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엘공원에 가기 전날 밤.
호텔에서 가족 카톡방에 내일의 일정을 말해주니
두 딸들은 저마나 구엘공원의 사진 한장씩을 톡톡 보내온다.
그러더니
즈이 아빠가 보내준 이 사진을 보곤
깜짝 놀란다.
어떻게 이렇게 사람이 없을 수가 있지?
다 이유가 있단다.
현지 가이드가
8시에 입장하는 티켓을 사 놓았다고
서둘러서
우아한 호텔조식도 포기하고
가벼운 도시락을 들고 버스에 올랐다.
덕분에 사람들에 밀려다니지 않고
비교적 여유있게 즐길 수가 있었다.
그렇다고
관람객이 아주 적은 건 아니었지만.
인체공학적으로 만들었다는 이 벤치는
직접 앉아보니 참 편안하다.


도마뱀 옆에 앉은 짠딸의 사진을 보니
어떻게 사람이 그리 없을 수 있냐는 말이 이해가 된다.
이 한장의 사진을 건지려고 참 무던히 기다려야 했을 테지.





구엘공원으로 들어서는 이 길이 너무 아름답다.
자연에서 모티브를 얻는 건축물을 많이 만든 가우디.
이 돌기둥들이 너무 신비스럽다
난 저 기둥 위가 예쁜 잔 처럼 보이기도 하고
귀족의 테라스처럼 보이기도 하고
나무처럼 보이기도 한다.
돌기둥 밑을 걸어가다보면
마치 동굴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 착각도 생긴다.


어제 람브라스 거리에서 산 셀카봉
열심히 사용하는 중.
근데 난 어색하다.
시선을 어디에 둬야할 지.
두 사람의 시선이 서로 달라
좀 이질적인 표정이 나오기도 한다.

우리가 예뻐라 하며 앉아 있던 구불구불 의자가 있는 광장은
사실 이렇게 많은 다리가 떠받치고 있는 공간이다.
가이드가 자연스레 데리고 가 의자의 아름다움을 설명할 땐
이 다리가 받치고 있는 공간이란 생각을 못했다.
아마 일부러 그랬는지도
신비한 다리와 그 다리의 역할에 대해 극적으로 알려주려고.



아름다운 신전을 떠받치는 기둥처럼
신비한 느낌을 주는 이 기둥들
사실은 위의 구불구불한 의자에 있던 작은 구멍으로
빗물을 들여보내고
이 기둥을 통해 밑으로 내려보낸다고 한다.
건축이란
도대체 어디까지의 공학과
과학과
인간을
연구해야하는 걸까
저 천정의 예쁜 타일조각들은
유리조각 등을 마구 붙여놓은 거라는데
자세히 보면 병 깨진조각,
심지어는 병 밑바다까지 온전히 붙어있다고 한다




침을 흘리고 있는 듯한 도마뱀의 입으로
그 기둥에서 모아진 빗물이 내려온다고 한다.


헨젤과 그레텔이 발견한
숲속의 과자로 만든 집 분위기를 풍기는
동화속의 집은
분양사무실과 수위실 등으로 쓰기 위해 지었다고 하니
이런 분양사무실에서 일하고 싶네.
사실 이 구엘공원은
분양에실패한 주택단지라고 한다.
가우디의 친구 구엘의 요청으로 아름다운 주택단지를 설계했는데
너무 높은 지대에 위치해있어 접근성이 어렵고
무엇보다 중요한 물을 끌어오지 못해
분양에 실패했다고 한다.
이 아름다운 입구와 구불구불 멋진 의자가 있는 광장
그 광장을 떠받치고 있는 86개의 기둥들
이 기둥들의 비밀이
분양실패와 함께 그냥 묻힐 수도 있었는데
시에서 사들여 공원으로 조성해 개방했다고 한다.

바위에 기대어 지은 수도원.
몬세라트.
산길을 구불구불 달려와
수도원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다.
톱니바퀴레일을 달리는 산악열차와
푸니쿨라도 있었다.
세가지 방법 모두 아찔하게 올라가는 느낌은 비슷할 듯 하다.
케이블카를 타려는데 갑자기 안개가 깊은 산 가득 고여들기 시작하더니
한 치 앞도 안보인다.
멋진 풍광을 못보는 건 아닌가 했는데 좀 있으니 마치 레이스 커튼을 조금씩 열어주듯이
수도원 정경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신비롭게....


우리가 안개 속을 이렇게 올라왔구나
저 노란색 케이블카는 사각형이 아닌 12각형이다.
노란색 원통 바구니가
천국으로 길어올려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천사들이 내려준 바구니를 타고
천상에 오른 기분.




수도원이 조물조물 만든 바위를 받치고 있는 것도 같고
수도원을 안전하게 보호해주기 위해
바위를 톡톡 얹어놓을 것 같기도 하다.




2유로 짜리 촛불 하나 밝히며
너무 긴 기도는 죄송한 마음이다.
짧게 기도를 올리는데 울컥한다.
짧은 순간에도 마음이 크게 움직인다.

저 멀리 보이는 십자가는 어찌 이리 신비스러울까
신께로 다가가려는 간절함으로 저 곳에 십자가를 세웠을까

이 산 여기저기에 가우디의 작품도 있다고 한다.
숨은 그림처럼 산을 걸어 내려가면서 찾아야 할 것 같다.

바위쪽으로 난 산으로 자꾸 올라가니
남편이 나의 호기심을 제지하며 여기까지! 한다.
내려와 기념품도 사고
수도원 미니카페에서 마시는 에스프레소
촉촉한 안개비가 에스프레소 맛을 더 깊게 해준다.
너무 바쁜지 종이컵이다.
이거 소주잔 아닙니다.

오늘의 마지막 여정인
'카바와이너리'
스파클링 와인 와이너리인데
들어서니 마치 중세의 성에 온 것 같다.
영주의 넓디넓은 영내 안으로 들어오는
중압감이 든다.





꼬불꼬불 기차를 타고 얼마나 달렸는지 모른다.
가도가도 와인저장고의 끝이 안보인다.
오늘 둘러본 저장고는 아주 일부분이라고 하니
이 와이너리의 영주님의 땅은 어디까지 인가요?
서늘한 지하 저장고를 탐방하며
와인 제조과정을 설명들으니
갑자기 와인을 자주 마셔야 할 것 같은 충성심 비슷한게 생긴다.
와인에 대한 충성심.





여기저기 짠!
스파클링 와인맛도 괜찮네.
젊은이들이 더 좋아할 것 같다.
왠일로 와인을 사자는 남편.
"애들하고 기념일에 마시게 한 두어병 사지"
와인 2병 가방에 담았다.


새하얀 병 포장이 고급스럽고
깨끗한 느낌을 준다.
와인병 마개도 이렇게 예쁘다.
와인병 마개는 종류가 몇가지 있었는데
종류별로 사올걸 그랬나하는 아쉬움이.
마지막 날에 옷가지 속에 잘 여미고 여며
안전하게 귀국시켰다.
남편이 사자고 한 와인, 한병은 우연히도 남편 생일파티에 개봉하게 되었다.
체질적으로 술을 즐기지는 못하지만
와인은 기념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축하할 일이 생겼을 때
꼭 있어야 할 분위기 메이커다.
와인을 따거나 잔에 따르는 일, 그리고 짠!하고 부딪히는 일 모두가
아름다운 의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