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공제는 2003년 이 같은 카피로 광고를 내기 시작했다. 쌩뚱 맞아 보이지만이유가 있는 문구다.
공제란 여러 사람의 돈을 모아 불의의 사고를 당한 사람을 도와준다는 뜻이다.보험과 딱 맞물리는 개념이다. 이 때문에 농협공제는 65년부터 은행 영업점을 통해 보험을 팔아왔다. 은행보다 훨씬 앞서 방카슈랑스 영업을 해왔던 셈이다.올해로 꼭 40년째다.
그러나 ‘농협=보험’으로 연관 짓기는 쉽지 않다. ‘지금까지 몰랐느냐’는 식의 카피는 보험 사업을 홍보하는 데 딱 맞는 컨셉이었던 셈이다.
실적을 뜯어보면 농협공제는 생명보험 분야에서 상당한 강자다. 2004년 말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은 10%. 수입보험료는 5조7000억원에 달한다. 삼성생명, 대한생명, 교보생명에 이어 4위다. 자산 규모도 21조원으로 5위권에 해당한다. 류두현 농협중앙회 공제전략팀장은 “공제지급능력도 146%를 유지하고 있어 웬만한 대형 생명사와 비교해도 손색없다”고 강조했다.
농협공제는 공무원 단체보험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냈다. 이 시장규모는 2000억원대로 결코 무시하기 어렵다. 지난해 행정자치부, 기획예산처 단체보험을 농협공제가 따냈다. 독보적인 1위를 자랑하는 삼성생명도 꼼짝 못했다. 농협공제가 제출한 보험료는 삼성생명의 70% 수준으로 알려졌다. 가격으로는 따라올 경쟁사가 없다는 얘기다.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중앙인사위원회 등도 농협공제 몫이었다. 올해 4월 말 기준으로 농협공제가 따낸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 가입 단체수는 180개. 가입자수는 80만명에 달한다.
이 때문에 경쟁업체들은 “농협공제가 단체보험 시장을 싹쓸이하고 있다”고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농협공제 측도 “지역 기여도,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탁월하다”며 “공정한 입찰로 승부한다면 자신 있다”는 태도다.
■7만명 영업인력 활용■
그렇다면 농협공제 강점은 뭘까.
일단 보험료가 싸다. 같은 기준의 경쟁사 상품보다 10~15% 싸다는 평가다. 생명보험사들은 “값이 싼 만큼 서비스가 나쁘고 부실화될 위험도 크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농협공제는 “기존 은행점포와 인력을 활용해 상품을 팔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 가격경쟁력이 생겼을 뿐”이라고 반박한다. 비영리법인이라 주주배당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값을 낮추는 요인이다.
게다가 농협 임직원 전체가 영업사원이나 마찬가지다. 농협 임직원은 비정규직을 포함하면 10만명이 넘는다. 이 가운데 7만5000여명이 보험모집인 자격을 갖췄다. 내부 네트워크만 활용해도 상당한 정도로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1300명에 달하는 공제상담사(FC: Financial Consultant)가 버티고 있다. 이들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공략한다. 농협공제는 보험상품 판매채널을 영업점 위주에서 민영보험사의 영업소 형태인 ‘직할사업단’을 육성키로 했다. 앞으로 FC 위주의 영업점 사업단 중심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할 참이다.
외부에서 영업인력이 뛰고 있다면 안에서는 10명 내외의 보험계리인이 신상품개발에 골몰하고 있다. 전산시스템 교체작업까지 마쳤다. 류두현 팀장은 “우수 고객을 챙기는 차원에서 ‘고객 서비스카드’도 도입해 서비스개선에도 나섰다”고 말했다.
농협이 안정적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한 것도 힘이 됐다. 농협공제가 인기를 얻게 된 것은 97년 외환위기(IMF) 이후다. 당시 ‘은행은 망하지 않는다’는 불패신화가 깨졌다. 대신 공기업 성격의 농협을 선호했다는 분석. 이는 우체국 보험 수신고가 외환위기 뒤 급격히 증가한 것과 맞물린다.
그러나 민간 생보사 쪽에선 “외환위기 때 금감원의 엄격한 감독기준을 맞추지못해 줄도산하고 지급여력 확보에 주력하는 동안, 농협공제는 제재 없이 사업을 확장했다”고 비판한다. 법적 제재가 허술해 특혜를 입었다는 설명이다.
■민간 보험사와 갈등 여전■
이처럼 생명보험사들이 농협공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곱지 않다. 여전히 몇가지이슈를 두고 티격태격하고 있다.
호칭부터 문제다. 농협공제는 2003년 잠실야구장에 ‘농협생명’이란 보드판을내걸었다. 광고에도 ‘농협생명’ ‘농협화재’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보험업법 8조원에 따르면 보험사업자가 아닌 자가 그 상호 또는 명칭 중 보험사업자임을 표시하는 문자를 사용하지 못한다. 민간생보사들은 이 점을 들고 나와 농협공제의 위법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농협공제는 “일반명사인 생명과 화재를 쓰는 게 무슨 문제냐”며 “수협, 새마을금고도 보험이라는 호칭을 쓰고 있는데 유독 농협에만 시비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이 문제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사용정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 의해 기각된 뒤 법정다툼은 진행중이다.
호칭은 큰 의미가 있다. 공제라는 이름 대신 보험을 내걸면 마케팅 효과가 탁월하기 때문이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농협 브랜드에 보험이라는 호칭까지 자유롭게 쓴다면 파괴력이 상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간 생보사들의 위기감을 그대로 대변하는 얘기다.
감독기관도 ‘뜨거운 감자’다. 현재 농협공제는 민간 생보사처럼 금융감독원의 감독과 검사를 받지 않는다. 보험업법 적용도 받지 않는다. 대신 농림부 감독 하에 농협법에 따른다. 민간 생보사는 “금감원 감독 범위 밖에 있어 상대적으로 제재가 허술하고 요율 결정 등에서 자유롭다”고 강조했다. 자산규모가2조원이 넘는 금융기관은 특정 보험사 상품을 50% 넘게 판매할 수 없는데, 농협은 자사 상품만 100% 취급하면서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하지만 농협공제도 할 말이 많다. 금감원 감독만 받지 않았을 뿐이지 엄격한 내부 감독으로 투명성은 확실하다는 것이다. 류두현 팀장은 “금감원과 협조해새로운 감독기준을 마련중”이라며 “금감원 안보다 더 엄격하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오히려 보험업법상 보험업자가 아니라 받는 불이익을 토로했다. 변액보험과 퇴직연금 시장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농협공제는 이 시장이 2010년에 이르면 150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본다. 그야말로 황금시장인 셈. 이 때문에 “농림부와의 협조를 통해 보험업법을 적용받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농협공제가 보험업법상 보험업자로 되면 명칭 문제도 없어지고 방카슈랑스, 퇴직연금, 자동차보험 등 각종 사업에 진출할 수 있어 경쟁은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농협공제 분리는 해결책이 될까. 몇몇 학자들이 프랑스 농협처럼 보험부문을 자회사로 분리해 정식 보험업 인가를 받고 사업을 하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아직은 현실성이 없다는 평가가 주류다.
민간 생보사들 견제에도 불구하고 농협공제 앞길은 밝은 편이다. 농협공제는 “외형성장보다는 내실을 기하는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저축성보험보다 보장성보험으로 비중을 높이는 게 그 예다. 이렇게 하면 자산은 줄어도 이익구조는 나아진다. 류두현 팀장은 “이 때문에 2003년 6조4000원에서 2004년에는 7000억원 정도 수입보험료가 줄었지만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그래도 향후 대한생명이나 교보생명을 누르고 ‘빅3’에 오를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보험업계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