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사이로 깊숙히 뿌리를 내린 만년송
팔공산 중암암 가는 길/2017. 4. 16
창건된지 1200년의 세월을 간직한 은해사(銀海寺)는 영천시 청통면의 팔공산 동쪽에 자리잡고 있다.
아미타 부처님의 도량으로 불,보살,나한등이 은빛바다 물결처럼 찬란하여 극락정토 같다고 은해사라고 하였다 한다.
은해사는 8암자 39개 말사를 거느린 대사찰로서 이 중 가장 높은 곳(780m)에 위치한 암자가 중암암(中巖庵)이다.
중암암은 이름 그대로 '돌구멍절'이라고도 한다.
은해사에서 중암암까지는 걸음마다 숱한 전설이 쌓여 있지만 마지막 진달래의 향연을 감상하며 자연을 위주로 여유롭게 다녀왔다.
*산행코스 : 은해사주차장~신일지~인종태실~중암암~묘봉암 갈림길~신일지~은해사주차장(12km, 6시간/통상 4.5시간 코스)
매표소를 지나면 은해사 주변의 팔공산 안내도를 볼 수 있다.
은해사 입구는 물소리가 청량하게 봄을 알리고 있다.
곧장 신일지에서 인종태실이 있는 산길로 들어선다.
이곳을 다시 찾은지 10년이 넘었는데, 햇빛이 내리쬐던 산길도 그간 소나무가 많이 자라서 하늘을 가린다.
처음으로 경사가 끝나는 봉우리에는 인종태실이 있다. 태실이란 왕족의 태반을 묻어두는 석실을 말한다.
태실봉을 지나면 다시 내리막이다.
이미 진달래는 지고 철쭉이 반겨준다.
산길은 시종 울창한 송림이 우거져 있다.
암반길이 나타나면 중암암 정상이 가까워졌다는 뜻이다.
암봉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데크가 놓여져 있다.
정상에 다다르니 비로소 진달래꽃이 마지막 자태를 지키고 있다.
정상은 온통 바위 군락이고 중암암은 바위 아래에 있어서 보이지 않는다.
정상을 지키는 만년송을 보려고 좁은 틈새를 통과한다.
너른 암반들은 저마다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오늘은 전설은 뒤로 하고 그저 풍광만 즐긴다.
오랜된 만년송도 척박한 바위 사이에서 자라느라 큰 키는 아니고 그늘이 넓다.
뿌리 길이가 키만큼 바위 사이를 헤집고 정상에 우뚝 솓아 있다는 것이 감동이다.
은해사 방향으로 길쭉이 뻗은 전망바위에 누우면 부드러운 봄바람에 눈이 절로 감긴다.
올라온 태실봉과 은해사 방향으로 신록의 물결이 퍼지고 있다.
바위와 소나무만 있던 풍경이 진달래꽃으로 아름다움이 배가 되었다.
오랜 기간을 산을 찾으며 진달래를 보았지만 올해만큼 진달래가 이뻐 보이기는 처음이다.
정상 바위 군락은 자리를 옮겨가며 오랜 시간동안 놀고 쉬기에 적당하다.
건너편 운부암 능선에도 봄기운이 퍼지고 있다.
경관은 좋지만 팔공산 산행지 중에서도 한적한 코스이다.
바로 뒤에 보이는 팔공산 주능선인 능성재까지는 50분 정도 소요된다.
이 주변으로 갓바위를 포함한 팔공산 등산코스가 많지만 거리에 비래 그리 경관이 좋은 곳은 드물다.
중암암 정상이 군계일학인 셈이다.
실컷 경치를 감상하고 중암암으로 내려간다.
정상에서는 중암암의 모습이 완전히 가려져 있기에 어떤 사람들은 입구를 찾지 못하기도 한다.
중암암 위에 한 명이 겨우 들락거릴 수 있는 좁은 바위구멍이 있다.
바로 아래에는 고려 초기에 세워져 오랜 세월동안 잘 보존된 3층 석탑이 있다.
대웅전이 있는 곳을 보면 중암암의 유래를 쉽게 알 수 있다.
바로 저 돌구멍을 통과하면 절벽 위에 대웅전이 세워져 있으니 '돌구멍절'인 것이다.
막상 대웅전은 장소가 협소하고 사진으로 남기기 어려워 발길을 돌려 본격적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임도를 따라 하산을 하다보면 물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는 폭포를 만난다.
길다란 물줄기가 흐르는 백흥폭포이다.
여름같이 부쩍 기온이 올라간 봄날에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산행을 마감한다.