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이면 제주에서는 일상처럼 감물들이기를 합니다.
오일장에 가면 땡감을 따다 파는 할머니들이 있어
장에 나가 땡감 두 됫박을 사고,
제주도 사투리로 마깨라 부르는 방망이도 사고
내도 알작지 바닷가에서 줏어온 납작돌도 준비하고...
해서 감물들이기를 시작했습니다.
녹즙기로 감물을 짜내기도 하지만
마깨로 탁 탁 두드려 감을 으깨는 것도 즐거운 일이라
그리 하고 있으니
아침잠에서 깨어난 조카 딸내미가 재미있어 보이는지
해보고 싶다기에 마깨를 넘겨주었습니다.
이렇게 감을 으깨어 물을 조금 붓고 조물락 조물락 해서 감물을 만들고
광목으로 미리 만들어둔 작업복을 뒤집어서 넣고 주물럭 주물럭~~~
옷에 감물이 충분히 배이면 감찌꺼기를 탈탈~~털어내고
다시 뒤집어서 옷의 겉 면이 햇볕에 쪼이도록 널어둡니다.
다른 염색과는 달리
처음엔 물이 들었나? 의심이 들 정도로
이리 싱거운 모습이지만....
마르고 나면 다시 물을 축여 널고
또 마르면 또 다시 물을 축여 널고...를
반복하다보면 차츰 차츰 이리 색이 돋아나는데
그 새파란 땡감 속 어디에 이 홍시빛깔이 숨어있었는지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이렇게 색이 진하게 돋아나면
여름철 밭에서 일할 때 입고 다니는데
땀이 나도 몸에 휘감기지 않고, 달라 붙지 않고..
빨면 색이 갈색으로 바뀌면서 더러움도 잘 타지 않아
그야말로 기능성 만점인 작업복이 된답니다.
그래서 여름이면 시골 집집마다 빨래줄에
감물들인 천이나 작업복들이 널려있는 모습들을 자주 보게된답니다.
짜투리 천을 이어붙여 만든 윗도리랑,
처음으로 물들인 천으로 만든 이 바지는
어찌나 시원한지
올 여름 내내 평상복으로, 외출복으로....입었답니다.
내가 물들여 내가 바느질해 만들어 입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감물들이기...
이제는
해마다 거를 수 없는 일상이 되어벼렸으니
아무래도 밭에다 땡감나무 몇 그루를 심어야 할 것 같습니다.
첫댓글 감물 염색 이곳에선 사정이 여의치 않아 감물 내린것을 사다가 광목과 옥양목에 감물 작업을 하였읍니다. 조금씩 조금씩 변해가는 천을 쳐다보며 무엇을 만들어 볼까 구상중입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천연색입니다. 비싸게 지불하고 구입한 명품이라도 이렇게 고급스런 자연의 색을 창조하지는 못하겠지요. 자연과 더불어 살고픈게 사람의 원초적 본능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뺏아입고 싶으네요 감물 옷은 질겨져서 좋아요 작업복으로 100점.. 서부의 청바지가 천막천이 남아 만들게 되었다는 에피소드가 있지만 우리 갈옷색은 산천에서 묻어난 듯 친숙하고 빨면 빨 수록 달라지는 색의 변화가 여러 벌의 옷을 입는듯한 즐거움이 있어요
자연의 축복 이네요...^^
천연염색이 마음을 끄네요..자연의 색이 참 아름답네요.^^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