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건너 편의점에 자주 들린다.
물도 사고 담배도 사고, 이놈에 담배는 다시 끊어야 될텐데...
갈때마다 항상 어느 할머니가 편의점앞 바닥에 앉아 졸고 있다.
꽃이라고 하기에는 잡초수준에 가까운 꽃바구니가 하나 놓여있고...
꽃장사인가 ? 행색은 걸인 같은데..
편의점 사람도 어느누구도 쫒지 않는다. 가끔 노점상들이 음식도 가져다 준다.
어느날 비가 오는데도 바닥에 앉아 졸고있다.
측은한 마음에 10바트 짜리 동전 하나를 바구니에 담아주는데, 이할머니 갑자기 눈을 뜨더니 하시는 말.
" 나는 거지가 아니냐, 이거 한송이에 20 바트 야 ! " 라고 말하는것 같다.
그래서 10 바트를 더주고 한송이를 집어들었다. 웃음도 나오고 미안하기도 하고...
실수했구만. 싸구려 동정심 이었을까? 허긴 내가 더 나을것도없지..
그래 우리는 모두 다 걸인인데.... 내것 사달라고, 일 시켜 달라고, 뽑아달라고, 봐 달라고 구걸하지 않았던가?
할머니의 이 당당함은 어디서 나왔을까?
자신감? 최소한의 자존심? 포기한 사람의 배짱? 걸인의 신종전략 ?
누군들 욕심이 없겠는가 ? 허지만 그할머니의 눈빛에 적어도 탐욕은 없었다.
언젠가 대둔산에서 등산을 마치고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느할머니가 깻잎을 묶어서 팔고 있다. 신문지위에 한 열다발정도...
"할머니 하나에 얼맙니까 ? " 이할머니 바로 대답을 안하고 눈을 질끈 감고 나서
"이천원야 ! " " 허허 그래요? 다섯개 주십시요 !"
다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버스는 좀처럼 오지 않는다.
그런데 그할머니가 나한테 오시더니, " 고마워 ! 나 생각해서 샀지?
이것 남은것도 다 가저가 !" , " 그렇게 많이 필요 없어요 ." , " 그럼, 다른사람 에게라도 줘!"
그할머니 눈에는 고마움과 미안함이 함께 서려있었다.
중국 운남성을 여행하는 도중에, 어느 시골마을 장터를 통과하다가,
병아리를 바구니에 담아 팔고 있는 할머니를 보았다.
그할머니의 얼굴을 보는순간 나도 모르게 카메라를 꺼냈다.
그어느곳에서도 보지못했던 아기처럼 순박한 웃음, 다정하고 친근한 표정...
허지만 나는 감히 그얼굴을 찍을수가 없었다. 내가 무슨 자격으로 ?....시건방진 우월감이다.
누군들 근심이 없을까 만은, 세상사 모르는 듯한 그얼굴에서 행복을 보았다.
나는 그자리를 오래동안 뜰수 없었다.
쿠스코 근처 고산지대에 있는, 어느 작고 한적한 시골마을의 성당옆 돌길에 앉아서,
아무 생각없이 열심히 목걸이 줄을 꼬고 있는 할머니. 쭈굴쭈굴하고 까맣게 그을린 얼굴과 손등.
햇살조차 피하려하지 않는다. 무심하지만 두려움 없는 표정... 하늘이 가까워서일까?
아무생각없이 작은일에 몰두하는 저믿음은 어디서 왔을까?
어떤 기준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곳 태국은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중 하나라고 한다.
기후탓일까 ? 종교때문일까?
이곳의 주요산업은 농업과 관광이다.
산업의 특성상 대부분 자영업이나 가족사업을한다.
그래서 그런지 대규모 자본과 조직이 필요하거나 공익적 사업은 국영인 경우가 많다.
효율적 경영이라는 미명으로 정경유착하에 지원까지 하며 사유화 하지 않는다.
자본주의적 분류에서본 산업분야가 낙후 되어 있는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축복일지도 모른다.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경제적 정의 처럼 맹신 되어지는 외자유치와
그것을 통한 산업발전쪽에 무게를 두지않는다.
그래서 지나친 위사자유경쟁과 소수의 탐욕에 의해 일그러진 자본주의의 후유증이 두드러 보이지 않는다.
그후유증은 결국 다시 사회가 떠안아야 되고 전체적으로 득실이 없는 일임을 아는것일까?
또한 후손들이 결정하고 할일까지 서둘러서 뺏어오지도 않는다.
그런일들이 절실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자연적 특성상 기본민생의 의식주해결이 어렵지 않기 때문일까?
장구한 인류의 역사속에서 수십년 수백년은 찰라도 못되는가? 조금 늦게간들 어떻고 조금 빨리 간들 어떤가 ?
이들은 시대변화에 민감하지도 않다. 주변에 산재해있는 고대유적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일까?
단시간에 역사를 만드는것이 Y세대적 생각이라면, 긴역사를 유지해온것은 X세대적 생각일것이다.
단기적 시각에서 경쟁을 촉발해서 전진도 해야하고, 장기적 시각에서 협조하여 안정도 이뤄야 될것이다.
이곳도 요즘 고학력자의 취업이 쉽지 않아 보인다.
허지만 그들은 기회가 올때까지 가족사업에 합류하거나 자영업을 한다.
취업에 목메지 않는다. 이곳에서 일인당 국민소득은 의미없는 숫자다.
이곳은 역사적으로 다민족 국가다. 그래서 부족 씨족 중심의 사회가 형성되어왔다.
타농이라는 통과용 대로가 있고 그길을 따라 쏘이라고 하는 골목들이 (대부분 cul de sac 같은 막다른 골목)
형성되어 있다. 그골목에는 동질대의 사람들이 모여 살아왔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사람일에 별로 관심이 없다 .
아니 남의 영역도 존중하고 어느선을 넘어 가지않는다. 서로 부딪치려 하지 않는다.
불필요한것을 많이 알려고 하지 않는다.
이곳에는 토론문화가 없다. 필요한 말을 필요한 만큼만 한다.
토론을 밥먹고 할일 없는자가 하는 언어의 유희나 사치정도로 여기는걸까?
남을 설득하고 자기주장을 하려고 하지않는다. 이해하고 양보 한다. 남의 의견도 존중하기 때문이다.
허지만 기본적으로 지켜야 되는 선이 있다. 그선을 넘으면 그건 바로 도전이고 전쟁이다.
그때는 이미 대화가 필요없다.
이곳의 다민족을 이끌어 가는것은 정치가 아니고 정신적 지도자인 국왕이다.
국왕은 그절대적인 힘으로 개인만의 안위를 위해 사치나 독재적 행동을 하지않는다.
국민을 보살피고 국민에게 베푼다.
그리고 국민은 그국왕을 신뢰하고 존경한다. 국왕의 최종 결정에 승복한다. 진정한 국부이기 때문이다..
이곳사람들은 정치에 별관심이 없어 보인다. 또 소모적인 정치적 논쟁도 눈에 뜨이지 않는다.
이들에게 정치가들은 행정가일 뿐이다.
건물안의 가게를 가릴정도로 온갖종류의 노점상들이 많다.
허지만 건물안의 가게주인은 불평없이 그들과 더불어 살아간다.
보도 불법점유, 거리 미관상 등등의 비판도 없다. 민생이 우선이다.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자연스럽고 인간적으로 보인다.
호객행위가 없다. 팔만큼 팔면 좌판 걷어서 들어간다. 경쟁하지 않는다.
무리하게 빚을 내어 사업을 하거나 확장하려하지 않는다.
자기분수에 맞춰 주위사람과 나누며 살아간다.
동류의식을 갖고 동질대를 형성하는 층이 두텁다 .
온국민이 주식의 도가니에 빠져있지 않다.
특수층에 의한 부동산 투기도 없다. 왕실의 눈밖에 나면 끝이다.
대규모 부동산 개발사업은 왕실주도로 이루어 진다. 그리고 수익은 국가를 위해 쓰여진다.
일부 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사는것이 비슷비슷하기에 남과 비교할일이 없다.
단체활동도 많이 보이지 않는다. 단체에 속해 있어도 개인으로서 존재할뿐이다.
자기중심적인것 같지만 서로돕고 나누며 살아간다.
자기수련 자기구도인 남방불교의 생각일까 ? 나부터 잘해야 된다는 생각일까?
거창하게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라는 위선적 슬로건도 보이지 않는다.
서두를 일이 없는 사람들이다. 뛰거나 빨리 걷지도 않는다.
그복잡한 시장길 사이를 사람들은 서로 부딪치지 않고 큰흐름을 따라 유연하게 흘러간다.
끌어땡기는 힘과 밀쳐내는 힘이 균형을 이루는 전자구조처럼 그들은 감각적으로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걸어간다.
나같이 빨리 가려고 서두르다 부딛치는경우 이외에는..
그리고 이따금 쏟아지는 스콜, 정말 좋은 구실들을 만들어준다. 말다툼하다 멈추는 구실이되고, 장사가 않되면
좌판 걷는 구실이 되고, 늦었다는 구실이되고, 기분전환과 스트레스 해소도 되고....
이것이 내가 짧은시간에 피상적으로 느낀 이곳에대한 생각이다.
물론 여기도 사람사는 곳인데 안방문 열고 들어가면 뭐가 또 복잡하게 꼬이고 냄새나는일이 한두가지 겠어?
일단은 긍정적으로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것은 ;
정치적 지도자가 아닌 정신적 지도자고, 각분야의 전문가다.
진정한 자본주의 나 자유경쟁의 의미는 왜곡되고 변색되었다. 적당한 선을 넘어갔다.
이제는 멈춰서 수직적 발전에서 수평적 발전으로 으로의 정비가 필요하다.
힘의 집중에서 분산으로, 독식에서 분배로, 대규모에서 중소규모로, 수직적 구조에서 수평적 구조로,
전체중심의 문화에서 개인존중의 문화로, 경쟁에서 협조로, 획일성에서 다양성으로,...
국민의 기본생활과 복지가 궁극적 목적 아니겠는가 ?
공산주의 자본주의 민주주의 독재주의등을 놓고 시시비를 가릴 일이 없다.
그런것들을 필요에따라 상황에 따라 잘 어우르면 되는일이다.
그것을 신사회주의 라고 부르건 뭐라고 부르던지 간에...
자기수양과 이웃과의 나눔,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적절함,
그리고 그많은것을 어우르는 균형과 조화...
붓다와 공자의 환생이 필요한것일까?
첫댓글 운영자님 어떻게 하면 글이 뭉쳐지지 않읍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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