혜선 기자 영화에 혹시 감독님의 경험담이 녹아 있나? 김지수 감독님에게 실제로 인구의 형 인섭처럼 정신질환으로 아픈 형님이 계시는 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 그 이야기에 애착을 갖고 계실 거라는 생각이 든다. 한석규 선배님이나 나나 이 멜로가 좋았던 게, 두 주인공에게 아픈 가족사가 있다는 것이었다.
김혜선 기자 <여자, 정혜> 전에 거의 몇 년간 시나리오를 받지 못하다가 <여자, 정혜>를 하게 됐다고 했다. 근데 지금은 시나리오가 쇄도하지 않나?(웃음) 김지수 뭐 그런 것 같진 않고, 사무실에서 주는 시나리오를 보는 편이다. 양보다 질이 중요한 거지.
김혜선 기자 양질의 시나리오를 대량으로 받는 건 아니고?(웃음) 김지수 아이구, 그랬으면 벌써 차차차기작까지 정했겠지.(웃음) 근데 지독한 거 한번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캐릭터가 독한 게 아니라 작품이 좀 지독한 거. 가능한, 전형적이지 않게 가고 싶다. 지금은 로맨틱 코미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든다.
김혜선 기자 나이가 들고 더 치열해지고 싶어진 건가? 김지수 나 어렸을 때 치열했고 굉장히 독하게 살았다. 드라마를 할 때 몸이 편한 작품을 하면 자꾸 슬럼프에 빠졌다. 몸이 고단한 작품을 하면 죽겠다죽겠다 하면서도 슬럼프를 안 느꼈다. 근데 어느 순간 몸이 편해지는 작품을 하고 있더라. 그래서 영화를 해야겠다 싶었다. 사실 지독한 작품을 하면 괴롭지만 하고 났을 때의 쾌감과 희열은 말로 설명하기가 힘들다. 물론 일상의 나는 힘들게 살고 싶지 않다. 하지만 작품을 통해서는 힘들고 싶다. 그게 배우의 본능 같다. 뭔가 속에 끓어오르는 것들이 있다. 내가 센 코드의 영화를 만드는 감독과 만나면 어떤 모습이 될까, 궁금하다.
김혜선 기자 사실 그 센 코드가 두려워서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연희 역을 거절했던 것 아닌가? 김지수 그때는 그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지. 세다는 게 꼭 노출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사랑할 때>를 보면서 ‘어, 나한테 저런 모습이?’라고 할 만큼 당황스러운 모습은 없다. 그런데 내가 살면서는 도저히 짓지 않는 표정을 짓고,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을 하면 과연 어떤 모습이 나올까, 싶은 거다. 이를 테면 <친절한 금자씨> 같은 이미지 말이다. 기회가 되면 시도해보고 싶다.
김혜선 기자 차기작은 <청연>을 기획했던 영화사 씨네라인 투에서 하는 걸로 알고 있다. 남자 하나 믿고 혈혈단신 현해탄을 건너온 일본인 여자 역할이라면서? 김지수 아직 촬영 전인데, 원제는 <여자 이발사>다.
김혜선 기자 그 일본 여인 연기도 지금까지의 연기 톤을 크게 벗어나진 않지만 그래도 쉽지 않겠다. 김지수 녹록지 않다. <사랑할 때>가 정리되고 나면 좀 더 고민해야 한다. 근데 대중성의 방향은 정말 모르겠다. 솔직히 <가을로> 끝나고 나서 한 3일간 과연 내가 앞으로 어떻게 시나리오를 선택해야 하나 고민하면서 살짝 우울했었다. 근데 결론은, 그냥 나 하고 싶은 거 하자였다.(웃음)
김혜선 기자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처음부터 난 배우의 피가 끓어, 연기를 하지 않으면 안 돼, 라고 느끼면서 시작했던 건가? 김지수 그건 고등학교 때 느꼈다.
김혜선 기자 외모적으로나 초창기 드라마 시절의 느낌에서는 왠 거리에서 픽업됐을 것 같은 이미지였는데. 김지수 고등학교 때 연극무대에서 처음 그런 경험을 하면서 내게 배우의 피가 있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방송국에 들어갔는데 6개월 만에 좌절했다. 아니었다보다!(웃음) 근데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까 이렇게 흘러온 거다. 내가 지금 뭔가 됐다는 건 아니지만 결국 이 길을 올 사람들은 어떤 과정을 겪어도 오게 되는 것 같다. 확실히 처음 영화를 시작할 때보다 욕심이 생겼다. <여자, 정혜>를 할 때는 오히려 아님 말구의 마인드가 있었는데.
김혜선 기자 지금은 그 퍼센티지가 줄어들었나? 김지수 <여자, 정혜> 때 정혜에게 애착이 없었다는 뜻이 아니라 찍어보고, 아님 어쩔 수 없지, 이런 마인드였다. 근데 원래 내가 쿨한 편은 못 된다. 유지태가 그랬다. “누나는 쿨하지 않아. 핫한 여자야.” 난 삶이나 일에 굉장히 열정이 많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은 절대 쿨해지지 않는다. 박진표 감독님도 나한테 그랬다. “김지수 씨, 정말 쿨하지를 못하네요.”(웃음) 나도 진짜 나를 모르겠다. 어쨌든 <여자, 정혜> 때는 영화작업의 매력을 느낄 여유가 없었고, <로망스>는 그런 상황이 안 됐었다. 이제 영화의 매력이 이런 거구나 느끼고 있어서 더 좋은 작품을 많이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대단한 배우가 되고 싶은 욕망은 없다. 가만히 돌아서서 생각해보면 참 저 배우는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잘해왔어, 라는 얘기를 듣고 싶다. 그게 진짜 잘하는 배우인 것 같다.
김혜선 기자 다른 어떤 영화들보다도 <사랑할 때>를 보고 나니 김지수란 사람이 연애를 어떻게 할지 궁금해졌다. 김지수 어떤 기자는 인터뷰를 하러 와서 내게 연애 잘할 거 같다며 거의 연애상담을 하고 가기도 했다.(웃음) 지금 4년째 남자친구를 만나고 있는데 내년이면 햇수로 5년째다. 그런데 해마다 너무 달라진다. 좋은 방향으로 달라지는 것 같다, 아직까지는.(웃음) 예전엔 내가 힘들 때 남자친구가 그걸 다 받아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만큼 너를 친밀하게 느껴서 힘든 얘기를 믿고 하는 건데 안 받아주면 말이 안 되는 거지 싶어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한테는 힘든 모습을 보여줘도 사랑하는 사람한테는 힘든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게 더 좋다는 걸 깨닫고 스트레스가 없어졌다. <사랑할 때>란 제목을 갖고 영화를 하니까 사랑할 때 무슨 이야기를 하냐고 질문을 받는다. 사랑할 때 어쨌든 부정적인 얘기보다 긍정적인 얘기를 자꾸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긍정의 힘이라는 게 정말 대단하잖나.
김혜선 기자 그래서, 결혼 계획은 있나? 김지수 내가 영화를 좀 늦게 시작했고, 남자친구도 영화에 대한 욕심이 있다. 여자배우는 임신하고 출산하고 육아하면 3~4년의 갭이 생기잖나. 그렇다고 난 언제까지 주인공 자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발악을 할 거야, 라는 뜻은 아니다.(웃음) 세상의 시선만 달라진다면 내일이라도 결혼하고 일을 계속하고 싶지만 결혼한 여배우에 대한 편견 어린 시선이 여전히 바뀌지 않아서 좀 그렇다.
김혜선 기자 어쨌든 결정을 내려야 할 시기는 오겠다. 김지수 여자로서의 내 인생과 배우로서의 내 인생이 똑같이 소중하니까 딜레마에 빠진다. 물론 마흔 넘어서 웨딩드레스 입고 싶은 생각은 없다.(웃음) 나더러 질기게 버텨달라고 파이팅을 외쳐주는 분들도 있다. 요즘 <여자 이발사> 끝나면 뭘 해야 하지, 어떤 스타일의 것을 할까 별 생각을 다 하는데, 그러면 남자친구가 한마디 한다. “다음 영화나 잘하셔!”(웃음)
사진 이휘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