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들은 87년 6월 항쟁으로 직선제 개헌을 쟁취하고 민주주의를 이뤄냈다. 물론 그때도 민주주의에 반대하고 군부독재체제를 더 지지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숙명은 민주주의에 반대했던 사람까지도 같이 이끌고 가야한다는 것이다. 민주화를 위해 아무런 역활도 하지않은 사람들이 지지하는 노태우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는 절망하기도 했다.
그때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었다. "우리나라가 형식적인 민주주의는 이뤄냈지만 실질적인 민주주의는 아직 멀었다. 계속 투쟁해야 한다."고. 그말에 공감했지만 아주 미묘한 점에서 동의할 수 없었다. 형식적 민주주의는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뉘앙스를 감지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민중을 위해 작동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형식적 민주주의를 깨면서까지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형식적 민주주의가 확립한 제도와 법치를 훼손시키면 그것은 독재일 뿐이고, 선량한 독재는 없는 법이다.
이번 이재명 대표의 체포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어 친명 세력이 분노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가결시킨 배신자를 적발하겠다면서 가결여부에 대해 각자 고백을 하라는 것은 지나친 일로 민주주의에 위배되고, 양심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짓밟는 행위이다. 당론도 아니었고, 무기명 투표로 가결되었고, 6월에 국회 대표연설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으며, 민주당 혁신위가 제1호로 제안했던 것이 불체포특권 포기였다. 이에 대한 해명을 먼저 해야한다.
친명 세력이 일시적으로 격앙해서 하는 소리로 이해하고 싶다. 형식적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무시하면서 실질적 민주주의는 절대로 이뤄낼 수 없다. 그것은 이른바 자발적 파시즘으로 귀결되기 쉽다. 이낙연 전 대표를 수박으로 몰아세우더니, 이제는 문재인 대통령까지 수박으로 못박고 증오를 발산하는 일부 강경 친명 세력이야말로 민주당을 망치기 위해 잠입한 간첩세력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